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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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 <심청> 인당수에 빠진 심청, 안지은 무용, 유니버설 발레단. (사진출처: 네이버 이미지)  


 물이 흘러요. 그 물에 희생되는 여인. 물에 몸을 던진 심청이 그려지네요. 인당수에 잠긴 심청. 용궁에 머물다가, 연꽃에 몸을 싣고 물 위로 떠오르지요. 맹인 아버지의 공양미 삼백 석을 위해 인신 공양에 희생되었던 심청. 심청의 그 눈물이 깊이 이어져 또 다른 여인의 눈물이 되었네요. 그 여인들은 심청과 달리 깊은 어둠을 만났어요. 용궁에 가지도, 연꽃에 몸을 싣지도 않았어요.


 '"줄리아, 나야. 전화 좀 해 줘. 부탁이야, 줄리아. 중요한 일이야. ......"' -85쪽.  


 드라우닝 풀1. 벡퍼드라는 마을을 가르며 흐르는 강을 그렇게 불러요. 그 강에 시신이 나타나요. 넬 애벗이에요. 작가 겸 사진작가예요. 홀로 15살의 딸을 키우고 있었지요. 넬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낙인을 남기기 며칠 전, 넬은 동생에게 전화를 했었어요. 다급하게 뭔가를 말하려던 넬. 그런데, 동생은 받지도, 걸지도 않았지요. 그리고 언니의 죽음을 듣고, 줄리아(줄스)는 벡퍼드로 가요. 잊고 싶은 고향으로요. 넬의 죽음이 있기 몇 주 전, 한 여고생도 죽음의 그림자가 닿았기에 그 파문(波紋)이 커요. 그 여고생은 케이티로 넬의 딸 리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어요. 케이티의 어머니 루이즈와 넬은 가까운 이웃이었고요. 넬은 드라우닝 풀에서 예부터 일어난 여인들의 죽음을 자세히 알아보고 글로 남기고 있었어요. 그런 넬이 이제 그 강에서 죽음을 맞이한 거예요. 두 죽음의 파문으로 마을 사람들의 일그러진 얼굴이 드러나게 돼요. 거짓된 얼굴이요.


 ''벡퍼드는 자살 명소가 아니다. 벡퍼드는 골치 아픈 여성들을 제거하는 곳이다.'' -128쪽.

 ''가끔 문제 있는 여성들은 스스로를 처리한다.'' -245쪽.


 '내 속마음이 전부 까발려졌을 때

 난 아주 어렸다. 


 무엇을 손에서 놓고

무엇을 놓지 말아야 할지는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다.' -<숫자 놀이>, 에밀리 베리. (5쪽에 인용.) 


 '기억은 프루스트가 얘기하는 식료품 저장실의 잼 단지들처럼 고정되거나 꽁꽁 얼어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회상할 때마다 변형되고, 해체되고, 다시 조립되고, 또 분류된다. -'환각', 올리버 색스. (6쪽에 인용.)


 여러 사람의 눈동자에 비친 물을 그리듯, 여러 사람의 눈길로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요. 그 이야기들의 조각들이 모여서 하나의 큰 그림이 되네요. 어머니와 딸은 오해했고요. 자매는 미워했고, 욕심을 부렸지요.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 불완전한 기억. 그곳에 마치 인신 공양된 것 같은 여인들이 있네요. 인당수에 던져진 심청처럼, 강물에 던져진 여인들. 그 강물 속에서 여인들의 춤사위가 잔잔했던 물 위에 파문을 만드네요. 깊고도 멀리 퍼지는 파문을요.


 '인투 더 워터'는요. 정말 잘 읽혀요. 또, 마지막까지 손에 땀이 나네요. 결국 그 마지막에는 손에 강한 짜릿함을 찔러요. 오랜 긴장감 끝에 오는 그 강렬함이 좋네요.   

