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이웃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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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의 이야기, 그 속의 등장인물들의 관계들이 결코 가공이 아닐 수 있다는 착각이 이정명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스스로 소설을 읽고 있다고 되새기면서도, 그 시간 속에 머물고 있었을 듯한 힘! 속지 않을, 거라면서 속을 수밖에 없어, 오히려 가혹했던 소설이 바로 <선한 이웃>(이정명, 은행나무)이었다.

작가는 말하고 있다. <선한 이웃>의 이야기는 허구의 산물이고, 전적으로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그럼에도 나는 두려웠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서는 현재 진행형은 아닐까? 아니, 우리의 세계의 단면이 아닐까?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짓과 속임으로 가득 찬 우리들의 현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오늘을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는 듯한 기시감에 마지막 책장을 덮는 데 꽤나 시간이 필요했다. 순간 뜨거운 무엇인가를 집은 듯, 홱 던져버리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이정명! 두말하면 잔소리인 작가다. 지나칠 수 없었다. 예약을 하고, 기다리던 설렘으로 내처 책을 펼쳤다. 그리고 신나게 읽다가, 멈칫, 멈칫. 더 이상 읽어낼 수가 없었다.

 

30년의 시간! 그 시간의 간격 사이에 숨어 있는 역사적 진실, 그리고 소설 속 허구. 하지만 그 간격 사이에서 오늘의 우리는 생각하게 된다. 최민석, 이태주, 김진아, 김기준, 엘렉트라, 관리관, 최민석으로 이어지는 인물들! 각기 개별적인 인물들과, 그 사이 얽히고설킨 관계를 풀어가기 위해 각 인물들 하나하나에 집중하였다. 뭔가 예상치 못한 뜻밖의 반전! 그것이 이정명의 이야기다.

그리고 관리관을 만나게 해달라는 전혀 예상 밖의 전개에 더는 읽을 수가 없었다. 뒤늦게 갈무리를 하면서,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흘렸다. 한 사람의 삶에 드리어진 가혹함? 그리고 애잔함? 안타까움? 처절함? 허망함? 처연함?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또다시 철저하게 <선한 이웃>(이정명, 은행나무)의 이야기가 그저 한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까? 의구심이 든다. 알면서도 몸서리 처지도록 온몸이 떨린다.

 

하나의 고백을 하자면, 현대사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깊이 있게 헤아려본 적도 없었다. 어릴 적에 각인된 하나의 이미지, 복잡하고 어려워 한 문제는 그냥 틀리고 말겠다며 등한시해왔다. 역사의 큰 물결 속에, 온몸을 던져본 적도 없이, 그저 나는 나의 소심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자신의 것이 아닌 삶을 살았던 죄, 눈앞의 삶을 위해 자신의 운명을 생각 없이 팔아넘긴 죄였다. 그렇게 생각하자.”(267). 30, 그 시간 속의 언저리에 나의 삶이 있다. 내 눈앞의 삶을 위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고민하게 될까?

 

역사의 어느 장면들을 기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헤매던 거리가 기억의 산물이었든, 이정명이 풀어낸 이야기 속, 그 거리, 그 사람들이 또다시 생생하게 실제처럼 나의 기억에 오래 각인될 듯하다. 책 이야기는 필요 없을 듯하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단상들 몇 자 적고 말 뿐. 구지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이정명의 <선한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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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베이커리 3 - 새벽 2시의 전학생
오누마 노리코 지음, 김윤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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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베이커리 2』(은행나무, 2014) 를 읽자마자, 한밤중의 베이커리 3』(은행나무, 2017)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에 얼마나 기쁘고 설레던지, 냉큼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여름, 나는 왜 마음 따뜻해지는 전혀 개별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인지. 내 안의 어떤 결핍감리 절로 드러나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한밤중의 베이커리 시리즈로 마음을 누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관계에 지치고 작은 쉼터가 필요한 그 누군가라면, 한 번 읽어보고 위안을 얻어 보라 하겠다. 내가 지금 그러하듯.

 

넌 내 자랑이다. 그러니까 네가 바라는 길을 믿고 걸어가려무나. (······) 우선 강하고 맑고 바르게, 온화한 사람이 돼야 한다.”(19-20)

사람은 말에 이끌리는 측면이 강한 생물이거든.”(343) 새로운 등장인물, 그가 풀어낸 이 한 마디, 이 한 문장이 유독 남다르게 마음을 사로잡았다. 진심으로 그 누군가를 이끌어내는 마음이 오롯이 말 한 마디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말 하나로 누군가의 인생의 좌표가 되고, 삶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주변의 무수한 오해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한 인물의 이야기에 크게 감화되었다. 따뜻하고 진심이 담긴 말의 힘을 이 책을 볼 때마다 떠올리게 될 듯하다.

