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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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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ad..
길..


- 제주도 한라산길

2007 퓰리처상 수상!
아마존|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
미국 현지에서 감히 <성서>에 비견되었던 소설!
오프라 윈프리 클럽 선정 도서!
스티븐 킹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
미국 현지에서 180만부 판매!
전 세계 37개국 출간 결정!
영화화 결정!
이 외에도 수많은 매체로부터 선정된 올해의 책!


- THE ROAD | 로드

320페이지의 절망, 그리고 단 한 줄의 가장 아름다운 희망..

길이란 말은 참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나의 진로, 인생의 방향, 삶의 여정, 관념과 현실의 가교, 목표를 향하는 과정, 여행을 위한 지점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무척 답답했다..
소설적인 다양한 형태의 재미나 어떤 복선이나 의미심장한 사건들이 나올법도 한데 두 남자(아버지와 아들)는 끊이없이 가고 있다..
소설의 중간쯤이 넘어갈 때, 비로소 나는 알았다..
이 소설이 갖고 있는 매력을..
'길'이라는 소재가 가진 근본적인 의미와 작가의 의도(?)가 매칭되는 어느 지점을..

처음과 중간 사이에는 사실 오기로 읽었다.. ㅎㅎ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믿기지 않게 내가 소설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
자꾸만 끝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처음과 끝이 만나는 지점에 대한 의문처럼..
나는 읽어야만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코맥 매카시의 <로드>는 나에게 '또다른 길'을 제시했다..
남자와 소년의 길에는 사뭇 황량한 광경이 펼쳐진다..
황량한 길과 폐허가 된 도시..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긴장감 보다는 자꾸만 끝이 궁금해지곤 했다..

모조리 불타버린 세상..
어디에도 생명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남겨진 건 남자와 아들..

 
- 코맥 매카시의 소설 <로드>를 원작으로 제작 중인 영화 스틸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 재미성에 벗어나 문장과 서사의 힘만으로도 독자를 사로 잡는다..
아~ 얼마만인가..

그동안 밋밋했던 소설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설을 만나는 이 기쁨..

제작 중인 영화 역시 기대가 크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 역을 아주 멋지게 연기한 '비고 모르텐슨'이 주연을 맡았다..
그리고 코맥 매카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이미 소설과 영화로 적지 않은 마니아를 형성했던 전적으로 봐서 이 영화 역시 개봉과 동시에 큰 이슈가 예상된다..

p16
남자는 누운 채 숲속에서 물이 똑똑 듣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바닥 바위로군, 이건. 추위와 정적. 공허 속에서 죽은 세계의 재가 잠깐 부는 황량한 바람에 실려 왔다갔다했다. 앞으로 나아가다 흩어지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모든 것이 자신의 버팀목에서 떨어져나온 상태였다. 지탱할 것 하나 없이 잿빛의 공기 속에 떠 있었다. 숨, 떨리는 짧은 숨에만 매달려 있었다. 내 심장이 돌이라면.


- 코맥 매카시의 소설 <로드>를 원작으로 제작 중인 영화 스틸

남자와 소년은 부자간의 부성애를 넘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소설이다..
묘사와 대화는 군더더기가 없이 간결하다..
황폐한 그곳으로부터 이처럼 의식을 붙잡고 떠나는 길은 처음이다..
그건 아마도 구체적인 묘사에서 비롯된 것이겠다..

p35
열(熱)의 나라에 이주한 사람들처럼 비틀거리며 인도를 걷는 신념 없는 껍데기 같은 사람들. 마침내 만물의 덧없음이 드러났다. 오래되고 곤혹스러운 쟁점들이 무와 밤으로 해소되었다. 어떤 사물의 마지막 예(例)가 사라지면 그와 더불어 그 범주도 사라진다. 불을 끄고 사라져버린다. 당신 주위를 돌아보라. '늘'이라는 것은 긴 시간이다. 하지만 소년은 남자가 아는 것을 알았다. '늘'이라는 것은 결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 코맥 매카시의 소설 <로드>를 원작으로 제작 중인 영화 스틸