 


 

  1. 'Drowning Pool. '익사의 웅덩이'라는 뜻으로, 봉건 시대 스코틀랜드의 법에 따라 여성 범죄자들을 처형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 웅덩이나 우물을 가르킨다. 16~17세기 마녀 재판이 횡행하던 시절에는 마녀로 고발당한 여성의 유무죄를 시험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물에 빠뜨려진 여성은 물속으로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닌 것으로, 물 위로 뜨면 마녀로 간주되었다. 어느 쪽이든 결국엔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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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12-30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8년도 행복가득한 시간보내시고
즐친 감사합니다^^

사과나비🍎 2017-12-31 20:26   좋아요 1 | URL
아, 답글이 늦었네요~^^; 죄송해요~
그리고 말씀 감사해요~^^*
munsun09님도 얼마 안 남은 2017년 마무리 잘하시고요~
새해도 행복하게 맞이하시기 바랄게요~^^*

서니데이 2017-12-30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이제 내일을 지나면 새해예요.
새해에는 가정과 하시는 일에 좋은 일이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즐거운 주말, 그리고 희망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과나비🍎 2017-12-31 20:27   좋아요 1 | URL
아, 서니데이님~ 이렇게 항상 먼저 인사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러게요~ 2017년이 얼마 안 남았네요~^^;
남은 시간 잘 마무리하시고요~^^*
새해에는 행복이 가득하시기 바랄게요~^^*
 
기묘한 사람들 - 미스 페레그린이 이상한 아이들을 만나기 전
랜섬 릭스 지음, 조동섭 옮김 / 윌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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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미스 페레그린을 좋아해요. 아마 영화를 봐서 그럴 거예요. 조카는 게임을 할 때도 미스 페레그린과 비슷한 캐릭터를 고르더라고요. 이제 미스 페레그린의 이야기를 더 들려줄 수 있겠네요. 아마 굉장히 좋아하겠지요. 크리스마스에 이야기 선물을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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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녹색 바람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
구라치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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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The Secret Society' 중에서.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게임 'The Secret Society' 중에서.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저는 숨은그림찾기를 좋아해요. 그래서 몇 년 전, 한동안 G5의 모바일 게임 'The Secret Society'를 했었어요. 아이패드로요. 제가 하고 있으면, 그때 유치원생이던 조카가 와서 보더라고요. 숨은그림찾기는 어린 조카도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함께 했었지요. 제가 조카에게 이 숨은그림찾기 게임의 선배였어요. 그런데, 추리 소설에도 선배물이 있다고 하네요. 후배의 부끄러운 얼굴까지 알고 있는 선배. 저에게 조카는 후배이기도 했어요. 조카의 그 부끄러운 얼굴을 하나하나 다 알고 있거든요. , 추리 소설에는 일상 미스터리가 있다고 해요. 보통의 일상에서 뜻밖의 참된 얼굴을 찾는 미스터리라고 해요. 숨은그림찾기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보통의 그림 안에 숨은 뜻밖의 얼굴들을 찾는 놀이가 숨은그림찾기잖아요. 지금, 여기, 선배물이면서 일상 미스터리인 소설이 있어요. 제가 조카와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느낌을 다시 찾아오게 하네요.

     

 '신이시여, 신이시여, 부탁드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지켜주세요. (......) 

 그리고, 그리고 그 사람을 지켜주세요.' -120.

      

 집안의 웃어른인 호조 효마. 부자인 그는 심령술에 깊이 들어갔어요. 죽은 아내, 하쓰에에 대한 죄책감으로 사과하고 싶어 하거든요. 영혼에게요. 그런데, 큰딸인 다키에는요. 그 영능력자에게 홀린 아버지를 말리려고, 초심리학 연구자를 불렀어요. 그래서 영매와 연구원이 맞서게 되지요. 그 소식을 들은 큰딸의 아들인 세이치가 본가에 오게 되고요. 세이치는 10년 전, 할아버지와 다투고 집을 나간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세이치의 할아버지. 효마가 죽음을 맞이해요. 밀실에서요. 사건은 풀리지 않은 채, 효마가 죽기 전에 원했던 강령회를 열기로 해요. 그런데, 사건은 이어져요. 세이치의 사촌 여동생인 사에코에게 날카로운 발톱이 다가오는 거예요. 어릴 적, 사고로 부모를 잃고 몸이 불편한 사에코에게요. 그래서 세이치는 대학교 선배인 네코마루1를 부르지요. 이름 그대로 새끼 고양이를 쏙 빼닮은 동그란 눈을 가진 그를요. 도움을 받기 위해서요. 그렇게 평범한 일상이 비범한 일상이 되었지요. 그 안에서 새로운 희생자가 생기고요.

