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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추락 - 프로이트, 비판적 평전
미셸 옹프레 지음, 전혜영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 <우상의 추락>의 저자 미셸 옹프레는 그의 반反철학사 시리즈중 한권인 <계몽주의 시대의 급진철학자들>을 통해서 만나 보았다. 그는 다양한 저술 활동을 통해서 조르조 아감벤,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마이클 샌델과 함께 이 시대의 가장 위험한 철학자들중 한명으로 선명된바 있다. 그리고 다양한 저술 활동을 통해서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저서들이 몇권 소개된 바 있다. 나는 그의 다른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계몽주의 시대의 급진철학자들>이라는 책을 통해서 그가 정상적인(?) 철학자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을 통해서 받은 그의 인상은 급진적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뒤틀린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시대를 만들어간 주류 철학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철학자들의 업적을 소개하면서 주류 철학을 부수고 틈새의 철학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지나치게 가학적이며 엽기적이라고 할만한 사람들을 소개하며 그것들을 급진적인 철학이라고 소개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그러한 주류에 대한 반철학이 학문적인 검증을 통해서 철저하게 밑바닥까지 사유함으로 길러올린 책임있는 논리가 아니라 자신의 뒤틀린 영혼에 대한 투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평가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옳지 않는 것이라고 할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 미셸 옹프레가 20세기 사유의 지형을 바꾸어 놓고 모든 영역에 있어서 엄청난 영향을 미쳐온 정신 분석학자 프로이트를 비판적으로 평가한다는 책인 <우상의 추락>을 썼다고 했을때 바로 위에서 말한 그에 대해 형성된 나의 평가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일단 그가 바라보고 편단하고 비판하는 프로이트가 과연 제대로 된 평가일까, 또 마찬가지로 비판을 위한 비판 자신의 사유에 대한 투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가 쓴 프로이트 비판서인 <우상의 추락>을 읽어가면서 역시나 내가 그에 대해서 형성한 판단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우상의 추락>은 거의 모든 면에서 프로이트를 비판한다. 아니 비난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거의 모든 영역을 까부수기에 바쁜것 처럼 보였다. 프로이트는 보이지 않는 정신의 영역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려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정신의 구조를 수면위로 떠올리게 한 사람이다. 이러한 개념은 그의 최고의 업적으로 수많은 환자들의 상담과 임상실험의 자료를 가지고 내린 결론으로 지금까지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무의식'의 발견은 20세기의 모든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그만큼 프로이트의 업적은 대단하다는 평가를 넘어서 그가 없이는 20세기가 설명되지 않을 정도인 것이다. 그러나 저자 미셸 옹프레는 이러한 사실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는 프로이트가 과학자로써 정신분석학자가 아니라 자신이 현실에서 이루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 '정복자'라고 보았다. 나는 도대체 그가 어떻게 프로이트를 보고 이러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론 프로이트가 그가 사생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그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같은 이론은 모든 욕망의 근원을 성적인 욕망으로 환원시키는 오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대 이론가들이 겪을 수 있는 부분적인 것들이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고 후대에 그의 이론을 통해서 더욱 진실에 가까운 이론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미셸 옹프레는 그러한 그의 오류를 전면에 내세워 전면적으로 프로이트를 부정해버린다. 그가 쌓아올린 모든 업적을 무너뜨린다. 이것은 그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21세기의 모든 근간을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프랑스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가 발견한 여러 가지 히스테리증상, 꿈의 해석, 정신분석방법, 자아를 에고, 이드, 슈퍼에고로 정립한 것은 보이지 않는 정신의 세계에 실체를 부여하고 개념을 만들어 주므로 정신의 이해와 치료에 지대한 영향이 아니라 혁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사실은 오늘날까지도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더불어 시대를 바꾼 가장 혁명적인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셸 옹프레의 <우상의 추락>은 프로이트의 빈틈을 비평을 통해서 매꾸려는 그의 의도가 실패로 드러났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업을 통해서 나는 상대적으로 프로이트의 이론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었으며 그것이 그의 비평작업이 나에게 준 유익이라면 유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프로이트가 미셸 옹프레의 자신에 대한 비판적 평전인 <우상의 추락>을 읽어보았다면 아마도 정신적인 자기방어나 히스테리, 투사와 같은 증상으로 진단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 뒤 나는 프로이트가 직접 쓴 책을 읽으면서 프로이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의 제자들이 쓴 저서, 프로이트 이론에 대한 주석, 여러 설명이 곁들여진 책들이 헌책방의 진열대를 가득 채웠지만 정자가 프로이트가 주장하는 핵심과는 거리가 먼 오류도 많았다. <성욕에 관한 관한 세 편의 에세이>는 내가 처음으로 프로이트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와 소통하게 된 책이다. 프로이트는 어린애들에게도 성욕이 있고, 자위는 인간의 신체가 성장하면서 거치는 필수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동성애 경험을 통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결정하는 시기도 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일주일에 한번씩 고해실에 들어가 신부에게 자위를 한 적이 있는지, 어떤 성적 경험을 했는지 모두 털어놓아야 했던 끔찍한 과거를 지울 수 있게 되었다. 나를 포함한 600명의 고아원 아이는 그러한 행위가 마치 저주받아 마땅한 행위인 것처럼 세뇌받으며 자랐다. p.11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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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란 2013-11-19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이드란 인물자체가 20세기 인간이 갖고 있는 불안과 공포를 상징하는 인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간에게 성욕이란 20세기 이전까지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존재로 수면아래 있었지만, 그가 그욕망를 공식적인 무대위에 당당하게 등장시킨 공로로 치면 상당한 일을 한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피터 게이의 프로이드 평전을 읽기전에는 마르크스, 프로이드, 다윈을 같은 반열에 두고 반드시 거쳐가야할 관문으로 생각한 적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저도 어쩌면 프로이드에게 낚였을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요즘 제 느낌입니다. 정리 할 수 없지만,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을 과학이라느 어쩌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옷에다 대중에 욕구에 맞게 그럴싸하게 포장만 한게 아닐까 하는 ...그런...

