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심증후군
제스 로덴버그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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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을 당했다고 심장이 깨져 죽은 사람이 있다면 믿을수 있을까? 심장이 멈춘 것도 아니고 두 동강이 나 깨져 죽었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트 모양을 반을 쪼개 간직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사랑이 깨졌을때 하트 모양의 심장이 두 동강이 났다면. 아마 죽은 본인도, 가족이나 친구들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제스 로덴버그의 『상심증후군』은 이렇듯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남자친구의 말에 심장이 깨져 죽어버린 한 소녀가 죽음의 5단계를 거치는 과정을 나타낸 작품이다. 이 소녀의 나이는 열여섯 살의 생일을 앞두었다. 자신의 어이없는 죽음을 바라보는 소녀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여기에서 '상심증후군'이라는 병명을 볼까. 상심증후군은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아 생기는 증후군이라고 지식백과에 나와 있으며 이 병은 폐경 이후의 여성들이 더 발병률이 높다고 나와 있다. 더 세밀하게 들어가 보자면 상심증후군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심장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가슴이 멎거나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질환이라고 한다.

 

책 속의 주인공 오브리 이건은 자신의 죽음을 믿을수 없다. 자신의 죽음 때문에 아파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힘들고, 학교 강당에서 열린 자신의 추도식에서 누워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심정 또한 기가 막히고 사랑했던 친구들의 슬퍼하는 모습 또한 아프게 바라보고 있다. 자신을 죽게 한 전 남자친구 제이컵의 우울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아프다.

 

하지만 자신을 죽게 만든 제이컵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는지, 제이컵에게 자신외에 다른 누군가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브리의 베스트프렌드라고 믿었던 한 아이와 이야기하는 걸 보고 그 아이 때문에 그랬나 의심스러워 둘에게 복수하고 싶다. '천국 한조각'에서 알게 된 패트릭에게 도움을 청해 사고가 나게 만들게도 하는등 그들에게 위험을 가하기도 했다.

 

 

 

 

 

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자신이 살았던 곳을 떠도는 브리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슬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게 쉽지 않다. 자신을 죽게 만들었던 사람들을 용서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승에서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 곁에서 있을수 있게 도와준 패트릭을 점점 사랑하게 되면서 브리는 죽음의 다섯 단계를 점점 밟아가고 있다.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우리는 그 과정을 견디듯이 열여섯 살의 브리도 자신이 죽은 후 다섯 단계의 감정을 거치며 점점 죽음과 이별에서 이겨내는 방법들을 배운 것이다.

 

 

죽음의 다섯 단계는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라고 한다.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다섯 단계가 이 소설에서는 죽음 이후에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나타냈다. 우리 또한 그럴 것 같다. 갑자기 사고로 내가 죽었다고 했을때, 이 다섯 단계를 거치게 될 것이다. 죽음 이후의 삶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 이럴 수도 있겠다는 걸 알겠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때, 친구들에게 말하듯 들려주는 글에 죽은 소녀가 갑자기 깨어나거나 하는 글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다시 살아나 이것은 하룻밤 꿈이었다고, 다시 친구들과 웃고, 남자 친구 제이컵과 계속 사랑하는 사이일 것이고, 사랑하는 아빠 엄마와 남동생 잭의 슬픔을 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밝은 내용의 소설을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브리는 깨어나지 않았으며, 죽음 이후의 삶에 점점 적응을 하게 된 것이다. 다섯 단계를 거치며 그곳에서 새로운 남자,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의 패트릭과도 사랑하게 되었다. 자신의 죽음을 바라보는 것에도, 아픔을 주었던 이에게도, 그들을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죽음 이후의 삶이 과연 있을까. 이런 생각을 가끔 하곤 하는데, 이 소설을 읽다보니 죽음 이후의 삶이 아주 아프지만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또다른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이 사람들로부터 잊혀진다는 것이 조금 슬프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브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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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정원 -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혜영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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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문학상 수상작이 나오면 나는 이상하게도 먼저 최명희 작가의 『혼불』이 먼저 떠오른다. 지금은 내용이 자세하게 기억도 나지 않지만, 도서관에서 몇 권씩 빌려 하룻밤을 새워 다 읽어버리고는 그 다음 권을 누가 대여해 가버려 애타던 시간들이 기억난다. 며칠 전 이 작품을 읽으려고 기다리는 와중에 인터넷 서점에서 『혼불』을 검색했다. 내가 읽었던 판본과는 다른 새 판본으로 나와 있는 책을 질러 말어 하며 책들의 표지를 바라보았던 시간이었다.

