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몬 상·하 세트 - 전2권
최아일 지음 / 너와숲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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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본집을 좋아한다. 드라마를 보다가 놓친 부분을 대본집은 상세하게 잘 묘사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다가 좋았던 명대사를 대본집으로 읽는 재미도 있다. 내레이션으로 배우들이 말하는 대사들이 대본집으로 읽으면 다시 감동이 전달되면서 작품성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된다. 대본집을 읽으면서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언제나 대본집이 주는 감동에 다시 한번 빠져들게 된다. 드라마를 두 번 보는 기분이다.

위트 있게 배우들이 연기해 주는 드라마이다. 발랄하게 연기해 주는 인물들도 기억에 남지만 진지하게 연기하는 배우들이 강하게 대사하는 장면들도 강열하게 기억에 남는 드라마이다. 운명을 이야기하고 주어진 운명에 주저앉는 것이 아닌 모두를 다 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전해지는 데몬을 만나게 된다. 인간이었던 데몬은 자신이 인간이었던 기억을 전혀 하지 못한다. 왜 기억을 하지 못하는지는 마이 데몬 2에서 설명된다.

가영이 춤을 추는 이유와 데몬이 이 춤을 바라보는 시선의 이유도 설명된다. 인간의 꿈을 꾸기 시작하는 데몬은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다. 그리고 도희와의 운명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데몬의 손목에 있었던 십자가 타투가 도희에게로 사라진 이유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타투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과 타투를 찾게 되는 순간이 펼쳐진다.



명대사가 많았던 드라마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데몬이 변화되는 이야기와 생명과도 기꺼이 바꾸는 사랑이 전해진다. "네가 없는 것이 나한테 지옥이야." (481쪽)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가 사라지면서 경험하게 되는 것은 지옥과 같은 삶이 된다. 나락으로 계속 떨어지는 도희의 생활들이 펼쳐진다. 노숙녀가 인간을 바라보면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장면도 인상적인 장면이 된다. 자신이 설계한 세상을 연민이라는 감정으로 모두 관여한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일어나는 데몬과 도희의 계약을 약속 지켜주는 노숙녀의 존재는 반전의 드라마가 된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확고한 의지와 두 존재의 사랑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파괴자이자 구원자다." (527쪽)이라는 대사가 이 드라마를 한 문장으로 설명해 주는 명대사가 된다. 서로를 구원해 주는 사랑을 하고 있는지, 하고 있었는지도 돌아보게 하는 드라마이다.

미움과 불행의 포화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를 상처 입히고 영혼을 파괴한다 524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이,

이 세상이 계속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으로

서로를 구원하는 이들이 더 많기 때문이 아닐까.

서로를 꼭 안은 채 두 사람, 화해하고...

세라와 세라의 아들인 도경이 나누는 장면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세라가 아들에게 말하는 장면에서 세라가 보이는 모습은 악마였음을 보여준다. 아들을 방패막으로 자신만 혼자 살겠다고 발버둥 친 모습이 드러난다. 아들이 남편에게 학대당하는 광경을 알지만 이어폰을 쓰고 못 들은 것처럼 외면하는 세라이다. 아들과 면회하는 장면에서도 세라는 달라지지 않는다. 아들을 지켜주지 않았던 세라이다.

또다시 가면을 쓰는 세라 137

벽난로 불쏘시개. 아들의 비명. 이어폰 쓰는 세라

다 알면서 눈 감았어.

나만 아니면 되니까.

내가 엄마 대신 당한 거예요.

내가 당신 방패막이었다고.

진짜 악마는 당신이야... 이제 당신 차례야. (도경이 세라에게) 252

아들을 홀로 악마의 손에 던진 세라는 아들의 죽음 소식을 듣고 나서 달라진다. 너무 늦게 깨우친 세라는 제자리를 잡고자 노력한다.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도희와 구원은 알게 되면서 사건은 점점 고조된다. 악마라는 존재는 자신의 마음에 있었고 악마를 추종하면서 자신의 가족까지도 무참하게 파괴하는 존재는 점점 욕망에 지배를 당하게 된다.

가죽 장갑의 정체가 궁금했었던 드라마이다. 드러나는 범인의 실체는 충격적으로 전개된다. 파괴자가 될 수도 있고 구원자가 될 수도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스스로 악마 같은 존재를 자처하면서 살고 있는지 타인을 살릴 수 있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지는 스스로에게 남겨진 몫이 된다. 무엇을 위해 발버둥을 칠 것인지 구원과 도희를 통해서, 도경과 세라를 보면서도 깨우치게 된다. 도경은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서 주짓수를 배우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가족은 어머니와 단둘뿐임을 알았던 아들이다. 하지만 면회 온 어머니를 보면서 도경은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게 된다. 지켜야 할 가족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음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어머니는 자신만을 지키면서 아들을 방패막을 사용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족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면서 인간성을 잃어버리면서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무의한 존재인지도 보여주는 작품이다.

뜨거워! 살려 줘! (도경)

영혼이 망가졌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고.(구원) 203

네가 신이었어? (구원)

누군가는 날 우주라고 부르기도 하고

누군가는 날 시간이라고 부르기도 해.

신은 모든 곳에 있고

모든 것에 깃들어 있다. (노숙녀) 80

가영의 어린 시절과 같은 상황에 노출된 어린 여자아이를 구해주면서 아이가 자신과 똑같은 질문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때 가영은 다른 대답을 데몬에게서 들었지만 자신은 그 여자아이에게 천사의 존재와 희망을 선물해 주는 대답을 하게 된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희망을 선물하며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값진 인생임을 가영이 보여준다. 계획된 인생을 바꾸어가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가영에게도 분명히 의미있는 인생이 보답해 줄 것이라고 믿게 된다. 종교적인 드라마이지만 스스로 자멸해가는 인간들과 성공의 대열에 있지만 끝없는 외로움에 혼자서 몸부림을 친 주 여사의 가족 관계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 된다. 주 여사와 다름없는 삶을 살다가 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서 많이 공감하면서 본 드라마이다.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드라마는 굵직하게 보여준다. 그것을 찾는 것도 시청자의 몫이며 대본집을 읽는 독자들에게 주어진 열쇠가 될 드라마이다.

충분히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그렇게 내 감정에 솔직한 시간이어야

약이 되더라고요.

사람이 꼭 괜찮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괜찮을 수도 없고. (신비서) 432

이혼을 결혼의 실패가 아니라고 말하는 박복규의 대사와 도희가 힘든 것을 감추기 위해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정에 솔직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약이 된다는 사실을 조언해 주는 신비서의 대사도 의미심장한 약이 된다. 괜찮은 척하는 것이 자신을 더욱 아프게 병들게 하는 것임을 알게 해주는 장면이 된다. 온실에서 식물들을 돌보면서 살았던 주 여사의 남은 생애와 장례식장이 파티였다는 사실을 꼬집어서 말하는 데몬의 대사도 의미심장한 장면이 된다. 가면 뒤에 감추어진 검은 속내들이 장례식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족인지 악연인지 묘연해지는 인간사를 펼쳐놓는 드라마이다.



네가 없는 것이 나한테 지옥이야 - P481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파괴자이자 구원자다 - P527

영혼이 망가졌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고. - P203

충분히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그렇게 내 감정에 솔직한 시간이어야

약이 되더라고요.

사람이 꼭 괜찮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괜찮을 수도 없고. - P432

미움과 불행의 포화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를 상처 입히고 영혼을 파괴한다 - P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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