우리도 교사입니다 - 차별과 불안에 맞서 날개를 편 기간제교사의 이야기
박혜성 지음 / 이데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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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비정규직 기간제교사로 15년을 일했고, 기간제노조의 첫 위원장 출신이다.

비정규직 교사에 대해 성과급을 주지 않고, 1급 정교사 자격증도 주지 않으며, 보험을 들지 못하게 하고, 심지어 순직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등의 차별을 철폐하는 과정이 매우 잘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숱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이를 시정하는 방법은 결국 정규직화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무기계약직(공무직), 휴직 대체가 아닌 정규교원 자리의 정규직화, 휴직 대체 자리의 정규직화 등 단계적인 정규직화에 대한 고민이 있다. 물론 저자는 마지막 단계로 바로 가는 것을 해법으로 본다.  

 

<밑줄>

기간제교사 제도는 1997년에 도입되었습니다. 1963교육공무원법임시교사의 임용이라는 조항이 생기면서 임시교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1997기간제교원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이때 기간제교원의 임용사유에 특정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하도록 할 필요가 있을 때가 추가되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기간제교사의 임용 사유를 계속 추가하여 규모를 늘려왔습니다. 특히, IMF 사태로 1998년 교원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낮추고 명예퇴직 연령도 40세 이상으로 낮춰 퇴직교사 수가 급증했는데, 정부는 부족한 교사의 상당수를 기간제교사로 채웠습니다.

20184월 현재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 일하는 기간제 교사는 49977명입니다. 이 중 여성의 비율이 69.6퍼센트로 높습니다. 기간제교사는 특히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많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 기간제교사의 비율을 공립의 경우 약 12퍼센트, 사립의 경우 약 20퍼센트에 달합니다.

 

2011년 기간제교사 4명이 기간제교사에게 성과급을 주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전교조 조합원인 한 교사의 권유로 이뤄졌다. 소송을 제기한 교사들은 성과급은 부당하고 폐지해야 할 제도이지만 정규교사에게만 지급하는 것은 분명한 차별로서 기간제교사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동안 지급하지 않은 성과급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리고 2012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자 기간제교사들이 집단소송을 해 보자면 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라는 카페를 만들었고, 1심 소송을 맡았던 민주노총 법률원이 집단소송도 맡아 주었다. 나는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만났고, 그들과 함께 기간제교사들에게 성과급 집단소송을 함께 하자고 권유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 결과 2천명이 넘는 기간제교사들이 성과급 소송에 참가했다.

정부는 20131월 기간제교사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자격을 갖춘 기간제교사들이 1급 정교사 자격증을 신청해도 발급을 거부해 왔다. 이를 부당하게 생각한 기간제교사 7명이 기간제교사 1급 자격증 발급 신청 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 승소했고 2018615일에 나온 대법원 판결도 기간제 교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탈출하기 쉬운 5층에 있다가 4층으로 내려가 학생을 구하다가 숨진 교사들이 있었다. 그들 중 2명은 기간제교사였다. 그들은 정규교사와 똑같이 구명조끼를 벗어 학생들에게 입히고 자신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학생들을 먼저 탈출시키다가 희생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여서 정규교사들의 순직을 인정받고 사망보험금을 받을 때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그래서 유가족과 비정규직 단체, 법률 단체, 종교 단체 등은 순직 인정을 요구하며 투쟁해야 했다.

국민들의 적폐 청산 열망을 통해 당선된 새 대통령은 촛불운동과 순직인정투쟁에 압력을 받아 인사혁신처에 세월호 기간제교사들의 순직을 인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기간제교사에 대한 맞춤형 복지제도 차별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 다시 조명을 받았다.

단원고등학교에서 정규교사들은 맞춤형 복지제도를 통해 교직원 단체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학생들은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자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기간제교사인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은 아무런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기간제 교사는 맞춤형 복지제도에서도 제외되고 몇원 원짜리 여행자보험도 들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맞춤형 복지제도 차별이 부당하다는 사회적 반향이 일어나자, 각 시도교육청은 2016년부터 기간제교사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정부는 2017720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이 정책의 제1원칙이었다. 그러나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공공부문 중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것이 교육부문이다. 학교에 대략 40만명의 비정규직이 있다. 가장 평등해야 할 학교에 가장 비정규직이 많다는 것은 참 씁쓸한 일이다.

