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이면 - 사람을 읽다, 책을 읽다
설흔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의 이면> 독특한 책이다. 고전을 이야기하는데 하나의 역사적 장면을 잡아서 그 고전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약간의 픽션이 가미된듯한 소설적 허구가 이 책의 내용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것 같다. 지은이 이름이 설흔이라고 되어있는데 이름도 참 특이하다 싶다. 설흔이라..핏자국이란 말인가..앞날개에 있는 이력을 보았더니 심리학을 전공하고 소설을 주로 셨으면 조선시대에 관련된 작품을 쓰고 있는 사람이였다. 이 책과 마찬가지로 다른 작품들도 나름대로 저자의 독특한 창작이 돋보이는 것 같았다.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책, 사람을 읽다'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하나의 고전을 그 고전을 쓴사람이나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약간의 소설적 방식을 차용하고 서술하고 있다. 딱히 고전에 대한 해설이나 주석은 아니고 책과 관련된 인물의 이면의 심리를 서술하고 있다.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이라 그런지 소설적 방식으로 쓴 고전과 관련된 인물의 내면의 묘사가 매우 탁월하다. 그리고 문체도 고풍스러운면서도 매우 고급적이다. 2부는 '사람, 책을 읽다'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1부와는 반대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단 1부에서는 책이 일인창 '나'가 되어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면 2부에서는 3인칭 시점으로 소설을 쓰듯이 서술하고 있다.

 

이 책 <책의 이면>은 조선고전에 담긴 사연과 이야기를 관련 인물의 최후와 관련해서 쓰고 있는데 깊은 내용이라기 보다는 책의 이면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조선고전이라고 해봐야 잘 알려진 것이라기 보다 비교적 덜 알려진 책들이다. 근사록, 능엄경, 열하일기, 난설헌시집, 교유론, 북학의, 하멜 표류기, 무예도보통지, 표해록, 양환집, 추안급국안, 임원경제지, 백사선생북천일록, 매월당집, 양아록, 북정일기, 두시언해, 삼한습유, 내훈, 단원풍속도첩, 청구도, 우상잉복, 호동거실 이고 등장하는 인물들은 조광조, 심노숭, 남공철, 허경란, 홍대용, 박제가, 그리멜스하우젠, 임윤지, 한교, 최부, 유금, 이점돌, 서유구, 이항복, 김시습, 이문건, 신류, 곤차로프, 김소행, 소혜황후 한씨, 김양기, 김정호, 이언진이다.

 

결국 이 책의 제목처럼 책을 읽기보다 그 이면에 담긴 사람의 내면을 읽고 그것을 읽으므로 다시 그 책을 읽는 것이다. 여러인물들과 여러 책이 등장하여 삶의 희노애락과 인간내면의 사계절을 매우 풍성하고 고풍스럽게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읽고나면 한사람이 한 시대를 살아가는 아픔과 절망과 기쁨이 이러한 것이구나라는 것을 느낄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내용중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백사 이항복 선생과 그의 충복 정충신 공에 관한 이야기다. 백사 이항복은 인목대비 폐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올린 것 때문에 북청으로 유배를 가게되고 성충신은 그런 그를 죽을때까지 옆에서 충신으로 그를 지켰다. 그 당시 의리와 배신이 반복적으로 판을 쳤던 시대에 끝까지 충성을 지키며 한 인간으로써 의리를 지킨 그들의 이야기를 먼옛날의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직한 인간의 충정은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는내내 내 마음은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 인생의 무상함, 시대의 고단한, 그 시대속에서 흔들리며 상처받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이 저자의 고풍스러운 문체와 더불어 더욱 스산한 바람처럼 다가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한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한인간으로써 존엄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쓸쓸한 대답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사람을 읽는 다는 것이고, 사람을 읽는 다는 것은 곧 마음을 읽는다는 것이다. 책의 이면은 곧 사람의 이면이고 세상의 이면이리라..

 

인간의 사악함과 정의, 세상인심의 부침, 무정한 세상인심, 사라지지 않는 공명정대한 논의, 죽어서는 영광, 살아서는 수치, 사람을 알아보는 지혜, 친구들이 인정해준 사실에 대한 보답 등이 모두 이 책에 구비되어 있다. 후대에 태어난 군자는 이 책을 보면서 자기 자신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능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백사선생북천일록>에 대한 남구만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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