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UX 라이팅 - 사용자 경험을 위한 마이크로카피 작성법
토레이 파드마저스키 지음, 김경애 옮김 / 유엑스리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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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을 읽는 이들에 대하여 '마케팅 전문가, 테크니컬 라이터, UX 디자이너, 프로덕트 오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중 하나의 직종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 라고 단언한다. 읽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그렇다. 난 저자가 말한 역할 중 적어도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 읽는 책은 더욱 꼼꼼하게 읽게 된다.  




전략적 UX 라이팅

사용자 경험을 위한 마이크로카피 작성법

토레이 파드마저스키 지음, 김경애 옮김, 현호영 감수

유엑스리뷰



UX 라이팅은 사용자 경험 User Experience, UX 에 쓰이는 표현, 즉 타이틀, 버튼, 라벨, 지시, 설명, 알림, 경고, 컨트롤을 만드는 과정이다. 사용자가 확신을 가지고 다음 단계 경험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설치 정보, 첫 실행 경험, 하우투 how-to 콘텐츠도 여기 포함된다. 표현은 어떤 역할을 하고, 우리는 표현을 어떻게 선택할까? 그리고 표현이 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전략적 UX 라이팅』 은 사용자의 목표를 달성하게 하여 조직이 사용자를 얻고, 관계를 맺고 지원하며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또한 고객이 브랜드를 인지할 수 있도록 콘텐츠 전반에서 통일된 보이스를 체계화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정리해놓고 있다.  공통된 UX 텍스트 패턴을 적용하여 누구나 쉽게 UX 라이팅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더불어 UX 콘텐츠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평가해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4장의 UI 에 관련된 요소별로 UX 텍스트 패턴을 적용해보는 장은 실무에 매우 유용하다. 타이틀, 라벨, 컨트롤, 텍스트 입력 필드에서부터 알림과 에러 메시지까지 아우르며 실제 사례와 함께 제시되고 있어 이해하기도 쉽다. 



5장의 편집에 관한 장 또한 내게 매우 유용했다. 편집은 텍스트가 목적에 맞고, 간결하며, 구어체이고, 경험 사용자에게 분명히 전달될 수 있도록 반복해 수정하는 과정이다. 


텍스트는 다음의 4가지 목표를 충족해야 한다. 


· 목적성 Purposeful

· 간결성 Concise

· 대화성 Conversational

· 명료성 Clear



라이팅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UX라이터는 경험을 사용할 사용자의 목표와 경험을 제공하는 조직의 목표부터 정의해야 한다. TAPP 이라는 시스템을 예시로 하여, 한 알림을 통해 목적성이 분명한 텍스트로 수정해가는 과정은 여느 시스템의 개발, 혹은 개선 과정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조직의 목표와 메시지가 사용자의 경험과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이다. '지불 방법이 만료되었습니다' 라는 알림이 충족해야 할 목적에 따라 여러가지 대안으로 제시되는 과정은 흥미롭다. '계속 탑승하려면 신용카드 만료일을 업데이트하세요' 라던가 '월 정기권의 지불 방법을 업데이트하세요' 라는 등의 알림이 확실히 더욱 직관적이고 사용자를 움직이게 만든다. 거기에 더하여 보이스( 콘텐츠가 사용자로 하여금 자신이 겪은 경험과 관련된 감정을 오래도록 기억하고자 하는 특징들의 집합, p30 ) 콘셉트를 추출한 예시 또한 유용하다. 그에 따라 '지불 방법이 만료되었습니다. 업데이트하고 제시간에 도착하세요' 라는 수정이 가능해진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제시간에 도착하기 위해서라도 지불방법을 업데이트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저자는 아미크로소프트 애저 Microsoft Azure, 데브옵스 DevOps, 지라 Jira, 트렐로 Trello 같은 워크 아이템, 버그, 티켓을 트래킹하는 시스템을 즐겨 사용한다고 말하면서, 툴이 우리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으며 기술팀, 디자인팀, 지원팀, UX 콘텐츠팀이 동일 시스템을 사용하며 업무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툴은 목적을 이루는 수단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또한 강조하고 있다. 



