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를 베끼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29
위선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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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문지시를 읽으면서 작가의 프로필을 억지로라도 보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책 뒷면은 읽어본다. 거기에 있는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쩐지 그 책은 일단 보류하게된다. 위선환의 글은 좋았다.

제목을 훑어보았다. 젊은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지를 부리려고 애쓰거나 특별한 소재에 집착하거나 감성을 과도하게 표출하려는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이 시집의 전체적인 맛은 정지해 있는 듯이 보였으나 아주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 제목은 가장 마음에 드는 시의 제목을 붙였다. 언제나 며칠이 남아 있다. 생은 살아도 살아도 그대로다. 지금 당장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나이만 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거절을 하려해도...주름살에 사로잡혀 버린 것이다.

물론, 이 시는 늙어보이지 않는다. 침착하고 여유롭다. 바라보고 잠기고 가끔은 게으른 낮잠을 잔다. 시인은 시를 쓰고 있다. 알고 보니 41년생이시라니...생기발랄함까지 묻어난다 .

시인은 어디쯤에 있을까. 사람은 나이가 먹으면 모든 것이 불분명해진다. 목소리도 생김도 성별도 모두 비슷비슷해진다. 그런 구별들이 무의미하다. 누가 누구를 닮아가고 누가 누구 안에 머무르고, 또 누구든 누가 될 수 있다.

삶에서 그냥 흘러내린 말들은 억지스럽지 않으나 나를 꿰뚫고 지나간다 .

시를 따라적지는 않아야지, 자꾸 불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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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의 눈 문학과지성 시인선 193
마종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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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시인은아름다운심장을가진사람이다.

그냥 그 이상은 없다

사람이 자신이 가진 이름만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 수 있다면, 그 이상이 어디 있으랴. 다시 읽었다. 설날새벽에 마종기가 죽은 동생에게 마치는 조시를 다시 읽었다.

새가 날아가버린 후에도  나뭇가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직 떨고 있습니다    

내가 죽고,

누군가에게 이런 조시를 받을 수 있다면 행복하다고 외치면서 술을 한잔 마셨다.

그러나 또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하더라, 아닐걸  죽을 듯이 더러운 땅을 굴러도 여기 이렇게 살아있음만으로 행복할 것이라고...

형, 미시령인가 하는 동규형시집좀 빌려주라고 했단다...마지막 통화에서

사람은 얼마나 많은 공간을 혹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점유하고 살아있는가.

자만하지 말것, 그리고 마종기를 읽을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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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문학과지성 시인선 323
마종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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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장 최대로 줄 수 있는 별은 다섯개로 한정되어 있을까.

나는 마종기의 이 시집에게 아낌없이 별을 드리고 싶은데...

의사이고, 이방인인데다가 할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가락은

묘하게 매력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도 확신한다.

슬프고 즐겁다.

이 시집 느리게 흘러간다.

사람이 제대로 된 시를 쓰려면 그 시를 살아야한다는 말을

언어가 아니라 존재로 보여준다.

어제 어떤 이가 시를 읽고 울었다기에 다시 꺼내들고 나왔다.

삶은 손가락으로 발가락으로 헤어진 양말짝으로 살아가는 법인가보다.

시인은 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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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멀지 않다
나희덕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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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서 나희덕을 다시 읽는다.

기다리면서 나희덕을 다시 본다.

기다리면서 나희덕을 다시 맛본다.

느리게 시간이 흐르고 있었고, 음악이 있었다.

세상 모든 사물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시인은 참 따숩다.

이 시집에는 김소진이 있고, 무명의 시인이 있다.

아픈 사람도 있고, 우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다.

 

시인이 말을 걸면서 선택한 방식은 크게 듣기라고 한다.

듣기 위해서 귀를 기울이는 고요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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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문학 - 김수영 전집 별권
김수영 지음, 황동규 엮음 / 민음사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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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흐린 날 아침, 다시 김수영을 읽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집이 아니라, 민음사에서 나온 빨간색 이 시집이 좋다.

멋지다.

김수영은 산문시가 무엇인지를 모더니즘시가 무엇인지를

그냥 시로 다 말해줄 수 있는 시인이다.

어떤 페이지를 펴든지 그 선과 면의 간결함에 저절로 감탄할 수밖에 없다.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우리는 고민하고 살고 있는가.

혁명과 일상을 바로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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