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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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를 권하는 사람의 항목 중에 “왠지 모르게 위기감을 느끼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막연하고, 분명히는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그게 나다. 

경제 성장, 민주주의 , 평화, 지속가능한 문명, 환경오염, 미국의 패권주의 등등...... 지난 수십년간 고도 경제 성장을 경험해온 사회들에서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절박한 관심하가 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이 문제들은 저자가 처음 다룬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제기되어 온 논쟁들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논의들을 어느 책보다도  비교적 잘 지적하고 있고, 대안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게끔 하고 있는 것 같다.


문제의 핵심은 경제 성장에 대한 검토되지 않은 맹목적 신앙에서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부의 분배 방식은 이것이었다. 기술의 발달로 풍부해진 파이를 재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파이 그 자체가 커지면 작은 조각도 그 나름대로 커질 테니 모두 만족할 수 있게 끔 될 것이라는 경쟁 성장 논리이다. 이 논리를 통해 경제적 수치로 환산될 수 있는 물질적인 측면은 제외한 인간적으로서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다른 경로들은 없어져 버렸고, 갈수록 빈부의 차이는 극심해져 가며, 민중들이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방법들은 점차로 약화되어 간다. 그 뿐인가. 자연환경은? 지금의 인간 사회의 소비 행태와 사회 구조는 필연적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자원을 낭비하고, 수많은 쓰레기를 폐기하는 등의 생태계 파괴를 일삼고 있다. 이것이 상식적인 사회의 모습은 분명 아닐 터. 그러나 경제정치 세계론이 패권을 잡고, 그것이 상식이 된 사회에 살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벌써 비극인거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두 가지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방법을 배워 왔다고. 하나는 ‘일 중독’이고 하나는 ‘소비 중독’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대의 사회는 경쟁 사회이다. 경쟁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기본적인 감정은 두려움이라고 생각한다. 암묵 속에 존재하는 두려움이다. 열심히 쉬지 않고 일하지 않으면 가난뱅이가 될지 모른다, 집 없이 떠도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고 하는 공포. 병에라도 걸리면 병원에 가야 하는데 그 병원비를 지불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공포. 결국에는 어떻든 일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개인적인 선택 쪽으로 기울어진다.


그런 공포가 있다는 것은 사회의 안전구조가 약하기 때문이다. 경쟁사회란 기본적로 그런 구조이다. 즐겁기 때문에 일을 한다 혹은 계속 한다기보다는 공포가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는 사회이다.


저자는 파이의 크기를 늘려 가난한 나라와 국민들에게 돌아갈 몫도 키우자는 눈감고 아웅하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경제성장을 부정하는 '대항발전'을 하자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사회 속에서 경제라는 요소를 줄여 나가도 사람들은 최소한의 것만으로도 별 탈없이 살 수 있다고. 산업혁명 이후 줄곧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 왔으면서도 여전히 과로와 스트레스로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그는 서비스와 상품 구입 대신 자신이 스스로 창출할 수 있는 미의식과 감성을 기르라고 한다.


이것은 딴소리 같지만, 나는 배우 임현식이 좋다. 경직되지 않은 털털한 아저씨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달까. 나는 인물 비평가도 아니고 뭣도 아니니 그럴싸한 표현으로 그가 왜 좋은지를 말할 재간이 없지만, 요는 이거다. 그는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에게서 보이는 넉넉함이 있는 것 같다. 교외에 있는 집에서 자기 소유의 텃밭과 농장을 아내와 함께 일구는 모습을 모 아침 토크쇼에서 보았다. 악기가 몹시 배우고 싶어서 바이얼린을 배웠다고. 


실천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데에 있다. 세상이 앞으로 점점 경제의 교환 가치 이외의 본래적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감성과 미의식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가 부활한다면, 시장 경제가 우리들의 생활에서 갖는 지배력은 많이 약화될 것이다. 그리고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고 있다는 믿음에서 희망이 솟아나며, 전정으로 일에서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밑줄 그은 문장


"언어는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수단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 속에는 온갖 인간의 경험이라든가 마음이라든가 역사라든가 미의식이라든가 사고방식이라든가 세계관이 들어 있다. 그것은 의미의 창고이자, 감각의 창고이고, 기억의 창고이기도 한 것이다. 어떤 한 언어는 인류 문화와 문명의 일부이자 인간의 한 가지 가능성이 거기에 실현되어 있다. 두 세대라는 짧은 시간에 5000개 이상의 언어를 잃는다는 것은 아마도 역사상 예가 없는 문화적 재난일 것이다."


