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예술 살림지식총서 382
전완경 지음 / 살림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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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1  아라베스크, 이슬람 미술의 정수     

 

길을 걷다 보면 보도블록을 새로 교체하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 모래와 블록을 까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유심히 보았다면 블록의 모양이 모두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똑같은 모양의 블록을 규칙적으로 배열하면 금방 길거리가 새단장을 한다. 건물의 바닥이나 화장실 안쪽 벽 등도 보도블록과 같이 타일 조각들이 규칙적이면서 빈틈없이, 서로 겹치지 않게 붙어 있다.

 

이처럼 주변을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벽이나 바닥 등 평면을 빈틈없이,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규칙적인 배열을 이루는 도형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빈틈없고 겹치지 않게 평면을 덮는 것’을 수학에서는 테셀레이션(Tesselation)이라 한다. 테셀레이션은 그 역사가 오래된 만큼 퀼트, 옷, 깔개, 가구의 타일, 건축물 등 세계 각 지역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왼쪽) 알함브라 궁전의 아라베스크 문양 / (오른쪽) M.C. 에셔  「해방」  1955년

 

 

테셀레이션으로 가장 유명한 곳으로 단연 알함브라 궁전을 꼽을 수 있다. 이곳의 마루, 벽, 천장에 테셀레이션되어 있는 반복적인 문양들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을 뿐 아니라 수많은 테셀레이션 작품을 남긴 M.C. 에셔에게는 작품의 원천이자 일생을 바친 테마이기도 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나 가보지 못한 곳. 알함브라 궁전은 1238년 이슬람 나르스 왕조에 의해 세워져서 1492년 이사벨라 여왕의 스페인 왕국에 함락될 때까지 250여 년간 황금기의 왕실 영화와 권력을 보여 준다. 22명의 왕들은 치세하는 동안 궁전을 부분적으로 완성해 갔는데 내부에 들어가면 스페인에서의 무어 건축양식 절정기에 조성된 섬세한 이슬람 미술의 기품이 돋보이는 조각과 아기자기한 정원문화를 엿볼 수 있다. 특히 화려한 꽃과 식물의 문양이 추상적으로 어우러진 아라베스크(Arabesque)는 디자인의 원조이며 이슬람 미술의 정수다.

 

아라베스크는 양식화된 식물 모티브와 줄기 등을 뜻하는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어 아라베스코(arabesco)에서 유래했다. 아라베스크 무늬의 기원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지중해적 유산이다. 이슬람 예술가들은 자연을 양식화해 표현했다. 무한한 창조력을 가진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모든 것은 그 자체의 끊임없는 흐름을 가지며 아라베스크가 이러한 특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슬람은 코란의 강력한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미학적으로 통일된 예술적 문명이다. 이슬람은 신만이 영원하고, 다른 모든 것은 바뀔 수 있으며 덧없고 일시적이고 우연하다고 믿는다. 전능한 신 알라의 창조적 행위 없이는 세상에 어떠한 형태도 존재하지 않는다. 신의 창조 이외에 자연을 모방하는 예술은 없다. 모방할 수 없는 신의 작업을 모방하거나 흉내 내려는 시도는 불경스러운 것으로 간주한다. 모든 창조물 위에 서 있는, 이름으로밖에 부를 수 없는, 무엇과도 닮지 않은 그러한 초월적이고 무한한 신 앞에서 인간의 자리는 더 이상 커질 수 없으며 예술에서의 표현 또한 지극히 한정적이다.

 

인물과 동물 문양을 금지한 이슬람 미술에서는 추상적이고 장식적인 표현이 발달했다. 이러한 미학적 감각은 아라베스크에서 절정을 이룬다. 아라베스크는 자연에서 가져왔지만 너무나 단순화시켜서 그것이 무엇인지 거의 알아보지 못한다. 장식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비현실적 무늬로 표현되는데, 그것은 신의 무한한 완전성에 비해 일시적이고 변하는 삶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장식 무늬의 무형적인 성격은 이슬람 건축에 쓰이는 재료인 치장 벽토, 벽돌, 타일, 마른 진흙과 잘 어울린다. 이로써 기하학적인 무늬를 만드는데, 이런 추상적이고 장식적인 느낌이 든다.