불꽃나무 2013-11-29 13:10   좋아요 0 | URL
20세기를 형성한 사람중에 프로이트가 반드시 포함된다는 것은 그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반증하긴 해요. 무의식의 발견은 특히 근대철학의 시발점으로 삼는 데카르트의 '고기토 에르고 숨' 즉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근대의 기반이 되는 명제를 뿌리채 흔들어 버렸으니까요. 그외에도 심리학이나 모든 영역에서의 파급효과는 가히 매머드급임에는 확실해요. 미셀 옹프레는 좀 너무 과격하고 삐딱하다는 느낌이예요. 물론 그가 비판하는 부분중에 충분히 받아들일만한 요소도 있지만 그냥 다 무너뜨릴려고 작정하고 덤벼드는 느낌이니 좀 신뢰가 떨어지더라구요.

프로이트도 흔들릴만한 다른 이론이나 평가가 또 나오겠지요..어차피 이론이라는 것이 현상을 설명하는 유통기간이 끝나면 페지되거나 대체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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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들의 도시 -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
표창원.지승호 지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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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고의 프로파일러, 경찰관 출신, 영국 유학 박사출신, 방송인, 자칭 보수주의자, 이 모든 수식어가 표창원 박사에게 붙는 수식어이다. 그는 국정원 댓글사건이나 우리나라 사건사고 그리고 경찰과 범죄에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논객(?)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밝히기 위해 경찰대 교수 신분을 스스로 벗어던져버린 과감한 승부사이기도 하다. 표창원이 얼마전에 펴낸 책중에서 <보수의 품격>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도 인터뷰집인데 이 책을 보고 표창원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약간의 실망감이라고 할까 이런것이 조금 인상지워졌다. 그 책에서는 보수주의자로써 표창원이라는 사람이 소개되었고 경찰이라는 직업상 보수의 벽을 넘지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책 <공범들의 도시>에서는 표창원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유감없이 광범위하게 소개되고 그의 진짜 모습에 접근해 들어가면서 그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표창원 박사는 자신을 보수주의라고 한다. 이러한 그의 커밍아웃(?)은 표면적으로 보면 기존 보수주의자과 같이 수구세력이 아닐까 하는 편견을 낳게 되는데 <공범들의 도시>를 보면 그가 말하는 보수주의자가 어떤 사람인지 유감없이 밝혀진다.

