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자신이 태어난 식민지 시대에서, 전쟁, 포로수용소, 독재시대, 4.19로 이어지는 지난한 외부 환경을 뚫고서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시로 담아내고 있다.  

시를 읽는 내내, 시를 해체하여 밑줄 긋고 이게 의미하는 것은, 주제는, 기법은 등등 알려주는 이가 필요한데. 그러면 우리는 동일하게 이해하고, 우격다짐으로 외우고, 이러이러하다로 정의할 건데. 얼마나 어리석은 공부였는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한 줄로 정리하고 재단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세월을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시인이 말 한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144쪽)'를 줄곧 하고 있는 셈이다.  

10개의 주제 아래 장장 80편의 시는 읽는 이의 눈에서 멈춰 있는 게 태반이고, 간간히 입으로 내뱉어 보지만, 어렵다. 화가들의 그림들도 들어있는데, 이 또한 강렬하면서 어렵다.

그러나 문장을 곱씹어 읽고 그림을 자세히 보면 가슴까지 쓱 들어오는 뭔가가 있다.  

애정이 생기면서 공감에 이르기까지, 더 나아가 그 시대에 살았던 이들의 생이 가엽다는 마음으로 확장된다.

시인이 온 몸으로 외친 시어들이 작금에서도 울림을 주고 있으니, 폐허에도 눈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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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의 시를 오랜만에 읽는다.

시인이 꼭 어디론가 갈 것 같은, 큰 다짐이 들어있다. 

시인이 바라는 날들, 시를 쓰지 않아도 좋은 날들이 올 기미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모두가 시인이 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보니 시인을 못 본 지가 한참되었다. 

도토리 두 알이 가지런히 내일을 기다리는 듯 톡톡에 있다.  


눈이 자주 내린다. 

사서교육원에 지원한 부분으로 주변인들의 말이 무성하다. 

누군가는 민생고에 필요한 자격인데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발레나 배울까, 얼마나 배부른 소리인가...  


나와는 딴 세계에 있는 시인이다. 시다. 

각각 따로 가고 있는, 멀리 있는 발과 머리일 뿐. 

그래도 내일이 있으니, 

어떻게든 시인의 세계에 애써 동참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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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그들의 노고가 아주 많이 보인다. 

'진실성'을 책임으로 가진 그들이다. 

특히, 믿고 찾아서 읽고, 선뜻 구매하게 하는 '민음사' 편집자들의 이야기다.

책은 저자와 편집자와 출판사와의 관계에서 시기적절, 시의적절하게 잘 교합될 때야, 비로소 세상으로 나와 내 손으로 들어올 수 있다. 

이러한 시의와 시기가 적절하게 맞춰질 수 있도록 큰 몫을 하는 이는 편집자들이라고 본다.


이 책, '책 만드는 일'은 팔려고 낸 책인지가 궁금하다.


*주1회 맹자를 공부하기로 했다.

*사서가 되고 싶어 지원서를 냈다. 면접이 남았지만... 

*대학을 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아들이 돌아돌아 왔지만 졸업을 목전에 두고 취직을 하였다.

*넉넉한 시간으로 무한정 책을 읽을 수 있으며, 온전히 나에게만 몰입할 수 있는 때가 되었다. 

*항상 감사하다를 다짐한다.  

*내일부터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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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처음 만난 산문집, 표지의 사진이 강렬하다.

최승자 시인의 1976년부터 1989년까지, 1995년부터 2013년까지 기록을 읽었다.

노정이 들어 있다. 가위눌림으로 시를 형성하고, 정신분열증에서 문학으로까지... 

개인의 오래된 기록물에서 무엇을 알고자, 얻으려고 했을까. 

어쩌면 시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기록일 수도 있다.

시인은 이 수필집을 내고 싶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은 출판사에 대한 채무감을 말하고 있지만, 

시인의 보드랍고 깨질듯한 감성으로는 아예 거절은 어려웠을 거라, 맘대로 짐작한다.  

시인에게 살아 갈 힘, 사랑하는 게 아직까지 남아 있기를 바란다. 시인이 쓴 소설로 만나길...


189쪽

오래 묵혀두었던 산문집을 출판하게 되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것 같다.

지나간 시간을 생각하자니

웃음이 쿡 난다.

웃을 일인가.

그만 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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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소박한 밥상이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고 특효약이 되는 것은 저절로 된 것은 아니리라. 우리가 경험하는 '양가감정, 자존감, 분노, 열등감, 후회, 불안, 허영, 획일화, 애착, 권태, 몰입, 승화, 자기실현 등등'의 감정들을 그녀 또한 느끼면서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면서, 추억 속의 엄마가 만들어 준 음식으로 치유한 글이다. 물론 공부했기에 연결하고 통찰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음식은 중요하다. 인간의 욕구 중 하나이기도 하니. 무엇을 먹고 자라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도 달라진다고 본다. 먹고 자란 음식은 곧 삶의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가끔 70년대 여고시절, 도시락에 샐러드를 싸 온 친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계란, 소세지, 멸치, 김 등이 최대치였던 나는 그 샐러드가 너무도 신기했다.

엄마의 생신으로 모였다. 뷔페식으로 불러서 먹었다. 엄마는 남의 음식을 잘 드시지 않는다. 음식 솜씨가 워낙 좋으셔서 엄마가 만든 음식을 먹었던 이들은 만날 때마다 추억을 들려준다. 매년 김장김치와 무말랭이 김치는 공수받고 있다. 갈 때마다 고등어조림, 코다리조림, 미역국, 나물무침 등등은 과식에 과식을 부르니, 당신에게 식당 음식은 도저히 입에 맞을 수가 없으리라. 엄마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정성을 쏟아 부은 음식이 지금 우리가 살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 아빠는 매 순간 진실과 성실 그 자체였다. 가장 큰, 기도 손도 있다.

나의 부엌은 퇴직 후에 시작된 것 같다. 이러이러한 음식에 대한 추억을 말하는 아들과 남편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긴 했구나, 하는, 어쩌면 그리하여 자꾸만 뭔가를 만들려는 모드로 변해있다. 무의식적으로 주문한 재료를 대하는 순간, 후회가 밀려오지만 벌써 재료를 다듬고 있고, 오늘도 새벽배송으로 온 닭으로 백숙을 하려하니. 

음식은 온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만든 이의 정성이 먹는 이의 마음을 녹이고 다독이는 역할을 하는구나. 그래서 '밥은 먹었니'를 묻게 되고, 밥상에 둘러 앉아 먹으면서, 개개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모든 감정들이 하나씩 치료받게 되는구나. 어떨때는, 마음이 아주 불편할 때는 밥을 먹지 않겠다고 하니... 어린 시절 삐쳐있을 때, 엄마가 한 숟가락씩 먹여 준 일도... 일단 밥은 꼭 먹도록, 먹이도록, 해야겠다.ㅎ          


May your Christmas be happ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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