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대 2를 늦게 야금야금 보고 있다.

1, 2화는 어수선했고 뭔가 많이 달라진 유은재와 새 멤버 조은에 적응이 안 되다가 이제는 그 둘도 좋아져서 다음화를 기다려가며 보고 있다.

 

조은은 헌책방에 갔다가 우연히 떨어진 <지연된 정의>라는 책에서 분홍 편지를 발견한다.

저주의 내용이 적힌 편지 뒷장에 연남동 벨에포크 주소가 적혀 있어 호기심에 와봤다가 집보러온 사람으로 오해받아 새로 벨 에포크 일원이 된다.

 

여고에서 인기 많을 타입인 조은 역을 맡은 최아라를 두고 여자 류준열이라고 하는데 맨투맨도 그렇고 옷 색깔도 그렇고 현실 류준열과 비슷하다.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 모임>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종열 선배와 헤어진 은재가 보던 책이다. 은재는 사귀다 헤어진 CC들의 애매한 상황을 자주 보여준다. 조 모임 같이 하기조차 어색한 사이. 야심한 밤 카톡을 보내고 1이 사라지는지 안 사라지는지 초조해하다 마침내 1이 사라지고 답이 오지 않을 때의 민망함.

 

<세계는 평평하다>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들어간 사회초년생 윤선배가 쉬는 날 흡족한 마음으로 맥주 한 캔을 마셔가며 읽던 책이다.

 

다음 역시 윤선배 취향의 책들

어쩐지 진명과 잘 어울린다.

 

 

 

 

 

 

 

 

 

 

 

 

 

 

 

 

 

우리의 쏭. 부산한 송지원은 어린 시절의 희미한 기억에 휘둘려 혼란스러워한다. 송지원이 선택한 이 책들 역시 과거의 의미를 밝혀 보려는 송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

어린 시절 정말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명확히 알 수 없지만 대강 그려지는 바는 다음과 같다.

 

효진이라는 친구와 쏭은 단짝같이 붙어다니던 사이였고 어느 날 효진이는 미술선생님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고 쏭은 이것을 목격한다. 학대를 당한 아이는 전학을 가고 불운이 겹쳐 엄마도 잃고 집을 나가 소식이 끊겼다.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아주 작은 이유로

내 인생이 지금과는 아주 다른 곳으로

치달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그리고 안도하는 내가 있다.

그 사소한 이유가 내것이 아니어서 다행이구나.

 

안도하면서 나는 또다른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송지원의 나레이션 중

 

 

 

 

 

 

 

 

 

 

 

 

 

 

사실 굉장히 마음 아픈 묵직한 에피소드인데 기억을 찾아나서는 쏭과 성민이 너무나 귀엽게 알콩달콩하고 다녀서 내내 엄마 미소 지었다. 비록 나는 저런 정겹고 귀여운 연애 많이 못해봤지만 우리 딸은 저렇게 듬직하고 착하고 귀여운 성민이같은 친구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 책은 유은재의 소망이 담긴 책이다.

 윤종열에게만은 치명적인 팜므 파탈이 되보고 싶었으나

 아직 미련투성이 전 애인에 불과하여

 갈길이 멀다.

 

 

 

 

 

 

 

 

언제나 송지원의 거짓말에 알고도 모르고도

속아주는 성민이의 선택은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데이트폭력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채 취업 준비에도 나서야 하는 예은이가 선택한 책이다.

 

 

 

 

 

 

 

 

 

 

 

 

 

 

 

                                                                                                                                                                   

 

 

 

이 책들은 <지연된 정의>를 팔았던, 분홍 편지의 작성자임이 분명한 사람이 읽었던 책더미에 있었다.

 

많았는데 표지나 제목이 슬쩍 보인 것만 기억이 난다.

 

아직 편지 작성자가 어떤 사연을 가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

 

이번에도 역시 진명이가 제일 안쓰럽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버티다 결국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취직해 사원증을 목에 걸고 편의점을 찾는다. 그곳에서 또다른 진명이 부러운듯 사원증을 바라본다.

 

오앤박 엔터에서 진명은 아스가르드라는 그룹의 해임달이라는 청년과 만난다. 팬1호로 만나는 것도 잠시일 뿐 진명은 그들에게 계약 해지 통보를 하러 나서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다소 험한 자리라 선배들이 기피하는 가운데 과거 일진이었다는 멤버를 만나고 진명은 긴장하지만 거칠 것같았던 아이돌은 돌변하며 살려달라며 잘하겠다며 눈물을 뚝뚝 떨군다. 이어서 누군가는 이럴 거면 왜 뽑았냐고 화도 내고 누군가는 체념하고 누군가는 말이 없다. 해임달만 수긍하지 않고 회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한다.