5만명의 기간제 교사는 단 1명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고, 고등법원과 국가인원위원회가 무기계약직 대상이라고 한 영어회화전문강사들도 전환에서 제외되었다. 스포츠강사, 운동 지도사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자들을 더욱 분통 터지게 하는 것은 정규직 전환에 배제된 것도 억울한데 해고 위협까지 커졌다는 사실이다. 경기도 방과후학교실무사, 대구 초단시간 사서 등이 전환 제외 결정 후 집단 해고에 내몰렸다.

기간제교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같은 학교에서 4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교사들에 대한 해고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기간제교사가 상시지속 업무라는 사실을 가리기 위해 오래 일한 기간제교사들을 해고한 것이다.

 

일부 예비교사들도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반대했다. 이들은 기간제교사를 정규직화하면 임용정원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간제교사 정규직화와 임용정원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기간제교사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었는데도 2018년 초등교사 선발 인원은 2017년 비해 19백여명이 줄었다. 따라서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로 예비교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기간제교사를 정규직화하지 않은 채 이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교대생이든 사범대생이든 정규교사보다는 기간제교사가 될 확률이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정규교사는 적게 뽑고 전체 교원에서 기간제교사의 비율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1999년 전체 교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6퍼센트였던 기간제 교사가 2018년에는 10.1퍼센트로 껑충 뛰었다. 인원만 해도 5,928명에서 49,997명으로 8배가 넘게 증가했다. 따라서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는 예비교사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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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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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17을 통해 1차세계대전을 볼 수 있고,

영화 1987을 통해 6.10민주항쟁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제목이 숫자인 영화는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연도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만화 100도씨는 같은 숫자이긴 해도 연도와 달리 온도를 의미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100도씨는 물이 끓는 온도입니다.

제목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증은 92쪽에서 풀립니다.

 

영화 1987과 같은 소재를 다룬 만화 100도씨

두 작품 모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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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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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러드 다이아몬드는 13000년 인간사를 600여쪽에 정리했는데, 그걸 또 한 문장으로 요약해 줬다.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민족간 우열, 승패가 갈린 것은 능력 차이가 아니라 운명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운명적으로 우열, 승패가 갈린 것은 과거의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치고, 이제는 수렵, 채집, 이주 사회의 평화적 방법으로 전쟁을 멈춰야 하지 않을까? 수렵과 채집의 사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여하튼 내가 이해한 것을 정리하자면인류가 수백만년전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쭉 그곳에서만 살다가 최근 만여년 전부터 유럽아시아아메리카태평양 이스터섬까지 이주했다수십명의 무리(band)를 이뤄 수렵과 채집으로 이주생활을 하다가농사와 목축으로 정주생활을 시작해 전쟁으로 규모를 키워갔다수백의 부족(tribe), 수천의 추장 사회(chiefdom), 5만 이상의 국가(state). 이 과정에서 통치의 수단으로 문자종교 등이 발명되었다. 


흥미로운 부분! 

유럽은 분열되어 있어서 경쟁적으로 식민지를 만들었지만, 중국은 그렇지 못했다.  

일본은 한국의 후손이다. 


책을 다 읽은 후 아래 동영상을 보면 더 좋을 듯

https://youtu.be/MT73bLZ3DUI 


 

<밑줄>

뉴질랜드에서 동쪽으로 800km 정도 떨어진 채텀 제도에서 수세기에 걸쳐 살아오던 모리오리족은 183512월에 갑자기 자유를 잃었다. 그해 1119, 총과 곤봉과 도끼로 무장한 500명의 마오리족이 탄 배가 도책했고 125일에는 다시 마오리족 400명이 더 왔다. 마오리족은 몇 패로 나뉘어 모리오리족의 촌락들을 누비고 다니면서 모리오리족은 이제 자기들의 노예라고 선언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죽여버리기 시작했다. 만약 모리오리족이 조직적으로 저항했다면 수적으로 21의 열세에 있던 마오리족을 물리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리오리족에게는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전통이 있었다. 그들은 대표자 회의를 열어 맞서서 싸우는 대신 평화와 우정을 제안하고 물자를 나눠 주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모리오리족이 미처 그 제안을 전달하기도 전에 마오리족이 한꺼번에 공격해 왔다. 그로부터 며칠 사이에 그들은 수백 명의 모리오리족을 살해하고 많은 시체를 요리해 먹었으며 남은 사람들은 노예로 삼았고 더구나 그들마저 몇 년동안 닥치는 대로 죽여서 대부분 없애버리고 말았다.

