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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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인 도미니크는 남자친구 베르트랑과 함께 그의 외삼촌인 뤽의 집에 방문했다가 뤽의 유혹을 받는다. 아내가 있는 남자임에도 뤽은 도미니크에 대한 열정을 대범하게 표현하고, 여주인공은 그의 매력에 흔들린다. 산전수전 다 겪은 40대의 기혼자인 뤽은 이 연애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으며 사랑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도미니크는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에 빠져든다. 사랑에 빠진 젊은 여성의 복잡한 내면이 사강 특유의 세밀한 시선으로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사된 소설이다. 어떤 사건이나 이야기의 진행보다는 도미니크의 심리 묘사가 치중한 작품이다. 


나는 전혜린의 에세이에서 그녀가 독일에서 유학 중에 이 책을 읽었었고, 그 줄거리를 들려주었던 남자친구의 소개로 국내에서 번역 출간했다는 이야기로  「어떤 미소」 라는 제목을 기억하고 있었다. 전혜린 번역의 책은 아니지만 드디어 이번에 읽게 된 것.




어떤 미소 

UN Certain Sourire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소담출판사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기에 사강의 소설 속에 담긴 도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어떤 일탈이 그들의 변화된 가치관과 호응했던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마광수의 유쾌한 소설 읽기」 에서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어떤 미소」 를 포함한 그녀의 소설이 당시 프랑스에서 주목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로 실존주의 문학이 갖는 '무거움'에 대한 염증을 들고 있기도 하다. 


사강이 프랑스의 문단을 놀라게 한 이유는 그녀의 소설이 '전혀 심각하지 않다' 는데 있었다. 그녀가 등장하기 까지 프랑스의 문단을 지배하고 있던 사조는 실존주의였다. 사르트르와 카뮈를 대표로 하는 실존주의 문학이 튼튼한 아성을 굳혀, 문학은 반드시 철학의 성격을 겸비해야만 하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그런데 사강의 소설은 철학적 고뇌나 탐구가 전혀 없이 자잘한 일상의 권태와 세속적 연애심리만을 다루고 있었던 것이다. 사강의 소설이 독자들로부터 환영을 받게된 이유중 하나는 실존주의 문학이 갖는 '무거움' 에 대한 염증에 있었다. 문학이 주는 가볍고 경쾌한 카타르시스 효과를 독자들은 내심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이란 원래 이성보다는 감성을, 모럴보다는 본능을 추구하는 장르이다. 그런데 실존주의 문학은 독자들에게 이성과 모럴을 강요했고, 소설을 철학 교과서처럼 딱딱하게 만들어 읽는 사람을 피곤하게 했다. 


- 마광수의 유쾌한 소설 읽기 중에서




프랑스어로 아방튀르(Avanture) 는 일반적인 모험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이란 단어와 결합하여 모험적인 사랑이 되어버리는 듯 하다. 도미니크는 뤽과 2주를 함께 보낸다. 만남의 시작에는 '이제 우리 사이에는 돌이킬 수 없는 뭔가가, 경박함에 대한 모든 새로운 시도 속에 존재하는 질식할 것 같은 뭔가가 일어날 것처럼 보였다'(p77) 라고 생각하고, 만남의 끝에는 '그는 조금 지친 기색이었고, 나는 우리가 이 조그만 모험을 잘 치러냈다고, 우리는 정말로 문명화되고 합리적인 성인들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갑자기 나 자신에 대해 일종의 분노와 함께 끔직이도 굴욕적인 기분을 느꼈다'(p136) 이라고 생각한다. '조그만 모험' 이라고 번역된 단어의 원문이 아방튀르(Avanture) 다. 


한없는 권태로움과 잿빛의 고독을 느끼며 지루해했던 도미니크는 자기 자신의 '아무것도 아닌 삶'이 무언가 더 채워지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뤽만이 그 권태에서 자신을 꺼내어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 줄 남자라고 믿었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떠나려는 뤽에게 매달린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어쨌든 넌 그게 끝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어. 여섯 달 혹은 일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넌 그것에 대해 농담을 하게 될거야

- p179, 알랭의 말 중에서




사랑의 유효기간이랄까. '여섯 달 혹은 일년' 은 기간만 달라질 뿐, 사강의 또 다른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 ( 「어떤 미소」 다음에 나왔다. )에서 '한 달 후, 일 년 후' 가 되거나 '일년 후 혹은 두달 후' 가 되어 문장 속에 계속 등장한다. 



