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미래에 살고 있다. 손전화를 쓰고 있으며 세계 어느 곳이든 연결된 채 살아가고 있으며 매일매일 미세먼지를 걱정한다. 1960년대 꿈꾸었던 상상이 현실이 된 것이다. 2049년까지는 불과 30년밖에 남지 않았다. 기계가 사람일을 대신하고 심지어 사람을 넘어서는 시대다. 그게 말이 되냐고 하신다면 1988년을 떠올려보시라.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하여 맛집을 찾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걸작의 저주마저 고스란히 이어받다
<블레이드 러너>를 디브이디로 보며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사람은 얼마나 축복받은 인간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좁은 화면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미학이 분명히 있어서다. 다행히 2월 초에 극장에서 다시 개봉한다. 꼭 가야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미래의 엘에이. 데커드는 수명이 다한 인간 복제품인 레플리칸트를 추적하여 죽여버리는 임무를 띤 특수 경찰이다. 차례차례 처리해 나가던 그는 어느날 자신이 인간인지 레플리칸트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영화는 어떤 결말도 내지 않은 채 끝을 낸다.
35년이 지났다. 저주받은 걸작으로 칭송받던 영화의 속편치고는 너무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차라리 전설로 남겨두는게 나을지 모른다는 논란 끝에 결국 뚜껑이 열렸다. 감독은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드니 빌뇌브. 아, 그런데 너어어어무 지루하다. 관객들은 하품을 해대고 극장밖을 나가면서 절대 보지 말라고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호소한다. 흥행은 엉망이 되고 우리나라에서도 대대적인 선전을 했음에도 고작 35만 명. 전작의 저주를 그대로 이어받고야 말았다.
그럼에도 빼어난 영화임에는 틀링없다. 1편의 궁금증은 결국 데카가 레플리칸으로 밝혀진다. 중요한 건 그의 정체가 아니라 기억이 어떻게 인간을 규정하는지를 철학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만약 멀지 않은 미래에 인간과 똑같은 로봇이 탄생하고 기억마저 복제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감독은 가능하다고 장담하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한 기억을 이식받더라도 로봇은 절대 인간이 될 수 없다. 왜? 레플리칸은 기억을 뒤죽박죽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곧 어떤 행동에 명확한 동기가 없는게 바로 사람이다. 로봇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