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3S - SUSHI.SOBA.SAKE
은미경 지음 / 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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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한류가 아니라 일류라 했던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카야가 성황을 이루고, 오코노미야키나 카레를 주 종목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한국에 분점을 내기도 하는 등 적어도 문화에 있어서는 반일감정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일본 문화나 일본 음식에 나또한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일본의 문화에 관련한 책을 몇 권 찾아보던 중 우연히 <도쿄 3S>라는 독특한 제목의 이 책을 만나게 됐다.

  IMF 때 다니던 회사의 부서가 공중분해 되자 유학중이던 남편을 따라 도쿄로 건너왔다는 저자는 음식이라는 문화를 통해 일본과 소통한다. 이 책은 저자가 그렇게 근 10년간 겪은 다양한 경험들을 음식, 특히 3S인 스시, 사케, 소바를 통해 풀어가고 있다.

  사실 읽기 전에는 온통 씨뻘건 표지가 영 끌리지 않아서 망설였는데, 내용을 보니 먹음직스러워보이는 음식 사진도 잔뜩 있고, 소바나 사케, 스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어서 술술 읽어갔다. 도쿄를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여기 한 번 가봐야지'라고 마음속으로 '찜'할 수 있게 도와주고, 나처럼 안방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스시, 소바, 사케의 종류와 먹는 법, 유래, 이에 얽힌 이야기 등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에게 유명한 <우동 한 그릇>이 원래 우동이 아니라 소바였다는 것과 소바, 스시, 사케를 막론하고 대를 이어 맛을 이어가는 장인들의 모습이었다. 획일화된 맛이 아니라 자신만의 맛, 전통의 맛을 지켜가는 이들의 굳은 심지가 느껴져 왠지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된 소재인 스시, 사케, 소바 외에도 또다른 S로 시작하는 음식인 스위츠나 스파게티도 짧게 소개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좀더 집중적으로 소개해도 좋을 것 같다. 특히 나같은 경우에는 일본드라마 <안도나츠>를 보며 화과자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이 책에서는 자세히 접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뭐 그래도 이 책의 주된 소재가 스위츠 쪽은 아니니까 할 수 없지만.)

  단순히 음식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마츠리(동네 축제), 일본의 어린이날, 해넘이 소바 등 다양한 일본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언제 사케를 한 번 마셔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얻은 정보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왠지 블로그의 글을 묶은 것처럼 약간 산만한 느낌도 있었지만 가볍게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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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의 슬픔
테즈카 오사무 지음, 하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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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밀림의 왕자 레오>나 <우주소년 아톰>과 같은 만화를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데즈카 오자무는 앞서 언급한 작품 외에도 약 700여 편의 만화와 60여 편의 애니메이션을 남긴 재패니메이션의 창시자다. 그런 데즈카 오자무의 삶, 그리고 그의 세계관를 엿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 <아톰의 슬픔>이다. 사실 데즈카 오자무의 삶이나 그의 작업세계보다는 텍스트로 아톰의 형상을 그린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는 다소 불순한 동기로 읽게된 책인데 표지만 좋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꽤 고민해 볼 메시지가 많이 들어 있는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우주소년 아톰>과 같은 만화는 그저 아이들이나 보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만화 속 등장인물을 통해 전하려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느끼며 그저 그런 만화가 아니라 '휴머니즘'을 가진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괴되는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 소외되는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전쟁의 잔혹함에 대한 이야기까지 저자는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의 부조리와 모순을 감싸 안고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이를 조금이나마 치료하고자 노력했다.

