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에게 적절한 그림책 - 유아도서 추천을 위한 기초연구
이경우, 장영희, 이차숙 외 지음 / 양서원(박철용) / 1997년 5월
절판


지식을 전달하는 책은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의 정확성, 적시성, 참신성, 그리고 내용의 타당성이 크게 강조되지만 그렇다고 그림책의 문학성이나 예술성을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문학성과 예술성이 떨어지면 아동의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고 지속시키기 어렵다. 유아의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고 지속시킬 수 없다면 교육적 가치는 더더욱 기대하기 곤란하다.-140-141쪽쪽

유아는 오랜 독백이나 긴 설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따라서, 비록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라 할지라도 가능한 한 설명은 짧게, 장면은 자주 바뀌어야 한다. -141쪽쪽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책이란 독자에 의해 수용될 수 있는 책이다. 따라서, 독자인 유아가 좋아하느냐 좋아하지 않느냐가 좋은 유아도서를 선별해 내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성인의 감수성으로 발견되지 못한 것들이 유아의 감수성으로 확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147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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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에게 적절한 그림책 - 유아도서 추천을 위한 기초연구
이경우, 장영희, 이차숙 외 지음 / 양서원(박철용) / 1997년 5월
절판


유아가 책을 읽는 일이나, 책을 읽고 난 후 엄마와 함께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의사소통 그 자체이다. 흔히 많은 부모들은 책읽기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의미를 주고받을 수 있고, 그것 자체가 언어 발달의 자연스런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책에 나오는 분절된 언어의 요소들을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낱자 하나하나에 손을 짚어 가며 어떻게 읽느냐고 물어 보기도 하고, 뜻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한다. 언어발달을 위하여 단어를 정확하게 읽을 줄 알고, 글자를 정확하게 쓸 줄 아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글 속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우선이다.-31쪽쪽

책을 읽는 원래의 목적은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하고 그 이해의 과정을 통하여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는 과정 중에 유아는 자연스럽게 낱자의 형태나 소리를 익히고, 글자도 쓸 줄 알게 되며, 단어의 뜻도 알게 된다. 유아도서는 인위적이 아닌 자연스런 방법으로 언어를 체득하게 해주는 가장 좋은 매체이다.-31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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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의 딸들, 한국 여성의 반쪽짜리 계보학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43
백문임 지음 / 책세상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
전에 KBS스페셜인가 MBC스페셜인가에서 한국에서 미국 아이비리그로 유학 간 학생들을 취재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하버드인지 예일인지 아무튼 짱짱한 대학교에 입학한 이 학생들은 서로 돕고 살자는 취지로 한국 유학생 모임을 결성해서 활동하는 모양이었다. 이들이 나름대로 한국 문화를 알리겠다며 “춘향전”을 짧게 각색해 학생회관에서 공연했다.

TV로 방영된 내용만 가지고서 이들이 공연한 내용을 다 파악했다고 하면 안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들이 정말 어떻게 해서 공연 내용을 결정하고 대본을 썼는지도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TV에서 간략히 보여준 바로는, 나는 이들이 한국 문화를 알린다며 왜 “춘향전”을 택했는지, 춘향전이 이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도령과 성춘향이 사랑했다, 이 도령이 과거 시험을 보려고 떠났다, 고을 사또 변학도가 춘향이에게 수청을 들라고 요구하며 고문했다, 춘향이는 고문을 견디며 이 도령을 기다렸다, 이 도령이 더 높은 벼슬을 받고 찾아와서 변학도를 혼내준다.”

이들의 공연은 이게 전부다. 이것은 춘향전의 앙상한 뼈다귀다. 이 앙상한 뼈다귀의 어디에 “한국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그들은 생각한 걸까? 전문 연극인도 아닌 이들이 춘향이와 몽룡이의 로맨스를 아름답게 표현하지는 못했을 터이다. 춘향전의 감칠맛 나는 대사를 영어로 제대로 번역했을 리도 없고. 언뜻 보면 무기력하게 괴롭힘만 당하며 남자의 “구원”만 기다리는 춘향, 지위를 이용해 여자를 괴롭히는 관리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 관리를 혼내주는 이 도령도 역시 지위를 이용한다. 오리엔탈리즘에 기대지 않는다면, 현대 미국인 학생들이 여기서 무슨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변치 않는 사랑?

