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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속에 감춰진 한국사회의 진실 - 진보의 시선으로 바라본 2010 한국사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평점 :
대한민국은 과연 선진국일까? 선진국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GDP/GNP, 사회지표, 국민총행복, OECE사회지표, GPI, 삶의 질... 따위의 복잡한 말들은 차치하고라도 지금 우리가 처한 삶에 얼마나 만족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물론 각자의 만족도는 다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나의 미래에 얼만큼의 관심과 얼만큼의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까닭은 단순하다. 간단하게 말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세상일에 무관심으로 일관되어진 내 삶의 모습에 한번쯤은 채찍질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이 그렇다. 유행어처럼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속에서 내가 이렇다하게 내세울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평범한 소시민의 생활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는가는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최대의 관심사일 것이다. 이 책속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개천에서 용나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양극화 현상이 생겨나고 빈부의 격차가 심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할 현실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일인양 흘러가고 있는 이 사회의 모순이 싫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더 마음만 타들어간다.
변해가는 세계정세속에서 살아남아야 할 한국경제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해 나는 잘 모르겠다. 한국경제의 탈출구가 무엇이 되었든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듯 하여 하는 말이기도 하다. 단 지금 내가 느낄 수 있는 것, 체감온도로 나를 바짝 죄어오는 것, 예를 들자면 고용위기라거나 가계부채라거나 교육개혁에 관한 대안은 있는가, 내가 나이든 후에라도 살 만한 세상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사회복지는 어떻게 변화되어져야 하는가..라는 점들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망치를 들고 문을 때려부수고 하는 지금의 정치만 보더라도 그들이 이끌어내야 할 많은 것들을 차라리 우리가, 우리 힘으로 할 수는 없는 것인가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이다.
2010년, 올해를 기점으로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는 것도 이미 예측되어진 일이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물밀듯이 밀려와 많은 문제가 발생될 것이라는 것 또한 이미 예측되어졌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문제들에 대한 우리의 대안은 없는 듯 하다. 지금의 아이들이 자라나 부양해야 할 몫이 1인당 6명정도가 될 것이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도 예측과 통계만 있을 뿐 아무런 대안이 없는 것이다. 온갖 말들만 풍선처럼 떠다니는 세상속에서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무조건 소비를 줄일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것이 다 오르는데 남편 월급과 아이 성적만 오르지 않는다는 우스개소리가 단지 우스개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살림하는 주부의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서 청년이 된다해도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을 것 같다. 나조차도 가장 먼저 냉혹하게 와닿는 교육비 문제가 장난이 아닌 까닭이다. 사교육비를 없앤다고 내놓는 정책마다 오히려 사교육을 부채질하는 결과만 낳고 있으니 말해 무얼할까? 요즘 한참 시끄러운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만 보더라도 단순히 정치적인 이론일 뿐이라는 말에 나는 공감한다. 미래의 빚쟁이들만 무작위로 쏟아낼 것이다. 지금도 심각한 고용문제는 그때가면 더 심하면 심했지 나아질 것 같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저 하나도 살기 힘들텐데 결혼은 생각도 못할 것이고 설사 결혼한다해도 사는 일에 치여 아이는 당연히 뒷전일 것이다. 그들 자신이 바로 그 교육비의 희생양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잊을리가 있겠는가 말이다.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해도 현실적으로 변화되지 않는한, 그리고 지속적인 방안이 세워지지 않는 한 그들 귀에는 소 귀에 경읽기가 될 것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엄마로써 지금의 교육시스템이 나는 싫다. 말 많았던 일제고사의 결과를 보면서 무엇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전국등수... 과연 아이들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숫자일지...