친구인 알랭의 말대로 된 것일까. 한참 괴로워하던 주인공 도미니크는 어느 날 거울 속에서 미소짓는 자신을 보고 놀란다. 사강은 사랑에 대한 환상을 일찌감치 벗어버렸던 것일까. 이토록 담담한 시선으로 고독함을 이야기하다니.


미소 짓는 나 자신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혼자라는 것. 나는 나 자신에게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혼자, 혼자라고. 그러나 결국 그게 어떻단 말인가? 나는 한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이다. 그것은 단순한 이야기였다. 얼굴을 찌뿌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 p200



책 소개에는 '매력적인 유부남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겪은 뒤 성숙해 가는 과정' 이라고 소개되어 있기도 하지만 문득 '성숙' 인 것일까 생각해보게도 된다.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나는 아직도 사랑에 대해 환상을 품고 싶은 모양이다. 


도미니크는 더 이상 다른 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제 혼자서도 충분할 정도의 미소를 지을 수 있다. 그것이 「어떤 미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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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주
실비 제르맹 지음, 류재화 옮김 / 1984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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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주(personnages) 란 제목의 뜻은 무엇일까. 각주에 따르면 소설가가 구현하는 등장인물을 뜻하지만, 중세 종교어에서는 중요하고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을 뜻하거나 어떤 극적인 상황에 쳐해있는 인물을 뜻했다고 한다. 근대 이후에는 주로 소설 속 등장인물을 뜻하게 되었으며, 엄밀히 말하면 역사적 일화나 가공한 상상적 이야기에서 끌어낸 주제를 재현하는 자라는 의미도 갖는다. 실비 제르맹의 「페르소나주」 는 철학과 시적 언어의 경계에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주제로 글쓰기에 대해 탐구한 작품이다. 




페르소나주

Les personnages (2004년)

실비 제르맹 지음, 류재화 옮김

1984BOOKS



실비 제르맹은 25편의 에세이와 두 편의 단편 소설로 이 책  「페르소나주」 를 구성했다. 온라인 책 소개에서는 25편의 에세이를 타블로(Tableau)라고 표현해두기도 한다. 실비 제르맹은  「페르소나주」 를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듯 자신만의 언어로 글이란 그림을 그려낸다. 그 글에는 밀란 쿤데라, 파울 첼란, 미켈란젤로, 시몬 베유, 모리스 블랑쇼 등이 소환되고 있다. 



작가의 내면으로 파고들어 자신을 낳으라고 명령하는 이 ‘말 없는 읍소자’들인 등장인물들. '그들은 저 아래, 그러니까 우리 상상계의 경계에서, 꿈들의 군도로부터, 추억의 편린들로부터, 상념의 파편들로부터 납치당하듯 불쑥 태어난다.(p15)' 그렇게 불쑥 태어난 등장인물들은 언어로 펼쳐지기를, 언어로 호흡하기를 소망하며 '텍스트의 생'을 원한다. 실비 제르맹이 표현하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표현은 철학적이고 감각적인 묘사들로 가득하다. 



'읽힌다는 것. 이 근심은 작가들의 근심과 욕망이기 이전에 등장인물들의 것'이라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본다. 등장인물을 읽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천천히 그리고 예리하게 자기 자신 또는 다른 누군가를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문장에도 고개를 끄덕여본다. 읽는 이들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읽어내고, 때로는 스스로와 동일시 하기도 하며, 다른 누군가를 떠올려가며 몰입하게 되던 경험들이 있지 않던가. 책을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삶도, 흘러가는 시간도, 가까운 데 또는 먼 데서 일어난 사건들도, 그리고 특히 타자들도 많이 읽어야 한다.'  라고 말하는 실비 제르맹은 '세계를 읽는 지속적인 독서를 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쓰지 못한다(p40)'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시몬 베유의 문장 '자신이 옳게 읽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를 인용하며 작가가 되묻는 질문 또한 여러 생각을 해보게 하는 지점이다.



