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쿵’ 하고 운석이 떨어진다. 직경 70m에 이르는 거대한 운석을 인간은 “우주의 배설물”이라고 했다. 큰 운석에서 나오는 지독한 냄새 때문이었다. 이것을 옮기거나 파괴하는 게 불가능하자 사람들은 콘크리트와 시멘트, 석고를 차례로 덮고 마침내 유리를 씌운다. 운석은 너무나 예쁜 축구공을 연상케 했다. 그런데 예쁘게 만들어졌던 큰 운석이 갑자기 없어졌다. 외계인이 가져간 것이다. 그리고는 그 예쁜 것을 다른 외계인 손님에게 팔았다. 그리고는 이 외계인은 같은 방법으로 지구의 다른 곳에도 운석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인간들은 또 그 큰 운석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려고 같은 방법으로 예쁜 유리막을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외계인들은 하나의 거대한 진주를 탄생시킨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집 『나무』에 수록된 단편 ‘냄새’의 내용이다.

 

데뷔작 『개미』에서 베르베르는 우리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발밑에도 독립된 우주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가끔씩 등장하는 인간의 손길은 이들에게 불가사의한, 또는 전지전능한 것으로 비쳤다. 한편 『나무』에서는 ‘개미’적 상상력을 정반대로 뒤집는다. 인간세계는 사람보다 더 우월한 존재의 관찰이나 놀림감이 된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의 세계 밖으로 나온’ 작가는 그것이 어느 정도 ‘아이의 시선’ 과도 같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아이의 눈으로 들여다보았기에, 인간의 세계는 오히려 인류 문명의 미숙성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낯선 눈으로 본 우리 종(種)은 확실히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다.

 

만약에 베르베르의 단편 ‘냄새’처럼 외계인이 별 부스러기를 찾으려는 지구인, 아니 한국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슨 생각을 할까? 튼튼한 유리막 안에 보관된 별 부스러기를 몰래 가져가거나 혹은 UFO를 타고 지구로 내려와 찾으러 올 수도 있는 상상도 해본다.

 

 

 

 

 

 

 

 

 

 

 

 

 

 

 

 

프랑스 작가이자 비행사였던 생텍쥐페리가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했을 때 "티끌 한 점 없는 보자기처럼 펼쳐진 사막" 위에 뿌려진 새까만 조약돌을 발견했다. 그는 『인간의 대지』에서 "사과나무 아래 보자기를 펴놓으면 사과가 떨어진다. 별 밑에 펴놓은 보자기에는 별 부스러기들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떤 운석도 이만큼 확실하게 자기 출신을 증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당시의 인상을 전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들은 지상의 돌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지구상의 암석보다 철 함유량이 높고 단단하며 뜨거운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표면이 녹아 떨어진 후 만들어진 검은 막(융용각)이 있으며, 대개 자석에 들러붙는다.

 

 

 

 

 

 

 

 

 

 

 

 

 

 

 

 

사실 운석이 지구인들한테 귀한 대접을 받은 것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운석의 실체를 몰랐던 과거에는 하늘에서 내리는 신(神)의 표시라고 생각했다.

 

"기원전 205년의 일이다. 한니발이 이끄는 카르타고 군대가 이탈리아를 침공했을 때 로마 공화국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그때 하늘에서 유성우가 내렸다. 로마 원로들은 신탁을 구했고, 그 결과 '어머니 돌'을 로마로 옮겨오면 한니발을 무찌를 수 있다는 예언이 나왔다. 그 돌은 당연히 운석이었다. 로마군은 돌을 옮긴 뒤 카르타고로 진격했고 마침내 승리를 거뒀다. 돌은 이후 500년 동안 로마에 모셔졌다."(『하늘의 불』 31쪽)

 

한니발이 로마를 침공할 때 퍼붓던 유성우는 로마가 카르타고를 막는 '어머니돌'로 사용했다. 1976년 중국 지린성에 전체 잔해들이 비처럼 쏟아지고 그중 한 개는 무게가 무려 1천800㎏이 되자 마을 사람들은 마오쩌둥이 하늘의 신임을 잃은 징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해 9월 마오쩌둥이 사망했다.

 

운석 사냥꾼은 20g도 채 넘지 않은 부스러기라도 찾기 위해서 자석을 동원한다. 자석이 없다면 별 부스러기인지 그냥 돌 부스러기인지 눈으로 판별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리고 운석 사냥꾼이 아닌 이상 이 별 부스러기의 경제적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CNRS) 소속 과학자인 장 피에르 뤼미네의 경험담처럼 아무리 우주에서 온 돌이라고 해도 지구에 있는 다이아몬드 보석과 비교 당하고 무시받기도 한다.

 

"13g짜리 아옌데 구립운석 조각을 구입해 여자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그는 진주나 다이아몬드 같은 지구 보석을 더 원하는 듯했다. 얼마 뒤 그 운석을 돌려받았다. 여자친구는 아옌데 운석이 지구보다 훨씬 더 오래된 우주의 돌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하늘의 불』 73쪽)

 

천문학자다운 선물이다. 별 부스러기 하나 찾는 것도 어려운데 그걸 여자친구에 선물로 주다니. 정말 특별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천문학자 남자친구가 준 운석 조각이 다이아몬드만큼 값비싼 가격으로 매겨질 수 있는 선물이라는 것을 몰랐다. 아니, 한 번도 쓰지 않은 로또를 거절한 셈이다. 그걸 받았더라면 다이아몬드 몇 개는 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운석의 가치에 따라서 가격은 천차만별로 매겨지겠지만, 참고로 작년 초 러시아에 떨어진 운석우에서 나온 작은 운석 조각의 가격이 한화로 1천만원이다. 이번에 운석의 경제적 가치가 매스컴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니 운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천문학자가 최고 일등 신랑감 순위 1위로 단숨에 급부상하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최근에 진주에 발견된 운석 소식 이후로 해외 운석 사냥꾼부터 시작해서 운석의 가치를 알고 몰려드는 일명 초짜 운석 사냥꾼들까지 가세해 별 부스러기를 찾는데 혈안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 황금을 찾으러 여행을 떠나는 ‘골드러쉬’가 있다면 지금은 ‘운석러쉬’ 열풍이다.

 

그러나 탐사객들이 자주 오게 되면 그 곳에 사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조용했던 시골 동네에서 운석 하나 때문에 외지인들이 몰려오면 거주민의 본업인 농사일이나 치안에 좋지 않은 민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석에 눈이 먼 사람들도 문제지만, 운석 소식 이후로 우주의 돌이 한순간에 ‘로또’, '보물'로 돈이 되는 물건으로 소개하는 언론도 ‘운석러쉬’ 열풍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만약에 베르베르의 단편처럼 운석에 고약한 냄새가 났더라면 지금의 ‘운석러쉬’가 있었을까.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돈이 될 수 있는 거라면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어 하는 탐욕을 가진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니까. 냄새를 막는 유리막에 담긴 운석 조각을 진주처럼 여기는 외계인처럼 지금도 진주에는 운석 사냥꾼들은 ‘돌이 아니라 돈’ 을 찾으러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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