 

 

 

 Scene #2  종교가 빚어낸 화려한 이슬람 예술    

 

이슬람 미술의 역사는 식물의 형상을 기하학적 형상으로 변화시킨 역사다. 기하학적, 수학적 사색을 문양으로 만들었다. 이것을 이슬람의 미학적 가치에 적용해 비율과 형태를 확실히 했다. 무엇을 표현하느냐보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더 신경을 쓰는 이슬람 문화에서 서체는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려졌다. 글은 신의 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서체를 사용한다. 아랍어와 문자를 예술로 승화시킨 이슬람 서체는 코란의 보급과 함께 급속도로 확산됐고, 서체는 이슬람 미술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슬람 세계의 통치자들은 서체에 조예가 깊었으며, 코란의 필사 작업에 참여한 서예가들은 상당한 자부심을 가졌다.

 

무슬림도 기독교인만큼이나 자신의 종교에 헌신적이었지만 그들이 이룬 미술은 기독교 교회가 후원자 노릇을 하며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 서양미술과는 분명 다르다. 서양미술의 주된 형식은 회화와 조각이었다.

 

이 둘은 예배에 필요한 종교적 이미지를 창조했다. 그러나 이슬람 미술에는 거창한 그림이나 조각이 거의 없다. 대신 서양 미술에서 부차적이고 장식적인 것, 예를 들어 책이나 직물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책에는 아름답고 섬세한 그림이 삽화로 들어갔다. 직물은 종이, 그림이 폭 넓게 사용되기 이전에 이미 예술적 감각을 전파하는 편리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이슬람 미술은 이슬람 세계의 변화도 반영한다. 이슬람 건축의 전통은 모스크가 출발점이다. 모스크는 무하마드가 무슬림 공동체의 중심이자 기도실로 지었다는 집에서 유래한다. 모스크에는 예루살렘의 바위 돔, 이스파한의 마스지디 샤 등이 있고 궁전들은 대부분 파괴되어 문헌에 존재하나 그라나다의 알람브라궁전, 세빌의 알-카자르 궁전은 온전하게 남아 있다.

 

 

 

 

 

이슬람 건축하면 빼놓을 수 없는 건축물이 바로 타지마할이다. 아그라에 위치한 타지마할은 무굴제국 5대 황제인 샤자한이 사랑하는 왕비 뭄타즈 마할을 위해 세운 무덤 궁전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보면 낭만적으로 들리기도 한 이야기다. 그러나 국가 재정이 기울어질 만큼 공사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어마어마하고 많은 사람이 공사 도중에 숨을 거둔 아픈 사연도 담고 있다. 공사에는 매일 2만 명이 넘는 일꾼들이 동원되었고, 마침내 22년 만에 무덤이 완성되었다. 네 귀퉁이에는 '미나레트'라고 불리는 40m 높이의 탑이 세워져 있는데 신기하게도 각각 약 7도 정도 바깥으로 기울어져 있다. 탑을 일부러 기울이게 만든 이유는 강가의 약한 지반 때문에 건물이 내려앉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Scene #3  공존의 문화가 깃든 이슬람 예술   

 

아직까지도 이슬람 세계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것은 매우 제한적일 듯하다. 중동 건설 붐과 석유자원, ‘세계의 화약고’로 대변되는 정세불안 등 경제·정치적 측면에만 지나치게 관심을 뒀기 때문이다. ‘9·11테러’ 이후로 이슬람 세계를 조명하는 책들이 나오긴 했지만 종교나 사회, 국제정치 분야 등으로 한정됐다.

 

그러나 널리 분포된 이슬람 미술은 이슬람교의 포용성으로 인해 조화와 균형을 기본으로 하되 토착민족의 전통과 융화되어 지역마다 독특한 문화를 창출해 냈으며 기독교 문화와도 교호하며 공존하였다. 그래서 이슬람 문명이 거대한 문명의 용광로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슬람 예술』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오는 귀한 책이다. 제목과 달리 미술 분야뿐 아니라 이슬람의 예술 전반, 나아가 건축, 음악까지도 두루 소개된다. 아라베스크 무늬로 대표되는 기하학적 장식문양부터, 종교와 예술이 어우러진 웅장한 모스크 건축, 이슬람 예술의 독창성을 대변하는 서예, 유럽 중세 음악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수준 높은 음악 등이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예술을 발전시켰고, 동서양 문화예술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 이슬람 세계의 또 다른 면이 잘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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