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여러 책 얘기가 나왔었는데... 내가 접하지 않아왔던 책이 이리 많았나 싶어 보관함에 푱푱 던지면서도 아 정말 책의 세계는 한도 끝도 없어 라는 탄식과 흐뭇함이 교차되는 심정을 느꼈다. 

 

기본적으로 나는 우리나라 작가들의 현대소설들을 잘 읽지 않는다. 이건 엄청나게 편협한 사고에서 비롯된 것임을 고백하면서.. 내가 접해본 여러 책들이 감정과잉과 구구절절한 잔소리가 많았어서 읽는 내내 질리는 기분이었던지라 가급적 피하고 있다 정도로 요약해보련다. 아울러, 시기적으로 적절하고 메세지는 줄 지언정 문학적으로는 형편없다고 감히 말하는 책들도 여럿이었다. 예를 들어,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이슈가 워낙 되어서 일부러 찾아서 사서 읽었던 책이고, 읽자마자 중고서점에 내놓았었다. 이 작품에 대해 비난만 하겠다, 는 생각은 없다. 어쨌든 사회에 메세지를 남겼고 영화로도 제작되면서 여성들의 힘겨운 삶에 대해 뭔가를 던졌다는 차원에서는 의미가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라지만 좀더 문학적인 완성도는 높였으면 좋겠다는 게 내 개인적인 바램이다. 어쩄든... 내가 읽은 책들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작가들의 다른 책을 읽지 않고 있었던 것은 좋은 자세는 아니었다 싶었다. 끊임없이 책이 나오고 있는데 그걸 다 외면하면서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폄하하려고 하는 것은.. 떼끼, 비연.

 

 

 

 

 

 

 

 

 

 

 

 

 

 

 

 

우선 이 책을 보관함에 담았다. 김봉곤. 이름만 들어온 작가이다.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것도 들어 알고 있었고.

 

리드미컬하고 감각적인 문체와 서사적 역동성으로 젊고 강렬한 사랑을 그려내는 신인작가 김봉곤의 첫 소설집. 그는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Auto'로 등단할 당시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구효서, 은희경으로부터 "퀴어의 사랑과 이별, 기억, 시간, 장소, 글쓰기 등의 다양한 무늬를 점프 컷과 소격효과 등의 기법을 통해 노스탤지어라는 캔버스에 개성 있게 그려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알라딘 책소개 中)

 

그러나 이런 평을 받고 있는 줄은 몰랐다. 한번 읽어보고 어떤 느낌인 지 직접 접해봐야 겠다 라는 마음을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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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희진 선생님의 책들. 현재 <나쁜 사람에게 지지않으려고 쓴다> 를 읽고 있는데.. 사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정희진 선생님이라서라기보다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그리고 짬짬이 읽고 있는데, 관점이 꽤 독특하구나, 쓰는 어휘가 남다르구나 이 정도를 느끼며 읽고 있다. 읽는 책의 스펙트럼도 엄청 넓구나 싶고. 그러나 함께 책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 중 한 명이 <혼자서 본 영화>를 주면서 이거 읽어봐야 한다고 했다. 정희진 선생님의 책도 이전 것들이 더 좋을 수 있다고. 지금 내 책상 위에 소중히 올려져 있다. <나쁜 사람에게...> 다 읽은 후 바로 집어 읽을 생각이다.

 

 

 

 

 

 

 

 

 

 

 

 

 

 

 

 

이런 책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고 그들에 대한 감상도 솔직히 말하는 그 자리가 참 좋았다. 다른 데선 누릴 수 없는 기쁨. 책 이야기 꺼내면 다들 너 뭐하니? 라는 눈길인지라, 애써 피하는데 피하지 않고 마음대로 말해도 다들 알아듣고 얘기 나눌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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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이 책을 시작했다.  500페이지가 넘어서 좀 일찍 시작할 수 밖에 없었음을.. 고백... 흠냐. 근데 페미니즘 책들은 서문이 왜 이리 긴 것인지. 이 책도 서문이 거의 50페이지에 달한다. 10%가 서문. 서문. 서문. 안 끝나...

 

 

 

 

 

 

 

 

 

 

 

 

 

 

 

이것은 지구와 함께, 공동 창조자 및 공동 생산자로 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복하고 훼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전하고 치유하기 위해서 우리의 지성을 써야 한다. 이야말로 지구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창의적이며 건설적인 인류세다. 지구 민주주의는 오만함 대신 생태적 겸허함에, 부주의하고 맹족적인 권력, 통제, 폭력의 행사 대신 생태적 책임감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인간으로서 지구상의 생명 및 스스로의 미래를 보호하려면, 우리는 어머니인 지구의 권리, 지구에 대한 우리의 의무, 지구가 품고 있는 모든 존재에 대한 일체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우리의 세계는 자본주의 가부장제에 의해 '자본', '기업', '성장' 같은 허구 및 추상개념을 둘러싸고 구조화되어왔으며, 이런 것들이 부정적인 힘을 마구 풀어놓아 파괴적인 인류세를 만들어왔다. 우리는 다시 뿌리를 내려야 한다. 지구에, 지구가 가진 다양성에, 그 삶의 과정에 다시 두 발을 딛고 창조적 인류세를 위한 긍정적 힘을 가득 채워넣어야 한다. (p26)

 

자, 6월이다. 재미나게 신나게 시작해보자,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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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6-0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이 책도 서문이 그렇게 많단 말인가요? ㅠㅠ 제발 서문을 좀 짧게 써주세요, 작가님들 ㅠㅠ 서문 읽다가 지친단 말입니다. ㅠㅠㅠ

비연 2020-06-01 11:34   좋아요 0 | URL
제 말이... 너무 할 말이 많으신 저자들이라.. 이 책을 읽고 제대로 요점 파악해야 한다고 미리 훈련시키는 느낌이랄까요.. 그러니까 저 훈련받는 중. 아직 서문.. 서문...

단발머리 2020-06-01 12:52   좋아요 0 | URL
서문 끝나면 서론 있답니다.
후다닥!!!

다락방 2020-06-01 12:57   좋아요 0 | URL
네?!

비연 2020-06-01 13:06   좋아요 0 | URL
눼에...?????

공쟝쟝 2020-06-02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 너무 좋앙 🥰

비연 2020-06-04 10:31   좋아요 0 | URL
우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