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오래 보기] 저자는 작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충실한 내용으로 쓴 것을 독자들이 경험의 진술로 음미하는 것이 궁극의 읽기라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명백히 밝혀줄 이야기들을 찾아다니고 최고의 논리를 전개해 줄 언어를 찾아다닌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결국 모든 것은 '관점'이라는 문제로 돌아간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관점을 찾아야 했다. 더 이상 밖에서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안쪽에서 밖을 바라보는 또 다른 '나(페르소나)'를 찾게 된다. 즉, 저자의 페르소나는 글쓰기 뿐 아니라 읽기에도 적용된다. 글을 읽을 때 문장 사이에서 화자의 진정한 관점을 찾게 된다.

'고닉은 자신의 비판적 페르소나를 통해 타인의 글을 이끌어가는 페르소나를 찾아내고 두 진술자가 만나는 지점에서 '일인칭 개인 비평'이라는 포괄적인 관점을 성취해낸다.(352쪽)'

아름다운 글(美文)은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어야 하며, 독자는 그 행간에서 말하는 관점을 찾아 나의 경험과 만나는 게 독서의 의미이고 진술하는 것이 비평이지 않을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팩트로 말 하고 팩트로 글 쓰고 진지하게 진심으로 살아보자. 

세월이 쏜 화살같다. 담 주부터 몇 주간 캐나다 동부에서 서부까지 다녀온다. 준비할 게 많다. 에어캐나다 예매, 비자 및 국제면허증 발급, 호텔과 에어비앤비 및 렌트카 예약, 캐나다 국내비행기표 등등, 일단은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각자 가고 싶은 곳을 다녔지만, 처음으로 함께 떠나본다. 부디 같이 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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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오랜 만에 책을 읽었다. 

인터뷰한 글이다. 

묻는 이나 답하는 이나 모두 서로에게 상황에 두루 해박하다. 읽는 이는 많이 부족하다.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아니 어떻게 알고 있을까,그러면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어떤 느낌으로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지만, 인터뷰이가 된다면, 나와는 다르게 수식되고 어설픈 모방의 답을 내 놓을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지금 이 나이가 되면, 나의 안팎이 동일하게, 진실하게, 살고 있어야 한다.  

손택은 자신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자신의 존재를 언어와 이미지를 통해서 타인에게 비쳐지는 부분을 고심했다. 물론 왜곡되고 거짓 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완벽한 드라마로 만들고 떠났다.  

홍상수 영화를 보았다. '여행자의 필요'에서는 지금 여기에서 진지하게 살아간다는 것, 거기서 느끼는 감정들을 더 깊이 드려다 보면서 말로 표현해 보는 것, 그것에 새로운 언어로 부여하는 것, 그 누구의 삶에 대해서도 단정할 수 없다는 것, 그러한 말과 행동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 이게 살아가는 방식일까, 또는 우리는 삶이라는 길을 따라가는 여행자일까, 성장하면서 걷는 걸까, 그러면 매 순간 어떻게 살아야지...   Live as you lik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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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을 읽는 내내 속이 울렁거린다. 모두에게 적어도 발가락 하나 정도는 꼬투리가 될 만한 이야기라서 그럴까. 이 이야기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 나에게로 이어지는, 할머니의 이야기로 전달된다. '할마이는 언니에게 지나간 사람이라고. 지나간 사람이 언니 발목을 잡을 수 없다고(298쪽)', 지나간 사람이 현재의 사람의 발목을 잡으면 안된다면서, 그러면 안된다고 하면서 모두들 부여 잡고 있다. 누군가에게 하는 말은 자신에게 하는 말로 반복된다.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이 부질없지 않고 의미가 있음을, 결국 나로 되돌아와서 나에게 집중해야 하는 거다... 

