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고 왜 학교를 그만뒀냐고 물으시면 사실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다들 고민하시고 있는 부분일 텐데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사기를 좀 안 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교장, 교감 선생님들이랑 다투기도 했는데 어쨌든 그런 상황들이 아이들에게 전파되는 과정을 보면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저랑 다툰 그분들이 제 학교 적 은사시거든요. 제 성정이 여려서 그런 날에는 잠이 잘 안 와요. ”

 

- 이계삼, <오늘의 교육> 20123~4월호

 

한권의 책 속에 있는 수천개(또는 수만개)의 문장 가운데 기억 속에 남는 건, 모르고 있던 사실을 새롭게 알게 해 주거나,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느낌과 같아 반가운 또는 위로가 되는 경우다.  이번 호 이계삼 샘의 문장은 후자에 속했다.

 

나도 솔직히 현 입시강점 시대에 교사나 사기꾼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그런데 왜 사기꾼으로 살고 있느냐? 사기꾼이 덜 되려고 관리자랑 열심히 다투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그 분들이 은사님은 아니시기 때문이다. 처음 교직 진출했을 때 하마터면 천주교계 학교에 채용될 뻔했었다. 어릴 때부터 천주교 신자인데 만약 그 학교에 채용되었다면 교장수녀님과 어찌 감히 다툴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은사님은 아닐지라도 동료교사들과 다투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최근에도 어쩔 수 없이 동료교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분들이 내 욕을 하는 것을 전해 듣고 화가 나기보다는 너무 미안했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관리자의 큰 폭력에 순종하는 것 역시 폭력이 아니겠는가? 내 성정은 이계삼 샘보다 조금 덜 여려서 다행히 당일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다음날은 괜찮아진다. , 성정의 문제라기보다는 워낙 건망증이 심해서 그럴 수도 있다. 타고난 기억상실증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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