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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추락 - 프로이트, 비판적 평전
미셸 옹프레 지음, 전혜영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 <우상의 추락>의 저자 미셸 옹프레는 그의 반反철학사 시리즈중 한권인 <계몽주의 시대의 급진철학자들>을 통해서 만나 보았다. 그는 다양한 저술 활동을 통해서 조르조 아감벤,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마이클 샌델과 함께 이 시대의 가장 위험한 철학자들중 한명으로 선명된바 있다. 그리고 다양한 저술 활동을 통해서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저서들이 몇권 소개된 바 있다. 나는 그의 다른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계몽주의 시대의 급진철학자들>이라는 책을 통해서 그가 정상적인(?) 철학자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을 통해서 받은 그의 인상은 급진적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뒤틀린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시대를 만들어간 주류 철학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철학자들의 업적을 소개하면서 주류 철학을 부수고 틈새의 철학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지나치게 가학적이며 엽기적이라고 할만한 사람들을 소개하며 그것들을 급진적인 철학이라고 소개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그러한 주류에 대한 반철학이 학문적인 검증을 통해서 철저하게 밑바닥까지 사유함으로 길러올린 책임있는 논리가 아니라 자신의 뒤틀린 영혼에 대한 투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평가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옳지 않는 것이라고 할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 미셸 옹프레가 20세기 사유의 지형을 바꾸어 놓고 모든 영역에 있어서 엄청난 영향을 미쳐온 정신 분석학자 프로이트를 비판적으로 평가한다는 책인 <우상의 추락>을 썼다고 했을때 바로 위에서 말한 그에 대해 형성된 나의 평가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일단 그가 바라보고 편단하고 비판하는 프로이트가 과연 제대로 된 평가일까, 또 마찬가지로 비판을 위한 비판 자신의 사유에 대한 투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가 쓴 프로이트 비판서인 <우상의 추락>을 읽어가면서 역시나 내가 그에 대해서 형성한 판단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우상의 추락>은 거의 모든 면에서 프로이트를 비판한다. 아니 비난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거의 모든 영역을 까부수기에 바쁜것 처럼 보였다. 프로이트는 보이지 않는 정신의 영역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려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정신의 구조를 수면위로 떠올리게 한 사람이다. 이러한 개념은 그의 최고의 업적으로 수많은 환자들의 상담과 임상실험의 자료를 가지고 내린 결론으로 지금까지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무의식'의 발견은 20세기의 모든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그만큼 프로이트의 업적은 대단하다는 평가를 넘어서 그가 없이는 20세기가 설명되지 않을 정도인 것이다. 그러나 저자 미셸 옹프레는 이러한 사실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는 프로이트가 과학자로써 정신분석학자가 아니라 자신이 현실에서 이루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 '정복자'라고 보았다. 나는 도대체 그가 어떻게 프로이트를 보고 이러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론 프로이트가 그가 사생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그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같은 이론은 모든 욕망의 근원을 성적인 욕망으로 환원시키는 오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대 이론가들이 겪을 수 있는 부분적인 것들이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고 후대에 그의 이론을 통해서 더욱 진실에 가까운 이론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미셸 옹프레는 그러한 그의 오류를 전면에 내세워 전면적으로 프로이트를 부정해버린다. 그가 쌓아올린 모든 업적을 무너뜨린다. 이것은 그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21세기의 모든 근간을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프랑스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가 발견한 여러 가지 히스테리증상, 꿈의 해석, 정신분석방법, 자아를 에고, 이드, 슈퍼에고로 정립한 것은 보이지 않는 정신의 세계에 실체를 부여하고 개념을 만들어 주므로 정신의 이해와 치료에 지대한 영향이 아니라 혁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사실은 오늘날까지도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더불어 시대를 바꾼 가장 혁명적인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셸 옹프레의 <우상의 추락>은 프로이트의 빈틈을 비평을 통해서 매꾸려는 그의 의도가 실패로 드러났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업을 통해서 나는 상대적으로 프로이트의 이론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었으며 그것이 그의 비평작업이 나에게 준 유익이라면 유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프로이트가 미셸 옹프레의 자신에 대한 비판적 평전인 <우상의 추락>을 읽어보았다면 아마도 정신적인 자기방어나 히스테리, 투사와 같은 증상으로 진단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 뒤 나는 프로이트가 직접 쓴 책을 읽으면서 프로이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의 제자들이 쓴 저서, 프로이트 이론에 대한 주석, 여러 설명이 곁들여진 책들이 헌책방의 진열대를 가득 채웠지만 정자가 프로이트가 주장하는 핵심과는 거리가 먼 오류도 많았다. <성욕에 관한 관한 세 편의 에세이>는 내가 처음으로 프로이트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와 소통하게 된 책이다. 프로이트는 어린애들에게도 성욕이 있고, 자위는 인간의 신체가 성장하면서 거치는 필수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동성애 경험을 통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결정하는 시기도 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일주일에 한번씩 고해실에 들어가 신부에게 자위를 한 적이 있는지, 어떤 성적 경험을 했는지 모두 털어놓아야 했던 끔찍한 과거를 지울 수 있게 되었다. 나를 포함한 600명의 고아원 아이는 그러한 행위가 마치 저주받아 마땅한 행위인 것처럼 세뇌받으며 자랐다. p.11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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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란 2013-11-19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이드란 인물자체가 20세기 인간이 갖고 있는 불안과 공포를 상징하는 인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간에게 성욕이란 20세기 이전까지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존재로 수면아래 있었지만, 그가 그욕망를 공식적인 무대위에 당당하게 등장시킨 공로로 치면 상당한 일을 한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피터 게이의 프로이드 평전을 읽기전에는 마르크스, 프로이드, 다윈을 같은 반열에 두고 반드시 거쳐가야할 관문으로 생각한 적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저도 어쩌면 프로이드에게 낚였을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요즘 제 느낌입니다. 정리 할 수 없지만,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을 과학이라느 어쩌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옷에다 대중에 욕구에 맞게 그럴싸하게 포장만 한게 아닐까 하는 ...그런...

불꽃나무 2013-11-29 13:10   좋아요 0 | URL
20세기를 형성한 사람중에 프로이트가 반드시 포함된다는 것은 그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반증하긴 해요. 무의식의 발견은 특히 근대철학의 시발점으로 삼는 데카르트의 '고기토 에르고 숨' 즉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근대의 기반이 되는 명제를 뿌리채 흔들어 버렸으니까요. 그외에도 심리학이나 모든 영역에서의 파급효과는 가히 매머드급임에는 확실해요. 미셀 옹프레는 좀 너무 과격하고 삐딱하다는 느낌이예요. 물론 그가 비판하는 부분중에 충분히 받아들일만한 요소도 있지만 그냥 다 무너뜨릴려고 작정하고 덤벼드는 느낌이니 좀 신뢰가 떨어지더라구요.

프로이트도 흔들릴만한 다른 이론이나 평가가 또 나오겠지요..어차피 이론이라는 것이 현상을 설명하는 유통기간이 끝나면 페지되거나 대체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