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묻는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30
이영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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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땅에서는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의 시집을 들었다.

쉽게 읽히지도 않을 뿐더러, 왜 이렇게 시간이 나지 않는 것인지...

이상하게 이 책을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는 동안은 어디 머리만 붙이면 까무룩 잠이 드는 것이다.

이영유의 다른 문지시집이 없지 않다.

어쩐지 그런데 이번 시집은 다르다.

아픔 중에 점점이 남긴 글자들...나는 시집의 마지막 함성호의 글을 읽고 울었다.

눈물이 많아서 탈이다.

죽은 후에 자신을 위해 이런 글을 썼다면, 얼마나 행복해질까싶어서이다.

구석구석 무언가를 부정하는 듯한 어조...극복인지 무사인지 살아남는 태도들도 좋았지만

함성호의 글, 읽어볼만하다. 그러면서 그가 제시한 이영유의 시들도 역시.

'나는 나를 묻는다' 책을 만지면 어떤 느낌이 들까. 묻는다라는 말은 물음표로 읽힐까 혹은 무덤으로?

이영유의 텁텁해보이는 인상에서 왜 이렇게 바다의 짠내같은 것이 묻어날까.

사람은 죽는다. 시인은 죽었다. 분노와 웃음이 온몸을 꽉 채우고 있었다는, 한 시인이 죽고

그의 마지막 시집을 잡기만 하면 내 손가락은 내 눈은 내 심장은 잠을 청하게 된다.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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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 문학.판 시 1
최승호 지음 / 열림원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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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시를 읽는다.

최승호의 얼굴을 본다.

그는 너무 화려하구나, 내가 아니래도 이미 너무 많은 조명아래 서 있다.

그의 선한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 시집은 나를 보게 한다. 초록색 표지도 마음에 든다. 최승호의 명상이 좋다.

고시대를 상징하는 사물들로부터 초현대적 삽화들에 이르기까지 그 안에 담겨 있는 사람.

죽음을 맞이하는 일도 혹은 삶을 시작하는 일까지도 아무렇지도 않다.

나 자신을 바라보는 일, 어차피 대단하지 않은 어쩌면 늘상 벌어지는 일이면서도 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또 나를 드디어 본다라는 현상을 인정한다면, 그 엄청난 사건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 것인가.

최승호는 모든 개인을 어떤 무대 위로 끌어올려 사유하라고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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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 개정판 민음의 시 83
차창룡 지음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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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의 미덕은 평론가의 글이 없다는 데에 있어,

이렇게 말하면 욕을 얻어먹겠지...평론가들에게는

그래도 이렇게 말해버리겠다.

나는 차창룡의 시가 좋다.

차창룡이라는 시인의 이름도 좋다.

멋부리지 않고, 억지쓰지 않고, 가만가만 이야기해주는

이 시가 좋다.

촌스럽게 시에 막 넋두리들을 붙여놓은 것도 재미있다.

시에게 정답이 어딨냐고 막 대들 수 있는 파워가 있어서 좋다.

즐거운 시집이다.

품절이라니...왜?

알라딘은 이 시집을 확보하라! 확보하라! 확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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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 창비시선 242
신대철 지음 / 창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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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작품이 있는데 그 모든 면면들이 아름다우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그리하면 시인의 길에서 밀려난 낙방자들에게는 얼마나 아플 일인가.

문지에서 시집을 내고 꽤 오랫동안 시인은 침묵했다.

나는 이 시인의 과작이 사랑스럽다.

모든 개인이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는 시공간에 주체는 우뚝 선다.

매번 그랬던 것같다.

먼 기억 속 장면이든 낯설은 땅덩이든 누구든 버려졌을지도 모를 만한 그런 처지다.

희뿌옇게 잡히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손을 내밀면 선명한 그 안으로 쏙, 들어가버릴 수 있을 것같은 착각이 있지만 신대철은 늘 그렇게 불편한 자세로 기우뚱해서 있었나보다.

그렇다면 어찌 되었든 환상속에 그대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환상에는 독한 현실이 잔뜩 묻어나오고 있으니 이것이 이 시인의 힘인가보다. 그래서 오랫동안 웅크릴 수밖에 없고 또 한동안 외도를 하든지 저 멀리 돌아오든지 할 수밖에 없는가보다. 이렇게 힘을 쏟아 시를 쓰는데, 어떻게 불꽃놀이 하듯 팡팡 시를 터뜨리랴.

신대철, 나는 그대를 시로만 뵙고 흠모할 수 있어 행복하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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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호텔
이문재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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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가 쓴 시가 나쁠리는 없다.

이문재는 그냥 그 이름만으로도 책을 사도록 하는 시인이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책을 샀다. 그러나 하드커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쩐지 예전에 하드커버시를 한권 내고 나면 으스대었다던 문학의 권력들이 떠오른다. 이건 물론 문학동네의 액션이겠지만...

역시 이문재가 쓴 시는 좋았다. 간결한 한줄, 한줄도 좋았고 주제의식도 좋다. 이문재는 모던하면서도 촌스럽다. 그래서 더 좋다. 시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그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독자들이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도록 써야 좋은 시가 되는 것같다. 잘 만들었구나, 를 느끼면 감흥은 반감된다 .

이문재의 시는 어렵지 않다. 읽으면 누구나 고개를 까닥까닥 할 수 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시는 읽지 않은 이들에게는 늘 멀고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지만...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냥 살지 말고 생각도 좀 하라고 가끔은 조르기도 하고 성토하기도 한다 .

이문재가 좋다. 역시, 시도 문학이고, 시도 자신만의 이야기틀을 가지고 있다.

유미주의도 사실은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공간에 있지 않더라는것을 요즘은 느낀다. 이문재는 세상을 향해서 똑바로 서서 호령을 내리고 침묵을 받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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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다예요 2007-03-01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문재가 쓴 시가 나쁠리가 없다, 는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거립니다. 초기시는 비유가 넘쳐나서 조금 어렵단 생각은 했지만 정말 아름다웠죠. 이문재가 쓰면 촌스러운 것도 모던해지는 것 같아요. ^^ 반가워요~

멈춤 2007-03-0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운 힘이죠, 이문재의. 시를 읽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