전에 TV의 코미디 프로에서 “캔디”를 울기만 하는 힘없는 소녀로 표현하고, 캔디의 문제는 오로지 남자의 도움을 받아 해결되는 양 묘사해서 격분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좋아하는 <캔디 캔디>의 주인공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본래 춘향이는 나약하지 않다. 춘향이가 변학도에게 고문을 당하는 장면은 도리어 춘향이가 재치와 학식을 뽐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춘향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저항한다.

하지만 솔직히, 나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은, <춘향전>이 무슨 이야기예요, 하고 누가 묻는다면, 바로 저 앙상한 뼈다귀를 그대로 읊지 않을까? 우리 머릿속의 춘향이는, 식민지 시대 이후 한국 여성이 살아온 방식과 대중 매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확대재생산해 형성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이다.

2.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다가, 중반 이후 논리와 주장이 되풀이되어 조금 지루했다. 그래도 다양한 신소설, 신파극, 영화의 장면 장면을 인용해, 그 인용문을 읽는 재미가 있어서 괜찮았다.

3.
가장 큰 성과는 “가부장의 재산권”이라는 개념을 배운 것이다. 전부터 일본군 위안부들에 대해 일본의 요인들이 망언을 하거나 미군 병사에게 “양공주”가 살해되거나... 하여 “국민적인 분노”가 일어날 때면, 나는 그 “분노”가 불편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가해진 국가적인 폭력, 인권 유린, 잃어버린 시간, 그리고 미군기지 근처에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받은 성적 학대와 착취, 살인이라는 폭력 등등에는 마땅히 분노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그 “국민적 분노”라는 게, 마땅히 분노해야 할 그것들 때문에 나오는 것 같지가 않았다. 피해 여성의 아픔과 삶을 슬퍼해서 나오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어디서 나오는 거지? 그 이름을 붙이기 어려웠는데, 이 책에서 그 답을 가르쳐주었다. “가부장의 재산권 침해”에 따른 박탈감과 분노. 

외세의 군사 폭력에 희생된 여성들을 가리킬 때 “우리 누이”라고 표현하는 것부터 남성의 시각을 전제로 한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가부장의 허락을 받지 않고 그 집안 여성이 정조를 잃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가부장은 권력 관계에 따라 자기 집안 여성(딸이나 누이)의 정조를 상납하거나 거래하거나 하사한다. 그런데 외세의 성적 침탈은 바로 이러한 가부장의 권한을 침해한다. 몸서리나는 결론이다. 지은이는 (전에 따우님이 추천한 바 있는) <내셔널리즘과 젠더>란 책에 기대어 이러한 이야기를 했다. <내셔널리즘과 젠더>, 조만간 읽어야겠다.

한 가지 오타 지적. 25쪽의 “뜨게질”은 “뜨개질”인 듯. 실로 뜨는 뜨개질이 아니라, 남의 속내를 떠보는 짓을 가리키는 뜨개질.

매우매우 아쉬운 점. 책 뒤에 “더 읽어야 할 자료들”로 제시된 책 중 태반이 절판되었다. 그중 <내셔널리즘과 젠더>는 미리 사두었으니 그나마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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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5-07-18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지요. 가부장의 재산권 침해! 글구 뜨개질이 그런 뜻이었군요. 아하! 배우고 갑니다^^

숨은아이 2005-07-1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뜻이 있더라구요. ^^

릴케 현상 2005-07-18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꾸준한 독서를^^

숨은아이 2005-07-1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하려고 노력하지요. 하지만 실상은... 흑.
따우님/엥? 이거 따우님 페이퍼 보고 산 책인데? 아, 그때 사놓고 아직 안 읽었다 하셨나요. ㅎㅎ

반딧불,, 2005-07-1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요..분석하면 왜 이리 재미가 없을까나요^^;;

어쨌든 여기서 인사드릴께요..감사함은 나중에 더 여유가 생기면^.^

숨은아이 2005-07-19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와주셔서 고마워요. 분석하는 과정도 재미있는데요. ^^

내가없는 이 안 2005-08-20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너무 흥미롭게 읽었어요. 이 책, 숨은아이님 리뷰보다 재밌다고 하시면 사볼게요. 그만큼 리뷰가 너무 좋았어요.

숨은아이 2005-08-2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하하, 이런... 재밌어요. 설마 리뷰가 책보다 더 재미있을까요.
 
