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르포르타주 - 이황 기자의 공항 취재 40년
이황 지음 / 북퀘스트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언제나 그렇지만 공항에 간다는 것은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설령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나가지 않는다 할지라도 누구를 마중 나거나가 가끔 약속이 있어서 사람을 만나러 갈때도 공항에 가는 것은 왠지 모를 흥분과 즐거움이 있다. 공항에서 출입국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과는 다른 직종과 다른 신분의 사람들인 것 같아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거기에 있으면 비행기를 타는 일부 선택된 사람들의 분류에 나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였다. 최근에 공항에 제법 여러번 갔다. 캄보디아, 일본을 다녀왔고 그곳에서 출국하는 사람을 배웅했다. 이제 공항은 특별한 신분의 사람들이 가는 선택된 장소가 아니라 누구나 갈수 있는 일반적인 장소가 되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로 공항은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타국과 한국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공간임에 틀림없다. 내가 기억하는 공항에 관한 에피소드. 오래전 지인들과 태국에 갈 때 태국 공항에서 이상하게 나의 짐만 나오지 않아서 괜히 눈치를 보았던 일들, 여권을 만들었는데 갑자기 여권이 나오지 않아서 출국하는 바로 그날 여권을 찾아 겨우 비행기를 탔던 일, 출국전에 시간이 있어서 넓은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일본인 여권을 주워서 찾아주었던 일들. 이런 정도의 에피소드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공항이 지금처럼 일반적인 장소가 아니라 소수 특권층의 장소였고 또한 특별한 사건, 즉 국가적인 인물이나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였다. 이 책은 40년동안이나 공항이는 한 장소에서만 취재를 한 이황이라는 기자의 공항취재 이야기이다. 짧은 에세이 형태로 쓰여져 있지만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이황 기자가 취재한 공항기사와 연관이 되어 있었다. 기자라서 그런지 국가적인 사건과 연관된 인물들과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이수근 위장간첩이 탈출을 시도하다 공항에서 잡혀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이야기. 기자들과 정보부 요원들간의 팽팽한 긴장과 상생의 관계, 공항에서 출국할때는 살아서 나갔다가 들오올때는 죽어서 들어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정치인들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이야기 등. 근형대사를 통틀어서 매우 굵직한 사건들이 바로 공항이라는 장소와 연관되어 있었다.

 

지금은 공항이라는 공간이 개인적이고도 사적인 이야기로 가득찬 곳이지만 공항이라는 곳이 낯설고 목적지 국가들도 6개국 밖에 되지 않았던 그때는 공항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곧 국가와 관련된 사건이 많은 공적인 장소였다. 기자의 신분으로 본 공항이야기이기에 주로 취재와 관련된 사건들이 많지만 스타들이나 항공사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스튜어디스 이야기등 항공사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많았다. 이황 기자가 쓴 이 책 <공항 르포르타주>는 40년 공항 베테랑 기자가 쓴 공항의 에피소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떠나고 들오는 것이 마주치고,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이 마주치며, 눈물과 기쁨이 마주치고 생과 사가 마주치며 만들어지는 인생과 역사의 이야기는 가장 흥미있으면서도 가장 가슴시리고 가장 역사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공항이 바로 공적이며 사적인 이야기의 날줄과 씨줄을 만들어내는 곳이라고 소개해 준다. 특히 외국으로 입양되기 위해 공항에서 어두운 얼굴로 기다리는 우리나라 아이들을 볼때마다 저자는 부끄럽고 안타깝다고 한다. 이러한 현대사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거의가 공항이라는 장소를 통과하며 만들어진다.

 

앞으로 비행기를 탈 일들이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좀더 역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내가 가게 될 공항이라는 장소에 얼마나 많은 개인과 나라와 역사의 이야기기 촘촘히 박혀있는지 좀더 주의를 기울여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인천공항은 7년 연속 세계공항 1이다. 이곳에서 볼수 있는 엄청난 시스템과 편리함과 화려함속에서 좀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역사의 이야기 발전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40년간 공항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살아왔던 나는 다른 출입처가 부럽지 않았다. 그 어느 곳 하나 역동적이지 않은 출입처는 없겠지만, 공항에는 기자로서 볼 수 있는 세상만사의 풍경들이 있었고,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 존재했으며, 수없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기자들조차 접근할 수 없는 긴박감과 역동성도 존재하기까지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의 얼굴을 가진 지식 - 인간의 얼굴을 가진 지식 서강인문정신 7
강영안 지음 / 소나무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철학이란 자신의 철학을 전개하는 철학자의 치밀한 사유를 따라가지 못하면 그야말로 길을 잃기 쉬운 학문이다. 그래서 철학이라는 것에 익숙해 지기 위해서는 만드시 그 안내자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어떠한 철학 안내자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철학적 성향도 바뀌어 짐을 여러번 경험하였다. 내가 철학이라는 험난한 숲을 지날때 그 숲의 무성함 속에서 참된 인간을 위한 사유의 길을 안내해주고 늪에 빠져 헤매기 쉬운 길을 피해가도록 전체적인 철학 숲을 조망해 준 철학자가 있다. 그 분은 바로 서강대 강영안 교수님이다.

