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사랑한 파리 - 어느 낭만주의 지식인의 파리 문화 산책
이중수 지음 / 샘터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어릴 때 세계지도를 펼치면 가보고 싶은 곳이 한도 끝도 없었다. 크면서도 마찬가지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간이 좋았다. 그러나 세계여행은 일본과 프랑스에 가본 게 전부이다. 특히 파리에 대한 여행 산문집을 만나면 잠시나마 다녀온 파리 여행이 떠오르면서 마음만은 다시 파리의 어딘가를 누빈다.

 

 『그녀가 사랑한 파리』는 파리에 살며 글쓰는 저자 이중수가 글과 사진뿐 아니라 그림까지 그렸다. 이름도 화가 이중섭과 닮았는데 이중섭처럼 그림 아래 서명란에 ㅈㅜㅇㅅㅜ라고 쓰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서명방법이라 친근함이 느껴졌다. 물론 이 책은 그의 삼박자가 고루 어우러져 빚은 결과물이다.

 

 파리에 살면서 그가 느끼는 도시를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진한 애정이 묻어난다. 나는 내가 사는 이 도시를 이만큼이나 사랑했던가. 아니다. 내게는 아직 저자만큼 사랑에 빠진 도시가 없는 거 같다. 그러나 파리에 좋은 인상을 받았기에 저자의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들었다.

 

 관광명소로 사람들을 끝없이 불러들이는 도시 파리. 세계적인 문호들이나 예술가의 흔적이 있고 지금도 이어지는 발걸음은 이유가 있을 터이다. 초여름에 갔던 파리는 회색빛이던 날이나 햇살이 반짝이던 날이나 한결같이 운치 있었다. 센강이 좋았고 아름다운 다리들과 건축물 그리고 사람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잠시 다녀간 나도 그러한데 오랜 시간을 파리에서 지낸 저자에게는 더욱 그러했으리라.

 

 파리의 특징을 전하면서도 거기에 얽힌 역사 이야기,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덤으로 흘러넘쳤다. 나만의 추억 속 풍경과 어우러져 감미로운 시간이었다. 저자의 기억과 만나 공감하는 어딘가에는 여지없이 파리의 공간으로 이어졌다. 에펠탑, 몽마르트르, 노트르담 등을 담은 사진을 다시 꺼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 가보지 못하고 뒤로한 채 떠나 온 장소는 언젠가는 가보고 싶다. 그때는 꼭 박물관, 미술관을 중심으로 다녀와야지.

 

 사람이 모여 만드는 도시의 시대는 지났다. 낭만이, 역사가, 사랑이, 건축물 등이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불러들인다. 즉 이 모든 건 결국 사람의 꿈이나 사유가 아닐까.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의 꿈과 사유는 얼마나 깊을까. 파리를 만나며 서울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그리고 또 하나 유명인이 지내던 곳에 현재 누군가가 살아도 푯말이나 위치표시 등을 해두는 모습이 좋았다. 비록 들어가 보지 못해도 밖에서 창문을 올려다만 보아도 그 느낌이 색다르니까 말이다. 얼마 전 정찬주 작가가 말한 법정 스님의 생가에는 푯말 하나 없더라는 말이 새삼 떠올라 비교가 된다.

 

 각설하고 파리의 매력에 빠지기 딱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은 파리를 안내하는 여행서는 아니지만, 안내책에 나오는 장소는 거의 다 나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저자만의 감성과 정보도 함께 있어서 시간을 내어 미리 읽어두어도 좋을 것 같다. 몰라도 느낌은 오겠지만, 속내를 알고 직접 마주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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