"오늘날 산업 노동자의 생활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부자유스러운 노예의 삶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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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10-06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포가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는 사회이다,,,으음. 정말이지 파이는 커졌지만 빈곤과 숨가쁨은 증폭되는군요.예전에는 구멍가게라도 한다손 쳐도 요새는 대형마트가 그런 구멍마저 막아버리니.착잡합니다. 욕망을 강매하는 사회에서 느긋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막연하게 느끼기만 할 뿐 실천할 줄 모르는 인간이 바로 접니다.ㅜ.ㅜ

icaru 2004-10-06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님도 그러셨더래요....하하...

요즘 ..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닌데...제 속에 노예 근성이 삐질삐질 솟아나서 화날라그래요...전, 겉보기엔 아니 그러는거 같음서도...끊임없이 오너의 눈치를 보면서 그가 요구하는 대로 일을 해내기 위해 스스로 노예가 되어가는 줄도 모르고 속을 끓여대는 스타일이라죠..

적어도 양심이 따르는 한에서 내지는 마음이 시키는 한에서...살아얄게 아닌가라는...생각도 들고요...

제가 이 지경이 될 때는... 또... 이런 책이 단약방인거 같드라고요...


아무리 세계화라지만...미국의 자장이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살면 을매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또...통일은 빨리되어야 하겠다는 생각도요...요 아래서도 말했지만... 미국이 우리 나라를 자기네 꼬붕정도로 쉽게 생각할 수 없을라믄...통일이 앞당겨져야 할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설령 우리의 물질적인 생활이라는 것이 하향평준화가 될망정... 제가 뭘 모르고 하는 소릴라나요....^^ 그렇더라도요...^^

설박사 2004-10-06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봉일과 텃밭 가꾸기라... 땅이 비싸서 서울에 텃밭이 있으려면 꽤 부자여야 할 것 같은데요.ㅋㅋㅋ 아마 저자가 꽤 부자인듯....
일을 하고 싶은 만큼만 하고 그만한다고 하면 회사에서 짤리기 쉽겠지요. 개인적인 성향의 문제보다는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고 봅니다. 저도 여유롭게 살고 싶은데 회사에서 가만놔두지를 않아서요. ^^

내가없는 이 안 2004-10-06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복순이언니님처럼 성실한 사람을 노예근성이 있다고 하면 쓰겠어요. ^^
그런데 요 위의 설박사님의 의견에 저도 좀 동의를 하는데요, 어쩌면 제가 박민규의 소설을 읽으면서 들었던 의문과도 상통되는 부분이지요. 글쓴이는 사회구조의 취약점을 말하고 있고 그 대안으로서 작은 실천을 먼저 얘기하고 있지만, 그걸 얼마나 해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내 속한 곳에서 떨어져나와 개인 플레이를 하는 것이 박민규 같은 이까지는 가능하겠지만 그에 못 미치는 사람은 어디 따라나 가겠어요?
하지만 아무튼 복순이언니님 마지막 미국 운운하신 건 절대적으로 동감이에요. 주식이나 땅값만 해도 앞으로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움찔거린다는 게 정말 화나는 일 아닌가요... 결국 잡탕 같은 코멘트가 되었군요. 헤헤.

icaru 2004-10-07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박사 님....아흐 그리고..울..이안님....

음..서울에서 텃밭과 재봉일을 상상하지...흐...그렇긴 하네요..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살라는 것이...요지겠지요...

허긴...우린 누구보다도... 원하는 만큼만 일하고, 이웃 사람들과도 알고 지내고, 내밭도 일구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모두다...직장을 때려치우고 돈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그러기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고요...그런데 값비싼 대가라는 거...말이지요... 사회가 조금 바뀌고 사람들의 상식이 조금씩만 바뀐다면, 그다지 힘들 것도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에요. 물론 그런 사회가 아직은 요원하지만요...음... 돈이 없어서 무서운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일련의 공포가 사회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공생하는 사회...서로 도와 주고... 그 어떤 이도 빠짐없이 서로 뒤를 돌보아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지욤.... ! 물론 아직 먼 길 같지만...영 글러먹은 거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거 있지요...


이건...필자의 생각이고...또...저의 작은 생각입니다....

실천의 국면에 들어서면....음...정말정말...쉬운일은 아닙니다...
님들 말도 마자요...!

