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을 가진 지식 - 인간의 얼굴을 가진 지식 서강인문정신 7
강영안 지음 / 소나무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철학이란 자신의 철학을 전개하는 철학자의 치밀한 사유를 따라가지 못하면 그야말로 길을 잃기 쉬운 학문이다. 그래서 철학이라는 것에 익숙해 지기 위해서는 만드시 그 안내자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어떠한 철학 안내자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철학적 성향도 바뀌어 짐을 여러번 경험하였다. 내가 철학이라는 험난한 숲을 지날때 그 숲의 무성함 속에서 참된 인간을 위한 사유의 길을 안내해주고 늪에 빠져 헤매기 쉬운 길을 피해가도록 전체적인 철학 숲을 조망해 준 철학자가 있다. 그 분은 바로 서강대 강영안 교수님이다.

 

내가 그분의 글을 즐겨 읽는 까닭은 첫째 자신이 한 철학자를 해석하고 글을 쓸때 반드시 원문으로 읽지 않으면 글을 쓰시지 않는 학자적 양심이요 둘째 서양의 모든 철학을 그대로 수입하여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자신의 사유의 렌즈를 통해 해석과 글쓰기를 거치는 성실함 때문이다. 그래서 강영안 교수님이 쓴 서문만 보아도 학자적 양심과 성실함을 느낄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책 <인간의 얼굴을 가진 지식>은 철학서적이면서 매우 감동적이요 지식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건강하고 인격적인 깊은 통찰을 가지게 해 주었다.

 

1장과 2장에서는 왜 인문학이 근대에 오면서 위기에 빠지게 되고 불필요한 학문으로 취급받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근대의 실증주의를 통해서 살펴보고 있다. 루돌프 카르납으로 대변되는 실증주의는 지식이라는 것은 철저한 검증을 거치지 않는 것은 모든 지식에서 제외하였다. 그리하여 종교, 윤리, 도덕이라는 것은 하나의 주관적 견해이지 객관적 지식이 아니라 하여 인문학의 과학화와 객관화를 선언하면서 현대의 인문학은 점점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인문학이라는 것이 철저히 인간을 위하고 인간의 풍요로움을 위한 것이라면 실증주의는 이러한 인문학의 성격을 메마르고 말라 비틀어지게 했다는 것이다.

 

3장과 4장에서 이러한 근대적 인문학의 위기를 다시 복원하기 위해 저자가 논증의 근거로 사용하는 사람이 폴라니와 레비나스이다. 폴라니는 그의 책 <인격적 지식>에서 모든 인간의 지식에서 완전한 객관성이란 불가능하고 언제나 인간의 성향, 전제, 경험, 인격등 모든 주관적 요소가 개입한다고 하였다. 저자는 폴라니를 통하여 실증주의의 영향으로 무너져 버린 인문학의 원래 성격을 복원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철학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요 첫번째 원리가 형이상학이 아니요 윤리라고 강하게 주장하였던 레비나스를 통하여 인문학의 윤리적 사명 또한 복원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인문학의 원래 성격인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사명을 회복하고자 시도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는 인문학에서 텍스트의 필수성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인문학이 다른 무엇보다 텍스트를 읽고 쓰고 말하는 학문임을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참된 인간을 위한 인문학이 되기 위해서 텍스트를 사용하는 방법을 서구의 분석적 텍스트 론이 아닌 동아시아 전통 가운데 주자어류[朱子語類]에 나오는 '주자'의 독서론 그 길을 찾고 있다. 즉 참된 인문학을 위한 공부는 서구에서 말하는 철저한 텍스트 분석이 아니라 그 텍스트가 인간의 마음에 베고 몸에 베이는 '글공부, 마음공부, 몸공부'가 참된 인문학적 공부를 위한 좋은 방법론이라고 주장하였다.

 

모든 지식은 지식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인간이 더욱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공동체를 인식하며 그것에 봉사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 강영안 교수님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문학은 주변 세계와 관련해서 자기 스스로를 인식하고 나아가 자기자신을 변화시키는데 관심을 두고 것이다. 인문학은 어떤 무엇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인간의 내면성, 즉 인간의 기쁨과 고통, 바람과 소원, 기대와 좌절, 사랑과 증오, 선과 악 등 인격적 존재로서 인간의 자기 인식에 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철학과 역사, 문학과 언어, 종교와 예술을 공부하는 까닭은 그것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이해하고 인간의 자기 이해를 풍요롭게 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이것은 외적 유용성의 관점에서 볼 때 쓸모없는 것일지라도, 쓸모없는 지적 노력과 훈련 없이는 인간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형성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인간의 미래를 위해서 인문학적 노력의 무용지물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간의 얼굴을 가진 지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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