 

내가 그분의 글을 즐겨 읽는 까닭은 첫째 자신이 한 철학자를 해석하고 글을 쓸때 반드시 원문으로 읽지 않으면 글을 쓰시지 않는 학자적 양심이요 둘째 서양의 모든 철학을 그대로 수입하여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자신의 사유의 렌즈를 통해 해석과 글쓰기를 거치는 성실함 때문이다. 그래서 강영안 교수님이 쓴 서문만 보아도 학자적 양심과 성실함을 느낄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책 <인간의 얼굴을 가진 지식>은 철학서적이면서 매우 감동적이요 지식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건강하고 인격적인 깊은 통찰을 가지게 해 주었다.

 

1장과 2장에서는 왜 인문학이 근대에 오면서 위기에 빠지게 되고 불필요한 학문으로 취급받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근대의 실증주의를 통해서 살펴보고 있다. 루돌프 카르납으로 대변되는 실증주의는 지식이라는 것은 철저한 검증을 거치지 않는 것은 모든 지식에서 제외하였다. 그리하여 종교, 윤리, 도덕이라는 것은 하나의 주관적 견해이지 객관적 지식이 아니라 하여 인문학의 과학화와 객관화를 선언하면서 현대의 인문학은 점점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인문학이라는 것이 철저히 인간을 위하고 인간의 풍요로움을 위한 것이라면 실증주의는 이러한 인문학의 성격을 메마르고 말라 비틀어지게 했다는 것이다.

 

3장과 4장에서 이러한 근대적 인문학의 위기를 다시 복원하기 위해 저자가 논증의 근거로 사용하는 사람이 폴라니와 레비나스이다. 폴라니는 그의 책 <인격적 지식>에서 모든 인간의 지식에서 완전한 객관성이란 불가능하고 언제나 인간의 성향, 전제, 경험, 인격등 모든 주관적 요소가 개입한다고 하였다. 저자는 폴라니를 통하여 실증주의의 영향으로 무너져 버린 인문학의 원래 성격을 복원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철학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요 첫번째 원리가 형이상학이 아니요 윤리라고 강하게 주장하였던 레비나스를 통하여 인문학의 윤리적 사명 또한 복원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인문학의 원래 성격인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사명을 회복하고자 시도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는 인문학에서 텍스트의 필수성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인문학이 다른 무엇보다 텍스트를 읽고 쓰고 말하는 학문임을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참된 인간을 위한 인문학이 되기 위해서 텍스트를 사용하는 방법을 서구의 분석적 텍스트 론이 아닌 동아시아 전통 가운데 주자어류[朱子語類]에 나오는 '주자'의 독서론 그 길을 찾고 있다. 즉 참된 인문학을 위한 공부는 서구에서 말하는 철저한 텍스트 분석이 아니라 그 텍스트가 인간의 마음에 베고 몸에 베이는 '글공부, 마음공부, 몸공부'가 참된 인문학적 공부를 위한 좋은 방법론이라고 주장하였다.

 