등장인물이 태어나는 과정을 표현해내던 작가는 이어 작가와 등장인물의 관계에 대해 생각을 펼쳐놓고,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 <여백에 그리는 소묘> 란 제목의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을 한 페이지에 등장시킨 후 <사시나무>, <마그디엘> 이란 두 편의 단편을 이어 등장시킨다. 두 단편의 주인공들은 무엇인가 글을 쓰는 이들이다. 그들은 실비 제르맹의 등장인물들이자, 또 다른 등장인물들을 탄생시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작가들이기도 하다. 문득 <사시나무>의 그녀, 모잔과 <마그디엘> 의 그, 폴랭 페보르그는 실비 제르맹의 페르소나주(personnages) 이면서도 어쩌면, 페르소나(persona)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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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A Year of Quotes 시리즈 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로라 대소 월스 엮음, 부희령 옮김 / 니케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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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책을 읽다가 '대자연에 대한 예찬과 문명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긴 불멸의 고전' 이라는 문장으로 월든(Walden)을 읽게 되었었다. 법정 스님은 "소로우의 생활신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간소하게 살라' 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단순하게 살면 살수록 우주의 법칙은 더욱더 명료해질 것입니다." 라고 소개하며 스님의 『무소유』 와 맞닿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갔었다. 그 당시 '소로우' 로 기억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의 만남이기도 하다. 사실 난 소로의 저서는 「월든」 만 있는 줄 알았다. ( 이는 월든 완독을 여러 번 시도 했던 이유도 크다. ) 



1년 365일 동안 매일 한 편씩, 시대를 초월하는 소로의 명문장을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된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를 읽으며 발췌된 문장들의 출처를 보다가 소로의 저서가 매우 많았음에 놀랐다. 게다가 들어보았던 제목인데 그 작품이 소로의 작품인 줄 몰랐다는 것에 두번 놀랐다. 소로=월든의 공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The Daily Henry David Thoreau

헨리 데이비드 소로 저,로라 대소 월스 엮음,부희령 옮김

니케북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날짜별로 발췌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그 날의 문장을 들춰보게 된다. 따뜻한 봄날의 기운이 느껴지는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본다. 겨울동안 어쩐지 움츠러들어있던 것 같은 사유도 봄과 함께 깨어나는 듯 하다. 소로가 이야기한 것처럼 내 안에 내재한 천재성이 나를 어떻게 이끌어가는지 이번 봄에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따스하고 기분 좋은 날이다. 훈훈한 하늬바람 속에 향기가 섞여 있는 듯 하다. 나는 담벼락 옆에 앉아서 다시 영감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낯설어도 기억에 남을 만한 영향을 받으면 우리는 다시 유연해져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우리 안에 내재한 천재성이 우리를 조금씩 이끌어 갈 것이다. 녹아서 자연스럽게 부드러워진 흙처럼. 우리 내면의 겨울이 부서진다. 나에게서 서리가 빠져나가고, 나는 활짝 열린 도로가 된다. 쌓여 있던 얼음과 눈이 녹아내리고, 예상치 않게 열린 통로로 밀물처럼 사유가 쏟아진다. 나는 힘이 나서 다시 한번 지구라는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상징적인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물론 내내 걷고 있었어도 나는 아직 지구의 정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 1853년 3월 21일의 일기


'최고의 책들을 가장 먼저 읽어라. 그렇지 않으면 결국 읽을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콩코드강과 메리맥강에서 보낸 일주일(1849)' 란 발췌문을 읽으며 엉뚱하게도 사과를 먹을 때 맛있는 것부터 먹는가, 맛없는 것부터 먹는가.. 란 생각을 떠올리며 웃었다. 맛없는 부분이란 뜻은 아니지만 새로 나온 책들을 읽느라 '최고의 책' 으로 분류되는 고전들을 뒤로 미뤄왔던 것을 떠올리기도 한다. 미뤄뒀던 순서를 앞으로 가져와야겠다며 목록을 떠올려보게 된다. 


「시민 불복종」 은 이 책 뿐만 아니라 다른 칼럼들에서도 많이 읽었던 내용인데 정작 책 전체를 읽어보지는 못했다. 발췌문만 읽어보다보니 전체 맥락이 궁금해지는 책이다. 소로의 책 중 다음 차례에 읽어볼 책으로 '찜'하게 된다.