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먼 느낌으로 다가설 것이다. 요즘 말로 나는 낀세대에 속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마지막 줄에 내가 서 있다. 그래서인지 나의 노후가 엄청나게 무거운 짐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아이대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고, 남편과 나는 늙어 힘없어지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막막하기조차 하다. 몇 개의 보험을 들어둔다 한들, 몇 푼의 저축을 하고 있다한들 오래 살기만을 지향하는 지금의 세태에 과연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운 것이다. 내용도 없이 창의적인 교육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조금더 실용적인 교육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대학이라는 공룡에게 의미없이 아이들을 제물로 갖다 바칠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살려 공부할 아이에게는 좀 더 깊이 공부할 수 있게, 사회에 일찍 진출 할 아이에게는 든든한 발판이 되어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 흔한 말로 발에 치이는 게 대학생이고 그 덕에 등골 휘는 건 부모들이다. 무슨 공장의 물품마냥 쏟아져나오는 대졸자들은 그야말로 갈 곳이 없다. 그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고학력자들을 양성했으면 그 역량을 살 곳도 마련되어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가 못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얼마전 신문에서 이런 통계를 본 적이 있다. 국민질서의식 수준이 조사했던 30개국중에서 우리나라가 27위였다는... 내용은 없고 형식만 있는 말뿐인 고학력, 말뿐인 교육개정이 아닐수가 없다. 우리보다 나은 나라들조차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개혁을 추진중이라 한다. 하물며 인적자원 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야 말로 가장 시급하게 변화되어야 할 것이 교육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말이 길어지고 말았다.
가계부채는 단지 최근 몇 년 사이의 추세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근원적 문제라는 말이 깊이 와 닿는다. 사실 사회정책에 있어 이런저런 연구를 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핵심을 피해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것처럼 보여진다는 거다. 고용문제나 여성의 사회진출, 육아문제, 교육비지출등 무엇이 문제인지를 그들이 몰라서 안하는 것은 아닐 거라는 것이다. 알면서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시장경제의 원칙에만 매달리다보니 겉보기에 그럴듯 해 보이는 대안들만 내세우며 뒤로 숨기에만 급급하다. 자살률 세계 1위, 출산율 세계 최저라는 말이 안고 있는 의미는 너무나도 많다. 못먹고 못살던 시대에는 양만 많이 주면 좋아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맛을 따지는 세상으로 변했다. 아무리 많은 양을 줘도 맛없으면 안먹는다는 말이다. 양적수준보다는 질적수준에 더 많은 의의를 두는 세상으로, 보여지는 형식보다는 내용이 더 충실한 세상으로 하루 빨리 바뀌었으면 좋겠다. 경제성장률이나 국민소득이라는 거창한 말로 우리의 실생활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답답해지는 느낌을 어쩌지 못했다. 이 책에서 다루어주었던 것처럼 2010년 지방선거는 한국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 회의적으로 보여지던 책속의 말처럼 정치를 모르는 나의 느낌도 회의적이다. 실속없는 정책들이 날뛰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다. 빚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웬만해서는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쉴새없이 들려오는 광고의 외침에도 그다지 흔들리지 않는 편이다. 까놓고 말하자면 그렇게 쓸 돈이 없어서라는 말도 되겠지만 이제 우리의 의식도 어느정도는 바뀌어야 한다는 말에 나는 적극 동의한다. 사회의 흐름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일테니 말이다. 책의 내용이 너무 무겁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읽긴 했지만 많은 것을 알 수 있었고 배울 수 있어 좋았던 시간이었다. 아울러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다하는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소리를 내고 있겠지만 이렇게 우리의 실생활속에 파고드는 경제지침서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싫은 소리도 과감하게 들려줄 수 있는 그런 용기있는 외침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려운 말로 내세우는 이론을 근거로 예측하기 보다, 단순한 통계지수를 내세우기 보다, 실제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경제지침서가 필요한 듯 하다. 무슨 경제학 박사가 될 것도 아닌데... 나 살기도 바빠 그런데 신경쓸 시간도 없는데... 싶겠지만 그래도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어 하는 말이다. 가장 먼저 나부터 달라져야겠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