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발달 문학과지성 시인선 350
문태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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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중략)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에 쌓인 베게들을 올려보았네
연지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놓은 百年이라는 글씨

저 百年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랑은 누구였을까
병이 오고, 끙끙 앓고, 붉은 알몸으로도 뜨겁게 껴안자던 百年

등을 대고 나란히 눕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 百年이라는 말
강물처럼 누워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百年이라는 말

- '百年' 중에서-24-25쪽

나의 사랑은
뼈와 살로
외곽을 만들어
그 안쪽
인색하고
붉고
조마조마하는
심장 같아라

- '사랑의 외곽' 중에서-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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