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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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지 않는 세대, 책임지지 않는 세대.
세월호는 이 모든 무책임한 세대의 증언이고 민낯이다.
이 가슴 아픈 역사가 잊혀지지 않았으면 한다. 잊혀지지 않는 것이 옳다.
우리는 저 차가운 바다를 외면하는 것으로 묵시적 공범자가 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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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 (양장)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외 옮김, 이강국 감수 / 글항아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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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사라진 부의 편중, 세습으로 계층이 계급이 되는 사회를 다시 한번 자각하게 하는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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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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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된 그녀의 책 목록을 보니 아마 그녀의 책 대부분이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그 얘기는 즉슨 국내에 그녀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다는 얘기일 테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그녀의 책을 이제껏 읽은 것이 한 권도 없다. 이유는 모르겠다. 이름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설명에 따르면 '바나나'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이라는 의미라지만 어쨌든 나는 그녀의 필명에서 지나치게 섬세하고, 페미닌한 어떤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분명한 건 기계공학 쪽 전문서적만 아니면 손에 잡히는대로 읽는 잡식성인 내 책장에 그녀의 책이 한 권도 없으며 이번 에세이가 내가 읽은 그녀의 첫 책이라는 사실이다.

 

"하와이는 정말 천국과 비슷하더군요. 그 바람과 햇빛의 느낌이. 그래서 다들 하와이에 가면 천국 같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 반대가 아닐까요. 천국이 하와이 같을 겁니다. 사람들은 천국을 기억하고 있는 거죠." -pp.144-145

 

하와이에 대한 내 개인적인 감상은 '몹시 지루하고 따분하고 바다 밖에 안 보이는 섬'이다. 이 얘기는 1년에 한번 LA에 갈 때면 내게 한결같이 '하와이 비추'를 외치는 그곳 한인 지인들의 하와이에 대한 감상인데 어쨌든 그리하여 내 여행지는 내내 대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지루하고 따분하다'던 하와이도 누군가의 눈과 가슴에 담기면 지상의 천국이 되는 모양이다. 그나마 지인들에게 들은 것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조용하다'는 것. 다만 지인들에겐 지루한 시간이 저자에겐 평화로운 일상이 되니, 그야말로 여행지도 궁합이라는 게 있는 모양.
활자를 보면 늘 신기하다. 기호의 집합에 지나지 않을 그것들은 너무나도 또렷하게 자신만의 어조를 가지고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요시모토 바나나 스타일이랄까, 이 얇은 에세이를 읽으면서 느낌 감상은 아, 이 작가의 어조는 이러하구나 라는 것. 본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귀엽고 조그만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녀의 일상과 (최소한 그녀가 고르는 데 참여했을)사진이 마치 그녀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3인칭 시점, 딱 그만큼의 거리를 내내 유지하며 읽던 그녀의 글 중에 딱 한 번 그 거리가 사라진 것은 대형 지진 발생으로 방사능이 공기 중에 유출되어 외출이 제한되었다는 부분에서였다. 가감없이 계산이 확실한 우리의 현실은 불과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그녀의 현실의 삶도 그녀의 어조만큼이나 소소한 평화로 이어지고 있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런 마음이 들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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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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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펼치고 첫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휴대폰을 켰다. 그리고 기계공학 쪽으로 심하게 지식이 부족한 나는 M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우리 집 말이야, 책 때문에 바닥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을까?" 무너질- 까지 얘기했을 때 냉큼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


목차를 지나 '추천의 글'을 읽는데 구구절절 '그래그래, 맞아맞아' 죄다 북마크하고 싶은 문장들이 줄줄 쏟아진다. 뿐인가, 도대체 이 별 내용도 없는 글이 왜 이리 재미있는 거냐고.

의문은 추천사 마지막, '장정일'을 보고서야 풀렸다. 아, 장정일이었구나. 나는 그의 소설은 친구네 걸 빌려서 읽고 그의 독서일기 시리즈는 1부터 하나도 빼지 않고 사서 내 책장 가장 좋은 위치에 꽂아두었다. 새삼 깨닫는다. 나는 역시 독서가 장정일이 정말정말 좋다. 각설하고, 이 책 <장서의 괴로움>은 분명 '에세이'이지만 저자의 분류에 따르면 장서가에 해당하는 내겐 명백하게 '실용서'로 기능한다. 이는 아마 소문난 장서가 장정일도 다르지 않을 터다. 즉슨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남의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를 누군가 대신하는 것 같은 생생한 기시감을 느끼며 읽었다.

