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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기사단의 검
폴 크리스토퍼 지음, 전행선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이래저래 세상은 이분법인가? 화이트 템플기사단과 블랙 템플기사단이라고 한다. 밝히고자하는 이가 있다면 숨기고자하는 이가 있고, 빼앗고자 하는 자가 있다면 지키고자하는 자가 있다. 쫓기는 자가 있다면 쫓는자도 있을 것이고 산자가 있다면 죽은자도 있을 것이다. 어둠이 있다면 밝음이 있을테고, 과거가 있었으니 미래도 있을테다. 그리고 또 사실이 있다면 거짓도 있을 터... 템플기사단 혹은 프리메이슨과 같은 소재는 수도없이 많다. 하지만 작자는 말한다. <템플기사단의 검>에는 매우 정확한 조사자료가 이용되었다고. 그러니 믿지 못하겠다면 직접 찾아가서 확인해 보기 바란다고. 사실 팩션이란 게 그런 것 같다. 역사적인 사실을 배경으로 깔아놓고 그 위에 섬세한 상상을 입히는 것. 그런것이 팩션은 아닐까 싶기도 한데... 재미있냐고?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가장 먼저 댄 브라운의 <다빈치코드>를 떠올렸다. 아니 떠올렸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크게 이슈가 되었던 작품이기에 아직도 그 장면들이 기억속에 남아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글의 구성이 비슷하게 느껴졌다는 말이 더 솔직한 말일게다. 종교기호학 교수였던 랭던과 암호전문가인 손녀 소피가 <다빈치코드>를 이끌어갔다면, 여기서의 주인공 홀리데이 박사는 역사를 강의하는 교수이고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헨리의 손녀이자 홀리데이의 조카인 페기는 사진작가이다. <다빈치코드>가 살인을 동기로 옛 과거를 쫓아갔다면 <템플기사단의 검>에서는 죽은자가 숨겨두었던 검 하나가 옛 과거를 쫓아가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그 뒤의 이야기는 말하지 않아도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다빈치코드> 뿐일까? <인디아나 존스>나 <미이라>와 같은 영화가 책을 읽는 내내 나를 따라왔다. 흥미롭냐고? 잘 짜여진 구성은 그랬다. 이 이야기를 가지고 또하나의 <인디아나 존스>를 만든다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주 솔직하게 까놓고 말하자면 그다지 흥미로울 것 없는 소재였다는 말도 되겠다. 뭔가에 짜맞춘듯이 척척 들어맞게 흘러가고 있는 이야기의 흐름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싶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다빈치코드>를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 남녀가 한팀이 되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모양새 때문이었겠지만 딱히 뭐라고 말하지 않아도 풍기는 뉘앙스가 너무도 비슷하다. 신템플기사단. 그 역사의 고리를 연결하기 위해 선택되어진 또하나의 인물. 그 닥터 홀리데이가 이미 정해진 루트를 밟아가고 있었다는 건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시원하게 풀린다. 마치도 화살표 방향처럼 주인공에게 하나씩 건네지는 메세지와 등장인물들은 그들을 방해하기보다는 도우미의 역할로 보여졌던 까닭이다. 결국 비밀의 끝에 다다랐지만 그에게 남겨진 말은 시작과 똑같은 거였다. 비밀이 너무 많다는..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뭐 이해하려고 들면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얄팍한 함정처럼 보여지던 브로드벤트 변호사라는 존재다. 초반에 등장해 뭔가 쥐고 있을것처럼 보여지던 그 인물은 약간 허탈하다.
종교와 정치가 교묘하게 서로를 이용해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건 없어 보인다. 타락된 모습의 대표급이 바로 정치와 종교일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도 아마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사실 그 종교를 제대로 된 종교로 바라보지 않는다. 하나의 소설을 읽고 뭐 그렇게까지 거창한 생각을 하느냐고 우습게 들릴수도 있겠지만 작금의 종교적인 모습처럼 가식적이고 거짓된 것은 아마 없을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옛날처럼 종교가 정치를 버리고 정치가 종교를 버리는 그런 순간이 또 오지 말란 법은 없을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하고 생각했었던 프리메이슨이나 템플기사단의 후예가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인 것은 이미 오래전에 밝혀진 일이니 그리 놀랄일도 아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아니 공개될 수 없는 복음서가 이 땅위에 존재한다는 것도 사실이고 그것은 공개되어서는 안되는 거라는 이색적인 논리에도 어느정도는 수긍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것이 아니라해도 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충격과 충돌이 존재할테니 하는 말이다. 책속에서 닥터 홀리데이에게 전해졌던 그 마지막 말 "비밀이 너무 많아" 는 우리 모두에게 전해주는 메세지처럼 들리기도 했다. 날이 갈수록 덩치만 커져가는 종교건물의 모습을 보면서 저들은 무엇이 두려워 저토록이나 두터운 벽을 둘러쳐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려는 것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형식과 허울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종교를 그려본다.
유독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가장 마지막에 있던 작가노트였다. 오죽했으면 그렇게 말했을까 싶어서.. 그만큼 이 책의 소재에 관한 이야기들이 세상속에 많이 떠돈다는 말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책속에서도 대화를 통해 언급하고 있듯이 자판기만 두드려대면 거짓같은 진실과 진실같은 거짓이 무작위로 쏟아져나오는 세상이다보니 그렇게 말 할 만도 했겠다 싶어진다. 작가가 어느정도는 사실에 입각하여 쓴 글이라고 했던 말처럼 책속의 주인공이 템플기사단에 관해 연구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우연은 아닌듯 싶다. 템플기사단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새롭게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여하튼 속도감을 놓치지 않았던 책임에는 분명하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