 

해임달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냐고 하고 진명은 그만큼은 다 하는 거라고 부족했다고 나머지 중의 나머지라고 독설을 날린다. 해임달이 화가 나서 진명을 밀치는 바람에 진명이 팔을 다치고 회사에서는 이것을 1인시위를 철수시킬 기회로 삼는다.

 

해임달은 팬들에게 해주려고 오래 전에 10만원 주고 공들여 만든 사인을 계약 해지하는 난에 부지런히 휘갈긴다.

 

 

 

 

누군가의 꿈이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것을 설명하는 데에 '노오력'이나 '강호동 수첩에 적힌 말들'같은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데이트 폭력을 벗어나지 못한 예은이나 이복동생을 가진 조은 이야기도 마음 아프지만

해임달 에피소드가 제일 마음 아팠다.

 

진명이는 분명 활기찬 아이돌을 보며 오래 누워 있다 떠난 동생 수명이가 생각 나서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자신이 아스가르드에게 저승사자같은 존재가 되어 계약 해지하는 데 사인을 받으러 다녀야만 하다니.

 

게다가 지난주에는 편지 작성자와 사연이 깊은 남자가 찾아와 진명이 칼에 목을....

 

작가님이 어떻게 마무리하시려 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청춘시대 1과 마찬가지로 청춘시대 2도 가혹한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그리고

청춘시대가 아무리 가혹해봐야 결국 이것 역시 판타지일 뿐

실제 청년들 현실은 더 열악하다는 건 아는데

일단 눈이 즐겁고 '화사함'에 취해 보고 있다는

바보 같은 중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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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처음 써보는 아이는 설정한 패턴을 잃어버리고 백업 숫자로 복원한 후 다시 패턴을 설정하지 않는다. 귀찮다나. 그러더니 숫자마저도 해제해버렸다.

 

이렇듯 패턴이란 한번 설정되면 편하긴 하지만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 그 세계로 들어갈 수 없게 된다.

 

나는 육아 10년간은 어떤 패턴을 찾으려고 끝없이 노력했다. 패턴을 설정하고 잃어버리고 하는 것의 연속이었던듯하다. 지금도 사실 그렇다. 아주 다행인 것은 수면패턴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다. 육퇴(육아퇴근)하고 놀고 싶은 것을 참아내고 10-10시 반 사이에 잠들어 4-5시 사이에 일어나기를 다행히 2주째 지속하고 있다.

 

 

 

 

 

 

 

 

 

 

 

 

 

 

 

 

악스트 <황정은> 작가 편 아껴 읽고 있다.

신기하게도 요즘 나의 화두인 내 삶의 패턴을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인간 삶의 패턴

 

아니다. 한 사람이 20년, 30년, 40년 산다는 것은 계속해서 상황과 만난다는 이야기 아닌가. 계속 어떤 상황의 연속이고, 계속 어떤 선택을 하고. 그게 모여 그 사람의 패턴이 되는 것 같았다. 어떤 선택의 순간에 자신은 그때그때 판단한다고 믿지만 실은 본인이 그동안 살아온 패턴을 따르는 것 같다. 성찰이 드문 삶에서는 그런 패턴에 따르기가 훨씬 쉬워지고 자기도 미처 모르는 자기 패턴에 따라 살게 되고. 그게 쉬우니까.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 별로 없거나 그런 기회가 별로 없는 삶을 살수록 패턴에 휩쓸리기 쉬운 것 같다. 그래서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그런 것들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그 단편을 쓸 때.

 

작가가 생각하는 악

 

그게 나도 궁금하다. 거창한 악보다는 사소한 악에 관심이 더 가는 것 같기도 하다. 비웃음, 천진함, 일상의 비열함, 일상적인 악 같은 거.            33쪽

 

"이 세계를,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는, 낙담."

 

가족들?