  데즈카 오자무가 죽은 지도 거의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그가 남긴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하릴없이 정보 중독에 빠져든다고 경고하는 부분에서는 무의미하게 클릭하게 되는 수많은 인터넷 기사가 떠올랐고, 상업주의를 통해 아이들이 규격화된 인간이 된다는 부분에서는 너나할 것 없이 닌텐도 게임을 하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밖에도 무척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마저도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박정희 정부가, 자연과 인간성을 외면한 채 오직 진보만을 추구하는 모습에서는 개발을 위해 환경을 서슴없이 파괴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제법 얇은 분량이고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나 작품 이야기가 곁들여져 가볍게 읽을 수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었다. 점점 자신 이외의 환경이나 사회에 관심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따뜻한 마음으로, 조금만 더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자고 이 책은 조용히 외친다. 책을 놓으며 그 작은 외침을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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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재처럼 살아요 - 효재 에세이
이효재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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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작은 쉼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을 볼 때면 '아...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 <효재처럼 살아요>의 저자 이효재도 이미 TV나 두 권의 책으로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대중에게 선보여 '살림의 여왕'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 등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효재라는 인물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별 바탕 지식이 없이 책을 읽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기존에 나왔던 <효재처럼>, <효재처럼, 보자기 선물>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효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보통의 책이라면 서문에 유명인들의 추천사가 달리기 마련인데, 독특하게도 <효재처럼 살아요>에는 독자들이 쓴 편지의 일부가 담겨 있다. "은은한 달빛처럼 선생님이 지으시는 친절함과 아름다운 일들이 주위를 더욱 환하게 하리라 생각합니다" "집안일과 가사활동이 얼마나 가치가 있고, 창의적인 행위라는 것을 속속들이 깨닫게 해주었답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읽으며 '대체 효재가 어떤 사람이기에'라는 궁금증이 들어 다음 페이지에 절로 손이 갔다.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선물, 살림, 아름다움, 부부, 나이 듦. 총 6장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왠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사실 처음엔 이 책을 읽으면서 '다 먹고 살만하니까 그러는거야'라는 비뚤어진 생각을 갖기도 했지만,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손목이 아프다는 구절이나 서울과 시골을 오가는 피곤한 생활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 등을 보며 '이 사람은 진짜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효재처럼 살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즐기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그것이 바로 효재처럼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인형에게 이름을 붙여주며 애정을 쏟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기도 했지만, 오히려 '아이 키울 에너지를 보자기 싸는데 쓰고, 남는 시간에 풀을 뽑으며 살다보니 살림의 여왕, 보자기 아티스트, 한복 디자이너, 자연주의 살림꾼, 한국의 타샤 튜더 등등 온갖 칭찬은 다 듣고 산다고 아이 없는 것도 자신의 복'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여러 감정이 교차됐다. 나도 남과 다른 삶을 살게 됐을 때 과연 그것도 나의 복이라고 생각하며 순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환한 미소가 어울리는 이효재라는 사람이 겉보기와는 달리 속은 단단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진이 많이 담겨있고, 그 속에 저자의 이야기가 조곤조곤 담겨 있어서 오후 햇살을 받으며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책을 잘 읽지 않았던 엄마에게도 부담 없이 권할 수 있을 것 같은 책. 그냥 그런 에세이가 아니라 바쁜 하루에 마음의 쉼표를 찍을 수 있는 휴식 같은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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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9-04-08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읽고 싶어서 어제 서점에서 잠시 보려구 했더니 비닐로 꽁꽁 싸여 있네요.
님 리뷰 읽으니 읽고 싶은 마음이 더 듭니다. 구입해야 겠네요.
제목도 참 예뻐요. 이렇게 웃음을 잃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야 할텐데.....

이매지 2009-04-08 13:23   좋아요 0 | URL
포토리뷰라도 올려볼까요? ㅎㅎ
내용도 책도 예뻐요~ 꼭 읽어보세요~

dada 2009-04-08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리뷰네요 저도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 ^^

이매지 2009-04-08 22:40   좋아요 0 | URL
수정할 부분이 많은 리뷴데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

xpel1408 2010-03-25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효재씨도 꾸밈없이 이쁘고 그녀의 손이 거치는 모든 것이 예뻐요^^

이매지 2010-03-25 20:45   좋아요 0 | URL
저도 따라해보고 싶었는데, 손재주가 없어서 그런지 영 어색하더라구요 :)
하지만 마음만은 효재처럼! ㅎㅎ
 
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 - 문인 29人의 춘천연가, 문학동네 산문집
박찬일 외 엮음, 박진호 사진 / 문학동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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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1시간 정도만 외곽으로 나가면 도시의 번잡함과는 거리가 먼 조용한 풍경이 펼쳐진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아는 사람을 발견하기보다는 낯선 사람들을 그저 무관심하게 바라볼 뿐인 서울. 그런 서울의 삭막함이나 무관심과는 달리 길을 걷다가 아는 사람 한둘은 만나게 되는 작은 도시,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그런 폐쇄성 때문인지 그들끼리 더 친밀한 춘천에 대해 스물아홉 명의 문인들이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에서 자란 내게 이들 문인이 전하는 '고향'의 이야기를 읽으며 할머니가 계셨던 시골 큰 집이 생각났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사도 가지 않고 똑같은 집에서 살고 있으니 서울이 고향이라 할 법도 하지만 재개발을 한답시고 뚝딱뚝딱 아파트가 올라가는 동네의 낯선 풍경, 하나 둘 떠나버린 이웃들보다는 차라리 휑하게 논밭만 있다 해도 이웃끼리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는 시골 큰 집이 더 고향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시골이 도청소재지가 될 예정이라 이 또한 변하게 될 풍경이겠지만.) 친구나 어머니의 죽음, 혹은 실연의 아픔이나 어두웠던 학창 시절 등 마냥 따뜻한 추억으로 춘천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자에게 춘천이란 언제 어디서라도 항상 만날 수 있는 꺼지지 않는 등대처럼 자리한다. 바쁜 삶을 살면서 자신의 자리를 알려주는 등대 혹은 이정표가 있다는 것. 그들에게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 속에 화자는 저마다 자신의 시선으로 춘천을 바라본다. 사실 읽기 전에는 춘천 출신 혹은 춘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문인들의 이야기를 묶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단순히 그런 문인들의 이야기만 담은 것이 아니고 다른 지역 출신 문인들이 바라보는 춘천의 모습도 그려져서 오히려 더 좋았다. 아무래도 자기 고향을 이야기할 때면 저마다 조금이라도 좋게 포장하려고 애쓸 텐데 너무 주관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춘천을 바라보는 모습도 있어서 균형을 찾을 수 있었다. 또 이야기에 맞는 사진이 곁들여져 글을 읽으며 마냥 '이 곳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29명의 문인의 이야기를 엮다 보니 아무래도 장소가 겹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특히 '청평사'의 경우에는 사람마다 다르게 추억하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착시현상을 설명할 때 나오는 소녀 혹은 할머니처럼 인식하는 그림처럼 보는 관점에 따라 색다른 청평사가 다가왔다. 어떤 이는 자신의 연애와 청평사를 연결해 청평사에 세 번 갔지만 세 번 모두 아니 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나간 사랑을 추억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청평사에서 술과 저녁을 먹고 흥에 겨워하다 홀로 강가로 내려가 달빛에 물든 강물을 보며 신비로운 기분에 빠져들고 자유를 느꼈던 것을 추억하기도 한다. 공지천, 춘천가도 등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지명을 듣고 있자면 나도 그곳에 가서 나만의 추억을 하나쯤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 춘천하면 '춘천가는기차'와 같은 노래가 전하는 훌쩍 떠나기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나 영화 <말아톤>에서 본 춘천 마라톤의 모습, 강원 도청 소재지 정도가 떠올랐다. MT로 강촌은 몇 번 가봤지만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춘천은 언제든 떠날 수 있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 '언젠가 막국수나 닭갈비를 먹으러 가야지'라고 괜한 몽상을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 책 <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을 읽으며 여러 문인의 춘천에 대한 추억이 얽힌 이야기를 읽으며 날씨가 풀리고 알록달록 물이 들 무렵이나 비 오는 어느 날 춘천에 한 번 가서 그들이 사랑하는 춘천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누군가의 춘천이 아니라 나만의 춘천이 될 춘천이, 그리고 그곳에 갈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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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3-18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춘천에 애틋한 추억이 있는 저에게 좋을 책이란 생각이 드네요.