 

책이 한 권도 없다는 것은 얼마나 불안하고 공허한 일인가. 책이 한 권도 없는 환경에 처해 보지 않고서는 상상할 수 없으리라. -p.107

 

나처럼 집 밖으로 나갈 때 무조건 책부터 챙기는 사람에겐 책이 한 권도 없는 환경에 처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딱 한 번 그런 환경에 처한 적이 있는데 몇 년 전에 밴쿠버에 갔을 때다. 어쩌다 책을 못 챙겼는데 비행기에서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안절부절 했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나를 구원한 건 도착지 호텔 객실 내에 비치되어 있는 Holly Bible이었다. 읽을 수 있다는데 성경이 대순가. 이때의 경험으로 <파이이야기>에서 파이가 구조된 후 호텔에서 성경 즉 '읽을거리'를 발견하고 보이지 않는 신에게 감사하며 이후 기부하게 됐다는 (성경을 전세계 호텔 객실에 비치하는 기부였나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내용에 나는 체험적으로 공감했다.

 

<장서의 괴로움>은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전반적인 내용이 일본내 장서가들의 독서환경과 관련된 에피소드로 채워져있다. 물론 이런 부분이 독서에 전혀 방해되지 않을 뿐더러 매 에피소드마다 공감하고 재미있게 읽었을 수 있었던 건 '장서가'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언어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므로.

 

일본의 장서가들의 독서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목조주택인데, 일본의 보편적인 건축 양식인 목조주택은 장서가에겐 여러모로 위협적인 환경이다.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하면 책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바닥이 내려앉을 수 있는 위험과 지진으로 인해 언제든 책과 책장에 깔려죽을 수 있다는 위험의 가능성인데, 본문에도 등장하는 작고한 어느 평론가의 저서의 제목이 <책이 무너진다>인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게다가 저자가 사례로 든 '장서 수난'의 내용을 보면 태평양전쟁 중에 공습으로 집과 함께 장서가 타버린 일화도 예사였던 듯 하다. 불운이라면 불운일, 타버린 장서에 대한 책 주인의 안타까움은 남겨진 기록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야나기다 구니오 선생의 《노변총서》가 깨끗이 타서 재만 남았다. 그런데 활자 부분이 하얗게 떠올라 읽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대로 갖고 있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손을 대기만 해도 바슬바슬 부서졌다. -p.113

 

책 전반을 통해 등장하는 일본의 헌책방 시스템은 부럽기도 하고 인상적인 부분이다. 헌책방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진 최근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헌책방이 제법 잘 유지될 뿐 아니라 가격이나 수요공급 전반에 걸쳐 제법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느낌이다.

 

이 외에도 내용 중에 등장하는 '장서의 습격'이라는 호칭이 재미있다. 말하자면 '화재', '지진', '이사'가 이 습격 요인에 해당하는데, '지진'은 별개로 친다고 해도 나머지 두 개는 아마 책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 하다.
이중 '이사'에 관해서, 무한증식하는 책을 보면서 나는 최근 들어 좀 다른 고민을 하고 있는데 3천 권까지는 책장을 늘리는 고민을 했으나 4천 권에 육박하니 이사를 하는 걸로 고민이 바꼈다. 우스운 건 '장서의 괴로움'을 벗고자 하는 해법에서 책을 줄이겠다거나 그만 사겠다는 방법은 애초에 제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책을 그만 사다니, 책을 팔다니 아직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언젠가 M에게 "내가 책이 많은 편인가?" 물었더니 "응" 한다. 어쩌면 내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4천 권에 육박하는 책을 보면서도 양적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것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장서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책을 정리해서 줄이라고 충고한다. 일본의 저명한 누구는 500권이면 충분하다고 했다고도 하는데, 물론 의미 없는 책 100권을 읽는 것보다 의미 있는 1권을 100번 읽는 것이 훨씬 낫다. 알지만 세상에 의미 있는 책만 골라도 얼마나 많은데 '고작' 500권(숫자가 아니라 제한한다는 게 중요하다)으로 만족하라니 그게 과연 가능할까 싶다.