 

지금 삶의 파트너들. 그런데 덧없다. 한 번뿐이니까. 롤랑 바르트적인 의미로 말하자면 이 덧없음을 어떻게든 이야기로 영원히 남기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게 내가 사랑하는 방법인 것 같기도 했고. 그런데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 거다. 세계가. 그걸 절감한 것이 2014년 이후였고 노이로제 같은 걸 겪었다. 이 사람들이 내가 없는 곳에서 어떻게 될까봐. 안전하지 않고 너무 형편없는 세계에 대한 자각이 아주 뚜렷하게 왔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여기 있는데 내가 그 사람들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심정적으로 계속. 바르트적인 낙담의 상태로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단편과 중편 <웃는 남자>를 그런 상태에서 썼다.      36쪽  

 

어릴 때, 아마 한 10대 후반 20대 초 정도에는 내가 굉장히 도덕적이고 남보다 정의롭다고 여겼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 흥분했고 화가 났고 화를 쌓아두고 살았던 듯하다.

 

그런데 마흔이 넘고 보니 나는 역시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다지 정의로운 편도 아니다.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히 맞다.

 

어떤 힘든 상황이 연속적으로 다가오면 피해다니고 내게 감정적으로 유리한 선택을 하며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권력이나 거대 악에 주목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은 내 삶의 패턴에 주목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다만, 언제나 생존이 시급했다. 정은 작가가 가족들이 한때 자신을 XX년이라 여겼을 거라 해서 잠시 씁쓸하게 웃었는데 나 역시 우리 가족 중의 누군가에게는 그런 포지션. 

 

정은 작가(악스트에서 이렇게 부르는 게 맘에 든다)  소설을 읽다보면 <웃는 남자>도 내가 경험했던 어떤 상황이나 심정을 건드리는 지점이 있다.

 

해묵은 음반들. 너덜너덜하거나 먼지를 뒤집어쓰고 뻣뻣해진 마분지 껍데기들. Georges Moustaki, Neil Young, 시나위, NKOTB, Boston Symphony Orchestra가 연주한 Shostakovich, VIvaldi, Michael Jackson. 고르지 않은 취향. 그보다는, 취향이 되기 전에 중단된 취향.

 

<웃는 남자>, 61쪽

 

친정에 가면 내가 모은 씨디나 테이프들이 아직 두꺼운 감귤상자에 가득 담겨 있다. 세 살 터울인 여동생은 영문도 모르고 내가 듣는 건 따라 들었을 것이다. 가정 내 자원은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고 언제나 맏이가 더 우위를 갖는다. 내 취향의 책이나 음반으로 도배된 작은 방. 이게 아직 친정에 남아 있어 늘 부채감에 시달린다.

 

아이를 키우면서 누구나 욱한다고는 하지만, 그 원인과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마다 다르다.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한다. 내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어떨 때 공통적으로 욱하는지 적어본다. 어떤 일이 나를 유독 욱하게 하는지 파악했다면, 그때부터는 나의 삶과 연결을 시켜 봐야 한다. 그래서 그 상황이 되도록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조치해야 한다. 293쪽

 

내가 일상에서 유독 욱하는 상황들을 적어 보았다면, 이제는 그 상황에 내가 보이는 공통된 반응들, 같은 패턴의 반응들을 써 봐야 한다. 이런 것들을 일상에 습관화하면 나를 이해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 이 자체만으로도 욱하는 감정이 많이 줄어든다. 294쪽

 

<못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육아서는 한동안 읽지 않다가 인기도서가 우연히 들어온 게 신기해 읽었다. 전에 지역 강연도 들은 적이 있어 그 내용 그대로이긴 하지만 역시 '패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옮겨본다.

 

오은영 박사가 나왔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패턴. 

저 좁은 집에 장난감, 책은 왜 이리 많으며 힘든데 왜 자꾸 마트나 놀이공원 같은 데를 꾸역꾸역 나가 애를 잡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남에게는 뻔히 보이는 패턴을 부모만 못 보고 힘들어하고 박사님한테 아이도 혼나고 엄마도 넋이 나가 허둥대다 방송국 지원 받고 손잡고 나들이하며 마무리.

 

하. 그러나 내가 애엄마가 되고 나니 별다를 것도 없더라.

 

스무 번 중에 열아홉 번은 친절한 엄마인데 한 번은 광분한다면, 차라리 그 열아홉 번을 너무 애쓰지 않는 것이 낫다. 그리고 그 한 번을 안 하는 것이 낫다. 그것이 아이한테는 훨씬 더 이롭다. 열아홉 번 애쓴 것이 다 필요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애를 쓰는 것보다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한 번을 안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41쪽

 

내가 바로 스무번 중에 열다섯 번은 친절하고 다섯 번은 버럭하는 엄마다. 일단은 체력이 약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좋아한다. 그런데 또 의무감, 책임감은 무지 강하고 어린시절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뭔가 내 아이에게만은 엄청 잘하고 싶어한다.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반복하게 되는 반응에 일정한 패턴이 있거나 늘 어떤 상황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굉장히 중요한 ‘어떤 것’이다. 제3자가 보기에는 “뭐 그런 일 가지고 그래?”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사람에게는 너무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된다면, 자신을 천천히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문제의 원인이 보이고 답도 찾을 수 있다. 296쪽

 

내가 욱하는 상황들이 다 어린시절과 연관되어 있고 아이들의 실수와는 무관했다.