하루살이 2004-10-07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정말 간단한 일부터 시작하면 될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항생제를 잔뜩 먹인 고기를 먹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왜 몸에 나쁜지도 압니다. 그래도 끊지 않습니다. 아니 끊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고기를 생산하는 방법을 바꿔야 하겠지요. 유기농 채소 좋은 것도 다 압니다. 하지만 장바구니에는 싸디 싼 농약 듬뿍 무친 채소가 들어가 있죠. 싸다 맛있다 라는 논리가 환경 건강보다 앞서 있습니다. 소비자가 변하면 공급하는 사람도 변할 수밖에 없음에도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살아갑니다. 채소가 모두 유기농이 된다면 가축이 모두 방목된다면 그 공급의 양은 적어지더라도 오히려 가격은 지금처럼 비싸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향해 손가락질 한다는 것. 해결의 출발점은 바로 그곳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참, 어제 환경스페셜을 봤는데 역시 환경의 문제는 개인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겠더군요. 아무리 유기농재배를 하더라도 축농업체가 항생제를 쓰는 이상 물과 땅의 오염으로 유기농채소도 내성균을 갖게 되더군요. 개인 개인 스스로가 함께 변해야만 합니다. 국가나 정부가 움직이지 않을때는)

icaru 2004-10-07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

비로그인 2004-10-08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끄덕끄덕..

요하니 2005-02-03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그래서 .... 작은 실천을 강조하는 아래글도*^^* 좀 깁니다. 심 호흡하고 읽어야 합니다.
http://blog.empas.com/johan27/4318272

icaru 2005-02-19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하니 님~ 반가워요!!!!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레미 말랭그레 그림, 드니 로베르 외 인터뷰 정리 / 시대의창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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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츨라프 하벨이 제 7회 서울 평화상에 수상되었다고 한다. 서울(?)의 평화(?)를 주는데 저 외국인이 상당히 일조를 했나? 허울좋은 세계화!!! 구호 속에 묻혀 과연 '서울 평화상'의 의미는 무언지.......!!

나는 그 사람을 잘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한번 주말에 하는 퀴즈 프로(검색 문제로 저 상과 저 사람의 이름이 나왔다.)를 보고, 서울평화상 수상자라는 하벨이 너무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본적이 있다.

찾아보니...하벨은 공공연하게 김정일을 “세계 최악의 독재자”라면서 “그는 핵과 미사일 등으로 세계를 협박해 받아 낸 식량을 군대 등 자신의 충성 세력에 나눠줄 뿐 주민들은 굶어죽어도 상관하지 않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는 내용의 기사들(하벨과 부시는 토시 하나 안 틀리고 같은 말을 이구동성으로 하고 있는 듯하다...)을 접할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벨이 왜 미국이 가장 높이 받드는 ‘유럽의 양심’으로의 상징적 존재인가 라는 점이다. 하벨은 공산주의 치하에서 체코의 민주주의 체제로 바꾼 사람으로, 미국이 대놓고 칭찬하기에 딱 좋은 지식인 계층이다. 그런데 당시 하벨과는 반대 급부(미국의 입장에서)의 엘살바도르 지식인 6명이 소리 소문없이 미국이 훈련시킨 코만도들에 의해 살해당했다. 이것은 거의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이 쯤에서 드는 생각은 언론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하는 것이다.


촘스키는 1966년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지식인의 책무’에서 ‘지식인은 정부의 거짓말을 세상에 알려야 하며, 정부의 명분과 동기 이면에 감추어진 의도를 파악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미국이 자신을 향해 어떤 비난과 질시를 하든 개의치 않고 미국의 ‘외교정책- 언론-지식인’의 유착 관계에 주목하여 그 본질을 폭로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촘스키는 말한다. 통찰력 있는 지식인이라면 대중을 그저 무기력한 구경꾼으로 만드는 이런 흐름을 충분히 꿰뚫어 보았을 것이나, 대부분의 지식인은 입을 다문 채 대중을 국가에 종속시키려는 이런 음모에 가담한다. 왜? 그것이 이들의 밥줄이기 때문이다.


촘스키는 현재의 경제 체제는 엄청난 권력을 지닌 개인 기업들이 서로 전략적으로 연대하고 강력한 국가 권력에 의존하면서 위험과 비용을 분산시키는 체제라고 말한다. 대중의 각성과 경계 이외에 현 사회의 미래를 보장해 줄 것은 없는 것이다.


아니 그렇다면, 가슴이 벌렁벌렁 뛴다. 그리고 나는 일순 무정부주의자처럼 지배구조와 계급구조는 어떤 형태를 띠더라도 의혹의 대상으로 삼아 그 정당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부르짖고 싶어진다.

하지만 나같은 일개 개인이 무슨 힘으로, 어떻게. 알고는 있지만 어찌해 보지 못하는 방관자로..... 남게 된다.


