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클래식 6
프란츠 카프카 지음, 홍성광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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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소설에 재도전한다는 것은 아마도 <변신>을 읽었다는 말일게다. 어느날 아침 잠에서 깨어보니 자신이 벌레로 변해있었다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 주었던 작품 <변신>. 학계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문제작가이니 뭐니 하는 말들은 나는 모르겠다.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자면 이렇다. 유대인 부모를 두었고 프라하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하여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법학은 아버지의 소망이었을 뿐. 법관이나 변호사가 될 마음이 없었기에 보험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한다. 오랜동안을 국영기업 법률고문관으로 죽기 2년전까지 일을 했다. 그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한 이유는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보람이 있었고 일찍 퇴근해 근무조건이 좋았던 때문이라고 나와 있다. 그래서 그에게는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말이기도 할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작품은 미완성이 많았고 그나마도 자신이 죽으면 남은 원고를 파기해 달라는 부탁을 친구에게 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친구가 미출간 원고들을 출판하게 되어 결실을 이루었다 한다. 인간 운명의 부조리와 인간 존재의 불안을 깊이 통찰했다는 그의 문학세계... 내가 들여다보기엔 너무나도 깊었던 것 같다. 

K는 성의 측량사로 초빙이 되어 밤늦게 마을에 도착하지만 그 마을은 어째 좀 수상하다. 그를 초빙했다던 성은 어둠과 안개에 쌓여 있을뿐 사람들의 접근을 거부하는 모습으로 표현되어져 있다. 그를 대하는 마을 사람들조차도 뭔가 수상하다. 간신히 여관을 얻어 잠자리를 마련했지만 숙박 허가증을 보여달라며 잠을 깨우기도 하고 성에 전화를 걸어 그의 존재에 대해 확인하기도 한다. 백작의 허가가 없으면 누구도 숙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의 조수로 배당되어진 두 명의 사내와 마을사람들, 그리고 여관집 주인과의 불협화음, 그 와중에 만난 주점 여급인 프리다와의 사랑이야기라니!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K의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만들었다. 따라잡을 수 없이 난해했던 K의 여정이 나를 헤매게 만들었다는 말이다.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유령같은 마을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도 없었다. 어찌보면 만나기 힘든 관리들의 모습을 통하여 관리계급의 부패를 꼬집는 것 같기도 하고, 주점 여급과 마을 사람들의 일상적인 대화마져도 무언가 비틀어져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이것도 저것도 확실한 것은 없으며 간신히 만나게 되는 하급관리조차 그에게 이렇다 할 말 한마디 남겨주지 않고 떠나버린다. 그런 와중에 주점 여급 프리다와의 사랑도 어긋나버리고.....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시간만 많이 흘러갔다. K의 시간이 아니라 나의 책읽는 시간이 흘러 갔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토록 오랜 시간을 달려 마지막 부분 '카프카의 생애와 성의 해설' 편까지 와서야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 우선은 그가 살아왔던 일생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그래야만 이 작품속에 녹아있는 등장인물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결국은 이 책속에 그의 생애가 담겨있다는 말도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말이지 읽기에 힘겨운 책이다. 권력을 휘두르는 관리들의 불공정하고 무자비함을 이야기하고 싶어했던 것일까? 성의 관리 소르티니의 요구를 거절한 마을 아가씨 아말리아가 마을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모습은 왠지 서글프다. 그들 자신들조차 무엇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단지 관리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그녀 가족과 가까이하면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무지함이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관계의 불합리성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모든 것은 욕망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욕심이 부합되어진 이치일 뿐이다. 주점 여급 프리다가 클람이라는 관리에 대한 욕망을 끝내 버리지 못하는 것도 자신의 욕심일 뿐이다. 어쩌면 신분상승이나 부를 얻기위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성의 측량사라는 이유만으로도 무언가 얻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을사람들의 모습이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면 무엇이라도 할 것처럼, 아니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그런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은 아닐런지...

성... 그 성이 안고 있는 메세지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우리 모두가 갇혀 사는 우리만의 성. 누구나 하나씩은 가슴속에 쌓았을 자신만의 성. 그 성안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것은 아닌지.. 너무 깊이 팠거나 너무 높지는 않은지... 미완성의 작품이라서일까? 왠지 모르게 허전함을 느낀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 그 뒷이야기가 있다해도 나는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지 않을 것 같다. <변신>을 읽고 난 후 카프카의 작품을 다시한번 만나보고 싶어했던 것은 욕심이었을까?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오래도록 감상문을 쓰지 못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도 내가 그레고르처럼 벌레가 되어버린 것만 같다. 답답하기도 하고.. 무언가 꽉 막혀버린 듯한 그런 느낌.. 우리 삶의 모습 역시 미완성인 때문일까?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왠지 부끄럽다. 왠지 부질없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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