 

사회에는 괜찮은 사람과 아주 좋은 사람과 그저 그런 사람과 형편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그 비율은 언제나 비슷하다. (중략) 내가 옳고 선량하게 살면 좋은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이 살지 않는다고 과도하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그 사람이 “그렇군요. 제가 잘못 살았군요”하고 굴복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300쪽

 

“당신의 기준은 이론적으로 정답에 가까워요. 당신이 사는 방식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 기준을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아니면 조폭 같은 사람들한테 적용하면 통하겠습니까? 사람의 감을 봐야지요?” 295쪽

 

애들 데리고 밖에 나가면 공중질서 어기고 하는 무개념인 사람들에 광분했다. 애들도 나처럼 그런 상황에 기분이 상하는 편이다. 새치기 하는 사람에 나들이 기분을 망치기도 하고 식당에 떠드는 사람 있으면 불편해했다.

 

어느새 아들도 나를 따라 깐깐하게 굴고 입바른 소리를 하려고 시도하는 지경에 이르러

아, 이러다가는 사소한 시비에 말려 큰일을 겪겠구나, 싶어 적당히 넘기는 법도 배우게 하자고 느꼈다.

 

상대가 욱할 때 가장 좋은 대처는 사실 능청스러움, 유머와 위트다. “뭐 그렇게 화를 내실 것까지야” “고정하세요. 건강에 해로워요”하는 것이다. 301쪽

 

이 정도면 족하다.

도서관도 개관하자마자 가서 애들 많아지기 시작하는 11시 넘어 나오면 화낼 일이 줄어든다.

 

새치기를 당하면 상대가 무안하지 않게 부드럽게 알려준다. 만약 새치기한 사람이 연쇄살인마라면 싸이코패스라면 으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ㅋ

 

그보다는 사람이 몰려들 시간을 가급적 피한다. 다행히 애들 아빠가 가끔은 평일에 쉴 수도 있어 평일 여행이 제일 좋았다. 아, 역시 여유롭게 평일 여행할 수 있는 사람들은 화낼 일이 줄어드는구나 싶었다. 

 

*

어제는 주부의 특권 중 하나를 행사 

조조로 <택시 운전사>를 보았다. 애들 방학에 개봉해 못 보다가 이제야 내려가기 직전에 보았다.

최상의 관람 환경이었다. 혼자 오신 분들 서너 명.

 

평범한 소시민 택시기사 만섭이 광주의 참상을 목도하고 자신의 삶의 패턴을 깨버리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특히 피터와 만섭이 마지막 검문에 걸렸을 때 서울택시 번호판을 눈감아준 군인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이 사람 역시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거대 악에 맞서 순간순간의 선한 결정과 자기 희생이 모여 여기까지 왔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기대했던 류배우는 서툰 영어발음 연기로 웃음을 주었고 최후의 순간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부분도 좋았다. 정말 그 시대에 살았던 전대 철학과(영화에 그렇다고 나오진 않지만)일 것 같은 '구재식'이였다.

 

단발머리, 제3한강교가 투쟁가같이 구슬프게 들리도록 불러준 송강호 씨가 참 대단하다.

대학 때 봤던 초록물고기의 넘버3가 저렇게 대배우가 될 줄이야.

 

미생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최귀화 님의 사복조장 연기도 실감났다.

 

다만, 마지막에 보안사와 택시기사분들 레이싱이 좀 핍진성이 떨어진다.

 

그래도 오일팔 정신을 크게 훼손하지는 않는 잘 만든 상업영화였다.

 

*

그러고 보니 여기서 또 패턴

 

뭔가 비오는 새벽에 글을 이렇게 길게 쓰게 된다.

 

마무리를 어떻게 하지

 

패턴을 설정하려면 간단하고 신중하게

혼동을 주는 잘못된 패턴이 되지 않게 언제나 생각하며 살기.

무엇보다 여유를 갖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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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키즈카페에 매주 월요일 휴무라고 적혀 있다.