때때로 국민은 세상사를 완벽하게 꿰뚫어보고 있지만, 혁명 세력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앞장서서 기존 질서를 뒤바꾸려 한다면 그 대가를 호되게 치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노동 조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당신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치면, 나의 동료들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겠지만, 나는 절대 그 열매를 즐길 수 없다. 오히려 나는 끊임없는 회유와 협박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행동하고 싶다면 주변의 소리에 귀를 막아야 한다. 그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자유롭게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촘스키는 이런 곤경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조직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노동 조합을 조직화된다면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희생을 수월하게 넘길 수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민주화의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정치 발전의 결과를 이뤄낸 것들로 생각하기 쉬운 여성 권리 신장이라던지, 인권 개선과 같은 법안들 하나하나는 사실 정치적 공백을 메우려는 의원의 노력으로 이뤄낸 결실이 결코 아닌 것이다. 일개 개인들이 피흘린 희생의 결과물이고 인권을 보호하려는 여론들의 거센 압력을 통해 통과된 것이다. 사회에 영합하지 않는 반체제 인사들의 투쟁물들인 것이다.


대중을 얌전한 방관자로 만드는 정책에 편승하지 말아야겠다. ‘대중은 각자의 삶을 영위하는 데 전념할 것이고, 순간적으로 유행하는 소비재와 같은 피상적인 것에 열중하게 될 것이다. 모든 단계의 정책 결정에서 ‘참여자’가 아니라 구경꾼에 머물게 될 것이다.‘라는 생각 따위 여지없이 깨 주어야 한다.  


“대중이 저항하고 싸워서 때때로 승리를 거둘 때에야 진정한 변화가 있을 뿐이다.”


밑줄 그은 문장


“정치 투쟁은 거짓말을 폭로하고, 그에 관련된 주역들과 꼭두각시들을 구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또한 우리 모두가 관련된 문제를 합리적으로 제기하면서 그 문제를 현실적 차원에서 분석하는 것도 정치 투쟁의 한 부분이다.


“세계화는 결코 자연스런 현상이 아닙니다. 분명한 목표점을 지향해서 정치적으로 고안된 현상입니다.”


“군부가 이처럼 특별 대우를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가 자유로워질수록 지배 계급이 공포심을 조장하고 선전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모두가 두려움에 떨며 산다. 범죄자를 두려워하고, 마약 밀매자를 무서워한다. 심지어 흑인과 외국인까지 무서워한다. 미국의 테러에 대한 두려움을 유럽인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


“코소보 사태의 경우 인공 청소를 종식시키기 위해  그랬을까...미국과 유럽은 발칸 반도의 국가들이 제 3세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일치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값싼 노동력을제공하는 국가여아 한다는 뜻이다. 보스니아를 원조하면서 외국인의 투자를 개방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것이 그 증거이다. 요컨대 발칸 반도의 국가들은 유럽의 멕시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략>  조만간 세르비아의 산업기지와 광산이 다국적 기업의 소유가 될 것이다. 경제 정책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금융기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달리 말하면 독립을 쟁취한 후에도 수십 년 동안 실질적으로 식민 지배를 받았던 세계의 다른 지역들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구 소비에트 연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토 군이 주도한 전쟁은 미국이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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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9-27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흥~추석 하루 앞두고 리뷰 올리는 복순 언니. 대단해요. 물론 못 올릴 것도 없지만...시댁은 안 가는지? 독서 수준이 나날이 일취월장 하는가 봅니다. 난 감히 만져 볼 수도 없는 책을 언니는 완독했구료. 내 추석 선물로 추천 한방 하리다. 추석 잘 지내요.^^

icaru 2004-09-30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녀유~ 이거 저도 사회과학 쪽 책은...당최 잘 읽지를 못하는데... 이것은...이해를 돕는 삽화도 많이 나오고요..또 중요한 내용은 볼드로 처리해서 헤드문구로 반복해 주구요... 헉헉헉...
님두 꼭 읽으셔용... 근데...저 리뷰...다시 읽어보니... 넘 흥분했고...또...넘 진지한 거 같네요..크흐...역시..잘 안 써 본 분야의 리뷰는 좀...날것의 느낌이 들게...리뷰조차 낯서네요...

비로그인 2004-09-30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입 다물어지지 않음..)

icaru 2004-10-06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잉.... 왜유??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이명원 지음 / 새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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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을 편히 읽지 못한다. 문학 평론을 하는 그가 쉽게 글을 써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몇 줄만 읽어도 알 수 있기에, 나도 편안하게 그의 글을 읽어내지 못하는가 보다.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라는 이명원의 이 책.

마음이 소금밭인 것은 어떤 것일까. 대충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이 소금밭일 때, 이명원은 책을 읽고, 글을 썼지만 나는 어떻게 대처했던가 생각해본다. 나는 그저 조용히 무덤 속 같은 몇일 보내고는 서서히 나를 괴롭힌 심각한 사안에 대해 잊어버리는 방식을 택하며 살았던 거 같다.


