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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 2016년 카네기 메달 수상작
사라 크로산 지음, 정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초등학교 친구였어요. 한 다리가 불편한 친구였지요. 여자 아이였어요. 그 친구의 어머니께서 학교에 오셔서요. 선생님과 우리에게 부탁을 하시더라고요. 우리들과 잘 어울리기를 바라셨기에 그러셨지요. 다행히 그분이 바라는 대로 됐어요. 움직이기 불편한 그 친구를 위해 우리들은 배려해 주었고요. 그 친구는 우리게에 감사를 보내 주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니, 대견스러운 일이었어요. 졸업 후, 꽤 시간이 흘렀고 우리들은 자랐어요. 그러다가 한 친구의 군대 휴가로 그때 친구들이 모였었어요. 서점 앞에서 만나기로 했었는데요. 그 친구가 보였어요. 반가워하더라고요. 그 웃는 얼굴이 가끔 생각나네요. 여럿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지요. 그 친구와 가진 마지막 기억이에요. 잘 지내고 있겠지요. 사뭇, 그리워져요.
'사람들은 우리를 기괴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멀리 떨어져서
우리 모습을 전체적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
확연히 둘이었던 몸이
허리에서
갑자기
하나로 합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리에서부터 어깨까지만 나오도록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
우리가 쌍둥이이며
내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내려오고
티피 머리카락은 더 짧다는 것,
우리 둘 다 코가 뾰족하고
눈썹이 완벽하게 치켜 올라가는 선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 말고는
특별히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못생겼다고?
에이.
이젠 좀 지겹다.' -51~52쪽.
그리운 그 친구와 실이 이어진 결합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가 있어요. 그레이스와 티피의 이야기예요. 집에서 교육을 받다가 후원금이 바닥을 보여서, 고등학교에 다니기로 한 자매. 이 자매에게 친구가 생겨요. 야스민과 존이에요. 그렇게 네 친구는 소중한 학창 시절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지요. 희망의 노래를 그려요. 그런데, 그레이스와 티피 가족에게 지갑이 계속 채워지지 않아요. 그래서 자매는 방송 출연 결심을 하지요. 다큐멘터리예요. 책임자인 캐롤라인은 희망찬 자매를 보며, 그 안에 담겨진 진심을 느끼지요. 그런 자매에게 불행이 다가오는데요. 심장이 약해지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분리 수술을 해야 하지요. 위험한 수술이에요. 수술을 앞둔 자매. 나무 타기를 하지요.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모두의 예상을 넘어
우리가 이렇게 먼 곳까지 왔으니까."
(......)
"난 행복한 것 같은데,
넌 어때?"' -429~430쪽.
티피의 말이에요. 그리고 그레이스가 말하지요.
'"나도 행복해. 하지만 너무 무서워.
깨어났는데 네가 없으면 어쩌지?
너 없이는 깨어나고 싶지 않아."' -430쪽.
영화 '삼총사(The Three Musketeers, 1993)' 중에서.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 (All for one, one for all. (Tous pour un, un pour tous.))'라는 말이 있지요. 소설 '삼총사'에 나오는 말이에요. 총사대에서 칼을 하나로 모으고 외치는 구호지요. 제가 소설 '원'을 만나며, 떠오른 말이에요. 하나인 결합 쌍둥이. 그 하나는 친구들과 가족들을 위해, 친구들과 가족들은 그 하나를 위해 따뜻해지지요. 제 초등학교 친구에게도 그랬고요. 서로의 진심이 이어졌기에 그랬을 거예요. 그런 결합 쌍둥이에게 위험이 다가오지요.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수술. 그때, 삶의 의미를 깊이 들이게 되지요.
결합 쌍둥이인 그레이스의 목소리로 자유시 형식으로 쓰여진 소설 '원'이에요. 글자 하나하나에 체온이 들어 있어요. 하나와 모두의 체온이에요. 그 체온이 제 손에 이어져 저도 오랫동안 따뜻했어요. 그 따뜻함으로 더 깊이 나아갈 수 있었네요.
덧붙이는 말.
소설 '원'으로 2016 카네기 메달, 2016 영어덜트 도서상, 2016 아일랜드 올해의 청소년 도서상을 수상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