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매튜 메이 지음, 박세연 옮김 / 살림Biz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여자가 있다. 그 여자가 한 남자의 재킷을 열고 옷깃속에 얼굴을 감춘다. 그리고 잠시 뒤에 살짝 얼굴을 내밀어 달콤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행복한 여자의 미소만 보여줄 뿐이다. 말도 필요없다. 어떤 말이나 글로도 여자의 달콤한 행복을 표현할 수 없다는 듯이. 살랑거리는 바람이 불어와 여자의 머리결을 어루만지며 지나갈 때 딱 한마디 할 뿐이다. 00쵸코렛... 아마도 내가 기억하는 광고중에서 가장 멋드러진 광고를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그 쵸코렛 광고를 선택할 것이다. 쵸코렛의 달콤함을 제대로 보여주었고 또한 느끼게끔 해 주었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거기에는 생략의 묘미가 있었고 여백의 미가 있었다. 적어도 광고라면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는 사람이다. 가끔은 아무런 장치도 하지 않은채 온통 다 보여주며 당신은 그저 이런게 있다는 것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식의 광고가 먹힐 때도 있겠지만 내 개인적인 의견은 그렇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삼성의 광고를 참 좋아한다. 그리고 참 잘 만들어진 이미라고 후한 점수를 준다. 상투적인 인기 배우들을 쓰지 않고, 뻔한 문구와 대사를 넣지않아도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것이 참 괜찮다. 그런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마음 한쪽이 따스해져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 또하나의 매력이라면 매력일 것이다. 우리의 삶속에서 일어나는 아주 일상적인 일들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생뚱맞게 왠 광고이야기냐고 하겠지만 책의 제목을 보면서 나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광고를 생각했었다. 사람들에게 먹혀드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 끝도없이 머리띠를 졸라 맬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했었다는 말이다.

가장 최근에 배꼽을 잡으면서도 새롭게 느껴졌던 광고를 생각해본다면  show가 아닐까 싶다. 난데없이 사람들 앞에서 웃기는 모양새로 그야말로 쇼를 하던 그 장면을 보면서 저건 뭐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던 그 광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무조건 몇 번을 반복하여 보여준 뒤에 나는 누구입니다,하면서 나타나는 기법도 꽤나 괜찮게 다가오는 광고의 기법인 듯 하다. 숨겨진 것을 찾아내기 위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아이디어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우아하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우아한 아이디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일까? 사전에서 찾아보자면 우아하다는 말은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답다는 뜻으로 나온다. 그 말 자체도 참 난해하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사람의 모양새가 아니라 아이디어, 즉 생각이 우아함을 품게 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누가 더 얼만큼이나 사람들의 감성속에 혹은 이성속에 머물 수 있게 되는지에 대하여...

크게 나누어진 장을 만날 때마다 눈길을 끄는 그림이 보인다. 2/3만 보이는 나비인데 그 나머지는 뒷쪽에 숨겨져 있다. 나비 그림이 말하고자하는 바가 이 책속에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우아한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법칙이 필요한 것일까?  첫째가 대칭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가 여백의 유혹이고 세번째가 생략의 법칙이라고 나온다. 두번째 여백의 유혹이나 세번째 생략의 법칙이 안겨주는 의미는 내게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다.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실제적으로도 내가 끌리는 아이디어 또한 그런 면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는'것이 '하지않는' 것보다 중요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27쪽) 는 책속의 말에 백프로 공감한다.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까지 '해야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세상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아닐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처럼 복잡하게 살아가다보니 '비어있는 듯한', 조금은 '덜 채워진 듯한' 이라는 컨셉이 사람들에게 먹혀드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우리들의 뇌 자체가 너무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논피니토 기법이나 스푸마토 기법만 보더라도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불확실성과 애매호모함의 효과를 극적으로 활용해 보는이로 하여금 신비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게 만드는 기법.. 사람들에게 '안개처럼 사라지는' 느낌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윤곽을 없애는 방법'을 구사해야한다는 정의를 보면서 내 짧은 소견으로는 이런 가정을 하게 된다. 인간은 채워진 것보다는 자신이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세상에 완벽한 것이 있을까? 완벽해지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지금 열심히 외치고 있는 '내려놓음'이나 '비움'의 정의는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책속에서 마주쳤던 '축복받은 무지의 효과'라는 말이 참 흥미롭게 다가온다. 많은 정보를 알려주었던 제품보다도 약간의 정보만을 주었던 제품에 대하여 사람들이 좀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실험결과는 정말이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호기심! 호기심은 인간에게 있어 알고 싶어하는 욕구이다. 그 호기심을 자극하려고 한다면 많은 정보를 주기보다는 조금은 부족하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채워넣기'위해 애를 쓰는 사람들을 위해 그들이 채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내려놓음'이나 '비움'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습게도 win-win 전략인 셈이다.

결국 말만 '우아'하게 했을 뿐이지 사람들의 헛점을 치고 들어가는 것이 성공의 전략이라는 말과 다를게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글의 맥락을 찾아내지 못하고 글자만 쫓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장을 넘기면서 이내 책속으로 빠져들었다. 성공한 사람들, 화가나 예술가 혹은 스포츠선수들의 예를 들어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방법속에서 '우아'하다는 말을 찾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이디어를 짜내는 사람들이나 거기에 반응을 하는 사람들이나 모두에게 똑같이 필요한 것이 '채워넣기'위한 '내려놓음'이나 '비움'이라는 것은 또 하나의 고리가 아닌가 싶다. 순환의 고리! 이 책에서는 말한다. 우아함에 이르기 위해서는 복잡함을 버려야 한다고. 그리고 그것을 지속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당신에게는 숙제라고. 오래 고민하기 보다는 즉시 반응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오래도록 기억되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좀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책을 다 읽고나니 한 권의 심리학을 읽고 난 기분이다. 자신이 '믿는'대로만 '본다'는 사람들의 심리가 적나라하게 파헤져진 그런 느낌이랄까? 마음 다스리기가 필요하다는 말로써 결론을 맺는 것이 왠지 생뚱맞기는 하지만 저자가 마지막 결론에서 말하고 있는 명상수련이나 뉴로피드백 훈련 역시 마음 다스리기가 관점인 것만 보더라도 책속에서 말했던 '그만두기'는 곧 '내려놓음'이나 '비움'과 일맥상통하지 싶다.

우아해지고 싶다면 여유의 유혹에 넘어가고 생략의 법칙에 충실하라는 결론으로 끝을 맺는 이 책은 옮긴이의 말처럼 한마디로 이런 책이다,라고 단정짓기 힘들것 같다. 입구는 하나인데 출구는 많은 그런 동굴속에서 빠져나온 느낌이다. 심리학 같기도 하고, 철학 같기도 하고, 자기계발서 같기도 하고, 경영에 관한 글처럼도 느껴진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 중요한가! 내가 느끼는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을. 그런데 자꾸만 책의 제목이 내용과 동떨어진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래서 나는 되묻는다. 도대체 우아하다는 게 뭐지?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