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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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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된 그녀의 책 목록을 보니 아마 그녀의 책 대부분이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그 얘기는 즉슨 국내에 그녀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다는 얘기일 테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그녀의 책을 이제껏 읽은 것이 한 권도 없다. 이유는 모르겠다. 이름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설명에 따르면 '바나나'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이라는 의미라지만 어쨌든 나는 그녀의 필명에서 지나치게 섬세하고, 페미닌한 어떤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분명한 건 기계공학 쪽 전문서적만 아니면 손에 잡히는대로 읽는 잡식성인 내 책장에 그녀의 책이 한 권도 없으며 이번 에세이가 내가 읽은 그녀의 첫 책이라는 사실이다.

 

"하와이는 정말 천국과 비슷하더군요. 그 바람과 햇빛의 느낌이. 그래서 다들 하와이에 가면 천국 같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 반대가 아닐까요. 천국이 하와이 같을 겁니다. 사람들은 천국을 기억하고 있는 거죠." -pp.144-145

 

하와이에 대한 내 개인적인 감상은 '몹시 지루하고 따분하고 바다 밖에 안 보이는 섬'이다. 이 얘기는 1년에 한번 LA에 갈 때면 내게 한결같이 '하와이 비추'를 외치는 그곳 한인 지인들의 하와이에 대한 감상인데 어쨌든 그리하여 내 여행지는 내내 대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지루하고 따분하다'던 하와이도 누군가의 눈과 가슴에 담기면 지상의 천국이 되는 모양이다. 그나마 지인들에게 들은 것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조용하다'는 것. 다만 지인들에겐 지루한 시간이 저자에겐 평화로운 일상이 되니, 그야말로 여행지도 궁합이라는 게 있는 모양.
활자를 보면 늘 신기하다. 기호의 집합에 지나지 않을 그것들은 너무나도 또렷하게 자신만의 어조를 가지고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요시모토 바나나 스타일이랄까, 이 얇은 에세이를 읽으면서 느낌 감상은 아, 이 작가의 어조는 이러하구나 라는 것. 본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귀엽고 조그만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녀의 일상과 (최소한 그녀가 고르는 데 참여했을)사진이 마치 그녀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3인칭 시점, 딱 그만큼의 거리를 내내 유지하며 읽던 그녀의 글 중에 딱 한 번 그 거리가 사라진 것은 대형 지진 발생으로 방사능이 공기 중에 유출되어 외출이 제한되었다는 부분에서였다. 가감없이 계산이 확실한 우리의 현실은 불과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그녀의 현실의 삶도 그녀의 어조만큼이나 소소한 평화로 이어지고 있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런 마음이 들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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