삶의 비극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다니..
신을 향한 비명처럼..
고통 보다 더 강한 슬픔..
음울하지만 가슴을 찢어내는 절박한 묘사..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참신한 경이를 이끌어낸 소설 중의 소설이다.. 

p323
여자는 소년을 보자 두 팔을 끌어안았다. 아, 정말 반갑구나. 여자는 가끔 신에 관해 말하곤 했다. 소년은 신과 말을 하려 했으나, 가장 좋은 건 아버지와 말을 하는 것이었다. 소년은 실제로 아버지와 말을 했으며 잊지도 않았다. 여자는 그것으로 됐다고 했다. 신의 숨이 그의 숨이고 그 숨은 세세토록 사람에서 사람에게로 건네진다고.

절대적인 신마저 인간을 버린 땅에서 '불'이라는 희망과 무모한 기대감으로 부풀려져 있는 '남쪽'이라는 끝없는 목적지를 향하는 남자와 아들의 모습은 마치 우리시대의 현재를 보는 것 같다..
삶의 목적과 희망을 향하는 길 위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감동해야 한다..


- 안동 하회마을


- 코맥 매카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코맥 매카시


-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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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8-09-01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화장면은 처음보네요..비고 모텐슨이 주연을 맡았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는데.저기도 first look라고 써있군요. ^^ 조금 더 음울하게 나올지 알았는데..

천국보다낯선 2008-09-01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맥 매카시의 원작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본 사람이라면 이 <로드>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꼭 봐야겠지요.. ^^
아마도 겨울(08년 후반 or 09년 초반)이면 국내에 개봉하지 않을까 보이는데요..
벌써부터 기대가 무척 됩니다..
<반지의 제왕> 아라곤 역으로 유명해진 '비고 모르텐슨'이 주연을 맡은 영화 <로드>(?)에 대한 스틸 사진이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 알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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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좀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일, 연애, 결혼, 창작 등등..
봄에는 나른해서 모든 게 귀찮더니..
한여름엔 더워서 의욕을 잃었었고..
이제 찬바람이 좀 불어오니까 자꾸만 마음이 먼저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이런 내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ㅎㅎ

작가 공지영은 자기 인생의 수많은 우여곡절과 난관을 극복하고..
적지 않은 아픔과 역경을 극복한 작가다..
대학시절 <인간에 대한 예의>를 읽고 꽤 감동했었다..
이제는 소설이 아닌 개인 삶을 드러내면서까지..
우리들에게 호소력 있는 격려를 하고 있다..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든다는 걸.

- 천양희의 <단추를 채우면서> 전문
- 1996년 제10회 소월시문학상

사실 위 시처럼 단추를 채운다는 것, 곧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늘 기대하고 늘 욕망하는 건 진정 욕심일 것이다..

"괜찮다, 다 괜찮다"

동요 <괜찮아요>라는 곡이 문득 떠오른다..

바람 불어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쌩쌩 불어도 괜찮아요 난 난 난 나는 괜찮아요
털오바 때문도 아니죠 털장갑 때문도 아니죠
씩씩하니까 괜찮아요 난 난 난 나는 괜찮아요

호호 추워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꽁꽁 얼어도 괜찮아요 난 난 난 나는 괜찮아요
털모자 때문도 아니죠 털구두 때문도 아니죠
용감하니까 괜찮아요 난 난 난 나는 괜찮아요

나도 늘 괜찮겠지!? ㅋㅋ

내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다 괜찮아지는 날까지..
다시 이 동요를 흥얼거려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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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문학과지성 시인선 238
황동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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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을 걸어/사람 밖으로 나간다

- 「1998년 5월의 문답」중에서

산다는 것이 결국 사람 속으로 들어가 헤아리고 사랑하고..
그런 다음 사람 밖으로 나오면 비로소 사람을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다..

시인 황동규는..
'다시 만날 때까지는/온기를 잃지 말라고/다시 만날 때까지는/눈감지 말라고/치운 세상에 간신히 켜든 불씨를/아주 끄지 말라고/이 세상에 함께 살아 있는 그 무엇'(「퇴원 날 저녁」에서)을 위해 따뜻하기를 열망한다..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물이든 감정이든 그 무엇에게 이토록 온유할 것을 바라고 또 바란다..
나는 진정 누구에게 따뜻한 적이 있었을까..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안도현의「너에게 묻는다」전문)고 말했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이 되기 노력한다..