국가는 인간의 분별력, 지성, 도덕에는 관심이 없고 의도적으로 오직 신체와 감각만을 중요시한다. 뛰어난 재치나 정직함을 내세우지 않고 신체적 힘을 내세운다. 나는 강요받으려고 태어나지 않았다. 내 방식대로 호흡할 것이다. 누가 더 강한지 두고 보자. 다수가 지닌 힘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들은 나에게 오직 나보다 더 높은 법에 복종하게 할 수 있을 뿐이다. - 시민 불족종(1849) 


『월든』 의 경우 문학사에서 평가받는 지점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 처럼 소로우의 구도자적인 모습과 정신적인 통찰을 읽어내는 것, 자연에 대한 묘사가 매우 아름답다는 점, 문명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 세속적인 성공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점들이 있다. 그런데 「일기(Journal)」 (국내 번역제목 「소로우의 일기」) 또한 그렇게 다가온다.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에는 소로우의 일기에서 발췌된 부분이 가장 많다. 미국 노트르담대학교 영어과 교수이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 연구 권위자인 저자는 비슷한 시기에 쓰인 글이나, 계절과 어울리는 글들을 잘 배치해두었다. 


QnA Book 이라는 분류의 책들이 많이 나온다. 매일 주어지는 질문에 대해 일기처럼 짧은 글을 적을 수 있도록 구성한 책이기도 하고, 노트이기도 하다. 테마에 따라 질문들이 달라지는데 문득 이 책으로 소로의 글이라는 테마로 '매일 글쓰기' QnA Book 을 해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다. 본격적인 질문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발췌된 소로의 글을 읽으며 그 문장이 전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 혹은 같은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본 것에 대해, 그것도 아니면 필사라도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은 구성이다. 소리내어 읽어보는 것으로도 좋은데, 필사를 해보면 더욱 좋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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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스
나가우라 교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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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 홍콩반환을 앞둔 시기인 1996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며, 타인의 시선이 고통스러운, 대인 공포증을 가진 고바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국익에 부합하는 정당한 일이라는 상사의 강요에 농림수산성의 비자금 조성에 가담했고, 비자금 조성건이 드러나자 농림수산성을 떠나야했던 인물이다. '가장 가고 싶던 대학에도, 직장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이렁저렁 임용된 직장에서 아무런 의심 없이 지시받은 대로 움직인 결과, 전부 잃었다.스스로가 그저 공부나 조금 했을 뿐인 무능력자로 느껴졌다 (p17)' 라고 독백하는 인물. 농림수산성에서 나온 후 친구의 소개로 일본 최초의 전문 인터넷 증권회사에 취직한다. 농축산물 지식을 살려 선물 거래나 기업 분석을 하게 된 고바는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끌려 다시 일을 시작한다.



언더독스

나가우라 교 장편소설

블루홀식스



‘언더독(underdog)’ 은 경쟁에서 열세인 사람, 패배가 예상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스포츠 경기 등에서 승리보다는 패배가 예상되는 사람 혹은 팀을 의미하기도 한다. 과거의 '투견(鬪犬)'에서 나온 말로, 승리한 개가 주로 위에 있어서 'top dog'이라고 하였고, 물려서 패배한 개는 아래에 누워 있어서 'underdog'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럼 언더독의 복수인 언더독스는 이야기 속에서 누굴 이야기하는 것인가. 


막대한 돈과 권력을 쥔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제안'이 안전한 일일 리 없다. 정치인과 재계인사, 세계 각국의 관료들과 적지 않은 관계를 맺어온 농림수산성 시절 경험이 강하게 경고했다. 


-p23, 고바


주식이나 선물 거래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일이야. 아주 간단히 말하면 자네를 헤드헌팅 하고 싶네. 앞으로 자네가 소속된 회사는 일절 개입하지 않을 거야. 그 점은 양해를 구해놨어. 자네와 나, 대등한 입장에서 내 인생을 건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네. 어떠한가? 들어 볼 마음이 생겼나? 


-p24, 마시모



마시모의 제안을 듣고 '고통과도 같은 자기 연민과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쳤다는 고바. 제안을 들은 이상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구르기 시작한 수레바퀴는 이제 멈출 수가 없다. 결국 주인공은 살아남기 위해 순간순간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권총도 제대로 쏴본 적 없는,  '창과 방패가 없는 돈키호테(p396)' 같은 모습이었던 고바였지만 수많은 위기 때마다 어떻게든 살아남는다.그를 선택한 이유에 대하여 제안자인 마시모는 이렇게 말했었다. 