 

아항, 그렇군.

 

나도 이제부터는 월요일 오전에 쉬어야겠어, 무조건.

주말을 애들과 지내면 여기저기 집안꼴도 엉망이고 병원이나 마트나 갈곳이 많은데 일단 쉬기로 했다.

그래봐야 책을 보거나 꼭 보고싶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 보는 정도이다.

 

 

 

 

 

 

 

 

 

 

 

 

 

 

 

애들 여름 방학과 주말 등에 가끔 보았던 책들이다.

 

미술치료 책인데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것이 아니라 회화에 간단한 감상이 곁들어 있다.  그동안 잘 몰랐던 작가들을 소개받는 것은 좋은데 너무 억지로 효용성 있게 해석하려는 것도 있어서 거부감이 든다. 특히 2편은 시험 준비를 위해 묶었는데 많이 어색했다.  

 

 

 

 

 

 

 

 

 

 

 

 

 

 

 

그래도 <그림의 곁>, <화해>는 더 자연스럽고 적절한 위안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찰스 커런의 <랜턴>을  소개받고 작가의 다른 그림들도 찾아보았다. 나야 저렇게 우아한 부인은 못된다! 하지만 어머니는 뭔가 사색에 잠겨 있는데 귀여운 꼬마 아가씨는 발을 구르며 그림 그리는게 귀여워 한참 들여다 보았다.

 

 

 

 

 

 

 

                                                                                                               

 

 

 

 

 

 

 

 

 

 

 

 

 

 

 

내가 주말에 엄청 피곤했던 건 사실 토요일에 당일로 친정에 다녀와서였다.

 

왕복 8시간 고속버스를 탔다.

겨우 3시간 정도 엄마를 보고, 동생과 이야기를 잠깐 했다.

 

엄마는 올해 인생의 최대 위기라고 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급속도로 허물어져가고 있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어디가 그렇게 많이 편찮으신데 왜? 벌써? 라고.

 

 

나도 엄마에게 묻고 싶은 말이지만 사실 이유가 명확하겠는가.

노화나 병듦은 세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힘들게 산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보다 좀더 빨리 노인이 된다.

 

100세 시대에 예순 중반이면 청춘이지, 이렇게 야속하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다.

 

중형병원, 대학병원 병명을 달리해 여기저기 입원하시는 바람에 여동생이 제일 고생을 많이 했다. 난 애들 아빠가 쉬는 날이면 한달에 두세 번 가주었을 뿐.

 

<나이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를 언젠가 기차에서 읽고 혼자 감동해 동생에게 전해주려 했다.

 

하, 단 하루 겪고 두손두발 다 들었다. 엄마 병의 특성상 가족들이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역시 책과는 다른 게 각자의 삶이다.

 

저자는 20대에 뇌경색으로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50대에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간병한 경험이 있다. 간병을 하면서 물론 사람이니 짜증도 내지만 그래도 시종일관 아버지를 잘 보살펴드렸다. 내가 아직도 잘 못하고 있는 것들. 온화한 분위기에서 함께하기, 몇 번을 물어보더라고 화내지 않고 대답하기 등

 

<가족의 발견>은 부제 '가족에게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나를 위한 심리학'에 이끌려 읽기 시작했다.

 

“트라우마가 크면 클수록 시야는 좁아지게 마련이다. 상황을 넓게 볼 수 없기 때문에 보통 사람보다 더 크게 불안해하고 긴장하고 더 부정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된다.” 10쪽

 

너무나 우리 엄마의 일생과 우리 가족의 현실과 맞닿은 부분이었다.

 

 “만성적 불안을 가진 부모는 서로에게 또는 자녀에게 집착하고 불안한 감정을 투사한다. 또 자녀를 과보호하고 지나치게 통제할 뿐 아니라 부모와 같은 불안의 수준을 갖도록 강요한다"  140쪽

 

그렇다면 과연 나는 어떨까?

나의 불안을 아이들에게 투사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과보호하는 측면이 있고 세상에 존재하는 '불안'에 대해 자주 입에 올리는 편이다. 늘 조심하라는 말을 달고 산다.

 

 

 

 

 

 

 

 

 

 

 

 

 

 

 

부모가 신포도를 먹으면 자식들의 이가 시리다.

 -에스겔서 18장 2절

 

우리는 부모, 더 거슬러 올라가 조부모, 조상 대의 양육방식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선대에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 있다든가 해서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도 많다.

 

책에서는 부모와 관계를 무조건 단절하는 것.

