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도 폐지, 상호출자 금지 대상과 기업결합 신고 대상 축소, 지주회사 행위제한 완화,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직권조사와 현장조사를 제한, 상속세율 완화...
거침없이 밀어부치는 '불공정위원회' 정책의 골자는 감세와 방관이다.
이쯤되면 공정거래법 폐기에 대한 특별법만 제출되면 모든 게 '처리'되겠다.
조세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3개 세목의 세율을 1%P씩 내리면 향후 4년간 세수감소가 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에 유류세 10% 인하조치를 2012년까지 유지하면 2011년까지 5조 7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금 적게 내면 기업활동도 활성화되고 좋겠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 때 세금 내릴 때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사라진 세수는 어디서든 때워야 한다. 당연히 대기업에 세금 줄여주는 것을 서민에게 부담시킨다.
기획재정부는 18일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소득공제 등 연간 22조 7000억 원 규모의 219개 비과세ㆍ감면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내용의 '2008년 조세특례 및 제한에 관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고 한다.
중점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97개 제도 중 상당수 직장인들이 혜택을 보고 있는 세금우대종합저축에 대한 과세특례, 장기저축성보험 비과세 등도 포함돼 있다.
또 ▲농지대토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농ㆍ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간접세 면제 ▲ 장애인용 승용차 개별소비세 면제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노인 및 장애인 등의 생계형저축 이자·배당소득 비과세 등도 검토대상에 올랐다고 하니 사실상 모든 서민이 감세의 축복(?)을 받게 됐다.

그러니까 손가락이 두 개가 잘렸는데, 하나는 대기업 손가락이고 나머지 하나는 서민 손가락이다. 그런데 대기업 손가락은 자르면 비용이 비싸니까 서민 손가락을 자르자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민은 손가락이 많으니까.

기업들은 교육부와 경제교과서까지 편찬하였는데, '반기업정서'를 바로잡는 것을 주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하지만 '반기업정서'는 더 이상 화두가 될 수 없다. 이제는 '반세금 정서'가 화두가 되어야 한다. 식코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상반된 사례는 과세와 부담에 대해서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않느냐이다. 세금과 부담은 세계관과 가치관에 관한 문제이다.
지금까지의 과세 논쟁은 "감세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라는 프레임에 국한돼 있었다. 그것은 타당한 과세 논쟁이 될 수 없다. 공정위와 기획재정부가 환끈하게 감세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은 마당이나 이참에 과세 논쟁에 불을 붙여볼 만하다. 다만 전처럼 "세금 깎기, 얼마 깎기" 수준으로 논의하다가는 국민들은 세금 내는 기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감세'의 방향을 제대로 계산해야 한다. 작년 기업 매출과 국민들의 수입 데이터에 현재 추진 중인 감세와 비과세 전면 보수 등 숫자가 들어가는 정책들을 반영해서 누가 얼마나 이익을 얻고, 누가 얼마나 손해를 보게 되었는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단지 몇십 조원의 수입증가나 세수 감소라는 결과만이 아니라, 감세가 사람들에게 고루 이익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감세로 기업활동 활성화와 서민경제 살리기에 기여하겠다"는 논리가 맞는지 제대로 검증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세금이 오르면 어떻게 되고, 세금이 내리면 또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보수세력이 공식적인 모든 권력을 손에 쥐었으니, 그에 대한 타당한 정책검증이 화두가 되어야 함은 당연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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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1 1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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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2 23: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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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4 09: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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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월 25일 경에 서중석 선생 만나서 인터뷰를 하기로 했어요.
어느새 저도 '서중석 마니아'가 되었네요.
앞으로 현대사는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봐요.