두 마리의 물고기

'추억은 인간을 사람으로 만든다'(「산당화의 추억」에서)고 했듯이 '추억'이란 우리에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나 역시 자꾸만 나이를 먹다보니 고향을 추억하고, 친구를 추억하고, 연인을 추억하고, 과거의 많은 시간들을 추억한다..
그러면 나도 이제야 사람이 되고 있는 것일까..
이 시집은 한때 모질게 살았던 내 자신을 아름답게 추억하도록 만든다..
내게 수많은 추억의 에피소드가 있기에, 그래서 '외로움이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토요일 저녁」에서)..
아직 나는 '삶의 온갖 고통 다 살아버리고 다 살아버리'(「바우아 데비의 그림」에서)지도 않았는데 어찌 이렇게 약해 빠졌을까..
마흔 즈음 다시 유턴한다..
순수했던 내 유년의 아름답던 시절과 같이 다시 회귀하리라..

유채꽃

여기 이 시집의 시인 황동규 시들은 자못 쓸쓸하다..
외로움, 사랑, 나이듦, 홀로움, 추억, 사람 등등 인생을 회고하듯 쓸쓸한 느낌이 강하다..
'외따로 핀 꽃들./꽃판에서 떨어져 작게 외따로 서 있는 꽃에게/잠시 마음 주어보라./마음 온통 저며진 꽃!'(「외따로 핀 꽃들」에서)처럼 시인은 진정 쓸쓸하고 외로운 것 같다..

하지만 표제작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시다..
아내나 연인에게 꼭 들려줘야 하는 시다..
시를 읽어주는 것으로 끝나면 안된다..
아래 시처럼 우리나라 남자들이 진정으로 아내나 연인을 위해 큰 일도 아닌 설거지 같은 걸 해주는 남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그대에게 해주려는 것은
꽃꽂이도
벽에 그림달기도 아니고
사랑얘기 같은 건 더더욱 아니고
그대 모르는 새에 해치우는
그냥 설거지일 뿐.
얼굴 붉은 사과 두 알
식탁에 앉혀두고
간장병과 기름병을 치우고
수돗물을 시원스레 틀어놓고
마음보다 더 시원하게,
접시와 컵, 수저와 잔들을
프라이팬을
물비누로 하나씩 정갈히 씻는 것.
겨울 비 잠시 그친 틈을 타
바다쪽을 향해 우윳빛 창 조금 열어놓고,
우리 모르는 새
언덕 새파래지고
우리 모르는 새
저 샛노란 유채꽃
땅의 가슴 간지르기 시작했음을 알아내는 것,
이국 햇빛 속에서 겁없이.


-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전문

함께 마시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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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미 문학과지성 시인선 320
문태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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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에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서점에서 이 시집을 발견한 것 자체만으로도 내겐 엄청난 놀람이었네..

어찌하여 시인은 이와 같은 목소리로 나를 슬프게 하고 무겁게 하고 힘겹게 하는가..

내게 있어 슬프고 무겁고 힘겨운 것들은 나의 바깥으로의 여행이었네..

이 다채로운 시어(詩語)들의 향연 속으로 빠지지 않을 수 없네..

'물의 속살' 속으로 빠져들듯 나는 이 시집에 갇혀 버렸네..

나도 가재미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고야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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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의 발달 문학과지성 시인선 350
문태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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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중략)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에 쌓인 베게들을 올려보았네
연지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놓은 百年이라는 글씨

저 百年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랑은 누구였을까
병이 오고, 끙끙 앓고, 붉은 알몸으로도 뜨겁게 껴안자던 百年

등을 대고 나란히 눕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 百年이라는 말
강물처럼 누워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百年이라는 말

- '百年' 중에서-24-25쪽

나의 사랑은
뼈와 살로
외곽을 만들어
그 안쪽
인색하고
붉고
조마조마하는
심장 같아라

- '사랑의 외곽' 중에서-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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