분노의 그림자 - 멕시코 한 혁명가로부터 온 편지
마르코스 지음, 윤길순 옮김 / 삼인 / 1999년 3월
평점 :
품절


[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를 읽은 뒤, 이 책을 더 밀쳐두면 안 되겠다 싶어 집어 들었습니다. [분노의 그림자]는 부사령관 마르코스가 대표로 쓴, 멕시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jercito Zapatista de Liberacion Nacional)의 성명서(혹은 편지)들을 묶은 책입니다. 이 책에는 1994년 1월 1일 0시 몇 분에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의 중심 도시인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를 점령하고 라칸도나 밀림의 선언을 발표한 때부터, 다시 밀림으로 돌아가서 정부와 대화하고, 정부의 미봉책을 거부하고, 그해 8월에 ‘전국민주주의대표자회의’를 연 때까지, 현존하는 혁명 세력인 사파티스타가 사태의 진전에 따라 그때그때 발표한 견해, 주장, 호소, 그리고 사파티스타 해방군의 본질과 성격을 드러내고자 하는 글, 부사령관 마르코스의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추신과 ‘편지 형식을 빌린’ 우화가 들어 있습니다. 또 사파티스타에 편지를 보내온 어린이들에게 쓴 답장도 있습니다.

이 책은, 낯설었습니다. 우선 멕시코의 역사가 낯설었고, 땅도, 사람들도 낯설었어요. 책에 등장하는 장소가 어디인가 보려고 애용하는 지도책, 고교 지리부도를 찾았는데, 지리부도는 멕시코란 나라를 온전한 지도로 보여주지도 않았습니다. 남아메리카에 조금, 북아메리카에 많이 걸쳐서, 적어도 우리 지리부도에서 멕시코는 양 대륙으로 분단된 나라입니다. 

이때까지 마야족, 이라고 하면 16세기에 에스파냐의 침략을 받아 멸망한 문명만이 떠올랐지요. 마야족은 역사의 갈피로 사라진, 전설과 느낌이 비슷한 이름이었습니다, 제게. 마야족이 버젓이 현존하며, 정복자들의 압박과 착취를 버티며 견디며 혁명을 모색해왔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니, 정말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전 아는 게 없군요.

1994년 1월이라면, 제가 첫 직장에서 6개월째 적응하려 애쓰던 때로군요. 제가 이 사회에서 존재 방식을 찾으려고 작고도 사소한 전쟁을 벌이던 때, 지구 반대편에서는 역시 자신들의 존재 방식을 찾으려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고 싸우고 꿈꾸고 있었군요. 인터넷이란 말이 있는지도 몰랐던 때, TV 뉴스도 못 보고 곯아떨어지던 때였네요.

이 책에 실린 성명서 하나하나는 길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하나하나에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이 왜 일어났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담았기 때문에, 쉽게 읽어 넘길 수가 없습니다. 그때는 사파티스타도 인터넷으로 글을 발표할 수 없었기에, ‘혁명적 원주민비밀위원회 총사령부(Revolutionary Indigenous Clandestine Committee-General Command, CCRI-CG)’의 지침에 따라 부사령관 마르코스가 문학적 재능을 발휘해 성명서를 쓰면, 비밀리에 사람들이 밤에 산길과 숲길을 걸으며 손에서 손으로 전한 끝에 신문사에 이 성명서가 전달되었습니다. 도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파티스타는 글 하나하나에 모든 것을 담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기존 멕시코 체제와 사파티스타가 총으로, 글로 싸우던 그때 그 현장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지금 읽는 편지에서 마르코스가 비교적 태평하게 농담을 던졌다 하더라도, 바로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 긴박한 결의를 호소할 수도 있습니다. 싸움을 뒤따라가는 여정, 그래서 누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 읽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문장이 난해하거나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에스파냐어로 “동무” “동지”에 해당하는 compañero를 굳이 “콤파녜로”라 하고, 농장 노동자라고 볼 수 있는 campesino를 “캄페시노”라 한 것이 아무래도 낯선 느낌을 더 부추긴 듯합니다.

혁명을 일으키고 성공하고자 하는 세력이라면 권력 장악을 그 목표로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들은 “모두에게 모든 것을, 우리에게는 아무것도!”라고 외친답니다.

