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단 두 줄만으로도 독자의 마음을 파르르 떨게 했던 시가 또 있을까요? 정현종 시인의 시는 수수께끼입니다. 사람들 틈에 섞이고 싶다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거든요. 우리는 이 시에서 시인이 말하고 싶은 분명한 메시지를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히 이 시에는 정답이 없어요. 시의 의미는 시를 읽는 사람의 심리에 따라 달라집니다. 성격 분석에 사용되는 로르샤흐 검사처럼 똑같은 얼룩무늬를 보면서도 각자의 해석이 달라지듯이 같은 시를 읽어도 저마다의 해석은 다릅니다.

 

 

 

 

 

 

 

 

 

 

 

 

 

 

 

 

 

 

 

* 장 그르니에 《섬》 (민음사, 1997)

* 정현종 《나는 별 아저씨》 (문학과지성사, 1995)

 

 

 

장 그르니에(Jean Grenier)의 산문집 《섬》(민음사, 1997)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섬’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내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그르니에는 애초에 ‘섬’의 의미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책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르니에의 애제자인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섬》의 서문에서 스승의 글이 읽는 사람 스스로 좋은 대로 해석하도록 맡겨둔다고 썼습니다. 카뮈의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 ‘서재를 탐하다’ 책방에서 우주지감 회원님들과 《섬》을 같이 읽고 대화를 나누어보니 혼자 책을 읽으면서 스쳐 지나간 문장들을 다시금 살펴보게 됩니다.

 

 

 

 

 

 

 

 

 

 

 

 

 

 

 

 

 

 

 

* [‘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님이 가져온 책] 장 그르니에, 알베르 카뮈 《카뮈-그르니에 서한집 1932~1960》 (책세상, 2012)

* [‘우주지감’ 회원님이 가져온 책] 박웅현 《책은 도끼다》 (북하우스, 2011)

 

 

 

‘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님은 젊은 시절 카뮈가 스승에게 보낸 편지 구절 일부, 그리고 카뮈가《섬》을 읽고 난 뒤에 쓴 단상 속 구절을 인용, 낭독했습니다. 카뮈는 《섬》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아 그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들과 생각들을 기록했습니다. 그가 써놓은 감상문에 실존에 관한 고민이 느껴졌습니다. 이○○님은 《책은 도끼다》(북하우스, 2011)에 인용된 김화영 교수의 문장을 읽어줬습니다. 《섬》을 번역한 분이 김화영 교수입니다. 이○○님은 그르니에가 지중해를 여행하면서 발견한 철학적 사유가 무엇인지 설명했습니다.

 

박○○님은 『고양이 물루』에서 물루가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을 보면서 슬펐다고 합니다. 불교, 힌두교에 관심이 많은 신○○님은 《섬》을 읽으면서 불교와 힌두교 사상과 비슷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상상의 인도』를 읽고 나서 인도 철학서, 인도의 고대 경전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님께 힌두교를 알기 위해 읽을 만한 책이 뭐가 있는지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신○○님은 아주 명쾌한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인도에 직접 가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우문현답(愚問賢答)인 걸까요?

 

천○○님은 《섬》 118쪽에 있는 평범한 문장을 보자마자 크게 공감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얘기를 꺼낼 용기가 나지 않을 때면 누구나 그러듯이 우리는 날씨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부활의 섬』 중에서)

 

 

평소 사람을 만날 때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려서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할 수 있는 적절한 소재가 바로 ‘날씨’입니다. 초면인 사람과 만날 때 대화에서 그날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마침 오늘 아침 대구에 눈이 내렸습니다. 그래서 직장 동료를 만나자마자 날씨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어요. “오늘 아침에 내린 눈 봤어요? 얼마나 많이 내리는지 지나가는 사람들 머리 위에 눈이 조금 쌓여 있었다니까요”

 

 

 

 

 

우주지감의 선택

 

 

 

 

 

 

 

 

 

 

 

 

 

 

 

 

 

 

 

 

 

 

 

 

 

 

 

 

 

 

 

 

 

 

 

 

 

 

 

 

 

 

 

 

 

 

 

* [‘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님이 읽은 책] 김한민 《비수기의 전문가들》 (워크룸프레스, 2016)

* [장OO님이 읽은 책] 지그문트 프로이트 《꿈의 해석》

* [이OO님이 읽은 책] 알랭 드 보통 《관계》 (와이즈베리, 2017)

* [신OO님이 읽은 책]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크리슈나무르티의 마지막 일기》 (청어람미디어, 2013)

* [최OO님이 읽은 책]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민음사, 2017),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문학사상사, 2015)

* [이OO님이 읽은 책] 홍명진 《쉬는 시간에 읽는 세계화》 (인물과사상사, 2010), 서영채 《죄의식과 부끄러움》 (나무,나무, 2017), 최우성 《동화경제사》 (인물과사상사, 2018)

* [cyrus가 읽은 책] 쉴라 제프리스 《래디컬 페미니즘》(열다북스, 2018)

 

 

 

《섬》에 대한 대화는 비교적 이른 시간인 9시 30분경에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무래도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책’에 대한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습니다. 각자 한 사람씩 요즘 읽고 있는 책(읽었던 책)이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른 분이 무슨 책을 읽었는지 이야기를 들으면 재미있습니다.

 

이○○님(김화영 교수의 글을 들려준 분과 성만 같을 뿐, 이름이 다른 분입니다)은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시리즈’를 읽고 있습니다. ‘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님은 김한민 씨의 그림소설을 추천했습니다. 실은 《비수기의 전문가들》(워크룸프레스, 2016)은 올해 8월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선정도서입니다. 신○○님은 크리슈나무르티(Krishnamurti)의 글을 읽으면 ‘삶’, ‘죽음’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님은 작년에 나온 《노르웨이의 숲》(민음사, 2017) 리커버판 표지가 좋아서 구입했다고 합니다. 또 요즘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자신만의 소확행이 무엇인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님은 세 권의 책을 소개해주셨는데요, 특히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문학 비평서로 《죄의식과 부끄러움》(나무,나무, 2017) 을 추천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읽는 세계화》(인물과사상사, 2010)는 청소년 독자를 위한 책입니다. 비록 이 책에 실린 통계자료는 시의성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이○○님은 이 책에서 세계화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바라보는 접근 방식을 살피는 데 유용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동화경제사》(인물과사상사, 2018)는 다소 흥미로운 주제의 책이지만, 저자의 직업이 기자라서 ‘기자식 글쓰기’의 지루함이 느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민음사, 2003)

 

 

새벽 12시에 책방이 문을 닫았습니다. 우주지감은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일상이 있는 ‘각자의 섬’으로 향했습니다. 다음 달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선정도서는 제인 오스틴(Jane Austen) 언니의 《오만과 편견》(민음사, 2003)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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