  

 '방약무인하고 신출귀몰하며 속 편한 남자. 한심하게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영원한 뜨내기. 깐깐한 시어머니처럼 성가시게 굴지만 동글동글한 그 얼굴을 보면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다. 그게 바로 네코마루 선배다.' -다쓰미 마사아키(巽昌章. 미스터리 비평가, 변호사)의 작품 해설 중에서2.

  

 세이치와 그의 사촌 여동생인 사에코의 눈길로 '지나가는 녹색 바람'의 이야기가 그려져요. 수수께끼 풀이는 세이치의 선배인 네코마루가 했어요. '선배를 탐정으로 삼는 본질적인 요소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선배만은 알고 있는 민망한 기억이다. 네코마루 선배야말로 그런 난감한 존재의 대명사다(다쓰미 마사아키'의 작품 해설 중에서)라고 해요. 세이치의 부끄러운 얼굴을 아는 선배 네코마루. 보통의 일상에서 뜻밖의 참된 얼굴을 찾아내요. 일상 미스터리는 '얼핏 보기에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 풍경에서 의표를 찌르는 진상을 밝혀내는 것이 특징이다(다쓰미 마사아키의 작품 해설 중에서)'라고 하네요. , '일상이라는 것의 불안정함과 불확실함을 되풀이해 이야기하고 있다(다쓰미 마사아키의 작품 해설 중에서)고 하고요. 이 이야기는 그에 완전히 부합해요. 불교에서 '제행무상(諸行無常)3'이라고 하듯이 일상은 늘 돌고 변하여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지요. 그렇기에 불안정하고, 불확실해요. 그래서 일상의 묶음인 인생은 보통의 그림 안에 숨은 뜻밖의 얼굴들을 찾는 놀이인 숨은그림찾기 같아요. 부끄러운 얼굴을 아는 선배 같은 이들과 함께 하는 숨은그림찾기지요. 그렇게 살며, 온몸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기도 하고요.

   

 '"인내와 너그러운 용서예요." 

 (......) 

 바람이 불고. 

 그리고 바람은 물든다. 

 지나가는 녹색 바람은 나와 그 사람의 새로운 색으로 물들어간다 

 잠시 이렇게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자. 그게 어떤 색깔인지는 모르지만.' -509.

     

 선배 같은 이들과 함께 숨은그림찾기 같은 인생을 살면서요. 거기에 지나가는 바람을 새로운 색으로 물들게 하는 사랑도 하겠지요. 연인과요. 사랑의 여행에서 인내와 너그러운 용서도 하면서요. 인생은 그런 거예요.

     

 

 덧붙이는 말.

 

 작가인 구라치 준은 등장한 지 20여 년이 훌쩍 넘은 중견작가이지만 작품 수는 열 편 남짓, 과작인 편이라고 해요.

 '지나가는 녹색 바람'은 일본에서 1995년에 나온 작품이라고 하네요. '네코마루 선배 이야기'의 첫 장편소설이고요.

 

 


 

  1. 일본어로 네코는 고양이, 마루는 동그라미라는 뜻이라고 해요.
  2. http://blog.naver.com/sigongbook/221146634888
  3. <불교> 우주의 모든 사물은 늘 돌고 변하여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아니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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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카네기 메달 수상작
사라 크로산 지음, 정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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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친구였어요. 한 다리가 불편한 친구였지요. 여자 아이였어요. 그 친구의 어머니께서 학교에 오셔서요. 선생님과 우리에게 부탁을 하시더라고요. 우리들과 잘 어울리기를 바라셨기에 그러셨지요. 다행히 그분이 바라는 대로 됐어요. 움직이기 불편한 그 친구를 위해 우리들은 배려해 주었고요. 그 친구는 우리게에 감사를 보내 주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니, 대견스러운 일이었어요. 졸업 후, 꽤 시간이 흘렀고 우리들은 자랐어요. 그러다가 한 친구의 군대 휴가로 그때 친구들이 모였었어요. 서점 앞에서 만나기로 했었는데요. 그 친구가 보였어요. 반가워하더라고요. 그 웃는 얼굴이 가끔 생각나네요. 여럿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지요. 그 친구와 가진 마지막 기억이에요. 잘 지내고 있겠지요. 사뭇, 그리워져요.  


 '사람들은 우리를 기괴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멀리 떨어져서

 우리 모습을 전체적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

 확연히 둘이었던 몸이

 허리에서

 갑자기

 하나로 합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리에서부터 어깨까지만 나오도록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

 우리가 쌍둥이이며

 내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내려오고

 티피 머리카락은 더 짧다는 것,

 우리 둘 다 코가 뾰족하고 

 눈썹이 완벽하게 치켜 올라가는 선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 말고는

 특별히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못생겼다고?


