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르포르타주 - 이황 기자의 공항 취재 40년
이황 지음 / 북퀘스트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언제나 그렇지만 공항에 간다는 것은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설령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나가지 않는다 할지라도 누구를 마중 나거나가 가끔 약속이 있어서 사람을 만나러 갈때도 공항에 가는 것은 왠지 모를 흥분과 즐거움이 있다. 공항에서 출입국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과는 다른 직종과 다른 신분의 사람들인 것 같아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거기에 있으면 비행기를 타는 일부 선택된 사람들의 분류에 나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였다. 최근에 공항에 제법 여러번 갔다. 캄보디아, 일본을 다녀왔고 그곳에서 출국하는 사람을 배웅했다. 이제 공항은 특별한 신분의 사람들이 가는 선택된 장소가 아니라 누구나 갈수 있는 일반적인 장소가 되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로 공항은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타국과 한국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공간임에 틀림없다. 내가 기억하는 공항에 관한 에피소드. 오래전 지인들과 태국에 갈 때 태국 공항에서 이상하게 나의 짐만 나오지 않아서 괜히 눈치를 보았던 일들, 여권을 만들었는데 갑자기 여권이 나오지 않아서 출국하는 바로 그날 여권을 찾아 겨우 비행기를 탔던 일, 출국전에 시간이 있어서 넓은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일본인 여권을 주워서 찾아주었던 일들. 이런 정도의 에피소드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공항이 지금처럼 일반적인 장소가 아니라 소수 특권층의 장소였고 또한 특별한 사건, 즉 국가적인 인물이나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였다. 이 책은 40년동안이나 공항이는 한 장소에서만 취재를 한 이황이라는 기자의 공항취재 이야기이다. 짧은 에세이 형태로 쓰여져 있지만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이황 기자가 취재한 공항기사와 연관이 되어 있었다. 기자라서 그런지 국가적인 사건과 연관된 인물들과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이수근 위장간첩이 탈출을 시도하다 공항에서 잡혀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이야기. 기자들과 정보부 요원들간의 팽팽한 긴장과 상생의 관계, 공항에서 출국할때는 살아서 나갔다가 들오올때는 죽어서 들어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정치인들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이야기 등. 근형대사를 통틀어서 매우 굵직한 사건들이 바로 공항이라는 장소와 연관되어 있었다.

 

지금은 공항이라는 공간이 개인적이고도 사적인 이야기로 가득찬 곳이지만 공항이라는 곳이 낯설고 목적지 국가들도 6개국 밖에 되지 않았던 그때는 공항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곧 국가와 관련된 사건이 많은 공적인 장소였다. 기자의 신분으로 본 공항이야기이기에 주로 취재와 관련된 사건들이 많지만 스타들이나 항공사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스튜어디스 이야기등 항공사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많았다. 이황 기자가 쓴 이 책 <공항 르포르타주>는 40년 공항 베테랑 기자가 쓴 공항의 에피소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떠나고 들오는 것이 마주치고,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이 마주치며, 눈물과 기쁨이 마주치고 생과 사가 마주치며 만들어지는 인생과 역사의 이야기는 가장 흥미있으면서도 가장 가슴시리고 가장 역사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공항이 바로 공적이며 사적인 이야기의 날줄과 씨줄을 만들어내는 곳이라고 소개해 준다. 특히 외국으로 입양되기 위해 공항에서 어두운 얼굴로 기다리는 우리나라 아이들을 볼때마다 저자는 부끄럽고 안타깝다고 한다. 이러한 현대사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거의가 공항이라는 장소를 통과하며 만들어진다.

 

앞으로 비행기를 탈 일들이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좀더 역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내가 가게 될 공항이라는 장소에 얼마나 많은 개인과 나라와 역사의 이야기기 촘촘히 박혀있는지 좀더 주의를 기울여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인천공항은 7년 연속 세계공항 1이다. 이곳에서 볼수 있는 엄청난 시스템과 편리함과 화려함속에서 좀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역사의 이야기 발전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40년간 공항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살아왔던 나는 다른 출입처가 부럽지 않았다. 그 어느 곳 하나 역동적이지 않은 출입처는 없겠지만, 공항에는 기자로서 볼 수 있는 세상만사의 풍경들이 있었고,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 존재했으며, 수없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기자들조차 접근할 수 없는 긴박감과 역동성도 존재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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