지금의 내 마음도 전전긍긍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책은 내 이해의 맥락에 닿는 부분에 한해서는 아픈 곳을 위무해주고 또한 깊은 울림까지 주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직함은 문학비평가이지만, 이 책은 그가 문학을 포함 여러 분야의 책들을 읽고, 영화를 보고, 여러 매체를 접하면서 품은 여러 단상이랄까 생각들을 엮은 책이라서, (소금밭 같은 마음으로 도서관에 가, 책을 읽고 쓴 이 글들일지라도) 사실은 허리끈 조금 풀고, 편안한 자세로 읽어도 된다.

 

그의 지적에 크게 공감하고 고개를 주억거렸던 부분은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다.


문학계에서의 통칭 ‘후일담 문학’이라는 용어에 대한 그의 말. 이 용어는 80년대에 정력적으로 진행되었던 진보적 실천행위를 냉소적으로 부정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90년대 이후의 현실을 환멸적으로 추수하게 하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끄덕끄덕...)

 

영어를 공용화해야 한다는 복거일의 주장과 유사한 것이 수백년전 박제가에게서 있었다. (그의 책 <북학의>를 읽고) 복거일의 주장과는 또 조금 다른 뉘앙스지만, 시대적인 맥락은 이랬다. 당대 조선사회의 위기를 청나라 문명의 적극적인 수용을 통해 돌파하고자 했던 박제가의 의욕에서 나온 주장이라고. 박제가는 중국어가 문자의 근본이며, 문명어이며, 언문의 일치가 중요함을 강조, 조선이 청나라와 같은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언문으로 표상되는 조선어를 버리고, 중국어를 국어로 활용할 필요하기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리고  인재 등용의 루트를 다변화할 것을 주장했다. 

박제가의 이 글을 통해 한 사회의 타락과 몰락을 제어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은, 사회적 모순이 심각하게 돌출되고 있는 그 순간에 이미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고, 이 등잔 밑의 정책 대안을 지배층이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민중의 고난은 감당할 수 없이 심화되곤 했다는 사실이다.

박제가가 고뇌 속에서 정책적 대안을 구상하고 있던 때나,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지금의 현실이나 민중들의 고통은 여전하지만 지배층들의 한심하기 짝이 없는 권력 투쟁은 그 끝을 모르고 전개되고 있다. (끄덕끄덕...)


이 책이 흥미를 발하는 결정체를 사실 나는 다음과 같은 장에서 꼽고 싶다. 무언고 하면, 비평을 하는 비평가 자신(이명원)이 도데체 독자들이 비평을 읽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스스로하고, 답한  것.  이것은 어쩜 비평가 스스로에게 거는 가혹한 질문일 수도 있다. 그는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답을 다음과 같이 한다.


첫째, 인식의 새로움에 기여하는 비평을 발견하기 힘들다.

지적 쾌락을 선사하는 좋은 비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관습적이고 상투적인 사유로부터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둘째, 육성이 담겨 있는 비평을 찾기가 힘들다.

깊은 감동을 주는 비평은 싸늘한 분석적 논리에 기반을 한 것들이 아니라, 비평에서 비평가 자신의 고통스런, ‘육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체취를 내뿜는 것이었다. 비평에서 육성이 사라질 때, 한편의 평론은 수학능력시험 대비용의 문학 자습서와 비슷한 운명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셋째, ‘지식 잡화상’과 같은 비평가의 태도도 문제다.

지식 잡화상인 비평가는 기이한 열정으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잡다한 지식을 동원하여, 지랄탄을 쏘아 댄다고. 독자들은 이러한 비평에서 자신의 무식이 추궁당하는 느낌에 빠졌다가, 시간이 지나 그것이 한갓 언어의 사기술에 불과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비평에 대한 자신의 시선을 거두어 들인다. 무관심이 복수라고.


넷째, “주례사” 비평의 토양에서 자라난 비평 전반에 대한 독자들의 불신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밖에 끄덕여지는 구절들이 많았다. 모방송사의 <느낌표!>라는 프로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생각들. 아, 그리고 언론상에서 ‘사회지도층’이라는 표현을 접할 때마다 한국사회가 언어 생활의 측면에서 보자면 중세적 신분사회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도. ('지도층'이라니, 누가 누구를 지배한다는 것인지.)


‘사회지도층’과 같은 시대착오적인 표현이 이 뿐일까. '경쟁력, 퇴출, 왕따, 조폭, 홍위병'과 같은 유쾌하지 않은 단어가 세상에 버글버글하다.

언어를 순화한다는 것. 글쎄.....

언어가 바뀐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세상이 더욱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또 그러한 세상을 열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제대로 존중받는 사회가 온다면, 우리들의 국어사전도 풍요로워질 것이다. 왜냐 하면,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하니까.