대안교과서에서부터 일본의 새로운 교과서에 이르기까지~
이에 대해서 믿을 만한 코멘트를 하실 분은 서중석 선생 외에는 별로 없을 것 같아요.
평소에도 만나뵙고 싶었는데,
이번에 신간 <대한민국 선거이야기>를 펴낸 것을 핑계로 인터뷰 요청을 했어요.
그랬더니 수업이 없는 오후 시간대에 괜찮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인터뷰를 많이 해보지 않아서,
책 읽고 관련기사 읽고 질문을 고르고 있지만,
좀 떨리네요.
혹시 현대사나 대안교과서, 제주4.3이나 이번 선거에 관해서 궁금한 내용 있으면
댓글로 질문을 달아주세요.
제가 인터뷰 소개하면서 넣어드릴게요~




처음으로 만나는 인터뷰이는 한국현대사 1호 박사이신 성균관대 서중석 선생입니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로 더 유명하신 서중석 선생은 이이화 선생이 '현대사를 바르게 쓴 역사학자'로 평가할 만큼 이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해주고 계십니다. 이 분이 18대 총선 즈음해서 새책(<대한민국 선거이야기>)을 발간했습니다.
선거가 이미 끝난 마당에 뒷북으로 선거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선거에 대한 광범위한 오해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이 보여준 환멸감은 선거에 대해서 불신감을 쌓게 하기에 충분하지만, 후보자도 유권자도 한판의 선거에 모든 것을 담으려는 과도한 욕심이 우려됩니다. 그래서 1948년 제헌의회에서부터 제18대 국회에 이르기까지의 긴 호흡으로 선거가 주는 현대사적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아래의 항목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댓글을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승주나무가 모아서 직접 인터뷰를 하겠습니다.


<질문을 받습니다> (방문예정일 : 4월 25일(금요일))

1. '선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 이번 책과 관련됩니다

2. 한국현대사와 관련된 질문

3. 대안교과서내 일본 우파의 교과서 문제에 관한 질문
=>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 연대' 한국측 상임공동대표를 하셨습니다

4. 제주 4ㆍ3에 관한 질문
=> '제주 4ㆍ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의' 위원입니다.


<서중석 선생 최근 서평기사와 인터뷰>


오마이뉴스 기사(<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출간기념 인터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251975


최근 나온 인터뷰와 서평 기사 중에서는 국민일보가 가장 볼만합니다.
http://www.kukinews.com/life/article/view.asp?page=1&gCode=all&arcid=0920856596&cp=nv

대안교과서 문제에 관한 서중석 교수의 인터뷰기사(경향)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3241815325&code=940100

<대한민국 선거이야기>만 쓴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민족주의와 역사교육>이라는 책도 쓰셨더군요^^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276349.html

<대한민국 선거이야기>에 관한 저의 졸고(서평)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72381&PAGE_CD=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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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기세덱 2008-04-14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 25일? 내년인가보죠?
아직 꽤 멀었군요.....ㅋㅋㅋㅋㅋㅋㅋ

승주나무 2008-04-14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멜기~ 이런 건 잘 잡드라 ㅋㅋㅋ

시비돌이 2008-04-14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부러워라, 재밌는 인터뷰 올려주세요. ^^

승주나무 2008-04-15 02:49   좋아요 0 | URL
네~ 선배님^^
나중에 첨삭과 조언도 좀 부탁해요~~~
책 열심히 읽고 저자들을 자주 만나보려구요 ㅎㅎ
 

[책동네 산책]재출간 떳떳이 밝히고 재평가 당당히 받아라 
입력: 2008년 04월 11일 17:46:50



출처 :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804111746505&code=900308

 

전화상의 그이는 자신있게 설명했다. 한 분야만을 파고든 저자의 열정을 얘기했고, 책이 다루는 주제의 참신함을 말했다.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의 흥미로움도 강조했다. 그런데 분위기 파악 못하는 기자, 퉁명스럽게 물었다. “이 책 예전에 나왔던 거 아닌가요?” “아, 예, 사실은….”