약한 자이기에 오히려 죽기 살기로 지혜를 짜내고 때로는 엄청난 힘을 보여 주지. 생각해 보게. 자네는 어떤 의미에서는 나와 비슷해. 뛰어난 선견지명과 계획성, 결단력이 있는 데다가 복수심이 뒷받침된 강한 동기까지 겸비했지. 무기력하게 현재를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자신을 모함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향한 분노와 억울함이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았어. 자넨 분명히 한 번 실패했어. 하지만 그 실패는 자네를 더 강하고 신중하게, 그리고 교활하게 만들었을거야. 


-p33, 마시모




소설의 이야기는 두 축으로 전개된다. 1990년대의 고바의 이야기와 2010년대의 고바의 양녀를 비롯한 후대가 부모 세대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나가는 이야기가 번갈아 나온다. 후대가 선대의 비밀을 찾아 나서게 된 것은 고바의 안배다. 주인공 고바가 직접 경험하는 시간에서의 앞을 알 수 없는 사건의 전개를, 2010년대에 사실은 그랬더라.. 라는 식으로 조금씩 비밀의 문을 열어주는 식이라고 할까. 



초반부터 마시모가 살해되어버리지만, 계획은 그대로 진행되면서 팀이 한 개가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이 계획에 러시아, 영국, 일본, 홍콩, 미국 등의 여러 나라( 그리고 첩보기관들 )가 얽혀버린다. 여러 나라가 얽히면서 등장 인물들의 배경 또한 얽히고 배신과 배신이 거듭된다. 팀원들간에 서로 의심해야하는 상황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상황이 계속 바뀌는 터라 액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몰입감이 매우 크다. 탈취 계획의 타깃이기도 한 홍콩 난징은행그룹 산하의 헝밍은행 지하금고에 있는 플로피 디스켓과 서류에는 과연 각국 주요 인사들의 불법 투자와 부적절한 절세용 유령 회사의 활동 기록만 있는 것일까도 궁금한 포인트가 된다. 


그래요. 정말 성가시죠. 바보 같은 사람이었어요. 타로카드의 바보 카드(THE FOOL) 같은 사람. 카드 번호 0번인, 숫자가 없는 남자. 지식욕은 왕성. 그러나 금전욕, 물욕과는 관계가 없으며 아무것도 소유하려고 하지 않았지. 동료는 있었지만 파벌이나 무리를 만들지도 않았다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데다가 정말로 자신의 매력을 깨닫지 못했기에 오히려 타인을 끌어당겼지.


- p402



주위 사람의 이야기는  「언더독스」 의 주인공 고바의 매력을 더욱 드러내준다. 계획을 둘러싼 여러 나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벌이는 모략은 더럽고 치사하다. 그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애쓴 고바는 그 세력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나는 당신들이 더 이상합니다. 더러운 일은 세금에서 나온 예산으로 남한테 떠넘기고, 납치나 살인이 벌어져도 눈감고 모른척하고, 그러면서 결과만 가로채죠(p502)'. 



고바 스스로가, 다른 이들이 그를 언더독이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그는 절대 언더독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시작은 언더독이었을지 모르지만, 언더독이 언제까지나 언더독만은 아니니까! 그러기에 이야기의 결말이 더욱 만족스럽다.  



「언더독스」 는 164회 나오키상 후보와 '2020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5위에 오르며 대중의 머릿속에 나가우라 교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이다.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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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만나는 시간 - 오래된 책에서 오늘을 사는 지혜를 얻다
앨런 제이콥스 지음, 김성환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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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과 그에 관한 에세이를 읽던 중에 그가 「일리아드」 에 대해 써놓은 문장을 발견하고  「일리아드」를 다시 읽을까( 또는 아이와 함께 읽을까 )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고전을 만나는 시간」 을 읽다가 또 「일리아드」 에 대한 글들을 마주한다. 소로가 '문명화되지 않은 자유롭고 야성적인 사유, 그것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라고만 표현해 둔 고전의 의미를 「고전을 만나는 시간」 을 통하여 좀 더 상세하게 만나보았다.


<일리아드>가 우리에게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은 바로 산 사람을 사물로 뒤바꿔놓는 무시무시한 변환의 과정이다. 