모리오리족은 고립되어 있던 소수의 수렵 채집민으로 지극히 간단한 기술과 무기밖에 없었다 그들은 전쟁의 경험이 전무했고 강력한 지도층이나 조직력이 부족했다. 반면에 마오리족 침략자들은 격렬한 전쟁이 만성적으로 되풀이되는 조밀한 농경민 사회에 속해 있었다.

 

오늘날 식량 생산이 곧 육체 노동 감소, 굶주림으로부터의 자유, 평균 수명 증가 등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상 자기는 직접 먹거리를 기르지 않으면서도 풍요롭게 살고 있는 제1세계의 사람들뿐이다. 전 세계에서 실제 식량 생산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농경민이나 목축민들은 수렵 채집민들보다 잘 산다고 말하기 어렵다. 시간의 효율성에 대한 연구들을 보더라도 하루 중 노동 시간이 수렵 채집민들보다 오히려 길면 길었지 짧지는 않다.

고고학자들의 밝혀낸 바에 따르면 많은 지역에서 최초의 농경민들이 수렵 채집민을 교체했지만 그들은 수렵 채집민보다 체격도 작고 영양 상태도 좋지 않았으며, 심각한 질병을 더 많이 앓았고 평균적으로 더 젊은 나이에 죽었다. 만약 그 최초의 농경민들이 식량 생산을 시작하는데 따르는 결과를 미리 예상할 수 있었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들은 결과를 예상하지 못하고 그 같은 선택들 하게 되었을까?

 

식량생산자들은 인구가 훨씬 조밀했기 때문에 굳이 기술, 병원균, 직업 군인 등등 식량 생산과 관련된 그 밖의 이점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순전히 숫자만 가지고도 수렵 채집민들을 몰아내거나 몰살할 수 있었다.

 

도둑 정치가와 현명한 정치가의 차이, 이를테면 날강도에 가까운 폭군과 대중에게 은혜를 베푸는 성군의 차이는 정도의 차이다. 결국 생산자들로부터 거뒤들인 공물 중에서 얼마만큼의 비율을 엘리트 계급이 가져가는지, 그리고 그 공물 중에서 얼마만큼이 공공 용도에 사용되어 평민들에게 재분배되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도둑 정치가가 대중의 지지를 얻는 마지막 방법은 도둑 정치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나 종교를 구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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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소서 - 그리스도인이 살아내야 할 소유의 신학
크레이그 블롬버그 지음, 박규태 옮김 / IVP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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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로) 부하게도 마옵시고, (복지로) 가난하게도 마옵소서

 

1. 서론 6쪽에 걸쳐 빈부차의 세계적 문제를 나열하곤, 그리스도인에게 해법을 묻는다.

 

역사를 살펴보면,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종교와 이념이 하지 못한 방식으로 세상에 있는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을 보여 왔다. 이는 그들 주변의 문화와 확연히 구별되는 점이었다. 사실, 가난과 인간의 고통을 덜어 보려고 시도했던 거의 모든 주요 운동의 밑바탕에는 그리스도인이 있었음을 논증할 수 있다. 소박하게 살며 가난한 이들에게 베푸는 삶을 강조했던 수도원 운동, 비록 그 토대가 되었던 기독교 신학으로부터 일탈하긴 했지만 마르크스가 기독교 윤리와 이상에 의지하여 주창했던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이른바 프로테스탄트 직업윤리에 의존하고 했던 자본주의, 그리고 다른 수많은 조정 체제가 모두 그러했다

 

2. 본론 317쪽에 걸쳐 구약, 신약에서 소유(가난, 부유)와 관련된 부분을 발췌하여 설명한다.

 

(모세의) 율법들은 여러 가지 재산권을 절대 가치로 여기지 않는다. 이런 율법에는 이자 금지법, 안식할 날과 안식할 해(안식일, 안식년, 희년), 세금과 십일조와 예물, 그리고 가난한 자를 위한 정의를 말하는 법이 포함된다.”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잠언 308)”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에 따라 나눠주며 (사도행전 245)”

 

3. 그리고 결론을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잠언 저자는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소서라고 기도한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이미 부유하다. 오히려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이 이렇게 기도해야 한다. “주여, 나를 도우셔서 후하고 지혜로운 심정을 갖게 하사 저 부를 더 많이 베풀게 하소서

 

저자의 생각을 거칠게 정리하자면,

첫째, 일단 부자가 되게 해 주시고,

둘째, 빈자가 되지 않을 만큼만 기부를 하게 해 달라는 거다.