 

책을 읽는 시간이 행복했고, 페이지가 넘어가는게 아쉽기만 했던 그 때의 감흥을 기억하면서, 올해 혼불 문학상 수상작인 『비밀 정원』을 읽게 되었다. 지난번에 읽었던 『홍도』와는 다르게, 마치 오래전에 『혼불』을 읽었던 마음으로 읽게 된 것 같았다. 혼불의 배경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오래된 종갓집 '노관'의 풍경이 그랬고, 노관을 도우는 사람들, 그 속에서 붙박이처럼 노관을 지키고 있는 요의 어머니가 그랬다. 오래전에 여자들은 자신의 욕망은 감춰두고 많은 것을 희생하며 살았었다. 요의 어머니처럼.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도 좋지만,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랑이 더 값지고 고결하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마음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감정을 삭이며, 사랑하는 사람을 한 발치 건너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사람을 본다는 건 애달픔이다.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그저 마음을 다스리고만 있는게 최선은 아니지만, 그 마음을 숨겨두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는 우리의 마음도 더 애가 타는지 모를 일이다.

 

『비밀 정원』은 노관이라 불리는 한 종갓집의 가족사를 이야기한다. 책 속의 화자인 요의 성장 과정, 집안의 붙박이 화분처럼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어머니, 십여년의 독일 생활을 청산하고 노관으로 오게 된 율이 삼촌의 슬픔어린 눈빛. 그 눈빛에서 드러나는 지난날들의 시간은 하나의 빛처럼 노관에 스며들게 된다. 

 

예스러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고택 노관은 우리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300년 이상의 시간을 거쳐온 시간과 1980년을 거치는 요의 삶도 역사의 한 시간 속에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연못가에서 우연히 만났던 요정 테레사와의 인연도 마찬가지이다.

 

 

 

연못가에서 처음 테레사를 만나고 테레사가 노관으로 답장을 바라지 않는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을 때, 요요보다 두어살은 더 먹었음직한 테레사가 요요와는 어떤 인연으로 이어지게 될까. 테레사가 자신의 성장과정을 왜 동화 형식으로 써 편지를 보냈을까. 80페이지에 달하는 '요정의 편지'라는 장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많은 페이지를 할애할 필요가 있나 싶었었다. 테레사의 편지를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사자들은 왜 말이 없을까, 몰래 고민하며 읽은 부분이다. 알았지만 굳이 내세워 설명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비밀의 문을 열게 된 요는 그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엄마와 율이 삼촌과의 관계도 그랬다. 엄마가 율이 삼촌과 함께 멀리 떠나주었으면 하는 바램과 떠나지 않고 자신의 곁에 머물러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서로 상반되었다.

 

 

당신의 문 밖에 나를 너무 오래 세워두지 마시오 · · · · · · ·. (259페이지)

 

 

통속 가요의 가사의 한 부분처럼 느껴지는 위 문장은 너무도 통속적이지만 그만큼 애절하게 들린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지 못해 애타하는 마음과 함께 하고 싶은 염원이 들어있는 말이다. 너무도 진부한데도 이 말이 와닿는 이유는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돌리려는 한 남자의 애절한 독백이기 때문이다.