"내가 지금의 나이면서 세 살의 나이기도 하고, 열일곱 살의 나이기도 하다는 것도. 내게서 버려진 내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그 애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관심을 바라면서, 누구도 아닌 나에게 위로받기를 원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큰글자책, 453쪽)

'고려거란전쟁' 마지막 회를 보았다. 적군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단단한 마음을 가지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오래전 그 상황을 떠올려보면 무너질 거 같은 마음이 먼저 드는데.. 그래서 귀주대첩이 아직까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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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문체 연습'이다. 이야기 하나로 아흔아홉 가지 방식으로 변주 된 글을 읽을 수 있다. 첫 번째 요약한 이야기, '약기'에서 새로운 형식과 문체로, 무형식으로, 일상에서 사용되지 않는 문체, 외국인이 말하는 문체, 고문으로, 외국어가 침범한 문체 등으로 아흔아홉 개의 문체를 가진 아흔 아홉 개의 글이 있다. 그리고 원문과 해제까지 들어있다. 번역자의 노고가 느껴진다.  

레몽크노 글을 읽다 보면, 생각지 못한 문체의 글을 저절로 수용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수많은 작가들은 제각각 고유의 문체를 가지고 글을 쓴다. 하지만 이들은 독자가 수용할 수 있는 폭에 들어 있다. 

레몽크노 '문체 연습'은 가히 실험적이다.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글쓰기, 발상의 전환, 무한의 상상력, 실험 정신, 아주 다양한 문체로 독자에게 독서의 폭을 상상 너머까지 넓혀 준다.

하지만 나는 뻔한 문체로 글을 쓴다.  

날씨는 변덕이 심하지만 봄이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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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노년이란 연속적인 상실의 통과의례다. 마흔일곱 살이나 쉰두 살에 죽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그게 더 바람직하다. 탄식하고 우울해해 봤자 좋아지는 건 없다. 종일 창가에 앉아 새와 헛간과 꽃들을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편이 낫다. 나의 일상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기쁨이다.(13-14쪽)  인생사에 좋기만 하나거나 나쁘기만 한 일은 없는 법(49쪽)' 

여든 너머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노인, 노화를 피할 수 없다면 즐기면 되는 노년, 쓸쓸함과 불편함도 있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삶, 실제로 지은이 같은 노인은 많지 않다. 하루하루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노인들도 있다. 개인의 성격, 자라온 환경, 다양한 부분이 노인의 삶을 좌우한다.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정작 늙어가는 노인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일, 기쁘게 글을 쓸 수 있다면, 수십 번 수정하여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라면, 비록 사랑하는 여인은 잃었지만 지금까지 곁에서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늙는다면 암에 걸리더라도 늙는 걱정 안하고 살 수 있을 거 같다. 그래서 당신이 마음대로 말한 살고 싶은 나이가 지나게 되면 안도하게 되는 거지. '노령이라는 세계는 미지의 우주이자 뜻밖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18쪽).' 오직 그때가 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고, 늙어가는 당사자만 알 수 있다. 여든 이후에 쓴 도널드 홀 에세이, 글이 참으로 맑고 담담하다. 관조하며, 진짜 현재를 살고 있는 노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덕분에 늙어가는 방식을 미리 맛 본, 모범 답(?)을 알았다고 할까. 

하지만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이런 생각이 든다. 매일이 똑같고, 이렇게 계속 산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쩌면 내 몸 하나 잘 건사하여 주변의 도움을 최소로, 늦추게 하는 게 삶의 의미일까.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있어, 그것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게 살아가는 의미가 될까.  

어느 순간 "죽는 것보다 늙는 게 걱정인"게 맞는 말이 된 나이가 되었다. 

건강 검진 결과로 몇 가지 더 검사를 받았고(결과 나오는 시간 동안 지금 죽기에는 아니다 싶은, 별별 생각이 들었다. 매일 눈뜨면 별 볼일 없는 하루를 보내는데도), 설날에는 해랑 열차 여행을 다녀왔다. 아직도 잘못된 선택으로 여기고 있는 결혼한 날이 코앞이다. 그때도 눈이 오고 추운 날씨에 모두가 얼었었다. 아들이 결혼기념일을 축하한다고 초대했다. 맞아, 결혼해서 제일 잘한 일, 자식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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