 

솔직히,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도 나는, 어떤 이야기를 읽은 것인지 고개가 갸웃거렸다. 뭔가 너무 많은 것을 놓친 듯, 잃어버린 퍼즐조각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인기드라마처럼 늘어지는 것은 아닌지, 의혹의 눈길을 보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등장인물과 그들이 풀어낼 사건의 이야기 속에 많은 조각들이 숨어있다는 것, 그래서 놓친 부분의 퍼즐을 풀어낼 수밖에 없었고, 따뜻한 감상 외의 숨은 이야기! 그 이야기를 찾아야한다.

작가가 아직 풀지 않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 듯하다. 그 잔잔한 미스터리는 여전히 남아 절로 기대된다. 이젠 새벽 3시의 000’, ‘새벽 4시의 000’, 숨어있는 000의 퍼즐을 풀어보는 것도 시리즈 다음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아닐까?

 

주요 등장인물들은 여전히 베일 속에 감춰져있다. 블랑제리 구레바야시의 등장인물들과 미스터리한 인물들의 등장, 그리고 그 인물들과 얽히고 설키면서 만들어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바로 한밤중의 베이커리시리즈이다. 진한 사람냄새 폴폴 풍기는 이야기에서 마음을 녹이고 싶은 이에게 권하고 싶다. ‘다시 일어나는군요!, 같이 힘냅시다. 행복합시다.’라고 진심으로 말 한마디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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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베이커리 2 - 새벽 1시의 사랑 도둑 한밤중의 베이커리 2
오누마 노리코 지음, 김윤수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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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점에 들렀다. 종종 서점을 들렀지만, 최근 몇 년간 워낙 책을 들지 않은 터라, 내가 무슨 종류의 책을 읽었는지에 대한 기억조차 가물거렸다. 솔직히 어떤 책을 선택해야하는지 나 스스로 알지 못했다. 심각한 결정 장애라도 있는 것 마냥, 나는 꽤나 망설였고, 수많은 책과 마주하고 있는 것조차 낯설었다.

하지만 소설에서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첫 시작이 그러했듯 소설코너에서 배회했다. 작가를 찾아볼까? 장르는? 나라는? 우왕좌왕! 기웃 기웃거리다가 마침내 찾은 책이 바로....... 한밤중의 베이커리2. 예전에 읽은 한밤중의 베이커리』(http://blog.aladin.co.kr/doldamgil/5842951)의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만이 오히려 가득하다. 하지만 책이 주는 따뜻함은 온 몸, 아니, 세포 하나하나가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듯하다. 그렇게 하나의 기억을 갖고 두 번째 이야기를 건네 들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따뜻함이 가득했다. 역시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위안을 어떻게 얻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그냥, 그저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이야기다. 손 안의 작은 행복을 한 가득 담고 있어, 그간의 시름도 잊게 해준다. 사람과 사람이 별개의 남남들이 이처럼 다정하고 끈끈할 수 있을까? 이야기의 한 가지 주제는 확실하다. 사람 사이의 이해, 구원에 대한 이야기다. 구원? 에이~ 뭔가 거창한 것 같지 않은가? 서슴없이 구원을 이야기하는 인물들. 그리고 스스로 누군가에게 구원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인물들! 그렇게 누군가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사람들, 서로 어깨를 부딪히며 웃고 우는 사람들! 나 역시 그들이 건네준 우산 안에서 행복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우산이 되어줄 수 있는(312) 그런 여유를 가진 사람으로 삶의 방향을 조금을 틀어보고 싶다. 한밤중의 베이커리2을 읽는 후의 나는 어떤 삶의 궤적을 갖게 될까? 가끔은 점검해 봐도 좋지 않을까?

 

남이 보는 부분은 극히 일부야. 하지만 사람은 그 일부로 상대방을 가늠하려고 하니까 쉽지가 않은 거야.”(233) 뭐 특별할 것 없는 이 글귀가 그간의 시름을 잊게 한다. 그리고 법정스님의 오해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르며, 대인관계에서 겪게 되는 수많은 오해와 그로 인한 갈등들...... 내가 미처 보지 못하고, 볼 수도 없고, 왜곡할 수 있는 부분들....... 별일 아는 듯 구레바야시처럼 웃으면서(^^) 그렇게 나아가자.