 

 

앞서, 요의 어머니를 붙박이 화분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있다. 애절한 율이 삼촌의 고백을 들었음에도 고요하게 있는 요의 어머니의 속내를 알수 없어 답답했다. 율이 삼촌의 마음을 알면서도 마음의 문을 닫아 걸고 있는 이유가 못내 궁금했다. 나는 소설을 읽다가 율이 삼촌이나 요의 어머니가 왜 잘 알지 못하는 이에게 불쑥 고백을 하는 것일까 의아했다. 한 장의 편지로, 몇 편의 시로, 비밀의 정원속에 남겨두었더라면 더 좋았을걸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앞부분의 노관의 풍경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비유적인 표현이 많아 조금 거슬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이유는 먼 시간속에서 찾아든 매혹적인 사랑이야기 때문이었다. 이루어지지 않아서 더욱 아름다운 이야기라면 너무 비약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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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7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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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초록색 군복을 입은 군인에서부터 눈부시게 흰 제복을 입은 해양대학교 학생들의 모습,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찰관의 제복까지. 아마도 사람의 본 모습 보다는 제복 입은 모습, 즉 제복 그 자체가 멋지게 보였던 듯 하다. 제복을 입는 직업중에서도 가장 이야기거리가 많은 탓인지 경찰관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이 나온다. 그만큼 사건을 많이 접하기 때문일 터. 사건에 얽힌 경찰관들과 주변 인물들, 가족관의 불화 때문에 경찰 관련 영화는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럴까. 제복에 대한 동경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 경찰관련 영화나 소설이 나오면 반갑다.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할 수도 있겠다. 내가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된 나가오카 히로키의 소설 『교장』은 경찰 소설이다. 경찰시험에 합격하고 몇 개월간 교육을 받는 곳, 경찰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작가가 연재소설 형식으로 쓴 것 같은데, 여섯 개의 장으로 된 이 소설은 각 장에서 다른 주인공들을 내세워 경찰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앞 장의 주인공이 주변 인물로도 나와, 교관으로부터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대처방법들을 배우는 이들은 초임과 98기 단기 과정의 학생들이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많지 않은 직원들이 있는 곳에도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이들이 많다. 다른 모습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은 서로 경쟁관계로, 협력관계로 나가는 것이 직장인들의 관계이기도 하다. 하물며 몇 개월간 학교에서 단체 생활을 하는 이들은 더 다양한 모습들을 발견하고는 한다. 매 수업 시간마다 벌어지는 일들, 기숙사에서 일어나는 일들. 규율때문에 탈락하는 이들까지 생기는 이 곳 교장은 그들 스스로 경찰관들을 걸러내는 곳이라고도 한다.

 

 

왜 경찰관이 되려고 하는 것인가? 그에 대한 질문의 답은 학생들마다 다 다르다. 어떤 이는 가족때문에 경찰관이 되려는 이도 있지만, 경찰관에게 도움을 받았던 이들도 경찰관이 되려고 한다. 어떤 이는 짧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경찰관의 본보기처럼 보이는 경찰관때문에 경찰관이 되었다고도 하니 그들이 말하는 이유는 참 다양하다.

 

 

 

 

사실 경찰학교에서는 주로 어떤 것들을 배우는 것일까 궁금했었는데, 경찰관으로서 해야 할 규칙과 그에 따른 행동 규범들을 배우지 않을까 했다. 책에서보면 경찰학교에서는 모의 파출소 등을 만들어놓고 그대로 실습하는 방법들을 행하는것 같았다. 모의 파출소에서 근무를 하며 사건에 대처하는 법 등을 배우고, 술에 취하거나 수상한 자들을 불심검문하는 법들을 배우고 있었다. 불심검문을 하는 와중에서도 스스로 몸을 보호하는 법 까지 터득하게 했다.

 

 

주변에서 경찰관이 저지르는 사고도 일어나지만, 경찰관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지 못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도 꽤 일어난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교관들은 학생들에게 일깨워주고 있었다.