밑줄 친 문장

 

"그들(김현과 김윤식)이 패배자인 것은 그들의 문학과 삶의 실천이 패배했기 때문이 아니라, 승리를 불가능하게 하는 놀라운 것은 그들이 패배자임을 인정하는 순간, 그들은 오만한 승리의 잔을 들게 된다는 사실에 있다. 스스로 패배를 자인하는 것은 운명을 거역하는 자의 오만함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 오만함은 인상을 찡그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패배에 우리가 마음 깊이 공감하게 만든다. 비평에 깃들인 이 근본적인 불가능성을 가장 예민하게 사유한 비평가는 김현이다."


 

"멋부린 문체라는 것이 뻔히 보이는 글을 읽기에 내 인내심은 걸맞지 않다.

기형도의 어조를 흉내내, 잘 있거라, 짧았던 읽기여! 이렇게 말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느낌표가 따발총으로 이어지는 문자들을 발견하면, 숨가쁘기보다는 안쓰러워진다. 전혜린이 살던 시대나 어울릴 법한 새벽의 감상은, 역시 완연한 올드 패션이다. 소설가 김훈의 문체를 아름답다고 하는 사람은 많으나, 그 아득한 뱀을 연상하게 만드는 문장들은, 언어적 페티시즘이다. 적어도 소설은 문체의 충만을 넘어서는 곳에 존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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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09-1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랄탄에 한 표/김 훈의 문체에 대한 표현에 한 표. 그나저나 더빙의 목소리와 비평가들의 목소리는 왜 저렇게 듣기 거북한 번역체인지.

icaru 2004-09-15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단어에서, 피식 웃음을 자아냈네요. 지랄탄...ㅋㅋ... 그리고 김훈의 글들...특히...<밥벌이의 지겨움>을 산만하게 읽어냈던...내게....저 글이 김훈 글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변명거리를 제공했어요...^^
아 그리고...제가...말씀 드렸었던가요... 너무 낡은 세상에 너무 젊게 오다...(?) 라는 책...이요...책 표지가 연두색이라서..홀딱...반했다고... 이 책도 그렇네요 ^^*

내가없는 이 안 2004-09-15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론가로서는 가슴 쓰릴 비판을 했군요. 저도 지랄탄 표현에 끄덕끄덕합니다. 도대체 그 잘난 자기만의 해석들을 왜 그리 자신있게 쏟아낼까 싶을 때가 있죠. 문학평론이니 영화평론이니 하다못해 주식시장 해석까지. 그런데 김훈의 소설을 읽을 때는 글쎄 문체라기보단 이미지라는 느낌이 들던걸요. 저걸 유려하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그의 소설에는 마음을 두게 되니 참...

superfrog 2004-09-15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평가뿐만 아니라 온갖 잡스런 정보들로 글을 쓰는 인간들도 있죠.. 역겨워요. 뭘 느꼈는지에 대해, 그 책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해서는 한 글자도 없고 오로지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음을 뽐내는 글쓰기는 정말이지 짜증납니다. 그리고.. 지도층! 저도 지도층이라는 표현만 나오면 발끈발끈해요.. 아니, 내가 왜 저런 쓰레기한테 지도를 받는다는 거지? 헹헹!! 한다죠..^^;;;

호밀밭 2004-09-15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소금밭이다.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지금 제 마음이 꼭 그런데 이럴 때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몰라서 추리 소설을 잡고 있어요. 비평에 대한 책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어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어떤 것을 비평하는 글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비평가라는 직업도 참 하기 힘든 직업 같기도 하고요. 지도층이라는 말, 참 싫어하는 말이었구나를 느끼고 가요. 이 글 참 좋은데 저는 엉뚱한 말만 하고 가네요.

2004-09-16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4-09-16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김훈 소설 좋아하시는구나~~!!
그가 쓴 “내가 읽은 책과 세상”도 좋은 책이더라구요.... 98년에 사 읽었었는데....
절판되었다가 다시 표지 바꾸고 나오는 거 같더라구요..! 반가웠어요...

모모엄니 오랜만유!! @@!!!
님이 코멘트 보노라니....제게도...짜증으로 기억되었던 책 하나가 생각나네요...님은 어떤 책에 열받으셨을까...궁금해요.... 하긴...불쾌한 글은 사실...기억할 가치조차 없는지도 몰라요....!! 그죠?

