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란 무엇인가
이인화 지음 / 스토리프렌즈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3년간 국문학과 및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저자는 <리니지2>에 심취해 게임 폐인의 세계에 입문했고, <리니즈2>에 관한 글을 쓰면서 메타버스의 잠재력에 눈을 떴다. 이후 메타버스를 연구하는 가상세계 문화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메타버스에 관련된 37편의 논문의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독립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메타버스의 이야기는 생생한 체험이 곁들여져 재미있으면서도, 그간의 연구성과를 담은 터라 전문적인 설명 또한 존재한다. What, Why, How 의 1부에서 3부는 12개의 챕터와 38개의 도표와 그림으로 요약된다.

 

이 책은 현상 기술적인 관점을 배제하고 사람과 사람의 근본적인 사회적 관계로부터 메타버스를 조명했다.  이를 통해 이 책은 시류적인 메타버스 대세론을 경계하며 매체의 허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 

-p246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이인화 지음

스토리프렌즈

 

메타버스는 초연결 지능화 사회에서 매체와 매체 사이에 '제3의 매체' 로 나타난 혼종의 공간이다. 

- p46

 

메타버스가 적용되는 영역은 매우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나는 내 아이에게 더욱 밀접해보이는 교육영역에서의 변화가 더욱 흥미로웠다.


메타버스 학교에 ‘자발적으로 학생을 모으는 집객력의 비밀은 아바타에 있다’ 라는 주장은 매우 공감이 간다. 나 또한 한참 싸이월드 등에서 아바타를 키우던 세대가 아니던가. 아이도 <포트 나이트> 에서 매번 자신의 아바타에게 새로운 코스튬을 입힌다. ‘메타버스 학교에서는 아바타에 의해 컴퓨터 안과 밖이 연결되는 분산 인지 체제이다. 이 학교에서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다시 설정되고 광대한 네트워크를 자기 집처럼 돌아다니는 세 세대의 의식이 탄생한다’.(226) 저자는 이 메타버스 학교에 대한 특성을 ‘직접 수행 교육’, ‘동등 계층 교육’, ‘교육 기관 연동’, ‘개인 맞춤형 인공지능 교육’ 의 네 가지로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학생들에게 세상을 가르치는 세 가지 방법으로 수학의 방정식, 담론적 설명, 시뮬레이션 모델링을 든다. 메타버스 학교는 이 중 시뮬레이션 모델링에 집중한다.

 

시뮬레이션 모델링은 그것의 시작점에는 결과를 논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 학생들은 시스템을 직접 만들고 실행해봄으로써 스스로 진리에 도달한다. 그 과정은 수학 방정식이나 담론적 설명보다 훨씬 더 어렵고 높은 수준의 자발성을 요구한다. 
- p224

 

이런 면에서 사업에 있어서도 기존의 영역에 메타버스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모델의 작은 디테일을 계속 수정하는 미세 조정(Micro-Interaction)의 연속임을 알아야 한다고.

 

나는 아이와 함께 <포트나이트>에서 방탄소년단의 신곡발표무대를 봤다. 아이의 아바타는 구입한 모드로 방탄소년단의 춤을 같이 췄다. <동물의 숲>에서는 홍콩 민주화 시위장면을 마주하기도 했다. 어린이날에는 <마인크래프트>에서 청와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아이에게 있어 메타버스는 점점 더 현실과 나란히 하는 삶의 터전이 되어가는 듯 하다.

 

우리 아이들은 다음 세대의 경제 자원과 사회적 부를 만들어 갈 인력, 즉 넥스트 워크포스(next workforce) 들이다. 메타버스에서 배우고, 놀던 이들의 업무환경은 메타버스 사무실이 될 것이다. 인류는 물질 세계를 메타버스로 전환하면서, 또 메타버스 세계의 오류를 수정하고 관리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밖에 없다. 서버의 메모리 자원을 관리하고 재분배하는 사람, 메타버스 안에 건물을 짓는 사람, 필요한 용역을 중개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로 나타날지 모른다. 물론 메타버스의 세계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현실세계든 가상세계든 똑같다. ‘사람들의 연결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한정된 대인관계를 가지고 일하는데 사회적 연결이 부족하면 결국 창의성과 상상력도 위축된다’(210) 를 유념해둬야 할 것이다.