 

그런데 첫째 기도보단 둘째 기도가 실현되기 더 어려울 듯하다.

그래서 내 생각을 정리하자면,

부자가 되지 않을 만큼 세금을 걷어가 주시고,

걷어간 세금으로 빈자가 되지 않을 만큼 복지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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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정복자 -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사이언스 클래식 23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최재천 감수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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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윌슨을 읽게 된다

윌슨이 최재천의 스승이기 때문이다.

지구를 정복한 생물이 개미와 인간인데

인간이 개미와 같은 점은 진사회성을 가졌다는 점이고 

차이점은 개미와 달리 다른 생물과 공진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지구를 정복한 인간이 지구를 멸망시킬 수도 있다는 암시를 주고 있다.

다만 과학자답게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물론 다른 생물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전제 조건을 지킨다면 말이다.

덤으로 근친상간, 동성애, 성욕 등 인간의 본능에 대한 탁월한 분석들을 읽게 된다.

 

 

<밑줄>

개미와 흰개미의 진화 속도가 느렸기에 다른 생물들은 대항 수단을 진화시킬 수 있었고, 결국 생태계는 균형을 이룰 수 있었다. 그 결과 개미들과 흰개미들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나머지 육상생물권을 초토화하는 대신에, 그 생물권의 핵심요소가 되었다. 오늘날 그들이 지배하는 생태계는 지속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정반대로 호모 사피엔스라는 한 종으로 이루어진 인류는 겨우 수십만년 전에 출현하여 지난 6만년간 전 세계로 퍼졌다. 인류는 나머지 생물권과 공진화할 시간이 없었다. 다른 종들 역시 인류의 대량 학살에 대비할 시간이 없었다. 이 부족한 시간 때문에 인류를 제외한 나머지 생물들은 곧 끔찍한 종말을 맞이했다.

곤충의 여왕은 로봇처럼 움직이는 자식들을 본능이 이끄는 대로 낳을 수 있었다. 반면에 선행인류는 개체 사이의 동맹과 협력에 의존해야 했다. 곤충의 경우에는 세대마다 이루어지는 여왕 계통에서의 개체선택을 통해 진사회성이 진화했다. 반면에 선행인류에게서는 개체 수준의 선택과 집단 수준의 선택이 상호 작용함으로써 진사회성이 진화했다.

 

전문가들은 늘어난 장기 기억, 특히 꺼내어 작업 기억에 집어넣을 수 있는 장기기억과 단기간에 시나리오를 짜고 전략을 세우는 능력이 아프리카를 탈출하기 직전과 이후에 유럽을 비롯한 각지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정복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데에 동의한다. 복잡한 문화의 문턱까지 밀고 간 추진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집단선택이었을 것이다. 서로의 의도를 읽고 협력하는 한편, 경쟁하는 집단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구성원들을 지닌 집단은 그것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집단보다 엄청난 이점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집단 구성원 사이의 경쟁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고, 그 경쟁은 한 개인이 남보다 유리하게 만드는 형질의 자연선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새 환경으로 진출하고 강력한 적수와 경쟁하는 종에게 더 중요한 것은 집단 내의 단결과 협동이었다.

 

개체선택은 한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에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경쟁이 벌어짐으로써 일어난다. 그것은 각 구성원에게 다른 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본능을 빚어낸다. 대조적으로 집단선택은 환경을 이용하는 능력 차이나 직접적인 충돌, 또는 양쪽 모두를 통해 우리 사회에 경쟁이 벌어져서 일어난다. 집단 선택은 서로에게 이타적인 경향을 띠는 본능을 빚어낸다. 개체선택은 우리가 죄악이라고 부르는 것의 상당수를 빚어내는 반면, 집단선택은 미덕의 많은 부분을 형성한다.

 

이기적인 개인이 이타적인 개인을 이기는 반면, 이타주의자들의 집단은 이기주의자들의 집단을 이긴다. 개체선택만이 지배한다면, 사회는 해체될 것이다. 집단 선택만이 지배한다면, 인류 집단은 개미 군체와 비슷해질 것이다.