구글의 첫 UX 콘텐츠 전략가로서 활동하는 저자는 UX 콘텐츠가 왜 중요한지, 소프트웨어 개발 주기와 어떻게 통합되는지에 대해 경험을 나눈다. UX 콘텐츠를 창조하는 저자의 체계와 툴, 방법을 읽다보면 '사람들을 돕는 경험을 만드는' 일에 대한 열정이 더욱 솟는 것 같다. UX 에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 뿐만아니라 디자인, 비즈니스, 법률, 기술, 제품에 대해 모든 이해관계자와 건전하고, 창의적이며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협력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툴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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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공룡들의 전쟁 - M&A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방송문화진흥총서 218
이창훈 지음 / 넥서스BIZ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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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공룡들의 전쟁

이창훈 지음

넥서스BIZ



「글로벌 미디어 공룡들의 전쟁」 은 글로벌 미디어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 미디어 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최근 넷플릭스와 유튜브라는 파괴적 혁신 기업들에 맞서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전쟁을 Part 1에서 Part 3에 걸쳐 다룬다. 넷플릭스, 구글, 페이스북이 어떤 위기를 맞이했었고, 그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며 적극적으로 변화를 주도해 나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원인과 과정을 자세히 분석해주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유튜브는 이제 단순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가 아니다. 유튜브는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제작 생태계를 구축해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끊임없이 더 많은 콘텐츠를 제작하여 더 많은 트래픽과 광고 수익이 발생하는 선순환을 이루었다. 유튜브의 광고 수익은 한국 방송 산업 전체보다 크다고 한다. 이제 구글에 인수된 유튜브가 어디까지 확장하고 레거시 미디어 업계를 얼마나 빠르게 잠식할 것인지 또한 미디어 업계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페이스북 또한 그렇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92개 기업 중 46개가 경쟁 기업이라는 분석이 있다. 2012년 인스타그램, 2014년 왓츠앱 인수를 통해 미래의 잠재적 경쟁자를 사들였고 넥스트스톱(Nextstop), 고왈라(Gowalla), 벨루가(Beluga), 라이트박스(Lightbox) 같은 경쟁 서비스는 사들여 제거해 버렸다. 적수가 없는 SNS제국 페이스북의 행보 또한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고 새롭게 열릴 메타버스 세상에서도 독과점을 꿈꾸고 있다니 살짝 질리기도 한다. 메타버스 세상을 페이스북은 어떻게 장악해나가려는가. 


Part 5와 Part 6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대응을 살펴보고 있다. 국내 미디어 기업들도 미디어 공룡이 되지 못하면 글로벌 미디어 공룡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하는 저자는 한국의 미디어 공룡을 꿈꾸는 CJ ENM와 통신사,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의 사례를 상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동향이 더욱 궁금하기도 했다. 



라인과 제페토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네이버에 비해 카카오는 그동안 글로벌 진출에 성과를 내지 못했었는데, 최근 게임과 웹툰 등 콘텐츠 서비스가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슈퍼 IP 유니버스 프로젝트' 를 통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카카오M과 카카오페이지에 대해 먼저 살핀 저자는 이제 시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공할지, 콘텐츠와 플랫폼이 결합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미국 미디어 공룡의 전철을 밟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전한다. 



저자는 또한 어느 기업이 미디어 공룡에 등극하고, 또 밀려나게 될지, 여기에 미디어 산업의 경쟁 구도는 어떻게 재편될 지 예측해 보고 있기도 하다. 기업합병 사례에 있어 AT&T나 타임워너, 바이어컴CBS처럼 잘못된 판단으로 실패로 돌아간 나쁜 사례와 아직 결과를 명확히 측정할 수는 없지만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한 디즈니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 또한 매우 흥미롭다. 비싼 몸값의 폭스를 인수한 효과는 디즈니+ 의 목표달성이 얼마나 될 것인가에 따라 평가가 내려질 것이라니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될 듯 하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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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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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강의 장편소설은 스무 편 정도고, 단편집은 네 권이 발표되었다. 「길모퉁이 카페」 는 네 권의 단편집 중의 한 권으로 '이별'을 테마로 한 열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삶에 대한 환멸을 느낀 부유한 부르주아 계층을 주인공으로 삼고, 건조하고 시니컬한 사강 특유의 목소리로 주인공들의 섬세한 심리를 들려주는 사강의 문체가 도드라지는 단편들은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를 무대로 삼고 있다.