 

메타버스의 과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메타버스란 사람과 사람이 어떤 경험을 공유할 것인가의 문제다 
- p118

 

저자는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에서도 메타버스는 위기에 대응하는 인간적인 힘의 표현이며, 인간존재가 지닌 가능성의 발전이라고 주장하며 글을 맺는다.

 

사람들은 메타버스에 있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은 것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의 감사의 말 중에 “보잘것없지만 게임 중독에 빠진 한심한 교수라는 조롱을 당하면서 얻은 작은 결실’ 이라는 문장을 읽다보니 살짝 안타까웠다

보잘것없지 않습니다. 생생한 체험이 녹아있는 글이라 더욱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조금 더 메타버스에 대해 한 걸음 더 다가가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지막 수업 팡세 클래식
알퐁스 도데 지음 / 팡세미니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퐁스 도데의 이 단편집은 언제 읽어도 명작. 새롭게 만나서 더 설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1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첫 권은 은하제국의 멸망을 대비하여 인류의 과학 문명을 보존하기 위해 설립한 '파운데이션'의 성립과 초기 발전 과정을 펼쳐내고 있다. 1권은 5부에 걸친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각 부의 시간대와 등장인물은 모두 다르고, 주 사건이 벌어지는 행성 또한 다르다. 주요 중심인물인 심리역사학자인 해리 셀던만이 공통으로 이름이 언급된다. 


각 부의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단편소설이기도 한데, 이 구성은 이 작품의 발표 당시 아이작 아시모프가 <어스타운딩 사이언스 픽션>에 1942년부터 1944년에 걸쳐 연재한 4편을 모은 후, 1부의 '심리역사학자(The Psychohistorians)' 를 추가하여 단행본으로 펴낸 배경을 떠올리면 이해가 가는 설정이기도 하다. 




파운데이션

Foundation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1 

황금가지



해리 셀던처럼 1000년 후 미래에 대해 미리 방향을 설정하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인 것일까. 은하제국의 쇠퇴를 미리 예견하고 은하계 나선형 가지 외곽에 있는 자원이 빈약하고 경제적 가치는 거의 없어보이는 터미너스라는 행성으로  백과사전 편찬자들을 이주하게 한다. 이주의 표면적인 이주는 백과사전 편찬이었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유품관의 영상으로 해리 셀던은 '백과사전 파운데이션은 속임수로 시작된 것입니다.​' 라고 밝힌다. 


이즈음 과학자들이 밀집해있는 도시에 불과했던 터미너스는 아무런 산업 기반도 갖추지 못한 채 적의가 충만하고 야만스러운 신생 독립 왕국에 둘러싸여 있었다. '야만스러운 대양에 떠있는 원자력을 가진 작은 섬, 무한한 가치가 있는 전리품과도 같은 존재였다.' 라고 표현된다. 이 상황이 1차 위기인데, 그 가운데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취한 유화정책으로 주변 네 왕국을 각각 도우면서 서로 대립하도록 과학, 무역, 교육, 의료를 제공한다. 


주위 행성 중의 하나인 아나크레온과의 전쟁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반격하게 된다. 과학을 일종의 마법으로 받아들이고, 종교처럼 여기게 만들었던 것을 토대로, 터미너스로 향한 우주선을 무력화하고, 행성의 모든 전력과 수도, 그리고 통신망을 차단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은하령의 가호가 떠난 것이라고 포장한다. '과학 종교의 주요한 특징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한다는 데 있다.'(p175) ​국민을 영원히 지배하기 위해서 자신을 신성시하는 과학 종교를 받아들였던 왕국의 지배계급은 결국 과학종교의 늪에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이렇게 2차 위기를 넘긴다. 해리 셀던은 이를 미리 예견했다는 것. 