 

나가오카 히로키의 소설은 미스테리 형식의 소설이기 때문에 각 장에서 주인공들에게 일어나는 일들 역시 미스테리한 일이 종종 일어난다. 같이 배우는 경찰학교 학생들이지만, 어느 누군가는 뛰어나고, 어느 누군가는 뒤처질수 밖에 없는데 질투나 시기로 인해, 다른 이를 해치려는 극단의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다. 경찰학교에서도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이라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지만, 98기 교육생들을 가르치는 가자마 교관이 그들의 규율과 학생들에게 일어날 사건들을 미리 예방하기도 한다. 다른 교육생들에게는 그들의 생활을 일러바치는 일일수도 있는데, 교관은 그 모든 말들을 종합해 교육생들이 무사히 교육을 마쳤으면 하는 마음을 가졌다. 자신이 지원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교육생의 특징과 재질을 잘 파악해 훈련시키고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단기 교육을 마친 교육생들은 저마다의 역할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경찰관이 될 것이다. 경찰학교에서 배웠던 것을 기억하며, 자신들을 이끌어주었던 교관들의 말을 경청했던 것들을 기억할 것이다. 경찰관들도 한가지 일만 하지 않는다.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에서부터 교통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더불어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 사무실에서 일하는 등 다양한 곳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경찰관들로 거듭날 것이다.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경찰소설만 재미있는게 아니다. 경찰 학교에서 예비 경찰관으로 거듭나는 그들을 지켜보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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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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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작품은 수없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영화나 드라마로도 자주 만들어 지지만 작가들에 의해 새로운 형식의 글로 나타난다. 마치 변주곡처럼.

 

아멜리 노통브라는 작가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왜 작품을 읽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녀의 책이 꽤 많이 나온 걸로 알고 있었는데도, 읽어본 작품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의 모티프를 따온 작품이 아니었으면, 난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아멜리 노통브의 『푸른 수염』은 유럽의 중세 사상에 빠져있는 에스파냐 귀족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밀카르라는 이름을 가진 귀족이다. 반면 푸른 수염의 젊은 아내는 직업때문에 벨기에에서 프랑스로 건너온 아름다운 사튀르닌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에게 넓고 깨끗한 집, 더구나 시세에 비해 저렴한 집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세입자를 구한다는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저택으로 간 사튀르닌은 열다섯 명의 대기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큼 많은 여성들이 집을 구하고 있었고, 그 집에서 세를 살았던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 여덟 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말을 들었다. 그럼에도 집을 구하는 사튀르닌은 그 집을 포기할 수 없었고, 옆에 앉은 여자의 말처럼 대기실에 있던 여자들중 가장 젊고 아름답다는 이유로 그녀가 저택의 새로운 세입자가 되었다.

 

사튀르닌도 궁금해 한 사항이지만, 나도 제일 궁금했던게 돈 엘레미리오가 여덟 명의 여자들을 어떻게 했느냐 이다. 물론 사튀르닌이 첫날 그를 마주했을때 그가 주의해야 할 것을 한 가지 말한다. 여긴 내가 사진을 현상하는 암실의 문이오. 잠겨 있진 않소. 신뢰의 문제니까. 물론 이 방에 들어가는 건 금지요. 당신이 이 방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내가 알게 될 거고, 당신은 크게 후회하게 될 거요. (13페이지) 라고. 사람은 호기심의 동물이라 '설마 나는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그 문을 열어보고 싶은 마음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여덟 명의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그렇게 행동했고, 돈 엘레미리오는 사튀르닌에게 그렇게 경고했다.

 

어디서나 문제인게 사람의 호기심때문이다. 금기를 하면 할수록 금기의 문을 열어보고 싶은게 인간의 호기심이다. 그 먼 옛날 그리스로마 신화의 판도라의 상자도 마찬가지이다.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한 것을 열어볼 수 밖에 없는게 인간의 호기심 혹은 욕망이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아내를 엿보지 말라고 했어도 남편은 아내를 엿보고 말아 사람이 되지 못한 천년묵은 여우이야기도 있잖은가.