 

"수집가란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야. 99는 0과 같지. 100을 모으기 위해 인생의 전부를 거는 것이지." -p.162

 

책 말미에 가면 아니나 다를까 '전자서적' 얘기가 등장한다. 다만 장서가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책의 본질(내용)만큼이나 책의 물성을 아끼는 이들에게 전자책은 종이책의 보완재이지 대체재가 될 수 없다는 게 비극이라면 비극일까. 결국 장서가에게 남은 선택이란 책 사는 걸 멈추던가, 책을 팔아서 책장을 비우는 수 밖에 없는 듯. 가장 이상적인 건 어디서 눈먼 돈이 뚝 떨어져서 다치바나처럼 고양이빌딩을 세우는 것이겠지만.

 

* 저자가 재미있게 쓴 걸까, 역자가 재미있게 옮길 걸까 궁금할 정도로 책은 재미있고 가독성도 좋다. 한가지 흠이라면 문맥상 '꽂다'의 오타인 '꼽다'가 너무 많이 등장한다는 것.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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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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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로 '사물잡학사전'이라고 붙여주고 싶은 책이다.

읽던 도중에 종종 '아니 이 단순하게 보이는 물건에 이런 사연이?' 놀라곤 했는데, 이를테면 '유럽의 Tea' 얘기가 그렇다. 사실 이 에피소드의 가장 강렬한 인상은 '돈이 많고 볼 일이구나'지만 여튼.

 

가볍게 읽는 행간에서 언뜻 엉성한 듯 싶지만 실은 매우 꼼꼼한 태도가 읽힌다. 일례로 '물리학자의 연구실'을 시작하는 페이지의 그림 말인데, 본문에 들어가면 이 어수선한 그림에 등장하는 사물들이 거의 다 등장한다. 읽다 말고 그림을 뒤져보는 재미가 숨은그림 찾기를 하는 것처럼 쏠쏠하다.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윤광준의 생활명품>이 떠오른다. 두 저자의 공통점은 책에 등장하는 물건들이 (적어도 두 사람에게 만큼은)명품이라는 것이고, 차이점은 한 사람의 명품은 구매를 부추기고 다른 한사람의 명품은 보는 걸로 만족한다는 것 정도일까.
실제로 중년의 물리학자의 보물을 쭉 둘러보는 기분은 황학동 만물시장을 구경하는 그것과 흡사하다. 일단 '만물상'이라는 점에서 그렇고, 그것이 새 것이 아닌 하자 있는 중고품이라는 데서 그렇다. 하지만 황학동 중고와달리 '구매욕'을 부추기지 않는 건 여전하다(물론 주인은 팔 생각도 없겠지만).

 

사실 저자의 보물이 가진 가장 특별한 부분은 그것들이 대부분 멀쩡하지 않다는 데 있다. 저자의 보물을 보면서 놀랍고 신선했던 것은 그것들이 대부분 깨지고, 일부를 분실한 결핍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들이어서다. 그런데 저자는 오히려 그러한 결핍 때문에 그것들을 품 안의 자식처럼 아끼고 귀하게 여긴다. 그러니까 물건이 품은 결핍에서 이름 모를 누군가의 사연을 읽고, 상상하고, 그것을 귀히 여기는 것이다.

그릇에 국한시켜, 나는 깨진 그릇에 편견이 없는데 이는 중국 여행 이후에 생긴 태도이다. 중국에선 식당에서 깨진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는 일이 매우 일상적인 풍경인데 그런 문화를 경험하고 나니 내겐 그것이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 것. 결국 물건은 물건 그대로인데 인간의 제각각 다른 마음이 물건을 이것, 저것으로 나누고 가치의 차이를 매기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이랄까.

저자가 정성스럽게 내놓는 보물을 구경하고 사연을 읽노라면 '내게로 오라, 와서 꽃이 되어라.' 손짓했을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누구든, 무엇이든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는 순간 그는 혹은 그것은 이미 보물인 것이다.

<윤광준의 생활명품>에서도 했던 얘기지만, 정말 귀한 것은 물건에 치른 가격이 아니라 긴 시간을 함께 하는 동안 그것에 깃든 유·무형의 나만의 흔적들이다. (예전엔 주로 지갑이었지만)최근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한결같이 '전화기는 또 사면 되지만 메모리에 저장된 사진은 되찾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걸 봐도 그렇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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