 

 

이 책을 통해서 이 사람이 이렇게 박식하고 깊이가 있고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이 있으며 정의로 불타는 매력적인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그가 말하는 보수는 단순히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그러한 종류의 것이 아니였다. 그가 말하는 보수는 정의를 수호하는 차원에서의 보수였다. 일반적인 보수는 자신의 기득권이나 현재의 체제유지를 통해 변화발전에 수동적인 의미라면 표창원 박사가 말하는 보수는 정의를 기준으로 잘못된 것이 있다면 자신까지도 깨뜨릴 수 있는 그러한 의미의 보수였다. 이러한 보수주의자라면 얼마든지 환영하고 차라리 보수가 아니라 진보주의자라고도 부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보수, 진보의 이분법이 아니라 정의를 기준으로 모든 자신의 언행이나 범죄관련, 국가 관련 견해들이 생산되는 중심이 있고 뚝심이 있는 보수주의자였다. 이러한 보수주의자들이 많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그는 경찰관련 일에 몸담고 있는 사람답게 '정의'를 최고의 가치로 들었다.

 

 

그리고 그가 이 책에서 보여준 범죄학이나 형사법, 국가 기관의 운영방식, 경찰과 검찰의 관계문제등 전반적인 나라 치안에 관해서 전문가적인 식견을 보여주었다. 정말 놀라웠다. 영국에서 유학을 통해서 선진 경찰 시스템이나 사법시스템 그리고 치안 시스템이 어떠해야 하는지 모두 꿰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문제점이 되는 부분이 어떠한 부분인지 한눈에 보는듯한 전체적인 시각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정의로운 경찰 시스템이나 범죄예방을 위한 치안 시스템은 언제나 최고 권력과 정치적인 부분과 맞물려 있으며 윗분들의 개혁의자와 사명감이 없으면 이러한 개혁은 소원하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서 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왜 검찰과 사법개혁을 시도하려고 했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국가 시스템의 정비없이 범죄예방과 범죄율을 줄일 수 없으며 범죄의 대부분이 깊이 들어가다 보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문제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히 보여준 부분이 정말 좋았다. 왜 연쇄살인범이나 사이코패스가 한 사회에서 만들어지는지, 단순히 범죄를 처벌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것을 예방하는 차원으로 경찰의 개념이 이동하고 있다고 하면서 범죄와 가정과 사회와 권력의 상관관계를 구체적인 예를 통해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주었다.

 

 

저자 표창원 박사가 강력범죄자였던 유영철, 강호순, 신창원 등과 같은 사람들을 만나서 면담하면서 발견한 공통적인 점은 유아기나 아동기때 가정이 깨어졌으면 폭력을 경험했다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즉 개인적인 범죄는 개인의 인격의 원인으로 보이는 것 같지만 그것이 어떻게 사회와 연결되어서 작동되는지 그 매커니즘을 보여주었다. 사회가 어려우면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아버지의 소득이 줄어들거나 빼앗기고 그러면서 가정의 어려움과 불화가 찾아오고 거기서부터 가정 폭력과 상처 그리고 고스란히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그러한 자녀들이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면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한가정이 얼마나 중요하며 사화의 건강이 얼마나 가정의 행복과 안녕을 가져다 주고 그것이 다시 사회의 안정을 가져다 주는 순구조가 만들어지는지 보게 되었다.

 

 

그리고 국가기관의 권력자가 간접적으로 얼마나 사회의 전반적인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다. 권력자의 의식이 하부구조에 전달되면서 그것에서 실제로 피해를 입는 것은 가장 힘없는 서민이나 낮은 계급의 사람들이였다. 표창원 박사는 결론적으로 나라의 건강은 정치권력의 건강함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하고 나라의 정의를 정치권력의 정의가 세워지지 않으면 절대로 세워질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밝혀주고 있다.

