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리즘의 역사 살림지식총서 15
정진농 지음 / 살림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리엔탈리즘'하면 먼저는 저 유명한 에드워드 사이드가 떠오른다.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적인 시각을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하는데 이 용어 자체에 이미 서구 우월주의가 내포되어 있는, 동양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우울한 용어이다. 가치중립적 이여야 할 학문 용어 자체에 이런 편견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슬픈일이 아닌가.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정의를 볼려만 당연히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봐야 겠지만 그 책을 보면 3중으로 질린다. 두께에 질리고, 빽빽한 글씨에 질리고, 별로 끌리지 않는 표지와 편집에 질린다. 오리엔탈리즘에 대해서 관심이 가고 읽고 싶은데 이 책은 너무 두꺼워 엄두가 나지 않고, 그래서 선택한 책이 얇고 비교적 간략하게 요약된 이 <오리엔탈리즘의 역사>이다. <오리엔탈리즘의 역사>는 살림지식총서 15번재 책으로 몇권의 살림지식총서를 읽은 나에게 그런데로 만족감을 주었다. 살림지식총서는 90~100페이지 이내로 쓰여진 것으로 분량은 작지만 그래도 꽤 밀도있고 깊이있는 총서이더라.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들을 자기 스스로를 재현할 수 없고, 재현되어져야 한다." 이 말을 칼 마르크스의 말로 '그들'은 동양인을 말한다. 이 한 문장안에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용어가 어떤 색깔을 지녔는지 알 수 있다. 이 말은 "동양에는 문화가 없고 역사가 없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동양에 대한 서양의 오만한 시각이 깔려있다. 동과 서가 서가 갈라진 역사적 배경은 로마제국이 동로마와 서로마로 분열되면서 서로마가 유럽문명의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서방'이라 불리게 되었고 동로마는 비잔틴 제국과 이슬람 세계로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근래에는 근동, 중동, 극동 아시아 지역을 총칭하는 용어로 '동방'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양과 서양은 그 간극이 더해져 서로 대극적 타자가 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루드야드 키플링의 시 '동과 서의 발라드'에서 잘 표현되고 있다.

 

"오, 동양은 동양이고, 서양은 서양, 그 둘은 결코 만날 수 없으리. 신의 위대한 심판의 자리에 하늘과 땅이 필히 서게 될 때까지는."

 

이렇게 서로에 대해 철저히 타자였던 동양과 서양은 서양이 먼저 동양을 발견하면서 서양의 관점에서 동양을 연구하고 지식을 축적하게 되는데 그 배경은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서양 제국주의에서 부터 시작하게되었다. 이후로 서양은 제국적 지배의 강화와 무역, 그리고 선교를 위해 동양에 있는 많은 문헌들을 번역하고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동양이 서양에 봇물처럼 소개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인도의 신비적인 종교와 철학은 서양인들을 매료시켰고 볼테르나 쇼펜하우어, 바그너, 니체등과 같은 유명한 서양지식인들에 의해 소개되고 강화되었다. 특히 바그너는 서양의 유대-기독교의 종말을 고하면서 이 종교의 편협한 도그마에 비해 불교의 교리가 얼마나 숭엄하고 만족스러운지를 한 지인에게 보편 편지에 썼으며, 붓다의 생애에 기초한 [승리자]라는 오페라까지 만들기도 했다. 또한 현대 프랑스 철학으로 대변되는 포스트모던 철학의 자양분이 되는 니체의 철학이 바로 불교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도 밝혀지면서 동양의 자양분이 서양에 유입되고 흡수되면서 서양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리처드 니스벳은 그의 저서 <생각의 차이>에서 서양의 사고방식은 분석이며 동양의 사고방식은 종합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서양은 개체를 중요시하고 동양은 관계를 중요시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서양철학은 존재론 중심이며, 동양철학은 관계론 중심인 것이다. 서양과 동양이 한쪽이 어느 한쪽을 지배하고 정의하고 재단하는 오만에서 벗어나 각각의 사고와 문화를 수용, 발전시켜 더욱 풍부한 인류 문화를 꽃피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방언의 음악을 들어보라. 동양과 서양의 아름다운 만남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