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해도 한창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아서 혈기왕성했던 시절이 있었다. 새로운 장소에서 내딛는 발걸음,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나에게 서울은 지금도 미지의 땅이나 다름없다. 서울역으로 향하는 기차가 한강철교를 지나가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재미있고 기억에 남을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에 나 혼자 들떠 있곤 했다. 지금까지 삶의 절반(파주에서 지낸 군 생활 제외)을 거의 대구에서 지냈으니 서울 촌놈인 건 확실하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서울 왕래를 최소 열 번 이상 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모든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는 서울 촌놈 인상을 벗어내기가 힘들다. 누군가가 서울 촌놈 같다고 말해도 좋다. 서울 촌놈이 맞으니까. 오히려 영원히 멈추지 못하는 호기심은 진부하게 느껴지는 서울을 더욱 새롭게 보이도록 만든다.

 

 

서울 왕래하는 동안 가장 기억남은 일이라면 독서모임을 절대로 빠질 수 없다. 2010년 말에 펭귄클래식코리아 출판사를 알게 되어 출판사 공식 온라인 카페회원들 중심으로 펭귄클래식 시리즈 중 한 권을 읽고 독서토론을 하는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한 달에 둘째, 넷째 주 토요일마다 모임이 이루어졌는데 출판사에서 지원해준 책을 읽은 모임 회원은 그 날 모여서책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독서모임이 참석하는 회원은 서평을 의무적으로 써야 했다. 사정상 독서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서평은 꼭 써야 했다. 5개월 혹은 6개월 동안 독서모임이 진행되었다. 그 기간에 진행된 독서모임은 ‘펭귄클래식 독서모임 1기’였다. 이 기간 동안 진행된 독서모임의 횟수는 10~12회인데 사실 학생 신분인 나로서는 모든 모임에 참석할 수가 없었다. 모임 초반기에는 자주 참석하다가 복학하면서 어느 정도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결석이 잦았다. 그리고 서울을 왕래할 경제적 비용이 부담되어 하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했다. 그래도 서평 쓰기는 미루지 않았다. 1기 독서모임 활동하는 동안 출판사에서 공짜로 받은 책을 무조건 읽었고, 서평은 꼭 작성했다. 절대로 단 한 권도 서평을 안 쓴 것이 없다.

 

 

2011년에 펭귄클래식 독서모임 1기 활동이 마무리된 이후에 만남의 인연은 계속 이어지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달의 궁전’이라는 이름의 독서 커뮤니티였다. ‘달의 궁전’은 폴 오스터의 소설 제목에서 따왔다. 재미있게도 나와 친분이 있는 독서모임 회원 중에는 폴 오스터 애독자가 꽤 있다. ‘달의 궁전’ 독서 커뮤니티를 이끄는 주인장 누님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폴 오스터 애독자다. 사실 원래 ‘달의 궁전’은 그냥 평범한 독서모임 커뮤니티라기보다는 폴 오스터 팬클럽 같은 마니아 성향의 독서모임으로 시작되었다. 즉, 폴 오스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폴 오스터의 작품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러한 폴 오스터 사랑은 펭귄클래식 독서모임에서 시작되었다. 모임이 진행되면 항상 지정도서에 대한 것만 얘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다. 가끔 열띤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주제가 다른 작가나 그의 작품으로 바뀔 때가 있었다. 그 분들이 입에 침을 튀겨가면서 폴 오스터의 문학 세계를 열광적으로 설명할 때 신선하면서도 낯설었다. 왜냐하면 폴 오스터의 소설을 단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독서모임이 끝나고 뒷풀이에서도 폴 오스터 예찬은 계속되었다. 폴 오스터의 작품을 읽어본 그 분들에게는 폴 오스터에 관한 대화 주제가 흥미로운 문학적 안주거리였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문학적 안주거리에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아니, 제대로 먹어보지 못했다. 새로운 안주 메뉴가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나도 직접 호기심의 손을 내밀어 집어보지만, 그 맛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일단 작품을 읽어야지 오스터라는 이 새로운 문학 메뉴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워낙 한 권이 아닌 두 세 권 이상 다독하는 무척 산만한 독서 습관 탓에 오스터의 작품을 읽을 기회가 없었다. 꼭 읽어볼 것이라고 다짐을 했건만, 아직 제대로 읽기 시작하지 않았다.

