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선(禪)을 수행하여 자기 본심(本心)을 찾아 깨달음을 얻는 10단계를 일컬어 심우(尋牛) 또는 십우(十牛)라고 한다.
본심을 소에 비유하여,
1. 소를 찾는 심우(尋牛)
2. 소의 발자취를 찾는 견적(見迹)
3. 소를 발견하는 견우(見牛)
4. 소를 얻는 득우(得牛)
5. 소를 기르고 길들이는 목우(牧牛)
6. 소를 타고 본래의 집으로 돌아오는 기우귀가(騎牛歸家)
7. 소를 찾아 걱정이 없으니 사람만 남는 망우존인(忘牛存人)
8. 소나 자기나 다 잊는 인우구망(人牛俱忘)
9. 모두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반본환원(返本還源)
10. 본래의 뜻을 깨달았으니 중생들을 구하기 위해 세속으로 나가는 입전수수(入廛垂手)


사찰에서 십우도(十牛圖)를 늘 보게 되는데, 그 소들의 색이 다양한 게 신기하기도 하면서 특이한 지점도 보인다. 그 지방에 따라 소가 흰색, 검은 색, 황 색으로 다를 수 있겠지만 흰색과 황 색이 반으로 섞인 것은 괴이하다. 본래가 그런 식으로 있다는 것인지, 우리가 보기에 따라 달라짐을 형상화한 것인지 그 그림의 연유를 나는 아직 모른다.


 

 


비디우스 <변신이야기>에는 흰 피부의 아름다운 이오가 흰 소로 변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오가 자신의 뜻과 상관 없이 유피테르(제우스)의 사랑을 받자 유노(헤라)가 저주를 내려 그리 되었다. 이오는 이집트 풍요의 여신 이시스와 동일한 여신으로 여긴다. 이시스 신전의 신관들이 흰옷을 입는 것은 더운 지방, 염료 미발달, 신성함 등의 보편적 이유보다 `흰 소`였던 여신을 따른다는 상징이 가장 클 것이다.

<변신이야기>에는 연유도 모른 채 혹은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울면서 식물이나 동물로 변하는 이야기가 많아 읽으면서 내내 씁쓸하였다. 입방아라든지 가십 같이 이야기 속에 들어가며 고통당하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은 그 실사판인가. 오늘도 많은 이야기 속에서 나는 내 말이 심우(尋牛)를 찾기는 커녕 눈먼 소 울음 같아 심우를 떠올렸다. 어느 시인이 쓴 절절한 시편도. 노벨문학상 때문에 자주 거론되며 본의 아니게 고통당하는; 고은 시인이 이 시를 썼을 땐 분명 그도 진심으로 소를 찾고자 했을 것이다.




소 찾는 길(尋牛十圖)



찾아나섰건만(尋牛)

나뭇가지에 얼키설키 매미 울음소리인데
험한 길 마다 않고
풀섶 헤쳐
강을 만나면
강 건너 다시 먼 산 첩첩일세
이렇듯 찾아가는 자 누구이고
찾는 것은 무엇인가
행여 소 울음소리라도 어디 있던가


자취(足跡)

먼 바다에 이르러서는 절로 없어질 그 시냇물 소리 눈부심이여
그 시냇물 건너가니
제법 소 발자국 찍혀 있어
거기가 어린 자식 발바닥인 양 반가워라


만났도다(見牛)

보았도다
보았도다
꾀꼬리 노랫소리 그것으로도
봄바람 그것으로도 좋아라
저만치 엉덩이 언뜻 보였도다
소 엉덩이일까?
말 엉덩이일까?


너 이놈(得牛)

너 이놈 코를 꿰어야지
당겨야지
하지만 제대로 말 듣지 않으니
내가 도리어 끌려가네
분명한 것은 소와 나 사이 센 바람이 있었다


소 치는 아이(牧牛)

비록 채찍질과 고삐질로
길들였으나
아직 한눈 팔지 말아야 할 것
그런대로
서로 정든 사이
이랴 이랴


돌아가도다(騎牛歸家)

소 타고 피리 불며
돌아가는 길
얼씨구나


없어졌도다(忘牛存人)

없어졌도다
없어졌도다
소 한 마리 없어졌도다
남은 것
채찍과 고삐 쓸모 없도다
늦잠 실컷 자고 난 뒤
빈 손바닥 쥐락펴락


다 없어졌도다(人牛俱忘)

소 없고
나 없고
불화로에 눈 한 점 녹아


돌아와서(返本還源)

돌아오니
그 동안 괜스레 날 저물었구나
차라리
눈 멀고 귀멀어
물 절로 흘러가고
꽃 절로 피고 지고


한 걸음 내디디어(入0垂手 )

어디 여기서 그칠 손가
한 걸음 내디디어
흙구덩이
잿더미가 껄껄 웃거니와
여보게
자네가 고목나무 꽃노릇이나 하게




詩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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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2 19: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스님들이 득도 하는 순간 .하늘에서 소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하던데...그 소였나 봅니다.

2016-10-12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4 0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2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2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10-14 04:22   좋아요 0 | URL
<변신이야기>도 <변신>에 대한 것도 제가 ˝폐허를 떠돌 노래 속에서˝란 제목으로 쓴 글로 좀 설명이 되었으면 하는데요. 제가 직접 설명하자니 작품들의 무게가 너무 커서 존 서덜랜드 평을 좀 가져와 봤습니다. 허허;;;

cyrus 2016-10-12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오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소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관련되어 있어요. 미노스 왕의 왕비가 다이달로스가 제작한 소 모형(?) 안에 들어가서 숫소와의 교접(?)을 시도하잖아요. 그래서 태어난 게 난폭한 미노타우로스. 여기에 착안해서 청동으로 만들어진 소 안에 죄수를 가두어 불에 달구는 형벌이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이중섭이 그린 소가 정겹게 느껴져요. 이중섭의 소는 생명력이 넘치거든요.

AgalmA 2016-10-14 04:24   좋아요 0 | URL
수소 이미지 때문인지 아무래도 소가 관련된 신화 이야기는 좀 살벌한 거 같아요.
맞아요. 이중섭 그림이 대개 그렇지만 소도 힘차면서도 정감이 가게 그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