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 류시화 ‘소금인형’ -  

 

 

 

                

 

 

 

새들처럼 지저귄다. 오늘도 사진만 남아있는 남의 책을 뒤적거려본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늘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하다. 이 사람과 접속하고 저 친구와 문자를 날리면서도 마음속은 늘 공허하다. 내적인 허탈감에서 벗어나려고 또 다른 새들과 만나고 무리지어 다니며 능력과 세를 과시해 본다. 요란하기만 한 빈 수레를 끌고 다니며 얹힌 내용물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자신을 붙잡아 앉히고 인생의 의미에 진지해지기를 두려워한다. 끝없이 할 일을 만들고 쓰러지듯이 피로해야 만족한다. 너도나도 내다버린 우리의 소중한 가치는 무게를 지니지 못하고 가벼워져 둥둥 떠다닌다.

 

사람들은 누구나 고독을 멀리하고 싶어 한다.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쓴다. 외부 세상으로부터 멀미를 느껴 자신만의 안락한 공간에 머무르려는 사람들도 더러 생겨난다. 이 불안한 느낌은 인류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배급된다.

 

차라리 혼자이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내 삶이 소금인형처럼 녹아버릴까 봐 두려운 자, 사랑을 얻기 위한 절규에서 벗어나고픈 자들의 자해행위이자 도피행위이다. 나 홀로의 삶은 자유롭다. 그러나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낭만적이거나 세련된 삶인 것만은 아니다. 독립적인 삶은 스스로를 무장하고 훈련할 수 있는 자만이 제대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자신에게 침잠하여 얻어지는 시장기 같은 외로움을 즐겨 보려는 것이,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이들의 노력이다. 자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용기 있게 뛰어든 소금인형은 바다로 내려가 흔적도 없이 자신을 녹여 버린다. 당신의 핏속으로 뛰어들어 미련 없이 녹아버린, 류시화의 시에 안치환의 목소리를 입힌 노래가 가슴에 녹아내리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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