길모퉁이 카페

Des yeux de soie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소담출판사



짧은 만남이든 긴 만남이든, 하나의 인연이 끝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드라마틱한 사건과 이유보다도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혹은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사소한 해프닝이 이별을 결심하는 데 결정적인 이유가 되는 경우가 많다. 저마다의 이유들이 다른 이의 시선에는 평범하고 사소한 일일지 몰라도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 사강은 「길모퉁이 카페」 에서 그런 각양각색의 이별의 이유와 그 과정을 다루며, 당사자들을 둘러싼 미묘한 공기,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구속받지 않는 자유를 위해 현재의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하고자 기차를 타고 이동하던 여자의 이야기인 <왼쪽 손눈썹> 에서 그녀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은 시크하다못해 건조한 느낌이다. 


프랑스어를 꽤 오랫동안 사용해온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은 끝맺는 말에 따라 문장의 뜻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정도였다. 예를 들어 '당신을 많이 사랑해요' 와 '당신을 많이 사랑했어요' 그리고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 와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려고요' 사이에는 서로 다른 사랑의 세계가 존재한다 그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의 세계를 레티시아도 감정적으로나 문법적으로나 해결하기 힘들었다. 


-p153, <왼쪽 속눈썹> 




여자는 기차안에서 사소한 사건을 겪고, 그 과정에서 겪는 심리변화는 이 기차여행의 결말을 바꿔버린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스토리텔링적 재치가 느껴지는 단편이었다. 



경제적 여유가 있던 여자는 자신보다 매우 어린, 젊고 매력적인 애인을 소유할 수 있었다. 사랑에 아무런 기대를 걸지 않는 그녀였건만 지골로에게 돌연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것을 느끼고 그를 떠나려 한다. 그 또한 그녀를 진심으로 대했지만 이미 여자는 남자를 하나의 소유물로 여겨왔기에 느껴야 하는 심리적 갈등을 다룬 <지골로> 또한 흥미롭다. 



'토스카'를 들으며 차량 속도를 마음껏 높이고, 친구에게 살의를 느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비단 같은 눈>, "속도만큼은 재규어를 따라갈 차가 없다"면서 황금빛 프랑스산 코냑을 마시는 <이탈리아의 하늘>의 인물을 통해서는 사강이 실제 속해 있었던 사교계 모습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그녀가 묘사하는 장면들에는 진실함과는 거리가 있는 인간관계에 대해 작가가 느끼는 씁쓸함이 녹아 있는 듯하다.


생각해보면 참 웃긴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것은.


그녀의 손바닥으로 불두덩이 튀어나왔다고, 말하자면 그녀가 관능적이라고 가르쳐주는 남자는 늘 그녀의 욕정을 차갑게 식히는 남자였다. 그녀의 성격이 밝다고 말해주는 남자는 늘 심심한 남자였다. 더 비참한 것은, 그녀에게 이기주의자라고 욕을 한 남자는 늘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였다는 사실이다. 


-p157 



표제작인 <길모퉁이 카페> 에는 그동안 건강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없이 삶을 살았던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나온 참이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늘 가던 익숙한 카페로 갔다가 그 장소와 사람들이 갑자기 낯선 존재로 다가옴을 경험한다. 그는 페르노를 마시며 "여러분 제가 한 잔 돌리고 싶습니다. 생 클루 경마장에서 오늘 1등을 했거든요"라고 호기롭게 외친다. 우울한 상황임에도 시니컬한 그의 심리를 그려내는 사강의 문체는 세련되고 산뜻하다. 살면서 한번도 용기란 것을 내어 본 적이 없는 남자는 이후 냉소적인 미소를 머금고, 자신의 삶에 대한 결단을 내보인다.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 당당했던 그녀의 모습과도 묘하게 닮아보이는 장면이었다. 



각 단편에 등장하는 삶의 순간순간들은 익숙지 않은 상황이나 때로는 잔인한 현실과 맞닥뜨림으로써 빠지게 되는 충격과 상실감을 담고 있다. 갑자기 맞닥뜨린 그런 '결정적 순간' 들은 짧은 이야기들임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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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미술관 - 20가지 키워드로 읽는 그림 치유의 시간
김소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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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미술 전문가인 저자가 심리학 이론과 예술작품을 접목시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날 수 있도록 구성한 『마음챙김 미술관』은 그림의 힘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마음과 그림과 온전한 나에 대해 담아낸 책이다.  '미술치료' 란 본래 대상자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는 등 미술 활동을 하게 함으로써 그 결과물을 통해 자신의 현재 상태를 스스로 읽어내고 문제를 파악하도록 하는 활동이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억제되어온 심리적 문제가 병적인 단계에 이르기 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직접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한 치료를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차원의 미술 치료로 보고, 미술감상을 수동적인 미술치료의 방법으로 보기도 한다. 