이매지 2009-03-18 23:27   좋아요 0 | URL
꿈꾸는 섬의 춘천에 얽힌 애틋한 추억은 뭘까 궁금해지네요 :)

turnleft 2009-03-19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고향이기도 합니다 ^^;

세실 2009-03-19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담아 두었는데 님 글 읽으니 더 호감이 갑니다.
춘천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참 정겨워요.

이매지 2009-03-19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urnLeft님 / 앗. 고향이 춘천이셨군요 :) 한 번 읽어보세요~~
세실님 / 여러 문인의 글을 묶은 책이라 산만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작품 간에 좀 더 재미있고, 살짝 재미없고 이 정도 차이는 있는데 전체적으로 괜찮더라구요. 세실님도 한 번 읽어보세요. 그러고보면 '춘천'이라는 지명 참 예쁜 것 같아요 ㅎㅎ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김영하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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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읽었던 <김영하 여행자 도쿄>가 실망스러워서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라는 부제가 달린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도 그냥 사진으로만 채워져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한예종의 교수로 있었고, 자신의 이름을 건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간간이 TV에 얼굴을 내비치기도 하면서, 신문에 소설을 연재하기도 하는 등 김영하는 가장 바쁜 작가로 살아갔다. 누가 보기에도 성공한 작가의 삶을 살았던 그가 돌연 대학 교수와 라디오 진행이라는 안정된 환경을 버리고 시칠리아로 떠난다. 당연 독자는 '대체 왜?'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이 책은 그렇게 자신이 가졌던 것들을 버리고 시칠리아로 떠나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 인간 김영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고 많은 도시 중에 김영하는 EBS에서 세계테마여행을 찍기 위해 다녀왔던 시칠리아에 다시 가기로 결정한다. 이전에는 제한된 일정 내에 촬영을 마치기 위해서 허겁지겁 둘러봤다면 이번에는 아내와 함께 느긋하게 시칠리아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는 시칠리아를 여행하며 한국에서 자신이 버리고 온 것에 대해 생각한다. 집을 정리하면서 나온 수많은 잡동사니들, 그리고 정리를 하며 가치를 매길 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책들.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지만, 그는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팔거나 버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비워간다. 그렇게 모든 것을 비우고 시칠리아를 여행했기 때문인지 그는 한층 여유로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에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며의 감상이 들어가있고, 뒤이어 시칠리아로 건너가며 겪는 사건들이, 마지막으로 시칠리아를 여행하며 겪는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저마다의 색깔이 달라서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도 여러 권의 책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의 이야기가 가장 인간 김영하의 속내를 드러낸 부분이었다면, 시칠리아로 건너가며 겪는 이야기는 입담 좋은 화자가 들려주는 평범한 여행기, 시칠리아를 여행하며 하는 이야기는 정이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저자의 인문학적 지식이 겸비되어 하나의 안내서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여행자> 시리즈에 비하면 훨씬 괜찮았지만, 그럼에도 작가의 에세이라고 하기엔 역시 좀 약한 느낌. 이왕이면 다음에는 제대로 된 소설로 만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시칠리아에 대해, 김영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으로 김영하와 함께 시칠리아로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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