언제부터인가 눈에 띄는 신간이 오면 책의 맨 앞장이나 뒷장, 심지어 책날개까지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출판사에서 보내온 보도자료를 훑거나 인터넷으로 검색하기도 한다. ‘재출간’되는 책들이 많아졌지만 그같은 사실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출판사의 의도’가 느껴질 만큼 ‘교묘한 곳’에 슬며시 밝히거나 아예 밝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재출간은 출판계의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일반적인 풍토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옛날 책을 잘 찾아라”는 말은 출판계에서 오래전부터 회자돼온 기획 원칙이다. 지난 달 경향신문을 통해서도 소개된 ‘승자독식사회’(웅진지식하우스)도 1997년 ‘이기는 자가 전부 가지는 사회’라는 이름으로 나왔던 책이다. 저자 가운데 한 사람인 로버트 프랭크가 ‘이코노믹 씽킹’ 등을 통해 유명세를 탄 데다, 책의 내용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 더 맞는다는 생각에 재출간했다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이 책은 출간 한 달 만에 1만부 가까이 팔리면서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절판된 책도 잘만 고르면 웬만한 신간보다 나은 경우가 심심찮다. 해서 소규모 출판사들이 ‘틈새 전략’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구간은 저작권료가 싸다. 눈만 밝으면 좋은 책을 싼 값에 낼 수 있다는 소리다.
지난해 황소자리에서 출간한 ‘욕망하는 식물’은 2002년 ‘욕망의 식물학’으로 소개됐던 것을 새롭게 번역한 책이다. 이 출판사의 첫 책인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도 다시 낸 책이다.

재출간은 여러 이유로 아깝게 묻혔던 책을 ‘재발견’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래서 ‘리메이크’니 ‘리바이벌’이니 하면서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겉만 화려하게 바꿔 내놓고 그같은 말을 쓰는 건 쑥스러운 일이다. “재출간이 콘텐츠에 공을 들이는 대신 이미 검증된 책을 시기에 맞게 적당히 포장하는 식으로만 가고 있다”는 한 출판인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책만 좋으면 됐지 그게 대수냐고 할지 모르겠다. 앞서 말한 기자의 ‘버릇’으로 돌아가보자. 그것이 ‘재출간된 책은 소개하지 않는다’라는 대단한 원칙 때문에 생긴 건 아니다. 출판사에 ‘낚였다’는 느낌도 부차적인 문제다. 적어도 책에 대한 기본 정보는 독자들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이중으로 책을 살 수도 있으니까.

아니, 그런 노파심까지 필요없다. 출판사가 재출간 사실을 밝히는 건 독자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는 일이다. 출판사가 어떤 부분에 공을 들여 ‘재출간’했는지를 당당히 밝히고 ‘품질’로 승부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재출간된 책도 제대로 평가받는 풍토가 정착될 것이기에.

〈 김진우기자 jwkim@kyunghyang.com 〉



재출간한 책은 '재출간작'이라고 어디에 표시라도 해뒀으면 좋겠다.
그거 숨겨서 아쉬울 것도 없을 텐데, 왜 교묘히 속이려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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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4 10: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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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4 23: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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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5 1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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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점 ‘독주’의 미래
 
 
 
한겨레  
 

출처 : http://blog.aladin.co.kr/booknamu/modifyPaper/MyPaper/2041251






 

» 한기호의 출판전망대
 
한기호의 출판전망대 /


단행본 출판사 가운데 선두를 달리는 한 출판사가 2007년에 지출한 마케팅 비용의 90%가 교보문고ㆍ예스24ㆍ인터파크ㆍ알라딘 등 대형 온라인서점 네 곳에 집중됐다고 한다. 광고ㆍ홍보 등 마케팅 툴의 효과가 격감하자 출판사들은 판매가 기대되는 신간을 온라인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시키는 데 주력했고 그 결과 대형 온라인서점으로 비용이 몰린 것이다. 오늘날 온라인서점 초기화면은 미디어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한 온라인서점의 초기화면에 책을 노출하는 데에만 1500만원 가량을 투입하는 출판사도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인문사회과학서는 고사상태로 빠져드는 반면 자기계발서는 넘쳐난다.

물론 이런 노력의 효과를 높이려고 책을 만든 편집자는 블로그 마케팅, 서평단 운영 등 입소문을 낼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만 한다. ‘사재기’는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낼 수 있기에 늘 문제가 되곤 한다. 이제 편집자는 책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토털 마케팅을 수행해야 하는 처지다. 그 결과 책 만드는 일은 대부분 아웃소싱으로 넘어가게 되었는데 이로 말미암아 책의 질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고 있다는 비판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최대 피해자는 물론 독자다.