 『마음챙김 미술관』는 미술치료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여 누구나 편안하고 쉽게 그림이 전하는 마음과 뜻,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 이끌어주는 책이다. 





마음챙김 미술관

20가지 키워드로 읽는 그림 치유의 시간

김소울 지음

타인의사유



저자는 스스로를 알아가기 위한 심리 키워드로 감정, 선택, 관계, 욕망, 태도, 관점 등을 제시한 뒤, 키워드에 해당하는 그림들과 화가들의 삶을 풀어낸다. 그림 속에 스며들어 있는 삶의 기억과 편린들을 읽다보면 소개하는 그림들이 저절로 친숙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그림이 지닌 고유한 힘과 함께 그림이 건네는 다정한 위로 또한 만나게 된다. 책 속에 소개된 그림을 들여다보며 잠깐 머무른 그 멈춤의 시간은 선물 같은 시간이 되는 듯 했다. 



 『마음챙김 미술관』 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 2장 <관계 속에서 자꾸 힘든가요>, 3장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나요> 를 통해 다양한 키워드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4장 <덜 불행해지는 연습을 해볼까요> 로 마무리한다. 그림의 사조, 감상법들이 등장하는 대신 독일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 등의 학자들의 이론이 등장한다. 여러가지 심리학 이론들이 그림들과 어우러지며 또 다른 지적사유의 시간이 펼쳐지고, 책 속의 특별한 미술관에 초대된 독자들은 그림과 함께 온전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많이 알려진 유명한 그림들도 있지만, 나는 캐나다의 작가 모드 루이스(Maud Lewis) 의 그림을 새롭게 만났다.국내에서는 <내사랑>이란 제목으로 개봉되었던 영화 <Maudie> 의 실존인물이기도 한 모드 루이스는 가난했고, 몸에 장애가 있었고, 원룸에서 거의 움직이지 못한 채 그림을 그렸다. 그럼에도 그녀의 그림에는 희망이 담겨있다. 특별한 소재가 아닌 평범함 그 자체를 그리면서 그녀를 웃게 만드는 만족스러운 충만함을 담뿍 담아낸 그림이기 때문이다. 책에 나온 그림 외에도 별도로 작가의 그림을 검색해보며 한참을 모드 루이스의 그림 속에서 머물렀다. 



그녀의 그림은 사물을 직접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상상에 의존한 그림들이 주를 이룬다. 동물을 사랑했던 그녀는 소, 말, 새, 닭, 사슴, 고양이 등을 그렸고, 어린 시절의 기억들과 가끔씩 나가는 남편과의 외출을 통한 기억들을 물감으로 표현했다. 몸이 불편하더더라도 그림을 그리려는 열정이 있었고 아주 작은 행복에도 감사할 줄 알았던 그녀의 그림은 보는 이들을 행복하게 한다. 



책을 읽기 전보다, 다 읽고 나니 '마음챙김' 이라는 제목 속 단어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새로운 생각을 해보게 해주는 그림 여러 점을 만났다. 이미 알고 있던 그림도, 새롭게 만나 본 그림도 있다. 명확한 병명은 없지만 그렇다고 건강하다고도 할 수 없는 우리의 삶에는 이렇게 '의학적인 치료'가 아닌 정신적이고도 정서적인 '치유'가 필요할 때가 있는 듯 하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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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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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과 고통은 저울 양 끝에 놓인 추와 같다. 초콜릿을 한 조각 먹으면 다음 조각이 또 먹고 싶어지고, 괜찮은 책, 영화, 또는 비디오 게임이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순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우리 뇌의 균형은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쾌락이 아니라 고통 쪽으로 기울어진다.'(p6, 머리말 중에서)  『도파민네이션』은 뇌가 쾌락과 고통을 어떻게 이해하고 처리하는지를 신경과학과 뇌과학을 기반으로 설명하고 있다. 