 에이.


 이젠 좀 지겹다.' -51~52쪽.


 그리운 그 친구와 실이 이어진 결합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가 있어요. 그레이스와 티피의 이야기예요. 집에서 교육을 받다가 후원금이 바닥을 보여서, 고등학교에 다니기로 한 자매. 이 자매에게 친구가 생겨요. 야스민과 존이에요. 그렇게 네 친구는 소중한 학창 시절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지요. 희망의 노래를 그려요. 그런데, 그레이스와 티피 가족에게 지갑이 계속 채워지지 않아요. 그래서 자매는 방송 출연 결심을 하지요. 다큐멘터리예요. 책임자인 캐롤라인은 희망찬 자매를 보며, 그 안에 담겨진 진심을 느끼지요. 그런 자매에게 불행이 다가오는데요. 심장이 약해지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분리 수술을 해야 하지요. 위험한 수술이에요. 수술을 앞 자매. 나무 타기를 하지요.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모두의 예상을 넘어

 우리가 이렇게 먼 곳까지 왔으니까."

 (......)

 "난 행복한 것 같은데,

 넌 어때?"' -429~430쪽.


 티피의 말이에요. 그리고 그레이스가 말하지요.


 '"나도 행복해. 하지만 너무 무서워.

 깨어났는데 네가 없으면 어쩌지?

 너 없이는 깨어나고 싶지 않아."' -430쪽.

 

영화 '삼총사(The Three Musketeers, 1993)' 중에서.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 (All for one, one for all. (Tous pour un, un pour tous.))'라는 말이 있지요. 소설 '삼총사'에 나오는 말이에요. 총사대에서 칼을 하나로 모으고 외치는 구호지요. 제가 소설 '원'을 만나며, 떠오른 말이에요. 하나인 결합 쌍둥이. 그 하나는 친구들과 가족들을 위해, 친구들과 가족들은 그 하나를 위해 따뜻해지지요. 제 초등학교 친구에게도 그랬고요. 서로의 진심이 이어졌기에 그랬을 거예요. 그런 결합 쌍둥이에게 위험이 다가오지요.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수술. 그때, 삶의 의미를 깊이 들이게 되지요.


 결합 쌍둥이인 그레이스의 목소리로 자유시 형식으로 쓰여진 소설 '원'이에요. 글자 하나하나에 체온이 들어 있어요. 하나와 모두의 체온이에요. 그 체온이 제 손에 이어져 저도 오랫동안 따뜻했어요. 그 따뜻함으로 더 깊이 나아갈 수 있었네요.



 덧붙이는 말.


 소설 '원'으로 2016 카네기 메달, 2016 영어덜트 도서상, 2016 아일랜드 올해의 청소년 도서상을 수상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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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1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1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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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RHK 네이버 포스트)


꽃밭 가운데 술 항아리

함께할 사람 없어 혼자 마신다

술잔 들어 밝은 달 모셔오니

그림자까지 셋이 되었구나 


이백(701~762년), '달 아래서 홀로 마시는 술' 중에서.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舉杯邀明月, 對影成三人.


李白(701~762年), '月下獨酌' 중에서.


 달.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라고 시작하는 전래 동요가 떠오르네요. 이어서 이태백이 놀던 달을 그린 시도 읊어 보고요.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강릉 경포대에는 다섯 개의 달이 뜬다고 하지요. 밤하늘의 달, 호수의 달, 바다의 달, 술잔의 달, 마지막으로 임의 눈동자에 비친 달1. 저도 달과 벗하며, 글과 대화했어요. 소설 '아르테미스2'예요.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이지요. 이 이야기에도 달이 뜨네요.

  

 (사진 출처: RHK 네이버 포스트)


 '나는 달의 첫 번째(그리고 지금까지는 유일한) 도시 아르테미스에 산다. 아르테미스는 ‘버블’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구(球) 다섯 개로 이루어져 있다. 버블의 절반은 땅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아르테미스는 옛날 SF소설에서 묘사했던 달 도시의 모습을 정확히 닮아 있다.