그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라고 한다.

 

'핵심 불평'을 해결의 씨앗으로 제시한다. '핵심 불평'이란 자신을 괴롭히는 주된 문제로 내면화한 것일 수도 있고 외부를 향한 것일 수도 있다. 핵심 불평, 핵심 문장을 통해 가족사의 불행을 직시하고 화해의, 치유의 문장을 새로 써가라고 제시한다.

 

내면과 일상을 관찰하고 차차 해결해야지.

 

화해의 메시지가 강한 책이라 도전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앞으로 월요일 오전은 휴무.

 

꼭 지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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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면 패턴이 성공적이다. 애들이랑 10시쯤에 잠들어 4-5시에 일어나는 패턴. 그래봐야 이틀이지만 좋은 예감이 든다. 고칠 수 있다! 불면증

 

한동안 불면증으로 고생했다. 불면 이후엔 두통, 소화불량이 이어지고 고통스러웠다. 아이 낳은 엄마들이라면 크고 작게 수면 장애를 겪는다. 이제 초등이건만 여전히 엄마 옆에 붙어자는 애들 덕분에 애들 생활에 맞추어야 그나마 오래잔다.

 

결혼 전에는 새벽 3시까지도 노는 올빼미였으나 육퇴(육아퇴근, 애들 잠듦)하고 내 시간 갖는다고 사치부리다가 밤새워 고통받기 일쑤라 아예 애들 따라 새벽형으로 바뀌었다.

 

4-6시 사이에 애들 안 일어나는 시간 게다가 새벽, 우중충한 감성에 젖을 일도 없고 진작 이렇게 순응할 것을. 애들 때문에 오랜 습관이 바뀌는 게 억울해 그간 미련하게 살았네

 

*

 

위 책들은 아줌마들에게 추천하면 호불호가 엄청 갈린다. 대개는 불호다.

 

주말부부 어느덧 3년차 게다가 애들은 초등. 주변에서는 전생에 나라를 몇번 구했냐고 한다. 중년에 접어들면 부부들 사이가 다들 이 정도인 건가, 아니면 나 위로하려고 하는 말인가.

 

물론 삼시세끼 차려야 하는 수고는 덜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들이 삼시세끼 안 먹는 건 아니다.

애들이 갑자기 크게 아프거나 해도 정말 홀로 다 돌봐야 한다. 말만 '독박'이 아닌 진정한 홀로육아. (한부모가정에 비할 데가 아니긴 하지만) 

 

올 초에 아들이 수술하고 난 병실에 아들이랑 같이 있어주고 아홉 살인 딸은 혼자 빵 먹고 학원가고 그렇게 지냈다. 시댁도, 친정도 먼데 미취학 아동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제만 해도 자전거 안장 높여주려다 힘이 부족해 낑낑거리는데 보다 못한 어떤 동네 아빠가 대신 해주었다. 고마우신 분. 아저씨도 육아하다 보면 오지랖 만렙. 이런 오지랖은 너무 좋다.

 

그 많은 동네엄마들 중 힘들겠어요, 매일 못보잖아요 이런 말 하는 분 딱 한 분 보았다. 신혼도, 새댁도 아닌데 어쩐지 찡했다. 친한 분은 아닌데 잘살고 계신 거예요, 손이라도 잡아드리고 싶었다.

 

공식 커플이면서 언제나 약간은 싱글의 정서를 가진 나는 여전히 이런 책들이 좋다. 철이 덜 들어서 그런다. 그냥 공감공감.

 

<혼자를 기르는 법>은 시니컬하고 담담하게 싱글의 삶을 그리고 있다. 중간중간 하는 일이나 행동이 나랑 많이 닮았다. 혼자 자연물 다큐 보며 인간사에 대입해 쓸데없이 감상적이 되기도 하는 거나 정말 뜬금없는 농담하는 거. 햄스터나 물고기를 기르며 육아나 인간사에 대한 통찰을 얻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유머 코드가 맞는다.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는 단행본으로 빌려보았다.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는 그 시스템과 맞지 않아 과감히 나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 칭찬받는 고래가 되어봐야 고래한테 좋은 게 아니다. 자유롭게 헤엄치는 게 고래의 삶에는 더 맞다. 상처를 품어 진주로 만든 조개. 그런데 조개는 그 진주를 가질 수는 없다.

 

자기계발서 식의 격려, 채찍보다는 어차피 "내 마음" 쪽이 훨씬 중요하다.