" 균형 찾기는, 욕망의 과학을 발견의 지혜와 결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도파민네이션

Dopamine Nation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흐름출판



「도파민네이션」 은 경쟁주의, 능력주의가 만들어낸 피로사회에서 도파민으로 버텨내면서도 그 중독의 심각성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쾌락과 고통 사이에서 더 좋은, 더 건강한 균형점을 발견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하는 책이다. 약물이든 쇼핑이든, 관음증이든 흡연이든, 소셜 미디어든, 우리 모두는 하지 않았으면 하거나 후회하는 행동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특히 소비가 우리 삶의 동기가 된 세상에서 강박적 과용에 대처하는 과학적 처방을 제시하고 일상에서 쾌락과 고통을 관리하는 실천적 방법이 담겨있다. 


넓게 봤을 때 중독(Addiction)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도박, 게임, 섹스)이 자신 그리고/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그것을 지속적·강박적으로 소비·활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런 중독은 우리의 삶이 윤택할 때도 점점 커지는 강박적 과용의 문제를 가리킨다. 




우리는 모두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어떤 사람은 약물을 복용하고, 어떤 사람은 방에 숨어서 넷플릭스를 몰아본다. 또 어떤 사람은 밤새 로맨스 소설을 읽는다. 우리는 자신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거의 뭐든지 하려 든다. 하지만 자신을 고통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이 모든 회피 시도는 고통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 p62




결핍의 공간에서 풍요가 넘치는 공간으로 바뀐 오늘날, 쾌락과 고통의 관계는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나는 아직 무언가에 중독된 적이 없다' 라고 자신하는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컴퓨터 세대에게 쉴 새 없이 디지털 도파민을 전달하는 현대판 피하주사침' 이라고 넌지시 이야기하기도 한다.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보편적인 척도로 활용되는 도파민은 쾌감·즐거움 등에 관련한 신호를 전달해 인간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다. 그리고 인간의 뇌는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고 한다. 


2부의 첫 시작인 4장에서는 DOPAMINE 이라는 단어로 '나와 중독을 이해하는 7단계' 를 풀어낸다. 도파민이라는 영어 단어로 설명하는 이 구성체계는 기억하기에 쉽다. 저자는 이를 처음에 치료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스스로의 일상생활과 습관 만들기에도 적용하고 있다고 부연한다. 


D는 데이터Data : 너 자신을 알라

O는 목적Objectives :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P는 문제Problems : 중독의 악형향을 찾아라

A는 절제Abstinence : 30일의 인내

M은 마음챙김Mindfulness : 고통 들여다보기

I는 통찰Insight : 진짜 나와 대면하기

N은 다음 단계 Next Steps : 중독 대상과 새로운 관계 맺기

E는 실험Experiment : 중독과 친구가 되는 법



이어지는 5장에서는 중독 관리를 위하 3가지 접근법을 제시하고, 6장에서는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의 두 가지 얼굴을 소개하며, 인간의 온갖 고통을 약물로 없애려면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린다. 그리고 3부에서 약물 대신 시도해볼 수 있는 대안으로 '고통 받아들이기' 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난 뭔가에 중독되고자 하는 현대인의 기호에 대해 가끔 궁금해지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혹시 신체가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서는 아닐까 하고 말이다.'(p185) 라고 운을 떼며 굳이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어진 오늘날의 삶의 모습을 지적하며 움직이고, 고통을 마주할 것을 주장한다. '워커홀릭' 에 대한 일침도 잊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끔은 한 번 일을 시작하면 그만두기 어려울 때가 있다. 깊은 몰입의 '흐름'은 그 자체가 마약과 같다. 몰입은 도파민을 분비하고 특유의 도취감을 낳는다. 이러한 무아지경은 부자 나라에서는 큰 보상을 보장한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친구와 가족과 맺는 밀접한 관계를 가로막는다면 인생에서 덫이 될 수 있다.


- p205



우리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이어서 어떻게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균형을 지키며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의학적 조언들은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지침들이다. 물론 균형을 찾아 유지함으로써 얻어지는 보상은 즉각적이지도 않고 영원하지도 않으며, 보상을 얻으려면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회복을 위해서는 '당장 영양가 없어 보이는 지금의 행동들이 실제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축적되고, 이것이 미래의 언젠가 나타날 거라는 믿음' 을 가져야 한다고 다독인다. '피하려고 하는 대상에서 도망치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서 방향을 바꾸어 그것을 마주하기'(p277) 부터가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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