계산에 의하면 여러분은 지금 파운데이션 주변 가까이에 있는 야만스러운 왕국들을 지배하게 되었을 겁니다. 최초의 위기 때 여러분은 '세력 균형' 의 법칙을 이용하여 그들은 몰아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제2의 위기 때눈 세속 권력에 대해서 영력을 이용하여 지배권을 획득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 p184


종교, 즉 영력의 다음은 금력으로 지배하는 아스콘 행성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사제가 등장했던 아나크레온 행성때와 달리 아스콘 행성은 무역상인과 대상인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이런 문장으로 1권을 맺는다. 


다음에는 또 다른 위기가 오겠지. 그때는 현재 종교가 무력해지듯이 금력 또한 무력해지겠지. 내가 오늘의 과제를 해결했듯이 내 후계자들도 새로운 과제를 해결해야만 해


- p318


인류 문명의 미래를 정치 사회학과 경제학, 수학적 확률론, 집단 심리학을 토대로 예견하는 '심리역사학' 이라는 것이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관통하는 큰 소재다.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영감을 얻어 50년간 집필한 이 시리즈가 은하제국에 대해서는 어떤 역사를 펼쳐줄 지 더욱 기대가 된다. 각각의 단편들이 모여 커다란 퍼즐판을 완성하고 나면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까.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달 3 (일러스트 특별판) - 선물 고양이달 (일러스트 특별판) 3
박영주 지음, 김다혜 그림 / 아띠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번째 권에서는 아리 세 소녀에 대한 비밀이 밝혀진다. 왜 아리별의 주인이었던 한 소녀가 세 명의 소녀로 나뉘어야 했는지, 그리고 아리별의 운명의 상대가 누구였는지, 기나긴 여정의 끝에서 어찌보면 가혹할 수도 있는 진실이 드러난다. 노아는 고양이달을 찾아, 소녀를 찾아 긴 시간 온 우주를 헤맸으면서도 바로 곁에 있던 소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소녀를 다시 만난 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고양이달

선물

박영주 글, 김다혜 그림

아띠봄



마레와 모나 사이에서 삼각관계가 되어버린 노아를 비롯하여, 링고를 떠나 핀과 함께 하지만 결국 핀마저 떠나게 되는 린, 사랑에 냉소적인 빅 등의 주변 인물들의 사랑 또한 다채롭다.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여러가지 사랑의 모습들을 보며 아이들은 나의 사랑은 어떤 모습인지, 혹은 앞으로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보게 될 듯 하다. 


고양이달 1권에서 지구로 온 노아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시 지구의 모습에서 끝을 맺는다. 노아의 이야기를 듣는 책 속 '나' 는 그토록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있었다는 소년이 자신과 함께 카페 테라스에 마주 앉아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마음이 세 개인 사람이지. 우리는 모두 모나인 동시에 마레고 또 루나야. 모나와 다르다고 마레의 존재를 부정해선 안 돼. 세 진심은 결국 하나의 멜로디로 통할 테니까.


- p432



노아도 모나도 선택만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는 가설을 뒤엎지 못하고 예정된 선택을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지도 모르겠다. 스스로가 내린 선택은 절대적인 운명이 되어 버리고, 사람들은 운명을 극복할 수 없었노라 말할 것이다.' (p446)


이어지는 노아의 질문에 자신의 사랑을 돌아본다. 헤어짐에 가슴이 아팠지만 '만나지 않았다면 행복도 불행도 다 모르고' 살았을 거라는 이야기에 '어쩌면 내가 불행이라고 여겼던 모든 순간들은 행복해지기 위한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p433) 이라고도 생각한다. 