 

(211) 아야노의 밝은 대답에 요시노는 네에.”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요시노가 아니고 노조미지~

 

벚꽃놀이 나도 갈래! 한밤중의 베이커리3두두두. 이미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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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각본 살인 사건 - 상 - 개정판 백탑파 시리즈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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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각본 살인사건 _ 백탑파 白塔派, 그 첫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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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 민음사

 

책장의 방각본 살인사건이란 책이 너무도 낯설었다. 어떤 이야기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몇 해 전에 분명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은 잔상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뭔가 내가 읽었다고 할 수 없다는 마음이 다시금 펼쳐들게 되었다.

 

정조시대, 백탑파와의 재회는 다른 기억을 새롭게 떠올리게 한다. 각각의 백탑파의 인물들은 역사 시간에 이름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하다. 그러나 백탑파의 일련의 이야기를 읽고 조선 후기의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 이미지로 떠올리며 쉽게 역사 시험을 준비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그만큼 각각의 인물들에게 숨을 불어넣고 생생하게 이미지로 다가오게 하는 이야기의 힘이 있다. 정조시대 한양의 한복판으로 가뿐하게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분명 한 손에 쥐어진 이 한 권의 책은 충분히 우리의 타임머신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역사의 현장에 푹 빠져들 것이다.

 

의금부 도사 이명방의 회상을 통해 일련의 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나는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보았지만 허사였다.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살인자로 지목된 청운몽이란 매설가가 능지처참을 당한다. 하지만 다시금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엄청난 반전이 숨어있다는 희미한 기억만을 움켜진 채, 기억의 언지리라도 가 닿고 싶었지만 불가했다. 그저 빨린 확인하고 싶다. 뭔가 대단한 음모가, 권력의 암투가, 그리고 백탑파의 활약이, 그들이 품고 있는 희망이, 이야기에 어떻게 어우러져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뭔가를 쫑알거리고 싶다.

 

이야기 속, 백탑파, 그들의 삶 속에서 나 역시 벗의 고통을 미리 알고 울어 주는 저녁!”을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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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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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 속에서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논하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을 꽤나 좋아했다. 아니 쩔쩔맸다. 그리고 어김없이 <도토리자매>도 펼쳐들었다. 하지만 2014년의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온마음이 얼어붙었다. 더 이상 그녀의 이야기는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전과 다른 느낌에 다시 펼쳤지만, 계속 읽어낼 수 없었다. 그 해의 나는 그랬다. 그리고 2016년 다시 펼쳤다. 정신없이 읽어내다 생각했다. ‘책도 시절인연이 있구나.’라고. 읽은 내내, 마음의 녹아들었다. 그간의 우울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꽤나 차분하면서 따뜻하게 안겨있는 기분이 들었다. 바나나의 글은 내게 항상 소박하고 자연 속의 살뜰한 풍경으로 마음을 훈훈하게 그 무엇이 있었다. 손에 쥐고 있고 싶은 손난로로 다시 돌아와줬다.

 

크든 작든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보통의 우리들에게, 마음 한 자락 나눌, 시시콜콜한 사소한 이야기조차 나눌 누군가가 없는 외로운 우리들에게 선뜻 손을 내밀어준다. 도토리자매, 홈페이지를 열고 누군가가 보내온 메일에 답장을 한다. 그녀들도 알고 있다. 외로운 사람들이 그녀들을 찾아온다고. 외로운 나 역시 그녀들에게 찾아갔나보다. 그래서 그녀들의 진솔한 이야기, 삶의 태도에 마음이 흔들렸다. 빠져들었다. 도토리자매 중 동생 ‘구리코-그녀가 화자이다보니, 그녀의 시선이 전부일 것이다.-’의 삶의 태도가 정말 좋았다. 아니, 감정이입을 제대로 했다. 우울감에 빠졌다고 주변에 소리치고 있었다. 그런데 내 안의 굴속에서 빠져나가고 싶지 않다고 또 외치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을 글로 풀어내고 있어 좋았다. 충분히 내 안의 우울과 씨름하지 않고서는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심리, 그럼에도 삶이 두근거리고 설렌다는 그녀의 이야기에 나는 내 삶의 태도를 긍정할 수 있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네. 물론 알고 있다. 소설 속 인물일 뿐이라는 것을. 그런데 우리가 왜 소설을 읽겠는가!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녀들의 삶의 태도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었다. 그럼에도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부모를 잃은 슬픔이 아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남편을 잃은 누군가를 위로한다. 마치 불치병을 안고 살아가는 것과 같이 병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 역시 이곳저곳에서 치이고 밟힐 것이다. 패잔병처럼 지쳐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도토리자매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그 누군가에게 도토리자매처럼 스스럼없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고 싶다. 노력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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