EZLN은 어떤 공화국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무기를 들고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EZLN이 추구하는 것은 어떤 당의 승리도 아닙니다. 우리는 국민이 자신들에게 가장 잘 맞는 사람을 선출할 수 있고, 그래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이러한 결정이 모든 멕시코 인과 다른 모든 사람들의 존중과 이해를 받을 수 있는 정의와 자유, 민주주의를 추구합니다. -104쪽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하나밖에 없는 진정한 역사의 전위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정직한 멕시코 인이 모두 우리 사파티스타의 기치 아래 일치단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깃발을 내걸고 있을 뿐입니다.”(131쪽)고 합니다. 대동단결 운운하며 주도권 다툼에 골몰하는 한국의 운동권을 봐왔기에, 이 글에서 저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마르코스는 사파티스타의 확성기가 되기를 기꺼이 자처한 자그마한 지방 신문 [엘 티엠포(El Tiempo)](영어식으로 쓰자면 The Times가 되겠습니다)에, “[티엠포]가 진정 영웅인 것은 ...(중략)... 여러분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지금은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에게 목소리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고 말합니다. 목소리가 없었던 사람들, 그래서 성명서는 곧잘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리의 마음과 생각 속에 있는 것을 말하기 위해 여러분에게 삼가 편지를 드립니다.

그런 그들을 보고 원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 운동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외국 세력의 사주를 받았다느니 혹은 그들을 “형성중에 있는 정치 세력으로 인정한다”느니 하며 분석하고 비평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누군가 외치면, 무엇을 외치는지 외치는 이가 어떤 처지에 있는지 알아보고 이해하려 하기보다, 멀찍이 물러서서 분석하고 이건 어느어느 세력과 어느어느 주의의 영향을 받아 어찌어찌한 성격을 띤다는 둥 딱지를 붙이는 사람들. 그 속에 내가 있지 않은지 돌아봅니다.

35쪽 프롤로그 첫머리가 참 재미있습니다.

EZLN의 성명서와 편지를 출판하려는 뜻이 있으며, 각 출판물에 대한 프롤로그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거나 단독으로 게재할 수 있는 이런저런 종류의 글을 요청한 바 있는, 크고 작은 출판사들을 비롯하여 주변부 출판사와 해적 출판사, 또 불법 출판사 등에게.

남동부 멕시코 산악 지대의 EZLN 총사령부에서
반란군 부사령관 마르코스가

나는 __________(주 : 이런 독점적인 머리말을 써 달라고 요청했던 크고 작은 출판사를 비롯하여 주변부 출판사와 해적 출판사 및 불법 출판사 등의 이름으로 이 빈칸을 채우시오)가 EZLN의 성명서와 편지 및 기타 문건 들을 엮어 출판할 예정인 책에, 일종의 프롤로그나 머리말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불법 출판사란 아마 독재 정부의 감시를 피해 지하에서 출판물을 만드는 곳을 말하겠지. 그러나 “해적 출판사”까지 언급하다니, 배타적 저작재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이군요.

사파티스타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제 1994년, 그 후의 사파티스타를 만나러 다음 책,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해냄, 2002도 읽어야지요.

참, 마리아나 모겔에게 보낸 딱정벌레 두리토 이야기는 언젠가 그림책으로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분노의 그림자 -멕시코 한 혁명가로부터 온 편지, 삼인, 1999
영어판 제목 : SHADOW OF TENDER FUTY,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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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lady 2005-05-25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때 숨은아이님이 마르코스의 책을 가지고 있던 게 생각나네요.. 어떤 책이었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balmas 2005-05-25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들어갑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5-25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정말 독특한 책인데요. 저도 이거 사볼래요! 님 리뷰는 워낙 조목조목해서 들여다보기 없어도 꼼꼼히만 읽으면 대충 감이 잡혀요. 저도 추천 들어가요. ^^

돌바람 2005-05-25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네요. 멕시코에 대해선 진짜 전무하지요. 추천하고, 다음번에 살 겝니다.