모든 지식은 지식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인간이 더욱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공동체를 인식하며 그것에 봉사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 강영안 교수님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문학은 주변 세계와 관련해서 자기 스스로를 인식하고 나아가 자기자신을 변화시키는데 관심을 두고 것이다. 인문학은 어떤 무엇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인간의 내면성, 즉 인간의 기쁨과 고통, 바람과 소원, 기대와 좌절, 사랑과 증오, 선과 악 등 인격적 존재로서 인간의 자기 인식에 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철학과 역사, 문학과 언어, 종교와 예술을 공부하는 까닭은 그것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이해하고 인간의 자기 이해를 풍요롭게 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이것은 외적 유용성의 관점에서 볼 때 쓸모없는 것일지라도, 쓸모없는 지적 노력과 훈련 없이는 인간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형성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인간의 미래를 위해서 인문학적 노력의 무용지물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간의 얼굴을 가진 지식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의 이면 - 사람을 읽다, 책을 읽다
설흔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의 이면> 독특한 책이다. 고전을 이야기하는데 하나의 역사적 장면을 잡아서 그 고전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약간의 픽션이 가미된듯한 소설적 허구가 이 책의 내용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것 같다. 지은이 이름이 설흔이라고 되어있는데 이름도 참 특이하다 싶다. 설흔이라..핏자국이란 말인가..앞날개에 있는 이력을 보았더니 심리학을 전공하고 소설을 주로 셨으면 조선시대에 관련된 작품을 쓰고 있는 사람이였다. 이 책과 마찬가지로 다른 작품들도 나름대로 저자의 독특한 창작이 돋보이는 것 같았다.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책, 사람을 읽다'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하나의 고전을 그 고전을 쓴사람이나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약간의 소설적 방식을 차용하고 서술하고 있다. 딱히 고전에 대한 해설이나 주석은 아니고 책과 관련된 인물의 이면의 심리를 서술하고 있다.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이라 그런지 소설적 방식으로 쓴 고전과 관련된 인물의 내면의 묘사가 매우 탁월하다. 그리고 문체도 고풍스러운면서도 매우 고급적이다. 2부는 '사람, 책을 읽다'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1부와는 반대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단 1부에서는 책이 일인창 '나'가 되어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면 2부에서는 3인칭 시점으로 소설을 쓰듯이 서술하고 있다.

 

이 책 <책의 이면>은 조선고전에 담긴 사연과 이야기를 관련 인물의 최후와 관련해서 쓰고 있는데 깊은 내용이라기 보다는 책의 이면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조선고전이라고 해봐야 잘 알려진 것이라기 보다 비교적 덜 알려진 책들이다. 근사록, 능엄경, 열하일기, 난설헌시집, 교유론, 북학의, 하멜 표류기, 무예도보통지, 표해록, 양환집, 추안급국안, 임원경제지, 백사선생북천일록, 매월당집, 양아록, 북정일기, 두시언해, 삼한습유, 내훈, 단원풍속도첩, 청구도, 우상잉복, 호동거실 이고 등장하는 인물들은 조광조, 심노숭, 남공철, 허경란, 홍대용, 박제가, 그리멜스하우젠, 임윤지, 한교, 최부, 유금, 이점돌, 서유구, 이항복, 김시습, 이문건, 신류, 곤차로프, 김소행, 소혜황후 한씨, 김양기, 김정호, 이언진이다.

 

결국 이 책의 제목처럼 책을 읽기보다 그 이면에 담긴 사람의 내면을 읽고 그것을 읽으므로 다시 그 책을 읽는 것이다. 여러인물들과 여러 책이 등장하여 삶의 희노애락과 인간내면의 사계절을 매우 풍성하고 고풍스럽게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읽고나면 한사람이 한 시대를 살아가는 아픔과 절망과 기쁨이 이러한 것이구나라는 것을 느낄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내용중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백사 이항복 선생과 그의 충복 정충신 공에 관한 이야기다. 백사 이항복은 인목대비 폐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올린 것 때문에 북청으로 유배를 가게되고 성충신은 그런 그를 죽을때까지 옆에서 충신으로 그를 지켰다. 그 당시 의리와 배신이 반복적으로 판을 쳤던 시대에 끝까지 충성을 지키며 한 인간으로써 의리를 지킨 그들의 이야기를 먼옛날의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직한 인간의 충정은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는내내 내 마음은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 인생의 무상함, 시대의 고단한, 그 시대속에서 흔들리며 상처받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이 저자의 고풍스러운 문체와 더불어 더욱 스산한 바람처럼 다가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한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한인간으로써 존엄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쓸쓸한 대답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사람을 읽는 다는 것이고, 사람을 읽는 다는 것은 곧 마음을 읽는다는 것이다. 책의 이면은 곧 사람의 이면이고 세상의 이면이리라..

