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DVD를 발 빠르게 구입한 바람에 이미 보고 또 보고 대사도 몇몇은 외울 지경까지 되어버린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를 지난 일요일부터 또 보기 시작한다.
몇번을 다시 보는데도, 여지없이 전에 울고 웃었던 같은 장면에서 또 울고 또 웃게 되는 것을 확인하게 되자,
상황에 따라 그 대하는 느낌이 많이 달라지곤 하는 여타의 책이나 영화들을 떠올린다.

이 책도 마찬가지.

처음 열 장 정도를 읽고 나자,
그랬다 마음이.
[네멋…]을 보고 있을 때 처럼,
이런 느낌은 아마 오랜 세월이 흐르거나 내외부적인 환경이 바뀌거나 한다고 해서 변색되지 않을 것이란 걸 직감하게 하는,
그런 소설.
쿨하다 재미나다 하지만 그 시대를 지나면 조금은 생뚱맞은 그런 부류의 유행에 민감한 소설 말고 자기만의 색이 있는 소설이라는 걸 금세 알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그냥 재미있기는 하나 별다른 것이 없다고 하면야 , 그다지 반박할 여지가 없을 지도 모르는,
내용 면에서는 눈이 번쩍 뜨일만한 소재라고 할 수 없는,
이 잔잔한 성장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가슴 저며 자꾸 눈시울을 적신다.

마음이,
외딴 곳 섬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처럼,
쓸쓸하고 슬프고 외로우면서도,
망망대해에 비해 초라하고 작은 나라는 인간이 무얼 어쩔 수는 없다는 걸 온 몸으로 알기에, 마음이 또,
그저 순하고 편하고 소박해진다.

작가 심윤경씨의 말처럼,
모든 [소년]들에게는 그런 힘이 있는 것일까.

오랜만에,
회사에 있든 친구를 만나든 술을 마시든 밥을 먹든,
‘얼른 마치고 책 읽고싶다’는 기분 좋은 허기를 선사해 준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그래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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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r 2004-10-12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서 읽어야겠어요.... ^___^

치니 2004-10-13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강강추입니다 ! ^-^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타가미 요코 지음 / 작은씨앗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만화 혹은 카툰을 그다지 즐겨 본다고 할 수 없는 나와 같은 독자가,
카툰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조금 더 보고 싶다, 아쉽다라는 기분이 든다면,
그게 바로 성공이라는 두 글자로 요약된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보시다시피 아시다시피 '성공'한 것이다.
(단순무식한 논리 @@)

이상하게도,
어릴 때는 한글을 만화 읽기로 깨우치기도 할만큼 만화를 좋아했다는 내가,
중학교 때 캔디 시리즈 이후로 그보다 더 몰입할 만한 만화를 찾지 못했고,
그 이후, 아무리 재미있다고 지인들이 입을 모아 선전을 해도 뭐 그렇게나 흥미가 가는 편은 아니었다.

요코 짱의 카툰은,
만화라기엔 무리가 있고 에세이라기엔 좀 가볍다.
한마디로 어정쩡하고 어설픈 것을 굳이 숨기지 않은 책인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오히려 나같은 무관심자들에게 대중적으로 읽히게까지 된 것인가 싶다.


*


그건 그렇고,
외국인으로서 본 요코 짱의 시각을 읽노라면,
가끔 눈물이 왈칵 날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

내 나라 후지네 어쩌네 그런 거 때문이 아니라,
작은 나라에서 많이 모여 살다보니 더 확연히 드러나는,
우리들 모두의 무섭고 이기적이고 한심한 일면들을 자꾸 자각하게 되어서이다.

지금 당장 나가, 길 거리에서 한 시간만 걸어도 수차례 당할만한,
어이없고 겁나는 일들이 이 책에 거의 다 모여있다.
우스꽝스러운 주인공의 맨 몸뚱아리는 - 카툰에서 주인공은 언제 어느 장면에서도 옷을 입지 않고 있는데, 이는 편견을 버리고자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한다 - 우리들의 자화상이고,
우리들 친구들의 자화상들이라서,
한껏 웃으면서도 씁쓸한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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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8-28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무척 재밌게 읽었습니다. 여동생이 추천을 하지 않았더라면. 님과 비슷하게 만화를 잘 안보게된 요즘. 더구나 그림과 글이 적당히 어울린 파*포* 같은 가볍디 가벼운 책에 혐오감마저 가지고 있는 제가 이 책을 읽을리가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치니 2004-08-29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우연히 이벤트인가 뭔가에서 파*포+ 선물을 받아 읽었었는데, 맞습니다 혐오감마저...그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플라시보님, 연이어 세번이나 덧글을!!
^-^ 괜시리 무척 반가운데요?
 