 

 

그는 전문가이지만 참 따뜻한 마음과 시각을 가진 사람이였다. 가장 험악한 범죄에 관련된 일에 종사하면서도 그 원인을 단순한 개인의 악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 나아가 전체 국가에까지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거시적인 시야를 가지고 있어서 그것이 어떻게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단순히 범죄를 한 개인에게 돌리지 않는 전반적인 시야를 통해 범죄자를 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그의 결론은 단순하다. 정의가 세워질때 모든 것이 바로 잡힌다는 것이다. 그 정의는 국가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해서 모든 관료들과 시민들이 각자의 소명을 다할 때 바로 잡힌다고 한다. 만약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않는 관료들이나 시민들이 있다면 그들은 이미 범죄의 잠재적 공범인 것이다. 이 책은 범죄 뿐 아니라 조직을 통해서 어떻게 생산되어지는를 매우 광범위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김어준의 말처럼 표창원은 자신에게 비검하지않는 섹시한 남자였다.

 

 

저로서는 경찰과 범죄, 형사사법제도라는 것이 28년간, 경찰대학 입학하면서부터 모든 열정과 관심과 노력을 쏟아부은 분야니까요. 그걸 뭉뚱그려서 제가 얻은 한가지의 단어는 결국 정의거든요. 그 이외의 다른 이유나 명분, 대를 위한 소의 희생, 상황이 어떻고, 안보가 어떻고, 이 모든 것들은 정의라는 이름 앞에서 길을 비켜줘야 된다, 정의만 제대로 바로 서게 된다면 다른 모든 것들도 제자리를 찾게 될것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제 삶은 거기에 모든 것을 집중하려고 합니다. 완벽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의 정의'라는 수준이 확립되는 그런 사회가 되는 데 기여를 하고 싶어요. 이 책이 거기에 출발점 내지는 중요한 주춧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죠. p.443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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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종교 둘러보기 - 10주년 기념 개정판
오강남 지음 / 현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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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큰 분쟁과 전쟁의 원인되는 첫번째 요인이 정치적은 요소이고, 두 번째 요소가 종교적인 요소라고 한다. 물론 정치적인 요소와 종교적인 요소는 분명하게 구분하기 힘들고 이 두가지 원인을 통한 전쟁은 상호작용을 통해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종교적인 요소는 세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80년대에 사무엘 헌팅턴이라는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는 <문명의 충돌>이라는 책을 통해 세계에서 문명의 차이가 충돌의 가장 큰 요인이되며 이 문명에는 종교적인 요소가 매우 크게 자리집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종교의 영향력은 과학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21세까지도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더욱 큰 영향으로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멀리는 중동에서부터 가까이는 동남아시아에까지 종교적인 요소는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인간의 역사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끼치는 것은 확실하다. 무신론 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종교는 유아기적인 인간 사회의 산물이므로 이제 성숙한 사회에 이르면 종교는 필연적으로 없어질 것이라 했다. 이러한 그의 의견은 누가봐도 과학적인 의견이 아니며 구라(?)임이 틀림없이 드러나고 있다. 종교는 개인의 안녕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존재하건만 오히려 이러한 종교가 가장 큰 분쟁거리가 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때문일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는 타종교에 대한 무지일 것이다. 카톨릭 신학자이자 세계종교의 대가인 한스 큉은 이러한 무지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이웃 종교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 없이, 종교 간의 대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 간의 대화없이 종교 간의 평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 간의 평화 없이 세계 평화가 있을 수 없다.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이고 하나님께서 살아계신 유일하신 한분임을 믿는 사람이다. 그러나 타종교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하다 시피하다. 이러한 무지는 아마도 편견을 낳고 이러한 편견이 부정적인 이미지와 겹쳐질때는 종교적인 배타성이 일어나지 않을까 한다. 물론 분명한 신학적인 차이로 인한 배타성은 인정해야 하지만 무지와 편견으로부터 발생되는 배타성은 과격한 폭력적인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있기에 그 무지를 깨우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지 않을까한다. 이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논하고 싶지만 이 서평의 중심에서 벗어나므로 간략하게 일갈할 뿐이다. 서로의 종교에 대해서 무지를 깨우칠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래도 대략적인 각종교에 대한 역사적인 발전이나 신학에 대해서 배우는 것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강남의 이 책 <세계종교 둘러보기>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한다. 몇해전에 우리나라에서 <예수는 없다>라는 책으로 많은 논쟁을 일으키니 종교학자 오강남은 종교에 대해서 많은 저서들을 발간하는 학자이다. 이 책은 오래전에 발간된 책으로 다시 증보하여 재출간된 책이다. 읽어보니 일반적으로 반드시 알아야 할 종교의 커다란 개론을 적어 놓은 유익한 책이다. 전문적이지 않으면서도 상식적으로 알아야될 종교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이 다 적혀 있다. 종교학 개론을 듣는 기분이다.