 

인간의 사악함과 정의, 세상인심의 부침, 무정한 세상인심, 사라지지 않는 공명정대한 논의, 죽어서는 영광, 살아서는 수치, 사람을 알아보는 지혜, 친구들이 인정해준 사실에 대한 보답 등이 모두 이 책에 구비되어 있다. 후대에 태어난 군자는 이 책을 보면서 자기 자신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능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백사선생북천일록>에 대한 남구만의 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싫었다. 젊은이가 행복이라는 평범한 단어를 좇아가는 것은 젊음에 대한 죄악이라 스스로 생각하면 성공과 성취, 그리고 꿈을 좇아 달려나갔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자아의 좁은 골방에 갇혀 평범한 인생들과 옹기종기 앉아 스스로 위로하는 자아도취적이고 자기 폐쇄적인 단어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늘 행복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돌렸고 외면했다. 그러나 인생의 어려운 고비고비를 만날때 마다 나에게 간절히 찾아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내가 외면했던 행복이라는 파랑새가 나에게도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것이였다. 그토록 고개를 돌리고 외면했던 행복이라는 단어가 나에게도 절실했던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행복이라는 것이 누구나가 원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인생의 진리를 터득할 만큼 인생을 살아왔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느날 근처 시립도서관에서 우연히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을 집어 들고 첫부분을 읽기 시작했는데 굉장한 흡입력이 있었고 인생에 대해, 행복에 대해서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을 손에 잡힐 수 있는 실체로 나에게 보여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바로 책을 사서 단숨에 읽기 시작했다.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지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저마다 답이 다를 것이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단어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이 책 <행복의 조건>은 주관적인 행복이라는 단어를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서 상당히 행복의 실체에 근접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행복에 관한 공식을 찾는 연구는 하버드 대학교 연구팀이 1930년말에 입학한 2학년생 268명의 삶을 72년 동안 추적하면서 지속적으로 면담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방대를 데이터를 분석 연구한 것을 조지 베일런트가 이어받으면서 점차로 숙성해갔다. 조지 베일런트는 행복의 조건을 연구하면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많고 적은가'보다는 '그 고통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그의 연구분석도구는 '무의식적 방어기제'였다. 모든 인간에게 있는 자기 보호본능인 '자기방어기제'를 얼마나 잘 사용하여 고통에 융통성있게 대처하는가를 연구하였다. 그리고 이 연구는 3가지 집단을 대상으로 이루어 졌는데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남자 집단. IQ가 높은 천재 여성으로 구성된 터먼 집단, 어린 시절 범죄에 빠지지 않고 성공한 이너시티 집단이 그것이다. 그리고 단지 표본대상의 일정 기간동안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연구를 하므로 빠질 수 있는 오류에서 벗어나 상당히 행복의 실체에 근접한 결론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이 행복연구는 우리가 알고 있는 행복에 대한 조건의 기본상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유년시절 좋은 부모밑에서 좋은 양육과 보호를 받으며 자란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행복해질 조건이 좋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행복해 질 가능성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나이가 들면서 충분히 그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행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음을 말해 주었다. 어릴적 아버지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은 나는 항상 내 인생에 따라다니는 벗을 수 없는 어두운 그림자를 아버지 탓으로 돌리며 바꿀 수 없는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성인기에 접어들면서 유년기의 어두운 과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사례를 앤서니 피렐리라는 한 인물을 통해서 보여주었다. 어두운 유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특별한 사람이 가진 능력이 아니라 생애 순간순간마다 자기방어기제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며 사람과 인생에 대해 성숙하게 반응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반응할 때 어두운 유년시절의 과거는 하나의 작은 그림자로 추억될 수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과거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많은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이 책에서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일곱가지로 꼽았다. 첫 번째는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기제이고 이어서 교육, 결혼생활, 금연, 금주, 운동, 알맞은 체중이 그것이였다. 결국 한 인간의 인생이라는 것은 주어진 조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생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반응할 때 스스로 인생을 조직할 수 있다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결국 태생적으로 주어진 조건들은 스스로 극복할 수 있으면 지나온 인생의 족적들은 모두가 스스로가 만들어 온 것이라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결혼생활과 인간관계는 행복의 결정적인 요소로 47세까지 만들어 놓은 인간관계망이 그 이후의 행복을 결정한다고 한다. 결혼생활의 질도 결국은 배우자간의 깊은 관계가 결정하는 것으로 행복은 곧 인간관계라는 공식을 이 책을 통해서 설정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 그렇게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내가 말할 수는 것은 남는 것은 성공이나 업적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가 성취한 것도 그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을때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다. 관계가 행복의 필수 요소라면 얼마나 열심히 인간관계를 가꾸어 나가야 하겠는가. 가장 내 옆에 있어서 소홀하기 쉬운 내 가족이 또 다른 나의 자아라로 생각하면 그들을 가꾸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면 타인에게 하는 것이 곧 나에게 하는 것이요, 타인이 곧 나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책에서 보여주는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은 결코 물질적인 것에 있지 않고 한 인간이 자기 주위에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는 인간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과의 관계를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것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행복의 극치는 자신을 타인에게 내어주며 봉사하는 나이듦의 미학을 이루어 나갈때 인생의 희노애락을 자기의 인격안에서 특별한 의미로 녹일 줄 아는 통합에 있는 것이다. 바로 거기에 행복의 파랑새가 찾아온다고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리엔탈리즘의 역사 살림지식총서 15
정진농 지음 / 살림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리엔탈리즘'하면 먼저는 저 유명한 에드워드 사이드가 떠오른다.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적인 시각을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하는데 이 용어 자체에 이미 서구 우월주의가 내포되어 있는, 동양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우울한 용어이다. 가치중립적 이여야 할 학문 용어 자체에 이런 편견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슬픈일이 아닌가.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정의를 볼려만 당연히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봐야 겠지만 그 책을 보면 3중으로 질린다. 두께에 질리고, 빽빽한 글씨에 질리고, 별로 끌리지 않는 표지와 편집에 질린다. 오리엔탈리즘에 대해서 관심이 가고 읽고 싶은데 이 책은 너무 두꺼워 엄두가 나지 않고, 그래서 선택한 책이 얇고 비교적 간략하게 요약된 이 <오리엔탈리즘의 역사>이다. <오리엔탈리즘의 역사>는 살림지식총서 15번재 책으로 몇권의 살림지식총서를 읽은 나에게 그런데로 만족감을 주었다. 살림지식총서는 90~100페이지 이내로 쓰여진 것으로 분량은 작지만 그래도 꽤 밀도있고 깊이있는 총서이더라.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들을 자기 스스로를 재현할 수 없고, 재현되어져야 한다." 이 말을 칼 마르크스의 말로 '그들'은 동양인을 말한다. 이 한 문장안에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용어가 어떤 색깔을 지녔는지 알 수 있다. 이 말은 "동양에는 문화가 없고 역사가 없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동양에 대한 서양의 오만한 시각이 깔려있다. 동과 서가 서가 갈라진 역사적 배경은 로마제국이 동로마와 서로마로 분열되면서 서로마가 유럽문명의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서방'이라 불리게 되었고 동로마는 비잔틴 제국과 이슬람 세계로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근래에는 근동, 중동, 극동 아시아 지역을 총칭하는 용어로 '동방'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양과 서양은 그 간극이 더해져 서로 대극적 타자가 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루드야드 키플링의 시 '동과 서의 발라드'에서 잘 표현되고 있다.