 

 

 

 

하지만 보통의 여자들과는 다르게 사튀르닌은 돈 엘레미리오가 금지한 암실을 엿보지 않았다. 다만 그와 호화로운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최고급 샴페인을 사다놓으라고 말했을 뿐만 아니라 샴페인을 마시며 그와 이야기 하는 걸 즐겼다. 그가 감정을 드러내면 차갑게 그 식사 시간을 끝낼 줄도 알았다. 이는 사튀르닌이 보통의 감정적인 여자들과는 다르게 이성적인 사람이었음을 드러낸다.

 

 

이런 결말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들이 나눈 대화에서도 다른 작가들과는 다른 것을 느꼈었다. 통통 튀는 대화 속의 위트에 아멜리 노통브만의 느낌이 강하게 전해졌다. 뻔한 내용, 결말을 다 알고 있음에도 『푸른 수염』을 읽는 것은 아멜리 노통브 만의 느낌을 찾기 위해서다. 작가 고유의 느낌을 통해 우리에게 다른 '푸른 수염'을 알게 하는 것이다.

 

 

사람을 색으로 발현시켜 특별한 색깔을 대입시킨 점도 독특했다. 오래전엔 파란색에 빠져있다가 최근엔 노란색에 빠져 있어, 옷을 살때 노란색 위주의 옷을 자주 구입한다. 사람도 때로는 색에 빠져있을 때가 있는 것처럼, 아멜리 노통브는 푸른 수염 속의 주인공을 파란 색에 대입시키지 않고 노란 색에 대입시켰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금색, 노란색의 향연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다. 푸른 수염의 돈 엘레미리오는 금색의 여자를 찾아 헤맸는가. 비어있는 금색을 끼워맞추기 위해 가장 아름답고 특별한 사튀르닌을 궁극의 색인 금색, 궁극의 여자로 태어나게 했다.

 

 

『푸른 수염』을 새롭게 읽을 수 있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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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도 할겸 건강도 유지할겸 주말이나 공휴일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산행을 즐겨한다. 지난 주말엔 경북 청송에 있는 주왕산을 다녀왔고, 이번 한글날엔 신랑 직원들과 함께 부부동반 무등산 산행을 했다.

 

평소엔 4시간 정도의 산행을 하고 있는데, 이번 산행은 총 5시간을 걷는 산행이었다. 아침저녁으로는 춥고 낮엔 여름 기온을 하고 있어서 오랜만에 땀을 흠뻑 흘렸다. 그래서 피곤하지만, 기분 좋은 산행이었다.

 

여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가을엔 더욱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아직 많이 춥지않고, 한낮은 따뜻해서 돌아다니기도 좋은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탈 줄 안다면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면 더욱 좋겠지만,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관계로 책으로만 자전거 여행을 즐길수 있겠다.

 

김훈 작가의 소설은 꽤 읽었지만, 정작 에세이는 읽지 못했다.

지인의 말이 그의 에세이 『자전거 여행』이 그렇게 좋다 했지만 품절되어 읽지 못했었다. 그 책이 이번에 새로운 모습으로 나오게 되었다.

예판판매중이다. ㅋㅋㅋ

 

 

 

 

 

 

 

 

 

 

 

 

 

 

 

 

덧붙여,

여기저기서 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트릭 모디아노를 말하는 글들이 많다.

그의 작품을 꼴랑 한 권 읽었지만, 무척 좋았기때문에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을 다 찾아 읽지 않을까.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이 이렇게 많이 출간된줄은 몰랐다.

그의 책들을 살펴보니, 거의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이다.

문학동네에서는 그의 책을 다섯 권 정도 더 출간계획을 잡고 있다는데,

문학동네, 대박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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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10-1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트릭 모디아노 생소한 작가인데 이 기회에 읽어봐야 겠습니다.
어떤 책이 가장 재미있을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