호밀밭님...!
소금밭에서도 호밀이 자랄 수 있을까요?
이건 여담인데... 잔디는 잘 자란다지요. 소금이 잡초를 없애 주어서 잔디가 잘 자라게 한대요... 헉... 제가 무슨소릴 하고 있다지요...
님 힘 내세요...!
저도 허수선할 때는 추리 소설 같은게 잘 읽히더라고요.... 님 요즘 뭐 읽으세요?

hanicare 2004-09-1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님이 그 분의 소설에 마음을 두고 계신다기에 갑자기 김훈을 1그램이라도 더 좋아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용서하시와요 흑흑.그건 개인의 취향이지만, 누가 내 취향을 깎아내리면 내 마음도 깎여 내려가는 듯한 아픔과 상대에 대한 미움이 쿡쿡 마음을 쑤시더군요.그런 점에서 혹시 호밀밭님도 김훈을 좋아하셔서 마음 상하게 한 건 아닐까....(아 참. 여긴 복순이 언니님 서재인데 내가 이렇다니깐 허둥지둥 퇴장)

내가없는 이 안 2004-09-1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여기 재미있어요. 다리 걸러 걸러 오다 보니 복순이언니님네서 하니케어님도 만나고. ^^ 김훈요, 그거 참 이상해요. 전 김훈이 자기 생각을 말하는 에세이는 참 듣기 싫거든요. 도대체가 감정이입이 안 되어서. ^^ 그런데 소설은 마음에 드니 그게 좀 이상하죠. 뭐 사람 취향이 다 다르니 1그램이라도 더 좋아해볼 여지가 없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 저 맘 안 상했는데! (그나저나 복순이언니님 서재에 와서 참... 저도 허둥지둥 퇴장) 복순이언니네가 문 열어서 너무 좋아요. ^^

비로그인 2004-09-22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마음이 소금밭.....아니지 콩밭에 가있답니다. ^^* 이명원의 타는 혀가 이번에도 님의 맘을 사로잡은 것 같네요. 그의 신간 소식은 반가움이면서 동시에 지적 긴장을 안겨다 주죠. 저도 이 책 읽은 지는 한참이나 됐는데, 리뷰는 아니더라도 밑줄 친 부분만이라도 다시 한 번 훑어 봐야 겠어요. 좋은 글 잘 읽었어요, 님....그리고 감사해요. ^^

icaru 2004-09-2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냉열사 님이닷!!!!!
님의 책을 고르는 코드랄까, 안목이 예리하십니다....

전 실패하는 책들도 많은데...!!

제게 감사하다니요...제가 님의 따따블로 감사임다...^^*
 
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 - 어느 의사의 고백
로버트 S.멘델존 지음, 남점순 옮김, 박문일 감수 / 문예출판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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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건강하셨던 외할머니가 갑자기 설암(혀암)으로 쓰러지셨다. 그리고 어떻게 손을 써볼 겨를도 없이 (병세의 악화도 이유이지만, 연세도 있으셨기 때문에) 돌아가셨다. 병의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니, 돌아가시기 10여년 전에 받은 가벼운 치과 치료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의 기기 조작 미숙으로 혀에 구멍을 냈는데, 혀의 헐린 구멍에 문제가 있었던 거였다. 이는 명백히 경미한 질환의 치료를 위해 갔던 병원에서 도리어 큰병을 얻은 경우일 것이다.


현대 의학은  경증 환자에게까지 안이하게 과잉 치료를 행함으로써 오히려 중증 환자의 치료에 유효한 치료법을 무력화시키거나 병을 더 크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저자는 지적하는 데 나는 두루두루 공감이 갔다. 또 일례로, 산모의 연령과 기형아 출산과의 인과 관계는 사실 인정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며, 국가 정책적으로 조장한 듯한 냄새가 풍기기도 한다. 만약 나이 들어 아기를 낳을 때 기형아가 태어날 경우, 그 원인의 하나는 산모의 나이가 문제라기 보다는 출산까지 산모가 몇 번이나 부주의하게 쓸데없는 엑스선을 쬐었느냐 하는 것이라고.


저자의 이야기들이 다소 급진적인 부분도 많다.  현대의학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의학의 씨앗은 ‘가정’에 있다고 역설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새로운 의학 풍토를 우리의 현실 속에서 다지기 위해선 먼저, 아직 독신이라면, 진지하게 상대를 찾아서 결혼하도록 하라고. 결혼 후엔 무엇보다도 아이를 만드는 데 힘쓰라 한다. 그리고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아이를 낳고, 모유로 키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특히, 필자는 주로 ‘의사’를 위험한 사람들로 간주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 조목조목 설명한다. 의사들이 의과 대학생 때는 경쟁심에 멍들고, 의사가 되고 나서는 치열한 권력 투쟁으로 애를 태운다. 의사들이 공포와 자만심이라는 감정의 틈새에 끼어 있다 보면, 병적인 인간이 될 소지는 다분히 있다. (물론 모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사람들이 정말로 구하고 있는 것은, 생명에 경의를 표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지혜와 기능을 구사하는 의사들이다. 말보다는 진심을 다하는 행동을 보여 주는 의사들말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와 같은 의사를 발견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의사들을  인격을 공격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닐거고, 환자의 입장에 서서 문제가 있는 의료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하여 어떻게 하면 좋은지 정보를 제공하려는 데 있을 것이다. 의사를 대하는 환자들이 의사가  행하고 있는 의료 행위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의사도 자신이 늘상 당연한 것처럼 행하고 있는 의료 행위에 관해서 생각을 바꾸고 진료 방법을 개선할 것이기에.