- p74, 「고전을 만나는 시간」 





고전을 만나는 시간

오래된 책에서 오늘을 사는 지혜를 얻다

Breaking Bread with The Dead

앨런 제이콥스 지음

미래의 창


 「고전을 만나는 시간」 에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부터 이디스 워튼의 「기쁨의 집」,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 등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50여 권의 책들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저자, 영국의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미국의 철학자 토머스 네이글 등 본문과 관련된 철학가나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이쯤되면 저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저자인 앨런 제이콥스(Alan Jacobs)는 미국 베일러대학교 아너스 프로그램(Honors Program; 최상위권 학생 교육 프로그램)의 석좌교수이자, 영문학자, 작가다. 앨라배마대학교를 졸업하고 버지니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84년부터 2013년까지 휘튼칼리지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다. 그는 이 책  「고전을 만나는 시간」 을 통해 그동안 학생들에게 전달하려고 애썼던 '고전을 읽는 것의 가치' 를 이야기한다. 이번에는 스승으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독자로서 다른 독자들에게. 




과거의 모든 작품들이 다 고전인 것은 아니지만, 고전의 범주에 들지 않는 오래된 책을 읽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저자는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의 고전에 관한 에세이의 내용을 인용하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사람들이 오래된 책을 읽을 때 경험하게 되는 '친밀감'을 강조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 그는 "고전을 읽을 때 우리는 가금 우리가 항상 알아온( 또는 안다고 생각해온 ) 무언가와 새롭게 마주하게 된다. 그 작가가 그 말을 제일 먼저 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는 것이다. 이건 커다란 기쁨을 선사해주는 놀라운 경험으로, 기원과 관계, 관련성 등을 발견할 때마다 이런 종류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 "


- p118




이탈로 칼비노가 말한 그 기쁨은 나도 종종 느낀다. 이를테면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을 읽다가 체코의 소설가 카렐 차페크가 '로봇' 이란 단어를 처음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소소한 기쁨 같은 것을 떠올린다. 이어서 개인에게 다가가는 '당신만의(your) 고전'의 개념도 인용한다. '당신만의 고전 작가란 당신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고, 그와의 관계에서 당신 자신을 정의하거나, 심지어는 그와 논쟁을 벌이도록 당신을 자극해주는 그런 작가들을 말한다.' 라고 말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만의 고전' 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책이 당신 스스로 생각해보지 못한 것은 물론, 믿고 싶지도 않은 무언가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면, 그 책이 당신에게는 고전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주장에 크게 공감하며 밑줄을 그어보게도 된다.



책은 하나의 주제나 개념이 소개되고, 그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왕창 쏟아지는 구성이다. 저자 스스로도 밝혔듯이 체계적이기보다는 '나선을 그리며 상승하는 형태를 모방' 하려고 애쓴 흔적들이다. 이탈로 칼비노의 인용은  '차이 없는 과거'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장의 키워드는 '배움 | 과거로부터의 교훈' 이다. 


고전은 지금 이순간의 관심사를 배경 소음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배경 소음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그런 것들이다. 


- p120




주제에 대해 운을 떼고, 다양한 고전들과 독자의 사례를 통해 이어지는 이야기들 및 저자의 주장은 매우 공감가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내가 읽는 그 책이 어떤 식으로든 내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독서에 필수적인 맥락을 제공해준다. '. 아. 정말 그렇다! 


이어 '죽은 이들과의 식사는 완수해야 할 학문적 과제가 아닌, 굶주린 모든 사람들이 초대받는 영원한 만찬이 되어야 한다. (p130)' 라고 해당 장을 맺는데, 만찬, 식탁에 대한 비유는 앞장에서부터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최근 고전문학을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이디스 워튼의 책도 관심있게 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책 속에서는 이디스 워튼의 「기쁨의 집(The House of Mirth)」 에 담긴 노골적 반유대주의 성향 때문에 책을 거부한 학생의 사례가 나온다. 작가에게서 자민족중심주의나 성차별주의, 인종주의 등을 발견할 때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시간여행을 하는 것은 작가가 아니라 독자들이다. '오래된 소설을 집어 들 때 우리는 그 소설가를 우리 세계로 데려오면서 그 사람이 이 세계에 속할 만큼 개화된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소설가의 세계로 여행을 가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p63)' 이라는 것. '작가는 우리의 식탁을 찾는 손님이 아니라 우리가 작가의 식탁을 찾는 손님이다.' 는 문장은 고전에 대해 독자로서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단언컨대, 과거의 목소리(생각)에 놀라거나 심지어는 기분 나빠할 능력을 잃는다면, 진짜 핵심적인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 문헌은 나를 불쾌하게 하니 더 이상 읽지 않겠어" 라고 말하는 건 근시안적 태도일지 모르지만, 잘못된 점이나 자기 의견과의 차이점조차 못 보게 될 정도로 과거의 '위대한 책' 에 대해 경외심을 품는다면, 그것도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p118