 

<어쿠스틱 라이프>는 간만에 보았는데 열육아 중이시구나. 감각 있는 작가답게 잘 키우고 있는 것 같고 여전히 금슬도 좋고 흐뭇흐뭇. '가차 없는 남편' (192화) 시리즈가 재미 있었다.

 

엄마들이 모이면 의도치 않게 쇼미더머니 스타일로 남편의 나쁜 버릇이나 이해할 수 없는 점에 대한 배틀이 열리는데 난 물론 거의 듣고만 있다. 엄청 부당하다고 열변을 토하기는 하는데 학창시절 학생주임이나 괴상한 선생님 흉보는 듯한 그런 수준이다. 학창시절에 그렇듯이 뭔가 자극적 에피소드를 끌어내는 사람이 위너. 그래도 뭔가 이혼 직전의 심각한 이야기는 물론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게 암묵적인 룰이다. 

 

이런 자리에 참석할 수 있는 것도 거의 한 달에 한 번 정도일까. 학교 책 읽어주기 봉사를 올해부터 하고 있어서 생각보다는 괜찮다. 그냥 학교 일 많이 하는 분들 뭔가 돼지엄마 같지 않을까 싶었는데 내가 돼지엄마라고 인정하니 편하다. 그것도 대왕 돼지엄마. 체형도 뭔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고 (오래도록 오열) 

 

*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니

아이 낳기 전의 나와

아이 낳고 변한 내가 만나

악수하며 사이 좋게 놀고 있다.

 

혼자, 어차피, 어쿠스틱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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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대학 다닐 때(거의 20년 전 ㅜ.ㅠ ) 페미니즘 열기가 뜨거웠다. 물론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나는 남자애들을 만나면 너도 엄마성 쓰냐는 질문을 받았고 군가산점제는 왜 반대하는가 여성은 왜 군대에 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답을 주어야 했다. 당시 모 대학에 다니던 남학우와 우연히 헌법재판소 앞에서 군가산점제에 대해 한참 토론하던 기억이 난다. 토론의 결과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원한이 깊었던지? 사시 붙고 자기 붙었다고 자랑했다. 물론 진심으로 엄청 축하해주었다. 

 

그 시기의 나는 무엇보다 끝없이 자신을 검열하고 싸워가야 했다. 아니 아예 '나 자신'을 싸워가야 할 존재로 규정했다. 화장도 하지 않고 옷도 답답한 스타일로만 입고 약간의 호감을 가지는 단계에서도 내 잣대로  가차없이 몰아냈다. 그보다 드러나는 미인도 아니고 애교가 있지도 않은 나에게 호감을 표하는 대상은 많지 않았다. 이게 또 나를 의기소침하게 했다.

 

기가 약하고 순하게 생겼고 해서 2호선과 1호선 최악의 구간을 오가며 성추행도 엄청 당했다. 나의 방식은 당당히 맞서고 싸우기보다 백팩을 엉덩이까지 두르고 가슴 앞에는 커다란 화판을 두르는 방어적인 것이었다.   

 

여자애들과 사이가 좋았나 '자매애'가 있었나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여고 때부터 화장실에도 같이가고 무리에서 편이 되어주고 하는 여자애들만의 관습에 충실하지 못해 단짝 친구 그런 개념의 친구는 없었던 듯하다. 그냥 '반장' '조용히 자기 일하는 애' 정도였다.

 

이 나이 들어 생각해보니 정말 외롭게 살았다 (잠시 오열)

 

언니네에 방을 개설하고 페미니즘 잡지 읽는 사람들 모임에도 기웃거렸다. 우연히 미혼모였던 한 활동가의 방을 들여다보고였는지 아니 가깝게는 일찍 혼자된 엄마의 삶을 늘 보아서 그랬는지 20대 후반에 불안해졌다. 아홉수라는 한국 특유의 무속성이 더해져 그전에 결혼을 했다. 친구들 중에서 거의 손꼽을 정도로 이른 결혼이었다. 늘 비혼을 주장하던 내가 일찍 결혼한 데에는 이렇듯 가정사와 성격이 더해진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의 나는 나를 잘 몰랐다! 어려서 아버지 없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불안정하게 자란 탓에 나는 제도권에 들어가야 안정을 받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우굴을 피해 달아난 곳이 호랑이굴"이었음을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후로는 육아 카페나 사랑과 전쟁에 한번쯤 나올듯한 사연을 한 가득 안게 된다.    

 

*

자본주의보다 가부장제가 오래된 것이고 매우 공고하다. 작동하는 방식이 정교하다.

