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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애와 루이, 318일간의 버스여행 1
최미애 지음, 장 루이 볼프 사진 / 자인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버스를 타고 1년 동안 지구의 끝과 끝을 횡단했다는 사람들이,
그것도 가족이 있다는 소문을 몇 해 전부터 들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대단하다고 이야기 했지만, 나는 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 보다는, 그냥 언젠가 책이라도 읽고 대리만족이나 해야지 싶었다. 나라고 해서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기 때문이다.
몇 번을 물어보아도 마찬가지다.
다 두고 그냥 떠날 수 있냐고 하면 나도 그냥 떠날 것이고, 두렵냐고 하면 두렵지만 가겠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초감각 센서라도 지닌 양,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이면 그쪽으로 저절로 고개가 돌려지고 귀가 터지고 냄새를 맡는다.
이 책도 어김없이 그런 초감각 센서에 의해서 몇 해전 점심 먹다가 식당에서 아무렇게나 밥상을 덮어온 신문에서 툭 튀어나오듯 눈에 밟히던 책이다.
기대도 별로 안했지만,
미애의 글 솜씨는 그저 그렇다.
나름 기대를 조금 했지만,
루이의 사진 솜씨도 책에 스캔되어 글 사이에 끼어져 있는 채로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평범하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이 재미있다.
행간에서 울려나오는 유목민들의 웅성웅성 하는 소리가 실제로 들리는 듯 하고,
사진을 보면 손에 잡힐 듯한 먼지가 풀풀 날리고,
아이들이 코를 질질 흘리며 추위에 떨고 아무거나 먹을 때엔 내 배가 다 고프다.
미애와 루이가 싸우지도 않고 이쁘게만 여행한 것이 아니라,
아주 쫀쫀한 일로 수시로 다투고 헤어져 귀국해버리겠다는 마음까지 먹었던 대목에서는 마치 내 친구의 일 마냥 흥분도 된다.
이 모든 내 오버된 감동은,
여행을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시점에서 독서를 해서 더해진 것이란 걸 잘 안다.
아무리 힘이 들고 고되어서, 사서 고생이네 하는 소리를 들어도,
여행을 한다는 그 마음만으로 이미 완전 부자가 된 듯한 마음이 들 것만 같아서,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진짜!)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무래도 내 방랑벽, 조심해야겠다.(라고 한들 과연 어떤 식의 조심을 하리…쩝쩝)
조만간 이렇게 참다가 사고 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