 

"오, 동양은 동양이고, 서양은 서양, 그 둘은 결코 만날 수 없으리. 신의 위대한 심판의 자리에 하늘과 땅이 필히 서게 될 때까지는."

 

이렇게 서로에 대해 철저히 타자였던 동양과 서양은 서양이 먼저 동양을 발견하면서 서양의 관점에서 동양을 연구하고 지식을 축적하게 되는데 그 배경은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서양 제국주의에서 부터 시작하게되었다. 이후로 서양은 제국적 지배의 강화와 무역, 그리고 선교를 위해 동양에 있는 많은 문헌들을 번역하고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동양이 서양에 봇물처럼 소개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인도의 신비적인 종교와 철학은 서양인들을 매료시켰고 볼테르나 쇼펜하우어, 바그너, 니체등과 같은 유명한 서양지식인들에 의해 소개되고 강화되었다. 특히 바그너는 서양의 유대-기독교의 종말을 고하면서 이 종교의 편협한 도그마에 비해 불교의 교리가 얼마나 숭엄하고 만족스러운지를 한 지인에게 보편 편지에 썼으며, 붓다의 생애에 기초한 [승리자]라는 오페라까지 만들기도 했다. 또한 현대 프랑스 철학으로 대변되는 포스트모던 철학의 자양분이 되는 니체의 철학이 바로 불교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도 밝혀지면서 동양의 자양분이 서양에 유입되고 흡수되면서 서양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리처드 니스벳은 그의 저서 <생각의 차이>에서 서양의 사고방식은 분석이며 동양의 사고방식은 종합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서양은 개체를 중요시하고 동양은 관계를 중요시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서양철학은 존재론 중심이며, 동양철학은 관계론 중심인 것이다. 서양과 동양이 한쪽이 어느 한쪽을 지배하고 정의하고 재단하는 오만에서 벗어나 각각의 사고와 문화를 수용, 발전시켜 더욱 풍부한 인류 문화를 꽃피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방언의 음악을 들어보라. 동양과 서양의 아름다운 만남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