싸움은 쉽지 않다. 계급 문제와 얽혀 더욱 복잡해진다. 아직도 공부하는 중인데 어렵다.

 

나는 딸과 아들을 다 키우기 때문에 더 잘 공부해야 한다. 남매라 확실히 둘이 많이 싸우기는 하지만 서로 남녀에 대한 이해의 폭이 커지는 듯하다.

 

어제 이 책을 읽고 일부분 후련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20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사회다. 어디서부터 얽혔는지 알 수 없는 실타래.

 

 여상을 나와 사회 생활을 하면서 철학을 배우고 일상을 살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적재적소에 여성시들이 잘 배치되어 좋았다. 읽지 못했던 시도 많이 소개받았다.

 

아쉬운 건 금융계에서 사회생활을 하며 서울여상이어 그렇게 차별받지 않았다는 부분. 저자 역시 또다른 의미에서 분리를 하고 있다.

 

목동 단지에서 '고졸'이라는 것이 사람을 얼마나 위축되게 했을지 짐작이 간다. 나도 동네 엄마들에게 학번을 물어본다든가 잘 알지 못하는 사이일 때 대학 이야기는 가급적하지 않는다. 특히 지방에 살게 된 이후로 지방대에서는 그렇게 하냐고, 진짜 생각없이 말했다가, 혼난 적이 있다. 들어보니 지역의 학교에서는 군기가 센 편이었다. 그래서 놀라서 정말 그러냐고 했을 뿐이었는데

 

 

올해 샀던 책들인데 많이 보지는 못했다.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는 실전용. 성차별적인 언행에 맞서는 법을 담았다. 유쾌하게 읽고 알라딘에 다시 팔았다. 나머지는 읽고 있는 중. 많이 새롭다. 그동안 완전히 백기를 들고 투항해 살아서 그런지 두렵고 어색하다.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싶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는 묵혀두었다 딸아이 읽으라고 해야겠다.

 

 

 

 

 

 

 

 

 

 

 

 

 

 

 

이런 책들이 널리 읽힌다는 게 젊은 여성들 역시 억압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겠지.

 

남초 인기 커뮤니티에서 군대에 다녀오지 않고 고시나 입사 시험에 두각을 드러내는 중상층 여학우는 그저 이기적이고 배척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이전과 달리 역차별 세상이라고 토로한다.

 

데이트도 더치페이, 결혼시 집할 때도 반반, 생활비도 반반.

 

살림은, 육아는?

 

이걸 애초에 반반으로 딱 갈라 한다는 게 가능한가?

 

딱 떨어지게 공평하게 처음부터 세팅된 것도 아닌데 기계적으로 접근한다.

 

군대도 여자들도 다 가고 3D산업에도 여자들이 진출해 하란다.

 

여성들이 주로 종사하는 저임금돌봄노동, 감정노동의 영역은 안 보이나보다.

 

그냥 모든 게 혼돈이다. 서로서로 자기 계층의 이익을 위해서만 말을 쏟아낸다.

 

군대 안 가서 졸업하자마자 고시 패쓰한 중상층 여학우, 이기적인 썸녀, 알바할 때 불쾌하게 군 전업주부들, 메갈(이 집단은 나도 싫다) 등을 전면에 내세워 여자들은 이래서 안 된다고 한다.

 

단순히 생물학적 여자라서가 아니라 계급적 문제, 사회 구조적 문제, 개인 인성 등 여러 가지가 얽혀 있는 건데 내가 봤거든, 겪었거든 하면 게임 끝.

 

 

시댁 냥이는 언제부터인가 배가 불러와 몇 달 전 새끼를 낳았다. 발랄하던 냥이는 털의 윤기를 잃고 어딘가 많이 날카로워졌다.

어린 냥이들은 어미의 의사와 상관 없이 분양되어 갔다.

 

그냥 그런 냥이를 보면서 참 너도 나 같구나 싶어 애처로웠다.

 

*

페미니즘 서적을 오랜만에 보았는데 오랫동안 피로하다.

 

2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는 게 아니라 현재가 훨씬 더 안 좋아서.

 

  

*

또 이런 책 속의 주장을 접하며

맞아, 옳아

하지만 이것도 다는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든다.

 

남자들도 참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인생은 고해야. 특히 대한민국에서

 

 

그냥 아모르 파티에 맞춰 머리나 흔들어야 하나.

 

<파니핑크>도 다시 보고 싶네

<성냥공장 소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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