더는 순간을 구분 짓고 규정하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뒤엉킨 감정들은 그 자체로 기억이 된다. 생애 단 한번뿐인 기억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 p433



생애 단 한번 뿐인 기억, 소중한 기억이기에 3권의 제목이 「선물」 인 것일까. 노아는 다시 고양이달을 찾을 수 있을까. 다시 만나면 이번에는 알아볼 수 있을까. 미숙했던 지난 사랑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까. 긴 여운 속에 노아의 뒷 이야기를 계속 상상해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 -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관계를 치유하는 시간
황즈잉 지음, 진실희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을 읽는 순간 나는 상처받은, 외로운 어른으로 자라났을까? 란 질문과 나는 내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감정은 아니지만 일종의 양가감정처럼 느껴진다고나 할까. 

​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관계를 치유하는 시간’이라는 부제를 눈여겨본다.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제목이다. 대부분 혹시 나도? 란 생각이 들 듯 하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사람이 상처가 될때 내가 알아야 할 것들’ 은 무엇이려나.




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

황즈잉 지음, 진실희 옮김

더퀘스트


대인관계치료 상담심리자인 저자는 대인과정이론에서 볼 때 개인의 인내심, 매정함, 무관심은 모두 타인과의 상호작용, 특히 어린 시절 부모와 상호작용하면서 필요에 따라 발전시킨 효과적인 대응 전략이라고 말한다. 대인과정이론에서는 개인의 특질이나 개성, 인격은 관계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달한다고 보며, 대처 전략을 조정하면 운명을 바꾸고 대인 관계의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p7)고 설명하며 시작한다 

<상처받은 아이는 자라서 어떤 관계 문제를 겪는가> 에 대해 1장에서 다양한 사례와 함께 풀어내고, <외로운 어른은 어린 시절 어떤 상처를 받았는가>를 2장에서 다룬다. 3장에서는 <부부는 무엇으로 살고 또 멀어지는가> 에 대한 사례를 담았다. 각 사례와 더불어 중간 중간 [마음의 쉼터] 라는 코너를 두어 자가 진단을 할 수 있는 질문들도 제시하고 있다. 

상처받은 아이가 겪는 문제(1장) 는 외로운 어른의 모습에서 다시 드러나고 (2장), 그 어른들이 상호작용하는 부부의 관계(3장) 에서 더욱 극명해진다. 여자친구를 우울의 바다로 끌어내고 싶어 구세주 역할을 자처했던 햇살남 알렉스와, 알렉스의 밝은 기운에 물들어 조금씩 달라지던 벨라 커플의 사례를 보자. 조금 달라지던 벨라는 사실 ‘내가 괜찮아지면 날 떠나지 않을까?’ 란 두려움을 키우고 있었고, 두 사람은 서로 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각자의 인생에서 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p228) 

'각자의 인생에서 원하는 역할' 이라는 문장이 마음에서 콕 박힌다. 나르시시즘과 콤플렉스가 공존하는 상태로  ‘자신과 역할을 동일시하면 그 역할에 맞는 상대를 관계로 끌어들이게 된다’(p228)는 지적 또한 그렇다. 



고통스러운 관계는 쌍방에 책임이 있다.

당사자는 자기가 희생하고 봉사한다고 여기지만, 상대방은 그 희생과 봉사를 전혀 모르거나 오히려 그 속에서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참고 견디면서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상황이 지속되도록 부추긴다. 이를테면 부부 싸움에서 한 명이 싸우려 들어도 다른 한 명이 무시한다면 싸움이라는 드라마를 연출할 수 없다. 


- p229,  3장 부부는 무엇으로 살고 또 멀어지는가 


'그들 사이에 서로가 원하는 극본이 있으며, 그 드라마는 양쪽 모두의 성취가 있기 때문에 지속됐다는 점' 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혹은 현실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이어 프로이트의 ‘투사 개념’과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의 ‘투사적 동일시 개념’을 끌어와 이 관계를 분석한다. 이 개념은 앞선 2장의 어린 시절 상처받은 어른의 경우를 설명하면서도 자주 등장한다. '투사'는 본래 프로이트가 제시한 개념으로, 자기 내면에서 용납할 수 없는 부정적인 평가를 일방적으로 외부에 던져버리는 일종의 방어기제를 말한다. 반면 '동일시'는 일종의 수용이다. 투사적 동일시는 모든 관계 중 배우자에 대한 판타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며 종종 관심이나 사랑으로 포장된다. 하지만 그 배후에는 '내 뜻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는 메시지가 숨겨있다고 설명한다. 실제적 사례와 함께 이론적인 설명을 읽다보니 더욱 쉽고, 객관적으로 해당 사례를 들여다보게 되는 듯 했다.  