 

 

이 책은 크게 2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3부분이라고도 할수 있다. 첫 번째 부분은 동양종교에 대한 부분으로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 유교, 도교, 신도가 소개되고 있고, 두 번째 부분은 서양종교에 대한 부분으로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가 소개되어 있고 세 번째 부분은 한국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먼저 발생한 동학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그야말로 세계종교에 대한 개론이라고 할수 있다. 동학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종교로써 세계종교에도 소개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종교들은 모두가 하나의 초월신을 경배하는 종교라기 보다는 하나의 윤리와 삶의 체계를 주는 것들 모두가 포함되어져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종교의 호불호와 장단점, 종교안에 감추어진 폭력성 등과 같은 민감한 부분 보다는 일반적으로 어떠한 종교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편집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이름만 알고 있었던 힌두교나 이슬람교 같은 종교들을 좀더 자세히 알게되었고 자이나교 시크교 같은 전혀 생소한 종교 또한 소개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종교가 과연 종교라고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되어지는 것도 있고, 이러한 종교는 정말 미신적이며 저급한 종교라고 생각되어지는 것도 있고, 이러한 종교는 그 안에 담겨진 폭력성으로 인해서 정말이지 조심해야하고 경계해야 하는 종교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종교가 깊이 들어가 신학적이거나 교리적인 면이 부딪힐때는 상호간의 연합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타종교를 배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종교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무지로써 오는 편견이나 오해는 타종교를 앎으로 인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강남의 <세계종교 둘러보기>는 지금 이 세상을 특징 지우고 민족의 고유한 문명을 자리잡게한 종교를 둘러봄으로 세상의 다양상과 다른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좋은 안내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볼때 종교는 인간이 인간인 이상 인간의 삶에 없을 수 없는 요소이다. 따라서 인간을, 좀더 구체적으로 '우리 자신'을, 깊이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삶에 그토록 중요한 요소로 깊이 자리 잡은 종교를 이해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교를 읽음으로 거기에 투영된 인간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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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란 2013-11-05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뵙겠습니다. 꾸벅^
이름이 불꽃나무라! 연상되는 장면이 있는 데요? 모세가 여호와를 처음 대면했을때 불꽃이었던것 같은데? 아닌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인문학적인 사고를 즐겨 하는이에게 신앙으로서의 종교란 특히 일신교라면 더욱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어색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불꽃나무 2013-11-05 19:49   좋아요 0 | URL
인문학적 사고가 무신론적 사고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요.
인문학과 신앙은 상치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요.
인문학이 반드시 상치된다고 생각한다면 그러한 인문학 또한 신앙이 될수 있겠지요.

군자란 2013-11-06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 드리고요, 불꽃님의 글은 잘 읽고 있읍니다. 저도 많이 배우 겠습니다.

불꽃나무 2013-11-08 10:25   좋아요 0 | URL
이렇게 다른 생각을 댓글로 남겨주셔서 서로 배울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 교회와 그리스도
김형석 지음 / 홍림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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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철학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을때 읽었던 세계철학사를 간단하게 100장면으로 간추린 책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그 책의 저자는 연세대 철학과 교수였던 김형석 교수가 쓴 책이였는데 꽤나 쉽고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분이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어느정도 직감을 했지만 이 책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를 통해서 이분이 그리스도의 신앙안에서 철학을 올린 분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오래전에도 이분이 쓴 철학에세이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뭔가 고전적이면서도 보수적이고 생활 철학자 같은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교회와 그리스도,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는 자신의 신앙을 고백한 노철학자의 신앙고백서와 같은 책이다. 말하자면 저자 김형석 교수의 내가믿는 신앙은 무엇인가에 대한 일종의 정리서 같은 책이다. 개인적 사도신경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본격적인 신앙학술서가 아니라 자신이 믿는 신앙을 여러범주에 걸쳐서 정리해 놓은 것이기에 읽기 편하고 성경을 공부하며 여러 가지 사회와 정의 문제에 대한 그리스도의 정신이 무엇인가를 적은 것이기에 신앙에 도움이 되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그리스도인의 덕목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2장은 예수와 그 주변 사람들, 3장은 신앙적인 문제들, 4장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5장은 은총의 질서속에서, 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철학자 답게 신과 인생과 역사와 영원의 관점에서 본인이 성경을 통해서 믿고 있는 것들을 정리한 일종의 본인의 신앙고백서라고 할수 있고, 2장은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소고, 즉 기독론이라 할수 있고, 3장은 신앙의 난제들에 대한 변론과 해설, 4장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서, 5장은 그리스도인들의 생활과 주기도문 해설이라고 할수 있다.

