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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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싫었다. 젊은이가 행복이라는 평범한 단어를 좇아가는 것은 젊음에 대한 죄악이라 스스로 생각하면 성공과 성취, 그리고 꿈을 좇아 달려나갔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자아의 좁은 골방에 갇혀 평범한 인생들과 옹기종기 앉아 스스로 위로하는 자아도취적이고 자기 폐쇄적인 단어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늘 행복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돌렸고 외면했다. 그러나 인생의 어려운 고비고비를 만날때 마다 나에게 간절히 찾아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내가 외면했던 행복이라는 파랑새가 나에게도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것이였다. 그토록 고개를 돌리고 외면했던 행복이라는 단어가 나에게도 절실했던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행복이라는 것이 누구나가 원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인생의 진리를 터득할 만큼 인생을 살아왔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느날 근처 시립도서관에서 우연히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을 집어 들고 첫부분을 읽기 시작했는데 굉장한 흡입력이 있었고 인생에 대해, 행복에 대해서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을 손에 잡힐 수 있는 실체로 나에게 보여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바로 책을 사서 단숨에 읽기 시작했다.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지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저마다 답이 다를 것이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단어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이 책 <행복의 조건>은 주관적인 행복이라는 단어를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서 상당히 행복의 실체에 근접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행복에 관한 공식을 찾는 연구는 하버드 대학교 연구팀이 1930년말에 입학한 2학년생 268명의 삶을 72년 동안 추적하면서 지속적으로 면담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방대를 데이터를 분석 연구한 것을 조지 베일런트가 이어받으면서 점차로 숙성해갔다. 조지 베일런트는 행복의 조건을 연구하면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많고 적은가'보다는 '그 고통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그의 연구분석도구는 '무의식적 방어기제'였다. 모든 인간에게 있는 자기 보호본능인 '자기방어기제'를 얼마나 잘 사용하여 고통에 융통성있게 대처하는가를 연구하였다. 그리고 이 연구는 3가지 집단을 대상으로 이루어 졌는데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남자 집단. IQ가 높은 천재 여성으로 구성된 터먼 집단, 어린 시절 범죄에 빠지지 않고 성공한 이너시티 집단이 그것이다. 그리고 단지 표본대상의 일정 기간동안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연구를 하므로 빠질 수 있는 오류에서 벗어나 상당히 행복의 실체에 근접한 결론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이 행복연구는 우리가 알고 있는 행복에 대한 조건의 기본상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유년시절 좋은 부모밑에서 좋은 양육과 보호를 받으며 자란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행복해질 조건이 좋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행복해 질 가능성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나이가 들면서 충분히 그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행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음을 말해 주었다. 어릴적 아버지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은 나는 항상 내 인생에 따라다니는 벗을 수 없는 어두운 그림자를 아버지 탓으로 돌리며 바꿀 수 없는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성인기에 접어들면서 유년기의 어두운 과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사례를 앤서니 피렐리라는 한 인물을 통해서 보여주었다. 어두운 유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특별한 사람이 가진 능력이 아니라 생애 순간순간마다 자기방어기제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며 사람과 인생에 대해 성숙하게 반응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반응할 때 어두운 유년시절의 과거는 하나의 작은 그림자로 추억될 수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과거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많은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이 책에서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일곱가지로 꼽았다. 첫 번째는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기제이고 이어서 교육, 결혼생활, 금연, 금주, 운동, 알맞은 체중이 그것이였다. 결국 한 인간의 인생이라는 것은 주어진 조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생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반응할 때 스스로 인생을 조직할 수 있다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결국 태생적으로 주어진 조건들은 스스로 극복할 수 있으면 지나온 인생의 족적들은 모두가 스스로가 만들어 온 것이라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결혼생활과 인간관계는 행복의 결정적인 요소로 47세까지 만들어 놓은 인간관계망이 그 이후의 행복을 결정한다고 한다. 결혼생활의 질도 결국은 배우자간의 깊은 관계가 결정하는 것으로 행복은 곧 인간관계라는 공식을 이 책을 통해서 설정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 그렇게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내가 말할 수는 것은 남는 것은 성공이나 업적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가 성취한 것도 그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을때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다. 관계가 행복의 필수 요소라면 얼마나 열심히 인간관계를 가꾸어 나가야 하겠는가. 가장 내 옆에 있어서 소홀하기 쉬운 내 가족이 또 다른 나의 자아라로 생각하면 그들을 가꾸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면 타인에게 하는 것이 곧 나에게 하는 것이요, 타인이 곧 나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책에서 보여주는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은 결코 물질적인 것에 있지 않고 한 인간이 자기 주위에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는 인간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과의 관계를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것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행복의 극치는 자신을 타인에게 내어주며 봉사하는 나이듦의 미학을 이루어 나갈때 인생의 희노애락을 자기의 인격안에서 특별한 의미로 녹일 줄 아는 통합에 있는 것이다. 바로 거기에 행복의 파랑새가 찾아온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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