숨은아이 2005-05-25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드롭님/바로 이 책이었어요. ^^ 이제야 리뷰를 쓰다니, 참 오래도 걸렸죠?
발마스님/고맙슴다~~
이안님/주저리주저리 길게 늘어놓기만 한 글을 늘 칭찬해주셔서 고마워요.
스토니윈드님/고맙습니다. 모르는 인명 지명이 잔뜩 나오는데, 그냥 건너뛰어도 지장 없답니다. 다만 모렐로스, 게레로가 멕시코 독립운동가의 이름이라는 거, 멕시코 헌법 제27조와 제4조 같은 건 검색포털에서 검색하면 대충 알 수 있어요.
따우님/못 읽었다고 우울하시다니, 그럼 전 서재생활 하면서 진작 우울증 걸렸게요. ^^

로드무비 2005-05-25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숨은아이님 리뷰로 만족할래요.
추천은 당연하겠죠?^^

숨은아이 2005-05-2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헤헷, 고마워요. 밑줄 그은 것도 좀 읽어주시면 더 고맙겠슴니다앙~
 
분노의 그림자 - 멕시코 한 혁명가로부터 온 편지
마르코스 지음, 윤길순 옮김 / 삼인 / 1999년 3월
품절


그리고 아과스칼리엔테스를 두고, 그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 나라의 선량한 사람들에게 습관처럼 배어 버린 두려움이, 달콤한 공포가 만연할 거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앉아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려고 기다리는 분명하고 편안한 길이, 멕시코라고 불리는 이 쓰디쓴 희극에 등장하는 배우들에게 박수를 치거나 야유를 보내는 분명하고 편안한 길이 새롭게 이름을 고친 멕시코 국민, 즉 시민 사회를 계속 지배할 거라고 말했습니다.-322쪽쪽

그리고 아과스칼리엔테스를 두고, 그들은 우리를 산산조각 내고 서로 적대하게 만드는, 결코 화해할 수 없는 차이가 우리가 힘을 합쳐 공동의 적에 대항하는 것을, 전능한 국가-당과 그것을 둘러싸고 그것에 권력을 주는 모든 것, 즉 프레시덴시알리스모(대통령 중심주의)와 안정과 경제적 대성공을 위한 제단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제물로 바치는 것, 우리의 특이한 국민성이 되어 버린 사기와 부패, 몇 푼의 적선에 몸을 판 정의, 국민적인 보신주의로까지 격상된 절망한 순응주의에 대항하는 것을 막을 거라고 말했습니다.-322쪽쪽

그리고 아과스칼리엔테스를 두고, 그들은 걱정하지 말라고, ‘범법자들’로 구성된 집단과, 가족이라는 소우주로 파편처럼 흩어져 있어 형제도 없고 조직도 되어 있지 않은 대중, 소위 시민 사회가 서로 대화를 하자는 요청은 아무런 반향도 불러일으키지 못할 뿐더러 공동의 주장도 발견하지 못할 거라고, 그렇게 뿔뿔이 흩어져 있는 집단을 모아놓아 봤자 결국은 더 분열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습니다.-322쪽쪽

그들은 그 모든 것을 장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회의를 갖게 내버려 두고 여러분이 여기 오는 걸 막지 않은 겁니다. 그러면 분명히 단언할 수 있는 CND의 실패가 권력자들의 탓이 되지 않을 거고, 또 그래서 약자는 약자일 수밖에 없으며, 그들이 약자인 것은 약자일 만하고 또 약자이기를 바라니까 그런 거라는 게 분명해질 테니까요.-323쪽쪽

그러나 아과스칼리엔테스를 두고, 우리는 그렇다, 그것은 미친 짓이다, 하지만 총과 스키 마스크들이 연 지평 위에서 우리는 선거 직전에 국민적인 집회를 소집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323쪽쪽

실패는 바벨탑이 어떻게 올라가는가, 어떻게 지지되는가, 어떻게 붕괴되는가를 그저 앉아서 지켜보는, 무력한 시도 자체에 있었습니다. 실패는 탑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저 앉아서 실패를 기다리는 사람들에 대해 역사가 뭐라고 할지를 수수방관하며 기다리는 데 있었습니다.-324쪽쪽

우리가 이 CND에서 바라는 것은, 기회, 이 나라의 정부가 우리에게 주려 하지 않았던 기회, 우리가 죽은 사람들에게 진 빚을 모두 청산한 후에 당당하게 돌아갈 수 있는 기회입니다. 다시 침묵으로, 우리가 왔던 밤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죽음으로 돌아갈 기회, 우리가 나타났을 때와 똑같이 새벽에 얼굴도 미래도 없이 사라질 기회, 다시 우리 역사의 중심으로, 우리의 꿈으로, 우리의 산으로 돌아갈 기회입니다.-332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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