인간은 사회 관계망 속에 얽혀 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듯이, 우리는 자신이 진화한 이 마음 환경이 아닌 다른 곳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유년기부터 우리는 남의 의도를 읽고, 관심사가 같다는 기미를 조금이라도 보이면 금방 협력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한 실험에서는 아이들에게 용기의 뚜껑을 따는 법을 보여 주었다. 그런 다음 어른들에게 뚜껑을 따는 법을 몰라 쩔쩔 매는 시늉을 하라고 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도와주러 방 건너편으로 왔다. 침팬지를 같은 상황에 두고 실험해 보니, 협동 의식이 훨씬 덜 발달한 그들은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또 침팬지들의 지능을 검사하여, 글자를 배우지 않은 생후 2.5세 미취학 아동들의 지능과 비교한 실험도 있다. 물리적 공간적 문제를 풀 때 침팬지와 어린아이는 거의 대등했다. 반면에 다양한 사회성 검사에서는 어린아이가 침팬지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어린아이는 시범을 지켜볼 때 더 많은 것을 배웠고, 보상물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단서들을 더 잘 이해했고, 남들의 시선을 따라가서 표적을 찾아냈고, 보상물을 찾는 과정에서 남의 행동 의도를 파악했다. 인간은 모든 도전 과제를 능란하게 해결해 내는 고도의 일반 지능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 생활의 전문가로서 태어났기 때문에 성공한 듯하다. 의사소통과 의도읽기를 통해 협동함으로써, 집단은 독립생활을 하는 개인보다 훨씬 많은 것을 성취한다. 심지어 개인이 독립생활을 하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것까지 얻어낸다.

 

대다수의 문화에서는 금기와 법으로 근친상간에 대한 개인의 혐오감을 사회적으로 강화한다. 그 문화들은 근친상간으로 결함 있는 아이를 낳을 위험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근친상간의 파괴적인 결과는 인간만이 아니라 식물과 다른 동물에게서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온건하든 심각하든 근친 교배의 결과에 취약한 종들은 거의 다 어떤 식이로든 생물학적으로 프로그램된 방법을 사용하여 근친상간을 회피한다.

 

인간 여성은 외부 생식기를 숨기고 배란기에 있음을 광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영장류 암컷과 다르다. 그 결과 남녀 모두는 결합하면, 지속적으로 빈번하게 성교를 하게 된다. 이 행위는 유전적으로 적응성을 띤다. 여성과 아이가 아버지의 도움을 계속 받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여성에게는 번식과 무관하게 쾌락을 주는 성교를 통해 남성의 헌신적인 행동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많은 상황에서는 그것에 사활이 걸려 있기도 한다. 사람의 아기는 잘 조직된 커다란 뇌와 높은 지능을 확보하기 위해, 발달하는 동안 유달리 긴 기간을 무력한 상태로 지내야 한다.

 

동성애자가 성적 선호도가 다르고 번식을 덜 한다는 이유로 동성애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는 잘못된 것이다. 동성애의 존재는 인류의 다양성에 어떻게 건설적으로 기여하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동성애를 비난하는 사회는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다.

 

외계 지적 생명체가 우리 은하 어딘가에 살고 있고 발전했을 것이다. 아마 그들은 진화하는 자신들의 문명이 종교적 신앙, 이데올로기, 호전적인 국가 사이의 경쟁 때문에 해결할 수 없는 엄청난 문제들을 안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들은 거대한 문제는 파벌들이 어떤 식으로 나뉘어 있든 모두의 협동을 통해 합리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거대한 해결책을 요구한다는 것을 깨닫지 않았을까? 거기까지 이르렀다면, 그들은 다른 태양계를 개척할 필요가 전혀 없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들의 고향 행성에 머문 채 거기에서 이룰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들을 탐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내가 지닌 맹목적인 믿음을 고백해야겠다. 우리가 몹시 원한다면, 22세기쯤이면 지구는 영원한 낙원이 되거나 적어도 그 초입에 도달할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자기 자신과 다른 모든 생물들에게 훨씬 더 많은 피해를 입히겠지만, 서로에게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소박한 윤리관, 이성을 가차 없이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 태도, 우리가 진정 무엇인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는 자세를 갖게 된다면, 우리의 꿈은 이곳 지구에서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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