일부 대형 온라인서점의 과점 현상은 광고뿐이 아니다. 매출의 집중화도 극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4대 온라인서점의 매출은 교보문고(오프라인 포함) 3700억원, 예스24 2300억원, 인터파크 1960억원, 알라딘 1400억원 등 모두 9360억원으로 2006년 7097억원에 비해 무려 31.9%나 늘어났다. 여기에 매출 5위인 리브로까지 합하면 1조원에 가깝다.

보통 전체 단행본 출판시장 규모를 2조5000억원으로 본다. 따라서 다섯 서점의 매출을 합하면 전체의 40%에 육박한다. 대학교재 등의 온라인서점 매출이 약세임을 계산하면 단행본 출판사 매출의 절반 이상은 이 서점들에서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출판사 담당자들은 실제 체감 매출비중은 80% 가까이 되므로 온라인서점에 외면당한다는 것은 거의 공포 수준이라고 말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올해 초 출판사 수는 3만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만9977개사가 집계됐는데 지난해에만 신생출판사는 2874개사나 새로 생겼다. 물론 이 중에서 1년 동안 한 권이라도 신간을 펴내는 출판사는 10%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에 한 권 이상 신간을 펴낸 출판사가 2771개사(9.2%)에 불과하니 말이다. 11권 이상 신간을 펴낸 출판사는 894개사에 불과하다.

이런 악순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려면 매출이 몇 서점으로 과점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 죽어가는 오프라인서점, 특히 다양한 전문서점의 재등장을 촉발하는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 그 시발점이 모든 서점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완전도서정가제라는 원칙임은 새삼스럽지도 않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온라인서점은 올해 1월20일 발효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이 규정한 최소한의 원칙마저 무시하고 다시 과잉경쟁을 시작할 태세다. 이렇게 스스로 법을 어기다가 중견 출판사들까지 도산해 책의 다양성이 죽어버린다면 온라인서점의 앞날도 결코 장담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정해진 원칙이라도 제발 지켜주기를 간절히 촉구한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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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석 선생은 내가 존경하는 몇 안 되는 현대사가이다. 나의 현대사에 관한 지식이 있다면 순전히 서중석 선생한테 배운 것이다. 특히 그의 애정어린 학자적 이성은 롤 모델로 삼고 싶을 정도다. 이번에 <대한민국 선거이야기>를 냈는데, 저자후기에 앞으로 있을 선거와 정치문화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어서 '함부로' 전문을 인용한다. 책 258~264쪽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선거로 본 한국현대사’를 강의할 때는 이러한 강의가 곧 있을 대통령 선거에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야 했을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기대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다 후보가 상당히 큰 표차로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할 거이라고 확신한 것은 언론에서 줄기차게 주장했던 것처럼 노무현 정부의 진보정 정책의 실패나 잘못에 기인한다고, 다시 말해서 노무현 정권의 실정에 기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다른 정권하고 달라서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는 시간을 두고 해야 하겠스니다만, 노무현 정권은 잘못한 점도 적지 않으나, 잘한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는 잘한 점만 얘기하지요. 돈을 안 쓰는 선거, 투명한 선거를 노무현 정권에 와서 처음으로 치렀다는 점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러한 투명성은 경제, 사회, 여러 부문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부 수립 이래 존재했던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위압적 지배가 약화되고 허물어진 것은 퍽 좋은 일입니다. 대통령을 정상적인 상태로 돌려놓은 것이지요. 검찰의 독립성을 처음부터 보장하려고 한 일도 잘한 일입니다. 검찰 문제는 계속 말썽이 있었고, 노무현 정권 말기까지 경제권력, 정치권력에 추수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사법부도 과거의 모습에서 탈피했습니다. 과거사 청산을 위한 노력은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사법 개혁 등의 개혁도 나름대로 추진했지요.

노무현 정권의 자주외교정책은 지금까지 부각이 안 되었습니다. 한국현대사에서 처음으로 6자회담 등과 관련해 있었던 대미 자주외교는 평가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미 의회에서 유례가 드물게 이명박 대통령 당선 축하 결의를 한 것도 자주외교에 대한 경계와 관련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경제정책은 차기 정권의 경제정책과 비교해서 평가를 받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한나라당 후보의 승리를 확신한 것은, 최근 수년간 여러 여론조사를 볼 때 경제발전을 절대시하는 주장이 민주주의나 인권 문제, 사회정의를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한나라등의 이명박 후보는 CEO경력자로서, 또 서울특별시장으로서 업적을 눈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에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습니다.