말만 하면 서로를 자극하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지만 서로 툭툭 내뱉는 한마디와 논점 없는 말다툼이 쌓이면 결국 관계의 초점을 잃게 된다. 사실 사례 속 부부는 거친 말을 주고받았지만 내면의 가장 핵심적인 두려움과 기대를 터놓고 이야기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아이가 병이 나자 엄마인 쟈위 씨는 불안하고 어쩔 줄 몰랐고 남편이 그에 관해 물을 때마다 정곡을 찔린 느낌이었다. 불안할 수록 진심을 드러내기가 무서워서 융한씨가 걱정하는 바를 밖으로 표출하거나 요구 사항을 제시하지 못했다. 


​융한씨는 아내가 자기만큼 이 일에 몰입하지도 걱정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며 ‘아내는 나만큼 아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내가 그 중요성을 더 과장되게 드러내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강력하게 말했는데 그때마다 쟈위 씨는 불안감이 증포됐고 남편의 말을 신뢰할 수 없었다. 결국 부부는 무환순환에 빠졌다. 한쪽은 ‘저 사람 지금 통제력을 잃을 것 같아. 신뢰할 수 없어’라고 생각했고 다른 한쪽은 ‘저 사람은 나만큼 이 문제를 중시하지 않아’ 라고 여겼다.  


- p272


학술적으로는 이런 현상의 ‘부정적 상호작용의 고리 nagative interaction loop’. 라고 한다. 주변 사례를 보면 아이의 건강보다는 교육 문제에 대한 대화에 있어서 이런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 듯 하다. '소통이 인정과 부정, 옳고 그름, 흑과 백을 표명하는 데 갇혀버리면 논쟁과 반박으로 변질하기 쉽다. 그리고 논쟁이 한번 부정적인 순환을 타게 되면 상대방이 멀게 느껴지고 서로의 진심에 닿기 더욱 어려워진다.' (p273) 

충돌을 유난히 두려워하는 내 성격은 어떤 과정으로 형성된 성격인지를 책 속에서 찾아보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 내 아이는 나라는 부모의 영향아래 어떻게 자라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부모는 좌충우돌하고 전전긍긍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과정은 상대방 집의 대문을 허무는 일과 닮았다. 특히 가족을 향한 사랑은 더욱 그렇다. 어떤 부모는 자신의 불안과 초조를 아이에게 투영하고 이내 그 감정을 '너는 내 말을 들어야만 해' 라는 통제 욕구로 변질시킨다. 부모들은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행동하는 것도 모른다. (...)


부모가 될 준비를 마치고 부모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 p97


어린 시절의 가족의 사랑을 지키는 동시에 성장에 따른 고통과 불안을 처리하기 위해 탄생한 생존 전략은 '순종하기와 환심사기', '공격하기와 저항하기', '회피하기' 등 여러가지가 있다. 내 스스로가, 그리고 아이가 어떤 전략을 택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는 지점이다. 이런 상호작용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예측의 여지를 주지만, 갑자기 변하게 되면서 상대를 낯설게 하게 만들기도 한다. 저자는 읽는 이에게 묻는다. '당신도 자녀로서, 부모로서 전환기를 거쳤나요?' 라고. 

태그를 빼곡하게 붙여놓고 오래 곱씹게 되는 책이다. 내가 알아채지 못했지만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것들을 다시금 발견해보게 되기도 하고, 그럼으로 나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깊어지는 듯 하다. 더불어 반복되는 관계 패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 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