 

깊은 철학적 훈련을 거친 학자답게 번득이는 예지와 통찰과 감동이 어울어진 뛰어난 명문장들이 참으로 많았다. 깊은 통찰에서 건져내는 교훈과 고백은 오래동안 묵혀놓은 진한 음료를 마시는 기분이였다. 예수님께서 마태복음 4장 사단의 시험을 받는 과정을 쓴 글에서 예수님은 먼저 하나님의 아들이기 이전에 사람의 아들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아들이 될수 있었고 그렇기에 우리도 먼저 버릴것은 버리고, 떠날 것을 떠날 때 하나님의 아들로서 그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신앙의 길을 예수님처럼 쉽고 간단한 길이 아니라 거칠고 투박한 현실의 길에서 참된 인간의 길, 즉 예수의 길을 묵묵히 따라갈 때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될수 있다는 부분에서 많은 감동이 밀려왔다.

 

신앙의 길을 단순히 성경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고 믿음의 삶을 실천하는 삶이며 깊은 사색과 묵상을 통해서 그것을 삶으로 살아내는 것이 참된 기독인의 길이라는 것을 노(老) 그리스도인 철학자가 설파하고 있다. 요즘 너무나 가벼운 종교인들이 많고 성직자들이 많다. 신앙은 잔기술이 아니고 내공이다. 깊은 숙성을 요구하지 가볍고 발빠른 처세를 요구하지 않는다. 교회를 다니면 복받는다는 식의 상업화된 소비주의 기독교는 예수의 가르침이 아니라 인간의 요구에 부합한 인본주의 가르침이다. 저자의 책을 읽다보면 진정한 예수님의 정신과 길이 어떠한 것인기 깊이 고뇌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분의 길을 묵묵히 따르고자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삶의 고뇌가 울리는 것을 느낄수 있다.

 

1981년에 출판된 책을 개정하여 다시 출판한 것이라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지만 읽으면서 담담하게 고백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이렇게 깊은 울림을 줄지 몰랐다. 제자가 된다는 것, 즉 참된 믿음을 가진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옛것과 새것을 함께 꺼내올 수 있는 서기관과 같은 것이라는 복음서의 말씀이 떠올랐다. 깊이 흐르는 신앙의 물로 세례받는 기분이였다.

 

그러나 예수는 그 길밖에 택할 수가 없었다. 인간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아들’이 하나님의 아들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사람의 아들’로 출발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시험을 이겼기 때문에 악마는 예수를 떠났다. 그리고 하나님의 천사가 예수와 함께 하게 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버릴 것을버리고, 떠나야 할 것을 떠날 수 있을 때 하나님의 사랑과 도움을 받게 된다. 크리스천이 된다는 것은 이렇듯 어렵게 예수의 뒤를 따르는 일이다.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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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없는 에세이 - 지적 쓰레기들의 간략한 계보
버트런드 러셀 지음, 장성주 옮김 / 함께읽는책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버트란드 러셀의 글을 많이는 아니지만 간간히 읽어오면서 느낀 개인적 소감은 글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대 문장가이자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탁월한 저자의 글 앞에서 검증된 찬사가 아니라 개인적 소회를 밝히는 것은 다소 개인적인 감상에 불과하겠지만, 그렇다. 나의 개인적 감상은 일단 글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버트란드 러셀은 위대한 정치가이자 문학가, 철학자, 행동가, 사상가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한 탁월한 인물이다. 이 사람이 남긴 글은 읽기도 버거울 정도이며 그 범위는 가히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내가 읽은 버트란드 러셀의 몇권의 책은 주로 이 책과 마찬가지로 짧은 글의 모음집이였고 또 정치적인 글이였기에 재미없고 무미건조했다. 이 책도 아마도 그럴것이라는 편견이 살짝 입고 읽기 시작했는데 반전이 일어났다. 그간 저자가 쓴 이런 종류의 책들과는 달이 이 책 <인기없는 에세이>는 재밌고 재치가 있으면 러셀의 재기가 드러나는 유쾌한 책이였다. 러셀은 본인이 식자층들만을 위해 글을 쓴다는 비판에 대해서 멍청한 열 살배기 아이라면 좀 어렵게 느낄만한 문장들이 몇군데 있다고 할 정도로 이 책은 식자층들이 아니라 매우 편하게 자유롭게 쓴 글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글들이 모르긴해도 결코 인기를 끌수 없을 것이라고 평하고 이 책의 제목에 '인기 없는'이라는 수식어를 넣었다.