「제인 에어」를 새롭게 재해석한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다른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슐러 르 권의 「라비니아」 에 대한 글(p137) 또한 개인적인 호기심을 폭발하게 했다. 각기 다른 시대에 쓰인 작품들을 비교하며 서로 다른 해석, 가치관 등을 풀어내는 글에 해당 책들이 궁금해질수 밖에.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도 펼쳐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어슐러 르 귄의  「라비니아」 도 책 장바구니에 쏘옥. 



20대에 가장 인상깊은 책을 이야기하라고 할 때 나는 「데미안」 과 「작은 아씨들」 을 들곤 했다. 그리고 내가 「작은 아씨들」 을 선택했었던 이유를 다른 독자의 사례에서 만났다. 잊고 있던 기억들도 떠오르며 지금의 내 모습이 그 때 읽었던 책들의 영향도 있었음을 깨닫는다. 


도로시 오즈번과 같은 과거의 실존 인물들과 조우하거나 <인형의 집>의 노라 헬메르나 <작은 아씨들>의 조 마치 같은 허구의 인물들과 마주칠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들과 자신의 가치, 가정, 희망, 두려움 등에 관해 이야기하게 된다. 그런데 이때 갑작스럽게 그들과 우리 사이의 불협화음을 인지하게 되더라도 그 불협화음으로부터 달아나서는 안된다. 우리는 그 속으로 곧장 뛰어들어야 한다. 선조들의 태도와 자신의 태도를 비교하는 이 과업은 매우 흥미로운 과정이 될 수 있다. (...) 레슬리 제이미슨이 말했듯이 양자 사이의 긴장은 타닥거리면서 불꽃을 튀기고, 이 불꽃은 빛과 온기 모두를 생성해낸다. 


-p218, 인형의 집에서 내다본 풍경 / 비교 |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타닥거림




저자는 맺는 말에서 '정보의 밀도가 높은 환경이 인격의 밀도가 낮은 개인들을 양산해낸다(p236)' 라고 말한다. 저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무한한 선택을 제공하는 듯 보이는 세상이 실제로는 선택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놓는데, 이는 정보 환경이 우리를 대신해서 선택하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 우리의 정체성을 풍부하게 하고 스스로를 더 강건하게 만들기 위해서 죽은 이들에게 관심이란 피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9장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그렇게 획득한 강건함을 활용해 미래와 의미 있는 약속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


우리가 옛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할 때, 그들은 우리가 극복한 편협함과 사악함의 본보기로서가 아닌 이웃으로서, 심지어는 스승으로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조차 그런 상황이라면 우리도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단순한 관심을 넘어선 사랑을, 후손들에게 바라는 것과 같은 바로 그런 종류의 사랑을 보내줄 수 있을 것이다. 인격의 밀도를 향상해야 한다는 이 책의 주장은 먼 과거에서 먼 미래로 이어지는 생명의 사슬에서 고리로서 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 앨런 제이콥스




'인격의 밀도를 향상'하기 위해 고전을 읽는 것은  다른 시간대, 다른 세계라는 시.공간상의 차이와 거리를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인간의 역사에서 자신의 시대만 아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는 앨런 제이콥스는 오래된 책에서 오늘을 사는 지혜를 얻자고 권유한다. 이렇게 '과거를 향해 자신을 열어젖힐 때 우리는 마음에 안 드는 옷을 입은 젊은 여성에게 분노에 찬 트위터 메시지를 보내거나, 반감이 가는 트위터 문구를 보고 경솔하게 직원을 해고하거나, 환경 변화에 비생산적인 분노나 전적인 무관심으로 반응하는 우행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며 순간의 충동들, 결코 고요한 마음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그 충동들에 복종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전한다. 고전을 읽을 이유가 현실의 적나라한 모습에서 이해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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