 

 

‘달의 궁전’이 네이버 온라인 카페에 개설되었을 때 폴 오스터 광팬인 주인장 누님의 초대로 가입하게 됐는데, 거기서도 내가 낄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다행히 현재 ‘달의 궁전’은 폴 오스터 작품 읽기뿐만 아니라 원서읽기, 서평단, 기존의 독서모임 활동 등이 진행되고 있어서 오스터에서 비롯된 단절감이 이제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예전 펭귄클래식 독서모임 시기처럼 그 곳에서 왕성하게 온라인 활동을 하는 편은 아니다. ‘달의 궁전’ 독서모임에 참석한 것은 올해 딱 한 번뿐이다. 펭귄클래식 독서모임 때부터 만난 분들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다. 과연 재회의 시간은 언제 찾아올까? 지금 현 상황으로서 봐서는 그 시간이 너무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진다. 겁도 없이, 어찌 보면 무모해보일 수 있는 그 때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원래 ‘달의 궁전’에서 진행되는 서평단 활동을 블로그를 통해 알리기 위한 글을 쓰려고 했는다. 그런데 어떻게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잠시 기억의 서랍에 보관하고 있었던 예전 독서활동에 관한 추억을 꺼내 봤다. 그런데 지금까지 흘러 지나가버린 4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많은 세월이 아닌데도 내 기업의 서랍은 과거의 추억을 온전하게 기억하지 못할 정도가 너무 낡아버리고 망가져버렸다. 새삼 시간 뒤에 숨어서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크로노스의 위력이 느껴진다.

 

 

각설하고, 본론을 들어가자면 이번에 ‘달의 궁전’에서 진행하게 될 서평도서가 최근 인간사랑 출판사에서 펴낸 폴 오스터 인터뷰 모음집이다. 폴 오스터를 사랑하는 주인장 누님이 아니라면 절대로 이런 이벤트가 생길 수가 없다. 정말 존경스럽다.

 

 

 

 

 

 

 

 

 

 

 

 

 

 

 

 

 

폴 오스터를 좋아하는 열혈 독자라면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특히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지금 ‘달의 궁전’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면 서펑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 서평 활동을 신청한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인간사랑 출판사가 지원한 책의 권수는 총 5권. 아마도 신청자 5명이 딱 나오게 되면 이벤트가 종료될 것 같다. 만약에 신청자가 그 이상일 경우에는 ‘달의 궁전’ 온, 오프라인 활동이 많은 분이 우선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5권이면 좀 부족한 개수이지만, 이런 기회 흔치 않다.

 

 

참고로 나는 이번 서평단에 지원하지 않는다. 여전히 폴 오스터는 멀고도 낯선 이름이다. 폴 오스타에 관심이 많고,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가 서평단으로 활동하는 것이 맞다. 주인장 누님의 뜨거운 열정 덕분인지 이제 정말로 오스터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폴 오스터라는 새로운 문학 메뉴에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일단 오스터 문학 코스 메뉴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오스터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에 쓴 작품 몇 권 읽고 난 뒤에 저랑 대화합시다. 그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꾸벅)

 

 

 

 

 

 

 

 

 

 

 

 

지금 내가 맛 볼 수 있는 오스터 코스 메뉴로는 <스퀴즈 플레이><우연의 음악><뉴욕 3부작><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신탁의 밤>, 총 5권이다. 진짜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헌책방이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했다. 그런데 지금까치 출간된 오스터의 일부 작품은 품절 또는 절판되고 말았다. <우연의 음악><오기 렌의 크리스마스><신탁의 밤>은 절판되었고, 특히 주인장 누님이 강력 추천하는, 오스터의 대표작에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달의 궁전>마저도 이미 절판으로 영면했다.

 

 

열린책들 출판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독보적인 작가로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그가 쓴 모든 책이 열린책들 출판사 한 곳에서만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폴 오스터도 무시할 수 없다. 소설뿐만 아니라 에세이, 일기, 영화 시나리오까지 오스터가 쓴 작품이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번역되었다. 국내에 폴 오스터 마니아도 꽤 두텁게 형성되었고, 최근에도 그의 신간을 열린책들에서 단독으로 번역 출간하고 있기에 나머지 일부 작품이 품절, 절판된 것은 유감스럽다. 그런데 오스터 마니아가 아닌 내가 왜 유감스럽게 생각 하냐고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막 랍스터, 아니 오스터라는 문학 코스 메뉴를 맛보려고 하는데 일부 메뉴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서 유감스럽게 생각한 것이다. 제발 <달의 궁전>만큼은 재판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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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1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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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19: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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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3 23: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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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3 23: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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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4 02: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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