 자신의 몸을 자신이 지키는 일이란 이런 것일거다. 생사는 손에 쥔 의사 면전이라고, 무조건 경의를 표하듯 수그러들 것이 아니라, 의사와 대화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 임기응변을 몸에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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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7-24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버님이 13년 전에 갑자기 암으로 한달 반만에 돌아가셨는데, 의사들이 하는 행동에 의혹과 다소의 무리가 따르는 행동들을 지켜보곤 했었습니다. 적어도 완전치료는 아닐지라도, 하기 따라선 조금이나마 연장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아버지 죽음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없었거든요.
이 책, 흥미로울 것 같군요. 또 언젠가는 이 책을 뒤엎을 책이 나올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추천하고 가지요.

icaru 2004-07-2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스텔라 님...그러시구낭....음음....아쉬움이 남네요...말기 암환자들에 필요한 것은 병을 극복할 수 있다라는 환자의 희망과 의지가 젤로 중요하다더라구요...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죽음에 대항하는 자세요...
그런데 대개의 의사들은 죽음을 받아들이도록.,...환자를 이끌거든요,,, 장담할 수 없는 희망을 주지 말자는 것일텐데...흠...그건 아니라는거죠...

모든 의사들의 인격과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테구요...또.....
그들도 신이 아니기에....때론 용납할 수 없는 실수일지라도...저지를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은 합니다만....

음...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최재천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의 맨 첫 단원에는 최재천 선생님의 <우리말과 황소개구리>라는 글이 있다. 바로 이 책에도 있는 내용이고 말이다. 이 책은 주변 사람들이 좋은 책이라며, 많이들 권했는데.... 읽겠다고 마음 먹은 것을 실천에 나선다는 것이 좀 늦어졌다.

동물학자인 최재천이 신문에 잡지에 그동안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낸 것이라서인지, 한 꼭지는 3~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꼭지꼭지마다 중복되는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중복되는 제재를 다루었다고 해서, 전체적의 내용의 통일성이나 간략성이 없음을 나무랄 정도는 아닌 듯 하다. 같은 제재가 조금씩 다른 주제를 전달하는 데 사용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 동물학자 최재천의 눈으로 우리가 사는 현상계를 대하노라니,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일컫는 우리 인간이라지만 어쩐지, 갈 길을 성급하게 서두르는 피조물들처럼 보여진다. 사정이 그러하여서 이렇게 나지막히 훈계를 한 자락 까는 것으로 일관하는가 싶지만 또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뭐랄까. 글 속에서 최재천의 느긋함과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무엇보다도 앞서 느껴진다.


‘동물 세상은 이렇더라, 동물보다 우리가 낫다고 말할 수 없지 않겠느냐,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가 있겠더라.’ 라고 인간이 사는 사회를 특유의 시선으로 조망하고 있는데 한 꼭지 한 꼭지 읽고 있노라면 자연과 동물을 대하는 나의 시야가 천천히 열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작은 책 사이즈에다가 표지 색깔도 예쁜 초록색이라서 휴대하고 다니며 읽기에도 참 즐겁고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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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편집자노트]너의 목소리가 들려 -
    from 책/공/장/부/키 2011-03-22 10:42 
    [편집자노트] 너의 목소리가 들려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의 편집자는 정 모 씨입니다. 부키 편집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어느 책이 그렇지 않겠습니까만,이 책을 만들면서 고민도 많이 하고,공도 많이 들였답니다.그런데 가만 살펴보니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편집자 정 모 씨는 미어캣을 닮았어요.눈이 동그랗고 얼굴도 동그란 것이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미
 
 
호밀밭 2004-06-1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모르는 세계에 대한 글이네요. 동물학자 최재선 선생님도 잘 몰랐지만 이번 기회에 기억해 두고 싶네요. 정말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기는 할까. 지구의 주인이 인간일까 싶은 생각은 항상 들어요. 휴대하기 좋은 책, 보관함에 둘게요.

icaru 2004-06-1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호밀밭 님과 마찬가지루다가... 저 또한 잘 모르는 세계지요....
책 표지가 예쁜 초록인데...자연과 환경을 컨셉으로 해서 그런듯해요...정말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