 

 

어쩌면 그간 써왔던 러셀의 글과는 달리 처음부터 '인기없을'것을 예상하고 잇는 그대로 쓴 글이 러셀의 문필이나 사상을 편한 문장과 함께 그의 재치와 유머까지도 고스란히 담긴 문장이 되어 오히려 가장 재미나고 즐거운 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하여 그의 문장만큼이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도 자유롭고 다양하다.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 자유롭게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러셀의 문장은 힘이 있고 견고하다. 이러한 자유를 가지고 그는 철학과 정치에 대해서, 그리고 초보자들이 배워야할 철학에 대해서, 그 철학의 숨은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현대정신과 현대사상에 대해서, 심지어 세계정부에 관한 이야기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안류의 정신에 크나큰 족적을 남겼던 유명인사들에 대한 개인적인 사담을 적기도 했다. 바로 이러한 것들 때문에 러셀은 '인기없는' 에세이라고 명했고 반면에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책은 매우 재미있게 읽히는 것이다.

 

 

지식인 특유의 깊은 논리성과 지식 때문에 그의 문장이 쉽지만 결코 깊이가 얕은 것은 아니다. 나는 러셀의 책은 에세이라고 불릴만큼 쉽게 읽히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도 에세이도 휘갈겨썼지만 그 내용은 그의 깊은 철학적 지식위에 그리고 광범위한 정치적 활동위에 놓여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꽤있다.

 

 

비길데 없는 지성으로 지적 엄정성을 가지고 휘갈려쓰듯이 써내는 그의 에세이는 천박하거나 따분한 여지를 결코 남기지 않는다. 가장 쉽게 쓰여진 에세이마저도 그것도 분명 '인기없을'것이라고 여기는 저자의 글도 머리에 힘을 주고 정독해야 이해되는 이 책에서 그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정도의 전방위적 에세이를 풀어낼 수 있는 저자의 깊은 지식이 부럽고, 지적 풍운아처럼 자신의 신념에 따라 과감하게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그의 행동도 부러웠다. 진정한 지성인이라면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겨 현실적 변화를 주는 것일 진데 버트란드 러셀은 이러한 면에서 탁상공론의 지식인이 아니라 진정한 책임있는 지식인이라는 것을 이 별 쓸모없을 것 같은 <인기없는 에세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는 것이 나로 하여금 그냥 감탄하게 할 뿐이다.

 

나는 앞서 발표한 책 《인간의 지식》의 서문에서 내가 전문 철학자들만을 위해 글을 쓰지 않으며, “철학은 본래 지식층 일반의 관심사를 다룬다”라고 적었다. 서평가들은 이 말을 빌미로 나를 꾸짖었다. 그들이 보기에 내 책에는 어려운 내용이 일부 들어 있는데 저런 말로 독자들을 속여 책을 사게 했다는 것이다. 이런 비난을 또다시 마주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므로 고백하건대 이 책에는 보기 드물게 멍청한 열 살배기 아이라면 좀 어렵게 느낄 만한 문장이 몇 군데 들어 있다. 이러한 까닭에 다음의 에세이들이 인기를 끌 만한 글이라고 하기는 힘들 듯싶다. 그렇다면 ‘인기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밖에. - 버트런드 러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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