미애와 루이, 318일간의 버스여행 1
최미애 지음, 장 루이 볼프 사진 / 자인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버스를 타고 1년 동안 지구의 끝과 끝을 횡단했다는 사람들이,
그것도 가족이 있다는 소문을 몇 해 전부터 들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대단하다고 이야기 했지만, 나는 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 보다는, 그냥 언젠가 책이라도 읽고 대리만족이나 해야지 싶었다. 나라고 해서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기 때문이다.
몇 번을 물어보아도 마찬가지다.
다 두고 그냥 떠날 수 있냐고 하면 나도 그냥 떠날 것이고, 두렵냐고 하면 두렵지만 가겠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초감각 센서라도 지닌 양,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이면 그쪽으로 저절로 고개가 돌려지고 귀가 터지고 냄새를 맡는다.
이 책도 어김없이 그런 초감각 센서에 의해서 몇 해전 점심 먹다가 식당에서 아무렇게나 밥상을 덮어온 신문에서 툭 튀어나오듯 눈에 밟히던 책이다.

기대도 별로 안했지만,
미애의 글 솜씨는 그저 그렇다.
나름 기대를 조금 했지만,
루이의 사진 솜씨도 책에 스캔되어 글 사이에 끼어져 있는 채로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평범하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이 재미있다.

행간에서 울려나오는 유목민들의 웅성웅성 하는 소리가 실제로 들리는 듯 하고,
사진을 보면 손에 잡힐 듯한 먼지가 풀풀 날리고,
아이들이 코를 질질 흘리며 추위에 떨고 아무거나 먹을 때엔 내 배가 다 고프다.
미애와 루이가 싸우지도 않고 이쁘게만 여행한 것이 아니라,
아주 쫀쫀한 일로 수시로 다투고 헤어져 귀국해버리겠다는 마음까지 먹었던 대목에서는 마치 내 친구의 일 마냥 흥분도 된다.

이 모든 내 오버된 감동은,
여행을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시점에서 독서를 해서 더해진 것이란 걸 잘 안다.
아무리 힘이 들고 고되어서, 사서 고생이네 하는 소리를 들어도,
여행을 한다는 그 마음만으로 이미 완전 부자가 된 듯한 마음이 들 것만 같아서,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진짜!)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무래도 내 방랑벽, 조심해야겠다.(라고 한들 과연 어떤 식의 조심을 하리…쩝쩝)
조만간 이렇게 참다가 사고 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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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물고기 2004-08-2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치니 2004-08-25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핫, 마녀물고기님이다!
꽁꽁 숨어버리신 줄 알았어요. 지난번 가뭄에 콩 나듯 하나 올리시고 또 영 소식이 없길래...
RG에 가서 리뷰 하나를 읽었지만, 가입할 시간과 여력이 안되어 덧글도 못달고...
아유 암튼 반갑습니다.

마녀물고기 2004-08-29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옷, 이리 반겨주시니 황망하나이다, 헤..
숨은 건 아닌데, 시간이 널널해지니 외려 게을러 터져져서리.. 에이효오.

토니 2010-04-04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바람도 살살불고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해서 꺼낸 책인데 읽는 동안 나는 왜 훌훌 떠나지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인생인데 직장 따위 그만두지 못하고 이렇게 전전긍긍하다니. 물론 4월이 지나면 많은 것들이 분명해 지겠지만.... "자전거 여행"은 이 책이 주지 못한 무게감과 진중함이 있어서 좋았어요.물론 어려운 부분도 있어서 두세번 읽긴 했지만. "밥벌이"는 사뭇다른..

치니 2010-04-05 09:03   좋아요 0 | URL
직장 따위 , 라고 하기엔 우리네 '밥벌이'의 고단함이 주는 무게가 또 만만치 않지요. :) 벌써 6년 전에 썼던 리뷰네요.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 책이지만, 당시 제가 답답해서 몸부림치던 건 사무치게 여전하네요. 하 -
 
 전출처 : 연우주 > Wicked Little Town, Hedwig O.S.T 中에서

 




You think that Luck has left you there.
But maybe there's nothing up in the sky but air.
And there's no mystical design, No cosmic lover preassigned.
There's nothing you can find that can not be found.
Cause with all the changes you've been through It seems the stranger's always you.
Alone again in some new wicked little town.

당신은 행운의 여신이 당신을 떠났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어쩌면 하늘에는 정말 공기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지도 몰라요.
신비로운 운명이나, 이미 운명지워진 우주적 연인 따위도 없어요.
원래 찾을 수 없는 것은 찾아지지 않는 법이랍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겪은 그 모든 변화 속에서, 언제나 이방인은 당신이었기 때문이죠.
또 다시 또 다른 새로운 지긋지긋한 작은 마을에 홀로 남았네요.

Wicked Little Town, Hedwig O.S.T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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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될 수 없다면 그녀이고 싶었겠지만,
당신은 그저 이방인일 뿐이야.
그걸 인정하는 당신의 모습이 더 강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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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4-07-22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음이라..
음.. 헤드윅을 어서 봐야 해..

연우주 2004-07-23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좋지요? ^^
origin of love도 좋은데.
헤드윅 dvd는 품절이랍니다..ㅠ.ㅠ

치니 2004-07-23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힛, 저는 헤드윅 디비디 있어요! (자랑자랑)

치니 2004-07-2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저 음악 퍼올 데가 없어서 급조한 게시판인거, 알고 있지? ㅋㅋ

연우주 2004-07-23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ㅠ.ㅠ 치니님 탐나요. 전 구운 2cd로 가지고 있어요. 가끔 보는데 dvd 가지고 싶어요. 흐흐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