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 교회와 그리스도
김형석 지음 / 홍림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에 철학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을때 읽었던 세계철학사를 간단하게 100장면으로 간추린 책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그 책의 저자는 연세대 철학과 교수였던 김형석 교수가 쓴 책이였는데 꽤나 쉽고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분이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어느정도 직감을 했지만 이 책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를 통해서 이분이 그리스도의 신앙안에서 철학을 올린 분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오래전에도 이분이 쓴 철학에세이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뭔가 고전적이면서도 보수적이고 생활 철학자 같은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교회와 그리스도,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는 자신의 신앙을 고백한 노철학자의 신앙고백서와 같은 책이다. 말하자면 저자 김형석 교수의 내가믿는 신앙은 무엇인가에 대한 일종의 정리서 같은 책이다. 개인적 사도신경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본격적인 신앙학술서가 아니라 자신이 믿는 신앙을 여러범주에 걸쳐서 정리해 놓은 것이기에 읽기 편하고 성경을 공부하며 여러 가지 사회와 정의 문제에 대한 그리스도의 정신이 무엇인가를 적은 것이기에 신앙에 도움이 되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그리스도인의 덕목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2장은 예수와 그 주변 사람들, 3장은 신앙적인 문제들, 4장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5장은 은총의 질서속에서, 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철학자 답게 신과 인생과 역사와 영원의 관점에서 본인이 성경을 통해서 믿고 있는 것들을 정리한 일종의 본인의 신앙고백서라고 할수 있고, 2장은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소고, 즉 기독론이라 할수 있고, 3장은 신앙의 난제들에 대한 변론과 해설, 4장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서, 5장은 그리스도인들의 생활과 주기도문 해설이라고 할수 있다.

 

깊은 철학적 훈련을 거친 학자답게 번득이는 예지와 통찰과 감동이 어울어진 뛰어난 명문장들이 참으로 많았다. 깊은 통찰에서 건져내는 교훈과 고백은 오래동안 묵혀놓은 진한 음료를 마시는 기분이였다. 예수님께서 마태복음 4장 사단의 시험을 받는 과정을 쓴 글에서 예수님은 먼저 하나님의 아들이기 이전에 사람의 아들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아들이 될수 있었고 그렇기에 우리도 먼저 버릴것은 버리고, 떠날 것을 떠날 때 하나님의 아들로서 그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신앙의 길을 예수님처럼 쉽고 간단한 길이 아니라 거칠고 투박한 현실의 길에서 참된 인간의 길, 즉 예수의 길을 묵묵히 따라갈 때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될수 있다는 부분에서 많은 감동이 밀려왔다.

 

신앙의 길을 단순히 성경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고 믿음의 삶을 실천하는 삶이며 깊은 사색과 묵상을 통해서 그것을 삶으로 살아내는 것이 참된 기독인의 길이라는 것을 노(老) 그리스도인 철학자가 설파하고 있다. 요즘 너무나 가벼운 종교인들이 많고 성직자들이 많다. 신앙은 잔기술이 아니고 내공이다. 깊은 숙성을 요구하지 가볍고 발빠른 처세를 요구하지 않는다. 교회를 다니면 복받는다는 식의 상업화된 소비주의 기독교는 예수의 가르침이 아니라 인간의 요구에 부합한 인본주의 가르침이다. 저자의 책을 읽다보면 진정한 예수님의 정신과 길이 어떠한 것인기 깊이 고뇌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분의 길을 묵묵히 따르고자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삶의 고뇌가 울리는 것을 느낄수 있다.

 

1981년에 출판된 책을 개정하여 다시 출판한 것이라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지만 읽으면서 담담하게 고백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이렇게 깊은 울림을 줄지 몰랐다. 제자가 된다는 것, 즉 참된 믿음을 가진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옛것과 새것을 함께 꺼내올 수 있는 서기관과 같은 것이라는 복음서의 말씀이 떠올랐다. 깊이 흐르는 신앙의 물로 세례받는 기분이였다.

 

그러나 예수는 그 길밖에 택할 수가 없었다. 인간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아들’이 하나님의 아들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사람의 아들’로 출발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시험을 이겼기 때문에 악마는 예수를 떠났다. 그리고 하나님의 천사가 예수와 함께 하게 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버릴 것을버리고, 떠나야 할 것을 떠날 수 있을 때 하나님의 사랑과 도움을 받게 된다. 크리스천이 된다는 것은 이렇듯 어렵게 예수의 뒤를 따르는 일이다.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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