경제 발전을 절대시하는 태도는 박정희 정권 때 풍미했던 근대지상주의․ 성장제일주의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인권이나 민주주의, 사회정의에 대한 폄하 또는 무시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성장주의자들은 유신체제나 전두환․ 신군부체제가 어땠느냐, 배부르게 하면 되는 것이고, 노골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권위주의 통치는 한국인의 ‘적성’에 들어맞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바로 이러한 성장제일주의가 박정희 신드롬의 풍요로운 토양이었습니다.

성장제일주의, 권위주의 통치는 극우반공주의, 수구냉전논리에 익숙한 60대 이상의 세대한테 낯선 것이 아닙니다. 이들의 다수한테 김대중이나 노무현을 미워하고 햇볕정책을 비난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번 선거에서 현재와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는 50대 이하한테, 특히 편히 자랐고 앞으로 편히 생활하려는 20대한테 이러한 주장이 먹혀들었고 설득력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가치관이 배제된 천민자본주의와 연결되어 있는 성장제일주의는 지역주의의 벽도 허물어 호남 사람들로부터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부분적으로 지역주의의 벽이 허물어진 것은 노무현 정권의 특성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노무현 정권은 호남 사람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탄생되었다고 볼 수도 있는데, 부산․ 경남에서 노무현 정권에 핵심으로 참여한 반면, 호남 사람들은 점차 노무현 정권과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니까 노무현 정권을 지지해줄 확고한 대중적 기반이 없어져버렸어요. 한편 민주주의나 인권 같은 것은 이만하면 됐다는 사고도, 남북관계나 핵 문제가 답보상태에 있는 것도, 겨엦 발전을 절대시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성장제일주의는 기대의식 상승과도 결부되어 있습니다. 1950년대부터 급속히 도시가 팽창하면서 도시민의 기대는 커가는데, 정부의 시책은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도시민의 기대의식 상승은 1956년 선거부터 역대 정권을 궁지에 몰아넣거나 괴롭힌 장본인 중의 하나로, 장기간에 걸쳐 여촌야도 현상을 초래했습니다. IMF사태 이후 경제의 불안정성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구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음이 드러났지만, 그렇다고 기대의식 상승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IMF 사태라는 눈앞의 현안을 처리해야 했던 김대중 정권 시기와도 달리, 기대의식 상승과 연관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불만은 계속 커졌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이 대단히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승만 정권이 1956년 선거에서, 박정희 정권이 1971년 선거에서, 유신정권이 1978년 선거에서 패배나 다름없는 타격을 받은 주요 요인의 하나가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이었습니다. 김대중 정권 5년에 노무현 정권 5년은 불만세력한테 너무 길었습니다. 김영삼 정권 5년까지 합치면 15년이나 되지요. 특히 성장주의자들한테 노 정권은 질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미워 죽겠는데, 해먹어도 너무 오래 해먹는다는 생각이 몇 년 전부터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번 선거에서 노무현 정권의 실정은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노 정권의 실정이 적지 않았고, 최근 2~3년 동안 청와대에서 직언을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는 말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노 정권이 무엇을 잘못했냐고 물으면 답변을 잘 못합니다. 경제정책이 잘못이라면 다른 정권은 더 잘할 것 같으냐는 물음에도 답변이 시원치 않습니다.

노무현 정권의 실정은 이미지와 연관이 깊습니다. 노무현의 언행이나 행동거지, 승부사 기질, 설익어 보이는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입니다. 대개는 노무현의 언행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이 실정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특히 성장제일주의 사고나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이 노무현의 언행에 대한 반발로 나타났습니다.

