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Odysseus)는 고향으로 향하는 긴 항해 중에 여러 난관을 통과한다. 우리는 어려운 고비를 난관이라고 말하지만, 이 단어에 지나가기 어려운 곳이라는 뜻도 있다
















* 호메로스, 천병희 옮김 오뒷세이아(도서출판 숲, 2015)




호메로스(Homeros)의 서사시 오디세이아 12권에 그 유명한 세이렌(Siren) 자매가 등장한다. 세이렌은 매혹적인 목소리로 사람을 유혹하는 존재다. 키르케(Kirke)는 오디세우스 일행의 귀향을 돕기 위해 세이렌의 유혹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밀랍으로 귀를 막고 재빨리 지나칠 것. 그런데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의 용맹함을 부추기는 듯한 말도 한다. 그대 자신은 원한다면 (세이렌의 목소리를) 들으세요.”[주] 산전수전 겪은 오디세우스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난관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그는 아내도 자식도 잊어버리게 만든다는 세이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부하들은 귀를 막고 오디세우스 자신은 돛대에 묶은 채 귀를 열어 두도록 했다.

 

고전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오디세우스의 무모한 행동이 지적 호기심또는 알려고 하는 본능적인 욕구에 의해서 발현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목숨을 걸면서까지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거나 낯선 존재를 직접 봐야 직성이 풀리는 묘한 심리. 그것은 모험가 기질이 다분한 오디세우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오디세우스를 신에게 사랑받는 영웅이 아닌 우리와 어느 정도 비슷한 인간으로 바라보자. 우리는 미지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면서 살아왔다. 마르지 않는 호기심은 거대하고 복잡한 세상을 몸과 머리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원동력이다. 호기심을 충족하려면 모든 감각을 동원하면서 경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스스로 세상에 대한 지식을 얻는다. 
















* 다이앤 애커먼, 백영미 옮김 감각의 박물학(작가정신, 2023)




감각의 박물학은 감각을 이용해 지구라는 행성에서 일생일대의 모험을 하면서 살다 간 과거 오디세우스들, 그리고 떠나고 없는 오디세우스들이 경험해본 적이 없는 지구에서 모험을 시작한 현재 오디세우스들의 이야기다. 이 책을 쓴 이야기꾼 다이앤 애커먼(Diane Ackerman)은 인문학과 과학을 주제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감각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레이더망이다. 우리는 시시각각 변하는 불확실한 세상을 향해 각자만의 레이더망을 내민 채 모험하고 있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사는 우리는 난관이 산적한 세상 한가운데에 뛰어든 오디세우스요, 모험가다


후각을 선호하는 오디세우스는 향수에 관심이 많다. 미식가 오디세우스에게 식당은 그들이 꼭 거쳐야 하는 섬이다. 미식가 오디세우스는 섬과 같은 식당을 어디든지 경유한다. 대담한 미식가 오디세우스는 잘못 먹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음식 재료를 맛보고 싶어한다. 심지어 맛있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오물처럼 보이는 괴상한 음식까지도 먹는다. 그들에게는 별미가 보물이다
















* 올리버 색스, 장호연 옮김 뮤지코필리아: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알마, 2012)




호메로스가 묘사한 오디세우스의 후예들은 좋은 노래를 듣기 위해 남들보다 귀가 더 크게 여는 모험가다. 우연히 듣게 된 멜로디를 잊지 못하면 그 멜로디가 나오는 곡을 어떻게든 찾아낸다. 더 나아가 그 곡을 부르거나 만든 가수 또는 음악가의 또 다른 곡까지 듣는다. 음악은 쉴 틈이 없는 인생 모험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수많은 오디세우스를 위로해주는 힘이 있다.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Oliver Sacks)가 말한 대로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음악을 사랑하는(Musicophilia) 본능이 있다.

 

감각은 지구에 거주하는 오디세우스들의 동반자다. 하지만 이 동반자에게도 약점이 있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때론 엉뚱한 결정을 하도록 유도할 때가 있다(착시, 환청, 기억 왜곡 등). 심하면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중독).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한다. 감각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든다. 오디세우스가 된 우리는 모든 감각이 열려 있어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을 즐기듯이 모험할 수 있다. 우리는 단순히 세상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모험하지 않는다. 인생 모험의 궁극적 목적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세계에 맞춰 성장하면서 확장하는 라는 존재를 찾기 위한 것이다. 감각을 이해한다는 것은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 오뒷세이아1249, 천병희 옮김,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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