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문학과지성 시인선 353
강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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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욕할 수는 없는 입장이지만, 

책을 읽기 전에 작가의 프로필을 열심히 읽지 않는 편이다. 

글자들을 먼저 대하고 나서 충분히 입 안에 그가 와닿고 나서 프로필을 편다. 

참 가슴아프게도  

문예창작학과를 나온 작가들은 펴보기 전에 안다. 

왜 우리는 이러한 작가들을 양산하고 있을까. 문창과는 과연 작가를 찍어내고 있을까. 

그들은 재기발랄하다. 

그들은 명랑하고 깜찍하며 특이하다. 

그러나 시는 그 정도의 표정과 동작으로는 부족하다. 

시는 삶과 사색과 관찰이 필요하다. 

혼자 방에 틀어박혀서 혼자만의 생각에 자족하는... 

천재 아니라 무엇이라도 부족하다. 

가까이 가라. 그것이 반드시 인간이 아니더라도 결국은 인간에 가 닿을 것이다. 

문지에 대한 애정으로 이 시집을 샀다. 

나는 시는 실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는 돌팔매질이 되어서는 안된다.  

희노애락, 그 무엇도 담지 못하는 글자들은 나에게 무감동이다. 

그러나 한권의 책을 묶어낸 시인의 의지에 별을 색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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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전집 나남문학선 3
권명옥 엮음 / 나남출판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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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에서 나온 볼품없는 전집을 두권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 김종삼 전집을 시에 미련을 둔 분에게 선물했다.

김종삼은 시인이다.

그 이상은 아무런 말이 필요가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겨울이 되고 추워지면 이제는 살아있지도 않은 김종삼의 안위가 걱정이다.

그가 취해서 비틀거리다가 거리 어딘가에 쓰러져 있을까봐,

길이라도 잊어먹고 춥고 배고프고 그럴까봐, 꾸깃꾸깃한 가슴에 품은 종이에

얼마나 아름다운 글자들이 새겨져 있을지...그런 일들이 걱정이다.

그 글자들이 세상을 마주하지 못할까봐 걱정이다.

나를 흔들고 있는, 김종삼이다.

내가 그를 본 이후부터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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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얼굴들 문학과지성 시인선 217
이철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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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긴 여행중이다.

그 여행이 언제 끝나게 될지는 아직 시인 자신도 잘 모른다.

길은 가도가도 황무지뿐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시인은 목이 마르고 외롭다.

자아를 찾는 물음을 문득 깨닫게 되는 데에만도 얼마나 기나긴 시간이 필요할까.

이 여행은 누구도 떠나지 못하지만 또한 동시에 누구도 돌아와 들려줄 수 없는

내 안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고요하지만 외롭다.

다소 서먹서먹한 느낌이 나는 시들이다...돌아올 필요 없다고 버리는

빵봉투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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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문으로 문학과지성 시인선 149
임동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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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종일 품고 살았다.
불빛 껌벅이는 버스에서 한 손으로는 가방을 쥐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이 책을 꼭 잡았다.
글쎄, 사방이 버겁다.
현재에 떡하니 서 있으나 꼭 과거형들이다.
분명코 살아있으나 꼭 아프다.
신음하면서도 뭘 그리 주장한다.
누가 쿡쿡 찌르는데도 모르는 척 한판 벌이고 있다.
나는 시가 자신을 살아내는 쟁반같은 것이라고 아직 믿는다.
잘은 몰라도

과거를 이겨내겠노라고 천명하고 거만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어루만지고 딛고, 소리치고, 차근차근 가르쳐준다.


딱 한 줄만,

난 너무 많은 흔적을 남겼구나

왜 꼭 이 한줄일까,
눈이 잡았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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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에 대한 명상 - 민음의 시 7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25
장정일 지음 / 민음사 / 198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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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은 글쎄, 할말이 많았던 것같다.

그의 시는 읽으면 재밌다.

시가 그래도 되나라든가, 시의 정절에 위배되는 짓이다라든지...

뭐 그런 사설들이 필요없다.

그냥 장정일이 시는 잘 읽히고, 쉽고, 즐겁기도 하고, 가끔은 혐오스럽기도 하고...뭐

상상력이 빗발치고 가끔은 일상이 늘어지고 자기 혼자 마구 뛰다가 기다가 하는

그런 현란한 장면들을 제공한다.

시가 무엇을 해야한다라는 정의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래서 그의 시가 좋다.

그가 시쓰기를 작파하고 산문에 주력할 때도,
그의 시는 여전히 어딘가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그는 알까, 그리고 아마도 그는 어디에선가 자신의 시를 그리워하고 있을 테다.

장정일의 시를 읽는다.

햄버거와 삼중당문고, 거대한 백화점과 개미떼같은 사람들, 하루종일 방안에 뒹굴거리며 천장만 바라보던 한 소년의 꿈과 희망과 좌초된 인생...과연 좌초였는가.

장정일은 공부하고 시쓰고 자고 먹고 싸고 뭐든 잘 하겠노라고 천명한 인간이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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