‘노무현의 실정’은 조선․ 중앙․ 동아 같은 언론 매체에 의해 크게 포장되고 확대되었습니다. 한미FTA 협정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아니고 5년간을 시종여일하게 공격했고, 노무현은 노무현답게 이들 언론에 즉자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신문은 1950년대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위력이 컸습니다. 여촌야도 현상이나 기대의식 상승에도 신문의 역할이 컸습니다. 다만 2002년 선거에서는 인터넷의 위력이 조․ 중․ 동의 위력을 눌렀습니다. 그러나 장기전에서는 김대중․ 노무현을 공격해온 종이 매체의 위력이 세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그때그때의 사안에 대해서는 즉흥적인 대응력이 있지만, 수공업적이고 일관성이 약한 진보적 매체에 비해 이들 매체는 오랜 기간 축적된 확고한 틀과 현실적 힘을 가지고 파고들었습니다. 한나라당을 포함해 한국의 보수세력 또는 수구냉전세력은 여론 정치에서 종이 신문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2007년 대통령 선거는 역대 선거 가운데 1967년의 대선과 함께 가장 재미없는 선거로 기록될 것입니다. 5년 전 서울역 유세장에는 이회창 후보의 연설을 듣기 위해 1만5천여 명이 몰렸으나, 2007년 이명박 후보의 첫 유세지이기도 했던 서울역은 5천여 명밖에 모이지 않아 썰렁했습니다. 또한 2007년 선거는 정책대결이 실종되고, TV 토론에 대해서도 유권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이버 세상도 시들해졌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크게 후퇴한 선거였습니다. 대운하나 교육정채고가 같은 사안도 중요한 쟁점이 되지 못했습니다.

2007년 대통령 선거는 시민의식이나 도덕성이 실종된 퇴행적인 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유력한 후보에 대해 중대한 의혹이 보도되어도 지지율에 변화가 없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답답해하고 분노하기도 했지만, 몰가치성이 전제된 성장제일주의는 쇠심줄처럼 질겼고 장벽처럼 두터웠습니다. 그런 점에서 2007년 대선은 1967년 6․ 8 선거처럼 병든 선거였습니다. TV토론에서 누가 잘했는가도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바꿔야 한다는 소리만이 1년 이상 울려 퍼졌습니다.

6월민주항쟁 이후 민주주의는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진전되고 있었고,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은 혼탁함과 타락상이 그다지 보이지 않았던 깨끗한 선거였습니다. 정책대결, TV 토론이나 유권자의 자발적 참가, 국민경선대회 등 신선한 선거운동이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가 일정한 궤도에 오른 감을 주었는데, 불과 몇 년도 안 되어 여러 가지 면에서 후퇴했을 뿐만 아니라 퇴행적인 면도 노정되니 마음이 가볍지 않습니다. 역사가 일직선으로 진보하는 것도 아니고 나선형적 변화를 갖는다고 배웠지만, 너무나 빨리 온 후퇴요 퇴행이었습니다.

2007년 대선에서 진보세력한테 재앙이나 다름없었던 성장제일주의는 부메랑이 되어 이명박 정권한테 부담이 될 것입니다. 그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에 환멸이 빨리 올 수 있기 대문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불안정성, 불안감이 작용해서인지 요즈음 들어 냄비 끓듯 하는 조급성이 더 심해졌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럴수록 이명박 정권은 대운하와 같은 무모한 경기 부양책을 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제 어느 때보다 가치관이 배제된 성장제일주의의 주문에서 벗어나도록 진보와 보수 모두가 노력할 때가 아닐까요.

이명박 후보의 득표율이 48.7퍼센트로, 5년 전 노무현 후보의 득표율 48.9퍼센트보다 적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보세력 후보들의 표가 보수세력 후보들의 표보다 훨씬 적다는 점입니다. 진보세력은 어째서 그와 같은 사태가 일어났는가에 대해 깊이 있는 인식과 냉정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겁니다.

한나라당이 경제정책이건 남북관계건 교육정책이건 진보적 정권보다 더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명박이 당선되는 것도 필요하다는 주장은 듣기가 민망스럽습니다. 지놉세력이나 보수세력이나 문제점이 많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정권을 잡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보수세력은 그동안 반성도 많이 했을 것이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을 것입니다. 마르고 닳도록 영원히 ‘한반도의 죄인’이 될 대운하만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지만.

1967년 선거로부터 4년 후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는 신선한 바람이 부는 등 선거사에서 각별히 기억할 만한 활기와 유권자 의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 있을 선거는 2007년 대통령 선거처럼 재미없는 무기력한 선거가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이 책이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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