 (중략)

 이곳에 오려면 돈이 아주 많이 들고, 이곳에서 살려면 돈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도시라면 부자 관광객과 괴상한 갑부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노동자 계급의 사람도 필요하다. ‘J. 돈많아 넘쳐흘러 3세’께서 스스로 변기를 닦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나도 힘없는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20쪽.


  달의 도시예요. 이름은 '아르테미스.' 그곳에 다섯 개의 구(球)가 있어요. 마치 경포대에 뜬 다섯 개의 달 같네요. '아르테미스'에는 한 소녀가 살고 있어요. 여섯 살부터 달에서 살아요. 이름은 '재즈 바샤라'예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과학과 수학의 천재예요. 그런데, 짐을 나르는 일을 하지요. 그리고 불법 밀매업을 하는 범죄자예요. 지갑이 가벼운 이 소녀. 돈을 찾아다니게 되지요.


 '"평가하려는 게 아니야." 트론이 말했다. "그냥 분석하는 거지. 넌 정말로 똑똑하고 돈을 원해. 나는 정말로 똑똑한 누군가가 필요하고 돈이 있어. 관심 있나?"

 "흠……." 잠시 생각했다. 가능하긴 한 일일까?

 일단 에어로크에 접근해야 한다. 도시 전체에는 에어로크가 단 네 개 있고, 사용하려면 면허를 가진 EVA 길드의 회원이어야만 한다. 에어로크의 조작반은 기즈모를 통해 이용자를 확인한다.
그러고 나면 몰트케 언덕까지 3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한다. 어떻게 이동하지? 걸어서? 일단 도착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수확기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고 운행을 하기 위해 360도로 움직이며 주위 모든 걸 촬영한다. 어떻게 들키지 않고 망가뜨릴 수 있을까?

 (중략)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난 밀수꾼이지 파괴 공작원이 아니잖아. 그리고 전체적으로 뭔가 수상한 냄새도 나고.
 "미안해요, 하지만 제가 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을 찾아보세요."

 "100만 슬러그를 주지."

 "합시다." -77~78쪽. 

  

 그리고 부자인 트론의 제안을 받게 되지요. 임무를 완수하면 복권 당첨금과 같은 큰돈을 얻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독이 든 성배'예요. 재즈는 결국 그 성배를 들고요. 마셔요. 파괴자가 되어야 하지요. 그런데, 일은 얽혀서 트론은 죽고, 재즈는 위험이라는 성배의 독에 중독되어 도망자가 되지요. 재즈는 똑똑하지만, 경험이 부족했어요. 커져만 가는 위험의 독. 재즈는 그 해독의 힘찬 모험을 해요. 믿음으로 하나된 벗들과 함께요.

 

양해, '이백음행도(李白吟行圖)'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이야기 '아르테미스'에는 유식(有識)과 해학(諧謔)이 어우러져 있어요. 유식으로 달의 도시를 꼼꼼히 그려 냈고요. 해학으로 말괄량이 소녀를 돋보이게 했어요. 중국 신화에서 달의 여신 '항아3' 이야기가 있잖아요. 달에는 항아, 토끼, 두꺼비도 산다고 말하지요. 이 소설에서도 여러 얼굴의 사람들이 살아요. 단연, 빛나는 얼굴은 재즈고요. 소녀 재즈, 시인 이백을 닮았어요. 천재적이면서, 자유분방해요.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시를 지었다는 이백.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악당을 물리치는 재즈. 그녀가 보여 주는 달의 춤이 즐겁네요. 재즈의 달빛이 모두를 비춰요. '아르테미스'라는 글 안에 뜬 달. 재즈의 눈동자의 달. 배 타고 올라가 그 달빛 얻어오고 벗이 되어 함께 웃고 싶네요. 이백도 초대해야겠지요.

 

 앤디 위어의 두 번째 소설, '아르테미스.' 그의 노력이 느껴져요. 작가가 만들어 낸 세계관이 깊어요. 또, 개성 있는 소녀, 재즈도 사랑스럽고요. 저는 아쉽게도 아직 전작인 '마션'을 안 봤는데요. 그 무대인 화성으로도 여행을 가고 싶네요. 그곳의 마크 와트니도 만나고요. 아, '아르테미스'를 그려 낼 영화도 기대되네요.  


  1.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9/12/0200000000AKR20160912070700062.HTML?input=1195m
  2.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397925&cid=58143&categoryId=58143
  3. https://namu.wiki/w/%ED%95%AD%EC%9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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