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종료] 6기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 마리우스 세라 지음 / 푸른숲
나 또한 그 틀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면서도 타인의 생로병사를 보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껴입는 것처럼 언제나 불편하다. 그래서 내겐 영상을 포함 소설이든 에세이든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무조건 피하고 안 보는 버릇이 있는데 아무래도 '강 건너 불구경'식이 될 수밖에 없는, 타인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행위에 생리적인 거부감이 든다.
슬픔은 슬픔이고, 비극은 비극이다. 남의 고통을 함부로 얘기해서도 안 되며, 함부로 들여다봐서도 안 된다. 그러니까 누군가의 고통이 한낱 이야깃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평소 생각하는바, 사정이 이렇고 보니 『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 를 받았을 때,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 면역이 약한 나는 좀 과장하면 아찔했다. 그러나 과정은 이렇듯 좀 거칠었으나 중요한 결론은 읽기를 잘 했다는 것.
책을 읽으면서 서술자와 서술자의 태도가 왜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되새겼는데 유유의 아빠이면서 책의 서술자이기도 한 저자의 담담한 서술이 특히 인상적이다. '다를 뿐 틀리지 않다'는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들 중 하나인데, 인생을 설계하면서 꿈에서조차 계획에 넣지 않았을 '날벼락'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유유 가족의 낙관성이 삶의 긍정적인 측면을 확인하게 한다.
-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생후 5주인 자신의 아이에게서 선천성 뇌질환을 발견했을 때, "왜 하필 내 아이에게(우리에게)"는 숱한 상처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 아이가 내 아이, 내가 이 아이의 부모"가 된다. 그리고 이즈음에 이르면 부모는 이미 강해져 있다.
경계는 우리의 의식과 생활, 우리가 누리는 물질세계, 정신세계 어디에도 존재한다. 다만 그것의 속성이 워낙 모호하고 희미하여 미처 못 느낄 뿐, 실제로 우리는 끊임없이 경계의 간섭을 받으면서 산다. 그러므로 경계의 바깥과 안을 가르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소현세자의 독살설에 흥미를 가지고 책을 펼친다면 아마 실망할지도 모를 소설 『소현』은 소현세자의 죽음을 다루고 있지 않다. 대신 세자가 인질의 신분으로 보냈던 심양에서의 9년, 그 중에서도 마지막 2년에 집중한다. 또한 작가의 시선이 향하는 것도 사건이 아니라 인물이다. 그리하여 소현세자와 소현세자를 중심으로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의 내밀한 독백은 이 소설을 역사의 기록이 아닌 개인의 기록으로 읽히게 한다.
삶을 긍정하고 낙관하는 힘은 누구도, 무엇도 아닌 바로 '나(자신)'에게서 나온다. 가끔, 인간의 고민은 너무 많이 가진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생을 채워야 할 밑 빠진 독이 아니라 비워야 할 화수분으로 응시한다면 삶이 한층 가볍고 유쾌해질 텐데...
중국문학과 일본문학의 차이는 뚜렷하다. 중국문학은 확실히 대륙의 특징인 확장성이 느껴지고 일본문학은 섬 특유의 오밀조밀 섬세한 느낌이 든다. 한바탕 꿈을 꾼 것 같은 어느 제왕(이었던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쑤퉁의 『나, 제왕의 생애』가 선잠에 들어 꾼 꿈이라면 『딩씨 마을의 꿈』은 깜깜한 새벽에 꾸는 악몽 같다고 할까. 이미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 아이가 들려주는 매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 마을의 비극이 몽환적이고 기괴한 한편 현실적으로 다가와 더욱 섬뜩하다.
- 신간평가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전기도 안 들어오는 깊은 오지에 홀로 사시는 스님을 뵌 적이 있어요. 그때 스님께서 붓글씨로 담락(湛樂)이라고 쓰셨는데 평화롭고 담담하게 즐긴다는 이 뜻이 가슴에 와 닿았죠. 스님처럼 살 수는 없더라도 인생을 이런 마음으로 살면 좋겠구나 하는 작은 깨침을 얻은 자리였어요. 얼마 전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법륜 스님 법회에 참석하게 됐는데 스님께서 두려움에는 실체가 없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실체도 없는 두려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겁먹고 사는 거라고." - p.033,『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